오은선과 함께하는 국내 14산 산행
언 제 : 2011년 9월24일
어디로 : 지리산(반야봉 1,732m)
지리산 산행이 오랜만에 행해진다. 몇 년 전만해도 일년에 두번이상은 다녀왔건만 몇 해가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리산을 소홀이 한 것에 미안한 감이 생긴다. 이제 오은선 국내산 14좌 행사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번 지리산산행이 13번째이니 한라산 한곳만 남아 있다. 작년 이맘때 시작한 것이 어느덧 일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가고 있다. 이번 산행은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노고단을 경유 반야봉까지 왕복 산행이며 거리가 약 17Km라 만만치 않은 산행이다. 아침 일찍 출발한다는 계획이 주체 측에서 연락이 오고 차량 준비 팀에서 메시지가 도착, 사당 역에서 새벽4시에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다. 인천친구들과 상의 한 결과 전날 서울에 올라와 찜질방을 이용하기로 하고 금요일 저녁 11시 사당 역에 도착 친구들과 돼지껍질로 안주 삼아 간단하게 한잔 후 인근 사우나에서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버스에 탑승 비좁은 의자에서 조금이나마 잠을 청한다. 여명이 조금씩 열리며 대한민국의 고요한 아침이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산언저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지붕 가 굴뚝에 피어 오르는 연기가 온 마을을 덮고 있는 모습이야 말로 한국의 아침인 듯 정감 있게 다가 온다. 6시40분 함양휴게소에 정차 아침식사를 해결하려 하니 밀려드는 인파에 구입한 식권을 반납하고 우유와 빵을 구입하여 버스에 승차하지만 다른 회원들의 늦장에 결국 우리만 손해 본 것 같아 마음이 어짠하다.(결국 성삼재에 늦은 도착) 구비구비 이어지는 861번 지방도로를 올라 성삼재에 35분이 늦은 8시35분에 도착 행사는 끝나고 산행이 시작된 지 오래다. 접수 확인과 점심준비가 안되어 노고단 대피소에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 생각으로 휴게소에서 라면 구입 후 8시50분 체크기를 통과한다.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생각하니 출발부터 힘이 빠지지만 어떡하랴 1시간이 늦은 출발이니 잰걸음으로 진행하여 해발1,255m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는 더크계단 앞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우측 도로 따라가면 전망대가 있는 곳이지만 도로는 싫증이 나며 중간을 가로지르게 만들어 놓은 곳이기에 조금이라도 거리를 단축하기 위하여 계단을 이용하여 화엄사방향에서 올라오는 코재 앞을 지나 다시 급경사가 기다리는 직진코스를 이용한다. 헉헉거리며 7분을 진행하여 다시 도로에 도착 지난 폭우로 파손되어 아직도 복구를 안 하여 위험스럽게 방치된 도로 옆을 지나 9시24분에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 취사장에서 식수 보충 후 너덜 길을 이용 노고단 고개에 올라선다.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하늘과 가을 향을 느끼게 하는 바람은 땀 흘리며 올라온 산객에게 희열을 느끼게 한다. 동쪽으로 펼쳐진 산군은 언제 봐도 장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목적지인 반야봉이 바로 앞에 들어오며 그 옆으로 삼도봉이 낮으막하게 다가서며 그 뒤로 아스라이 중봉과 천왕봉도 눈에 들어 온다. 노고단은 10시부터 개방한다며 하산 할 때 다녀오기로 약속하고 5.5Km전방에 위치한 목적지로 향하여 출발한다.
반야봉(1,751m)은 지리산 제2봉으로 지리산 산신인 천왕봉의 마고할미와 결혼한 반야가 불도를 닦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고 하여 반야낙조는 지리십경의 하나로 꼽힌다. 요즘은 영신봉에서 올라오는 일출도 천황봉의 일출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며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지리산에 있는 대부분의 봉우리가 주 능선상에 있는 것과 달리 능선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어 종주 때마다 지나치다 보니 반야봉에 가본 것은 손꼽을 정도다. 0.5Km진행하여 후미에서 단체사진 찍는 곳에서 지체한 친구를 기다리며 포도로 갈증을 해소시키고 헬기장을 지나면서 주변산세를 관망해본다. 중간중간 단풍처럼 잎이 말라버린 나무들이 있어 유심히 보니 무슨 병인지 모르지만 죽어가고 있다. 지난번 삼각산 12대문 종주 때에도 등산로 주변 떡갈나무 종류가 병충해로 인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지만 이곳 지리산에는 성장 중에 있는 나무들이 그런 현상이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인지 생태계 파괴가 날로 심각해지는 모습이다. 이런저런 생각하며 앞사람을 따라 10시22분 돼지령을 지나 생태계 복원을 위하여 심어놓은 억새군락지를 지나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진행 도우미가 길안내를 하는 피아골 삼거리에 도착 한다. 문득 피아골 대피소에 계시던 함태식 선생님이 떠오른다. 2009년도 봄에 대피소에서 옮겨 공원관리공단에서 제공한 사택에 기거하시며 등산객들에게 지리산 이야기를 들여준다고 인터넷에서 읽은 것 같은데 요즘 근황이 어떠한지 궁금하다. 사택으로 옮기시기 전에 한번 피아골 대피소에 가서 인사 한 기억이 나며 어느새 3년이란 세월과 나 또한 인생에서의 많은 변화가 왔던 세월이다. 성삼재에서 여차하면 피아골 대피소에가서 라면 먹고 놀다 오자고 했던 말이 생각나 친구들에게 그렇게 할까 의논하니 한 친구는 은근히 바라는 눈치이다.ㅋㅋㅋ. 아니다 오늘은 한라산가기전 오은선대장과 사진 한번 찍어야 된다는 마음속의 약속으로 좌측으로 진행하여 임걸령에 도착, 좌측에 있는 약수를 한 모금 마셔본다. 여전히 그 맛 그대로 지키고 있는 이곳은 해발 1,320m의 높이다. 조망을 하며 휴식하는 산객들을 부럽게 바라보는 친구를 재촉하여 급경사로 진입, 새로 조성한 계단을 이용하여 땀 흐림을 제대로 한다. 2009년도에 왔을 때는 앙상한 뿌리들이 여기저기 보였는데 계단으로 새로 단장한 곳은 복토를 했는지 주변에 뿌리가 나와있는 나무는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길이 좋아서 그런지 이정표에 안내된 산행시간보다 반 이상을 단축하여 노루목 삼거리에 도착 배낭을 내려 놓는다. 출입금지가 되어 있는 고개마루에 올라 천왕봉과 삼도봉을 조망 후 삼거리에 내려서니 부천친구 배낭 무겁다고 소주병을 꺼내어 한잔씩 돌린다. 아니 받아 마실 수가 없어 두 잔을 연거푸 마시고 나니 뱃속에서 전율한다. 반야봉이 아직도 1Km남았고 경사가 장난이 아닌데 걱정하지만 다 왔는데 하며 한잔 더 주면서 병마개를 단속한다. 얄미운 친구넘…… 돌계단을 출발점으로 15분 정도 급경사를 지나 좀 부드러운 길이 나오지만 바로 또 다시 급경사가 시작되며 정상부근에는 앞사람 등산화 축이 뒷사람 코에 부딪칠듯한 철 계단이 도사리고 있다. 산에서의 속도를 정석으로 지켜 1Km의 거리를 정확히 30분 소요하여 반야봉에 도착한다. 우잉~ 예전에는 돌탑이 있었는데…… 온데간데 없고 정상석 앞에 오은선 대장이 마운틴TV의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리가 올라올 때 아직 서울에서 오는 중이라고 했는데 어느새 와서 정상에 있는지 궁금…… 친구들과 모처럼 남들처럼 대장과 사진도 찍고 장쾌한 지리산의 산세를 음미해본다. 밀려오기 시작하는 산객들을 다 수용하기에 벅찬 정상을 뒤로 하산, 8부 능선쯤에서 옆으로 빠져 정상주 한잔과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나오니 기자가 지나가며 13좌 모두 참석한 분 있는지 물어본다. 우리 넷 모두 참석했다고 하니 인터뷰하자고 한다. 친구 중 말주변이 좋은 친구 둘은 침착하게 카메라 앞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끝내고 잰걸음으로 하산, 오후2시12분 노고단 앞에 도착 한 숨 돌리고 대피소로 이동 늦은 점심 준비를 한다. 배낭에 분명 김치를 넣어준다고 했는데 없다, 깍두기도 금방 담근 거니 가지고 가면 점심에 먹기 좋을 거라면서…… 생각을 더듬어 보니 물통만 냉장고에서 꺼내고 무엇이 급했는지 그냥 집에서 나온 것이다. 후회한들 무엇 하랴. 우리가 두런거리는 것을 옆에서 들었는지 삼겹살 구워먹던 젊은이들이 세라 컵으로 하나를 담아 준다. 그것도 맛있는 묵는지를, 어찌나 고마운지 우리는 베풀 것 없어 안타까워하며 대신 맛있게 먹어준다.^^ 배부르니 산행이고 뭐고 그냥 대피소 앞 공터에서 한 잠 자고 갔으면 좋겠지만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남을 기다리게 한 회원들이 생각나며 나이 먹어서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은 질색이라 도로 따라 하산, 확인증을 접수하고 막걸리와 돼지족발로 안주 삼아 하산주 한잔으로 산행 마감한다.
※후기
이제 한라산 한 곳만 남았다. 일년의 세월을 같이 한 분들이기에 사당역에 내리면서 서운한 모습들이 역력하다. 1박2일로 계획된 제주도 행사 초청장을 조만간 보낸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블랙야크 모델인 영화배우 조인성도 참석한다고 하니 여성들은 어쩔 줄 모른다. 하산 중 30여분의 시간을 오대장과 동행, 많은 애기를 주고 받으며 느낀 점은 조그마한 체구에서 풍기는 모습은 분명 여자지만 말을 하다 보면 역시 크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 글을 쓰냐고 그런지 여성산악회 회장직을 맡아서 그런지 약간 마른듯하지만 항상 웃는 모습으로 회원들에게 대하는 것이 보기 좋다. 사당에서 간단하게 뒤풀이 후 내일 한남정맥에 참석하기 위하여 일찍(?) 귀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