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似而非.
비슷하기는 하지만 가짜인 것을 의미한다. 물건으로 치면 정교한 모조품이다. 사이비는 진짜와 비슷하다. 그래서 때로는 진짜와 구별하기 어렵고 때로는 진짜보다 더 진짜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이비의 생명은 짧다. 유통기한이 그리 길지 않다. 진실한 것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그 실체가 탄로 나고 만다. 물건이 그렇고, 사람이 그렇고, 감정도 그렇다.
그렇다면 진짜와 가짜를 쉽게 구별하는 요령이라도 존재하는 걸까? 특별한 방법까지는 아니지만, 다음 이야기가 도움을 줄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경제부 기자 시절 시중은행의 위폐감별사를 만나 적이 있다. 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슈퍼노트(초정밀 위조 달러)를 감별해내는 '가짜 돈 전문가'였다. 궁금했다. 진짜 지폐와 가짜 지페를 가르는 잣대가 무엇인지. 그와 주고 받은 대화를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차장님, 요즘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위폐가 많다고 하던데요?"
"네 그럴수록 진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가짜를 걸러내려면 진짜를 잘 알아
야 하죠."
"그렇군요. 그래도 가짜를 보면 뭔가를 뭔가 감이 온다거나 그런 게 있나요?"
"너무 화려하면 일단 수상한 지폐로 분류합니다."
"네무 화려한 게 위폐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인가요?"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
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그래요.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기주, 『언어의 온도』,「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법」, 말글터, 2016. pp 57~59
☞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에서「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법」을 읽다가 '위폐' 이 단어를 '좋은 않은 시'로 바꾸어 읽으면 시론 한 줄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읽어보자.
"선생님, 요즘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보이지만 좋지 않은 시가
많다고 하던데요?"
"네 그럴수록 좋은 시에 대한 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좋지 않은 시를 걸러내려
면 좋은 시를 잘 알아야 하죠."
"그렇군요. 그래도 좋지 않은 시를 보면 뭔가를 뭔가 감이 온다거나 그런 게 있나요?"
"너무 화려하면 일단 수상한 시로 분류합니다."
"네무 화려한 것은 좋지 않은 시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인가요?"
"좋지 않은 시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좋지 않은 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좋은 시는 안그래요. 좋은 시는 자연스러
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렇게 바꾸면 기막힌 시론이 되지 않았나요.
첫댓글 네 딱 맞춤입니다
너무 자연스런 시론입니다 ㅎㅎ
예전 내 시가 쪼까 그럴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몸에 안 맞는 옷은 오래도록 불편하기로
벗어버렸죠 넘 어색하고 부끄러울 것 같아서요. ㅋㅋㅋ
좋지 않은 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하다면 좋은 시가 되기
위해서는 화려한 옷, 목걸이, 귀걸이 팔찌 다 빼야 겠네요ㅎ~~
화려한 것은 곧 싫증이 나지요. 자연스러운 것이 오래가지요.
시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몇 편 되지는 않지만 그간 제가 끄적거린 글들을 살펴보게 됩니다.
힘 빼고, 가오 빼고, 후까시 빼고...ㅋㅋ
예전에 사극으로 유명했던 임충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는데,
아무래도 잘 쓰려다보니 힘도 주고, 가오도 잡고, 후까시도 이빠이...ㅎㅎ
거기에 이런저런 액세서리 주렁주렁... 결과는 난잡하고 겉치레만 잔뜩인 알멩이 없는 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골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요.
무슨 글이든, 항상 잘 쓰고 싶은 욕심만 앞섭니다. 이런 댓글조차도...ㅋㅋ
모든 사람이 내 글을 좋아할, 좋게 볼 필요는 없어. 이런 용기가 필요한데, 그게 힘이 듭니다.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내가 쓴 글에 욕을 먹을, 흉을 들을 용기도 필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짝퉁 글을 쓴다는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글을 못 쓴다는 소리를 듣는 게 나으니까요.
단 한 사람, 단 한 줄의 글이라도 진심이 담기고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진실한 게 어떤 건지, 솔직한 게 어떤 건지.. 잠시 고민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