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모르죠 누군가 댓글에 달린 주제를 보고 기획을 해보게 될지도요. :-]
안녕하세요, 땡땡책 대표 일꾼(?) 양선화입니다. (소개할 때마다 멘트가 바뀌는데... 저는 일꾼이 제일 편하네요.) 오늘은 땡땡책의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소책자(팸플릿) 사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총회나 조합원의날 자리마다, 또 온라인상에서 상시적으로 이야기가 됐었기 때문에 잘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지만, 이제 땡땡책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요.
저 포함해서 땡땡책에는 출판 종사자분들이 많이 가입해 있지만, 사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우리들은 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세상에 이런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이런 책을 내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쩌면 종사자가 아니라 독자 입장에서 더 강렬한 욕망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일반 출판사에는 늘 소위 ‘투고원고’가 쌓여갑니다. 하지만 그중에 책으로 펴내게 되는 것은 극단적으로 일부겠고요. 걸러지는 기준은 무엇보다 상업성(이건 가치판단을 떠나 출판사로서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전문성 등이겠지요.
땡땡책은 조합원들의 이런 욕구: 이런 책이 보고 싶다,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함께 꾸고자 합니다. 그리고 꿈에 그치지 않고 그걸 같이 실현하는 장이 되려고 합니다. 좀 더 좁혀보자면, 그 책의 주제가 땡땡책의 지향하고 맞아야겠지요.
[함께 책 읽기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이웃과 연대하며 자율과 자치를 추구하는 독서공동체로, 건강한 노동으로 책을 만들고 합당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
쉽게 말하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책을,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필요한 사람들 중심으로 필요한 만큼 소비합니다. 그런 면에서 요즘 반응을 얻고 있는 독립출판(기성 출판사의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개인의 자기표현을 직접 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면 되려나요)이나, 출판사들에 쏟아져 들어오는 투고원고, 자비출판 등하고는 구분될 것입니다.
땡땡책에서는 이미 이 소책자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밀양은 모두를 위한 전기를 원한다>는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담아냈고, PDF파일 형태로 2013년 8월에 배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후쿠시마 핵사고 3주기에 맞춰서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를 종이책으로 제작해 판매했습니다. (지금도 정가 3,000원, 조합원가 2,000원에 구매 가능합니다.) 밀양 투쟁으로 인해 여실히 드러났듯이, 핵발전 자체의 (입에 담기도 버거운) 위험성과 그것을 둘러싼 국가 그리고 자본의 폭력과 무능은 그 자체로 이미 재앙이며, 방사능이 무섭다고 고등어를 먹지 않는 우리는 그러나 이미 그 재앙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자각, 우리 삶의 문제로 적극적으로 사유하고 후쿠시마 사고 또한 역시 ‘삶’의 문제로 사유해서 함께 행동해야만 한다는 논의가 바탕을 이루는 책이었지요.
올해도 소책자 사업이 진행되고 책이 출간될 것입니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이나 상황에 따라 출간여부, 시기, 방식 등은 의논해야겠지요. 이러한 전제 위에서, 꼭 나왔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조합원 스스로 ‘주체’가 되어 만들어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땡땡책에 제안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승우 땡초님이 늘 강조하듯이, 땡땡책은 무엇보다 땡땡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주는 공간이기를 원합니다. ‘그게 가능해?’라고 묻기 전에 일단 간절한 것을 얘기해주시면 머리를 맞대보겠습니다. 이런 면이 어떻게 보면 ‘불확실’‘애매함’‘무책임’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일반 출판사에서 내지 않는 책, 내지 못하는 책, 되도록이면 세상에 아직 없는 책, 그런데 너무 간절한 그 책들을 내려고 하는 마당이니, 출발은 자연스럽게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싶기도 합니다. 지난번 후쿠시마 소책자 작업을 할 때, 무엇보다 그런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회사 밖에서, 회사가 원하는 책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책을 만들고 있다니, 이게 가능하다니. ‘땡땡책’이라는 바탕이 없었으면 엄두를 못 냈을 일입니다. 다른 조합원분들에게도 이런 경험이 가능해지도록, 이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저를 비롯한 운영위원들, 사무국이 계속해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