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선인송하취생」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다운받음
소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자 생활 전반에 미친 영향이 아주 크다. 소나무가 삼국의 일상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통과의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생, 성년, 결혼, 장례 따위와 관련한 통과의례는 그야말로 삶 자체이다.
우리 조상들은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아들이 태어나면 소나무를 심었다. 출생을 기념하는 나무 심기는 지금도 볼 수 있지만, 소나무를 심은 것은 대대손손 후손이 번창하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아기가 아프면 시루떡을 쪄서 출생 기념 소나무 앞에 놓고 밤새워 빌었다. 혹 무당이 일찍 죽는다고 예언하면 명을 상징하는 실타래를 출생 기념 소나무에 감아 놓고 장수를 빌었다.
결혼할 나이가 되면 소나무 밑에 박을 심었다. 박이 소나무와 궁합이 잘 맞아 많이 열리기 때문이다. 박이 열리면 그 중 좋은 것을 골라 혼례 때 술을 담는 ‘합근(合根) 박’을 만들었다. 신랑신부가 합근 박의 술을 주고받으면 곧 일심동체가 된다는 뜻이다.
과거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고향에 내려와 처음 찾았던 것도 출생 기념 소나무였다. 급제자는 자신의 소나무에 임금이 내린 어사화(御史花)를 걸었으며, 관직에 진출할 경우 관대(官帶)를 풀어서 둘렀다.
우리나라에서는 죽으면 대부분 소나무로 만든 관과 더불어 땅 속에 묻히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무덤 위에 소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고대에는 무덤에 소나무를 심을 수 있는 사람은 천자 혹은 왕뿐이었다. 나무에 신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소나무의 생태적 상징성은 일찍부터 문학작품에 등장한다. 식물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무가 바로 소나무이다. 고려시대 정치가이자 문인인 최자의 작품에 소나무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소나무는 이 나무의 푸름, 곧음을 통해 작가들의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상징이다. 조선시대 해주 유생 박준한의 연인이었던 이름난 기생 솔이에서 보듯, 여자의 경우는 소나무가 정절을 상징했다. 남녀 없이 소나무를 지조로 상징한 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의 문학작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