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무영 연출한 안톤 체홉의 <갈매기>. 어제 동숭아 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관람한 <갈매기>는 그간 10여차례 보았던 <갈매기>와는 뭔가 좀 달랐다. Something New는 예술작업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단에서 역설해왔다. 그 섬싱 뉴를 여무영의 <갈매기>에서 본 것이다. 여무영(본명 염우형)은 배우다. 그는 냉전시대가 해빙되자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쉐프킨 연극대학에 유학했고 동 대학원에서 실기석사를 받았다. 서울예대 교수로 정년 퇴직한 그는 2016년 극단 아레떼를 창단해 몇 작품을 연출하고 연기했다. 그가 극단을 만들고 제작에 뛰어든 것은 제자들을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 그는 <백조의 호수>로 연기상을 받은 천부적 연기자지만 이번에 체홉을 달리 해석해 보고자 연출에 도전했다. 그가 하고 싶었던 작업은 표현주의 기법을 살려 장면 하나하나를 영화의 미장셴처럼 만드는 것이었다. 비록 몇 장면 밖에 보여주지 못했지만 극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특히 여무영의 <갈매기>에서는 그간 보지 못하던 장면이 여럿 있었다. 아르까지나(유지연)가 연인 뜨리고린(하동준)이 변심하자 마구 때리며 제압하는 장면, 뜨리고린과 니나(김은혜)가 격정적으로 키스하는 장면, 체스게임 대신 옷으로 얼굴을 내미는 놀이, 그리고 라스트에 뜨레플레프(서창원)가 권총을 머리에 대고 자살하는 장면은 강렬하게 표현되었고, 체홉의 < 갈매기>를 더 가까이서 이해하게 했다. 여무영은 색다른 <갈매기>를 만들기 위해 이봉규 문용철 고인배 등 중진을 영입했고 하동준 이승구 서철 등 중견, 서창원 김은혜 등 신예를 조합했지만 무대 전반에 묵직한 앙상블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봉규(소린), 고인배(도른)가 안정감 있게 무대를 받쳐주었고, 서울예대 출신 신진들이 풋풋한 에너지를 발산했지만 체홉의 작품세계를 구현하는데는 한계가 보였다. 특히 2년 후 나나와 뜨레플레프가 다시 만나는 라스트의 명장면을 아우라로 승화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 그래도 긴 여운을 안겨주었다. 소극장 무대지만 자작나무 숲 분위기를 살린 임민의 무대디자인, 갈매기와 나나의 이미지를 투사한 황영성의 영상, 그리고 무엇보다 최소한의 음으로 분위기를 살려낸 박영준의 음악이 극과 잘 맞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