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시편
< 사과 * 3 > - 파리스의 사과
푸티아의 왕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장
초대받지 못해 화가 난 불화의 여신 에리스(Eris)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쓴 황금사과를 결혼식장에 집어던졌네.
제우스의 아내 헤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
지혜의 여신 아테나, 황금사과가 자기 몫이라 주장을 했네
입장이 곤란한 제우스,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겼네.
최고의 부와 권력을 주겠다는 헤라
지혜와 모든 전쟁에서 승리를 주겠다는 아테나
이성을 매혹(魅惑)할 수 있는 힘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
파리스에 의해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선정되어
황금사과의 주인이 된 아프로디테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 아내 헬레네는 당대 최고의 미녀였네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헬레네를 트로이로 데리고 온 파리스
트로이 전쟁의 단초가 되었네
그리스 연합군의 공격을 받은 트로이
파리스 황금사과 한 개 때문에 나라가 멸망하였네
(1)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인데 영생을 얻어 신이 되었다는 전승이 있는 펠레우스(Peleus)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Thetis)와 결혼하여 아킬레우스 (Achilleus)를 낳았다. 고대 그리스 명문가 아이아키다이의 시조 아이아코스(제우스의 아들)의 아들이다. 꼬임에 넘어가 이복동생인 포코스를 죽이는 일에 연루되었지만 시체가 발견되어 추방되었다. 프티아에서 종살이를 하던 중 펠레우스는 프티아 왕의 눈에 들어 그의 딸 안티고네와 첫 결혼을 했다. 이때 그는 아르고 호 원정에 참가하기도 했다. 멜레아그로스와 함께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에도 참가했지만 이 사냥에서 처남 프티아의 왕자를 실수로 죽여 또 다시 추방당했다.
이올코스 왕국 왕비 아스티다메이아가 펠레우스를 유혹했지만 넘어가지 않자 왕비는 펠레우스의 아내 안티고네에게 네 남편이 곧 스테로페와 결혼할 예정이라는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를 받은 안티고네가 목을 매 자살하자, 아스티다메이아는 남편 아카스토스 왕에게 펠레우스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거짓말했다. 아카스토스 왕은 펠레우스에게 술을 잔뜩 먹인 뒤 난폭한 켄타우로스들이 사는 곳에 버려두었다. 켄타로우스의 현자 케이론에게 구출된 펠레우스는 복수를 위해 친구 이아손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카스토스와 그의 아버지 펠리아스에게 왕위를 빼앗긴 이아손과 펠리우스는 함께 이올코스 왕국를 치고 아카스토스와 아스티다메이아를 죽여 복수에 성공했다. 펠레우스는 이아손과 메데이아의 아들 테살로스에게 이올코스의 왕위를 넘겨주고 자신은 프티아로 돌아가 왕위를 차지한다.
제우스가 테티스를 펠레우스와 짝지어준 것이 이 무렵이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제우스와 포세이돈에게 동시에 구애를 받던 몸이었으나, 프로메테우스가 “테티스가 낳은 자식은 무조건 아버지보다 위대한 존재가 된다.”라고 예언하는 바람에 제우스와 포세이돈은 테티스를 포기했다. 그리고 다른 신이나 너무 잘난 영웅을 테티스와 맺어줬다가 너무 강력한 놈이 태어나면 곤란하기 때문에, “자식이 더 위대해져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펠레우스를 짝으로 선택했다. 여신과 결혼시켜 준다니까 좋아하는 펠레우스. 인간과 결혼하기 싫다면서 울며불며 온갖 모습으로 변하는 테티스를 끌어안아 결혼에 성공했다. 그러나 신과 인간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가 없었다. 테티스는 바다로 돌아가 버리고 펠레우스는 홀아비가 돼서 아킬레우스를 키우게 된다. 이 둘의 결혼식 때에 많은 신들이 참석했다. 이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쓴 황금사과를 결혼식장에 던졌다. 황금사과를 서로 갖기 위해 다투는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 이 사건이 트로이 전쟁의 단초를 제공했다.
(2)
파리스는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났다. 헤카베는 파리스를 낳았을 때 횃불이 트로이를 불태우는 꿈을 꾸었다. 파리스가 트로이를 망하게 할 운명이라는 신탁을 받고 그를 산에 버렸다. 그리스 신화에서 운명은 신도 거스를 수 없고 반드시 운명대로 이루어졌다. 파리스는 죽지 않고 양치기에게 구출되어서 양치기의 자식으로 살다가 왕자라는 것이 밝혀져 다시 왕궁으로 돌아왔을 때, 올림포스에서는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적힌 황금사과를 둘러싸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다툼을 벌이는 중이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후환이 생길 걸 알고 있었던 제우스는, 인간 중에서 심판관을 뽑기로 했다. 가장 잘생긴 남자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선택된 인간이 하필 파리스였다. 파리스는 그 말을 듣자마자 도망갔지만 헤르메스에게 붙잡혀 어쩔 수 없이 심판을 맡게 되었다.
제우스의 인간 딸이자 당대 최고의 미녀 헬레네는 파리스를 만나기 전에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와 결혼해 딸 헤르미오네를 둔 상태였다, 파리스 또한 오이노네와 결혼해 아들 코리토스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레네는 누구든 꼬실 수 있는 매력을 가진 파리스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쳤다. 왕비를 납치당한 것에 격분한 메넬라오스는 친형이자 그리스 최강국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함께 수많은 영웅들을 모아 트로이를 공격했다. 형 헥토르에게 전쟁을 떠넘긴 파리스. 형 헥토르가 그를 찾을 때 다른 장수들이 먼지와 피로 뒤범벅인데 여유롭게 빛나는 투구와 갑옷을 입고 나타났다.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싸우기보다는 자신의 투구와 갑옷을 멋지고 화려하게 장식할지 생각에 빠진 동생을 볼 때마다 형 핵토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형 헥토르가 아킬레우스에게 죽고,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여동생 폴릭세네에게 반하자, 이에 분노한파리스는 아킬레우스의 최대 약점인 아킬레스건을 알아낸 뒤, 폴릭세네와 함께 있는 아킬레우스가 방심한 사이에 독화살로 쏘아 암살했다.
아킬레우스가 죽은 후 오디세우스와 그리스군은 “전쟁에서 이기려면 헤라클레스의 활이 있어야 한다”라는 신탁을 듣는다. 헤라클레스의 활은 필록테테스가 갖고 있었다. 트로이 원정 시작 때 함께 출전한 참모의 일원이었던 그는 도중에 병으로 렘노스 섬에 버려졌다. 그리스 군을 원망하고 있던 그를 설득한 오디세우스. 화가 풀린 그는 트로이로 와서 헤라클레스의 활로 파리스를 적중시켰다. 두 번째 화살촉에는 히드라의 독이 묻어 있었다. 생명이 위독해진 파리스. 파리스의 본처 오이노네는 의술의 신의 가르침을 받아 히드라의 독도 치유가 가능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생과부 노릇을 했던 오이노네는 실려 온 파리스를 냉대하고 외면했다. 어쩔 수 없이 트로이로 되돌아간 파리스는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그를 외면했던 오이노네. 원망스럽지만 죽으라고 방치하지는 못하겠다며 치료약을 가지고 쫓아갔으나, 이미 숨을 거둔 파리스, 오이노네는 슬피 울며 나무에 목을 맸다.
(3)
아킬레우스 (Achilleus)는 라틴어로는 아킬레스이다. 트로이 전쟁을 소재로 한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의 중심인물이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펠레우스왕의 아들이다. 어머니 테티스는 그를 불사신(不死身)으로 만들기 위해 황천(黃泉)의 스틱스 강물에 그를 집어넣었다. 이때 테티스가 잡고 있던 발뒤꿈치만은 물에 젖지 않아 치명적인 급소가 되었다. 아킬레스 건(腱)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양친은 그를 트로이전쟁에 나가지 않도록 하려고 그를 여장(女裝)시켜 스키로스의 왕 리코메데스의 딸들 틈에 숨겼다. 그러나 그가 없이는 트로이를 함락시킬 수 없다는 예언을 듣고 찾아온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는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물건들 속에 무기를 섞어 놓았다. 아킬레우스는 사내라서 무기를 집음으로써 그의 정체가 드러났다.
트로이전쟁은 10년 동안 계속되었다. 아가멤논은 아폴론 신전의 신관 크류세스의 딸을 잡아 자신의 애인으로 삼았지만 아폴론 신의 저주를 받아 그리스군영에 역병이 돌았다.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에게 그 여자를 돌려주라고 하자, 아가멤논은 대신 아킬레우스의 애인을 자신의 여자로 바치라고 요구했다. 아킬레우스는 리르네소스의 왕 에티온을 죽이고 미녀 브리세이스를 손에 넣었으나 아가멤논에게 빼앗겠다. 화가 난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을 죽이려고 했지만 아테나 여신의 만류로 단념하고 군사를 이끌고 회군 두 번 다시 전쟁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킬레우스가 없는 그리스군은 계속 패배하였다.
이를 보다 못한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무구(武具)를 갖추고 출진하였다. 친구 파트로클로스가가 적장 헥토르의 손에 죽자 이에 격분한 아킬레우스는 다시 전쟁터에 나서게 되었다. 이때 그가 몸에 걸친 무구는 어머니가 공신(工神) 헤파이스토스를 시켜 특별히 만든 것으로 유명한 ‘아이기스’이다. 그는 적장 헥토르를 죽여 원수를 갚고 그의 시체를 전차에 매어 끌고 돌아왔다. 헥토르의 부왕(父王) 프리아모스가 몸소 진중으로 찾아와 몸을 굽히면서 자식의 유해를 돌려줄 것을 애원하자 헥토르를 다시 인도하였다. 그러나 그는 파리스의 화살에 급소를 맞고 사망했다. 격정적인 성격인 그는 정이 많고 트로이전쟁에서 가장 고결한 영웅이자 발이 빨라 준족(駿足)의 대표자로도 알려졌다.
(4)
헬레네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그리스 신화 인간 여성들 중 최고의 미녀이다. 제우스와 레다의 딸이며 알에서 태어났다. 제우스는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에게 접근할 때 백조로 변신했다. 레다는 백조(제우스)의 알을 낳았다. 그 알에서 네 명(두 아들과 두 딸)이 태어났다. 아들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폴룩스), 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헬레네 중 카스토르와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레다의 인간 남편 틴다레오스의 자식으로 필멸의 운명을 타고났고 폴리데우케스와 헬레네는 제우스의 자식으로서 불사를 얻었다.
헬레나는 소녀 시절에 테세우스에게 납치를 당했다. 하지만 헬레네의 오빠 디오스쿠로이 형제는 테세우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테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그녀를 되찾아왔다. 신의 아이로 태어나 자랄수록 아름다워진 헬레네. 혼인 적령기가 되자 구혼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그리스 전역의 쟁쟁한 영웅들이 질투심 때문에 서로 다투게 될 것이 두려워서 틴다레오스는 선뜻 사윗감을 고르지 못했다. 구혼자 중 하나였던 오디세우스는 이타케 같은 가난한 섬의 왕인 자신이 헬레네와 결혼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하고 헬레네의 사촌 페넬로페를 아내로 맞이하는 대가로 해결책을 귀띔해 주었다. 구혼자들 중 누가 헬레네의 신랑으로 낙점되든 승복하고, 누군가가 이 결혼을 훼방할 경우 함께 힘을 합쳐서 싸우도록 맹세하라고 했다. 틴다레오스는 그 귀띔을 받아들여 구혼자들로부터 맹세를 받아냈다. 이는 트로이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헬레네는 아트레우스 가문의 메넬라오스와 결혼을 했다. 메넬라오스는 아가멤논의 동생이다.
파리스의 심판에서 선택받은 여신 아프로디테가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맞게 해준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아들 에로스를 시켜 헬레네의 가슴에 금화살을 쏘았다. 트로이 전쟁 중 트로이 사람들은 헬레네를 미워했지만 시아버지 프리아모스와 시숙인 헥토르는 그녀를 친절하게 대했다. 헥토르는 아킬레우스가 회군(回軍)한 후 헬레네를 돌려보내서라도 싸움을 끝내려고 고군분투를 했다. 그 때문에 헥토르가 죽자 헬레네는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렸다. 파리스가 필록테테스에게 살해당한 후에는 데이포보스의 아내가 되었다. 메넬라오스는 데이포보스를 죽였다. 트로이가 망한 후 헬레네는 스파르타로 돌아와 메넬라오스와 함께 편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