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은 용산 지역 주민들이 화상경마장 입점을 반대하는 천막농성을 한 지 200일째 되는 날이다. 7월 25일 서울시의회는 마사회의 화상도박장 개장 중단과 시 외곽 이전 결의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또한 7월 27일에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용산 성심여중고와 화상경마장을 방문해, 학교 앞 화상경마장을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8일 용산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가 개장한지 6주째다. 용산 주민들과 학부모, 교육자들은 지난 1월부터 금 · 토 · 일요일 반대시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 | | ▲ 8일 오후 서울 용산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옆에서 중구-용산 1지구 천주교 16개 본당이 주관하는 화상경마장 반대 합동 미사가 봉헌됐다. ⓒ배선영 기자 |
8일 오후 2시 용산 마권장외발매소 앞에서 처음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중구-용산 1지구에 속한 16개 천주교회 본당이 주관하는 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합동 미사가 봉헌됐다. 천주교회가 용산 화상경마장이 있는 삼각지성당 차원을 넘어 지구 단위로 대응하기로 수위를 높인 것이다. 미사에 참여한 주민 ㄱ씨(용산구 산천동)는 천막농성 200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ㄱ씨는 “그냥은 못 물러나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용산 새남터성당의 신자인 ㄴ씨 또한 농성이 오래 지속돼 굉장히 힘들지만 주민으로서 학생들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빠지지 않고 집회에 참석한다. 성심여고 1학년 학생인 ㄷ양은 “반 별로 돌아가면서 집회에 참여하는데, 오늘은 우리 반”이라며 미사에 참석했다. ㄷ양은 “화상경마장 건물이 커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도박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올 텐데……”라며 걱정했다. 성심여고 강석문 교사는 “너무 괴롭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성심여중고 교사들은 토요일 밤마다 돌아가면서 천막농성장을 지킨다. 강 교사는 “예전부터 심각한 문제였는데, 이제라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문제가 드러나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도 시민들의 뜻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태건 신부(새남터성당)는 미사 강론에서 “화상경마장에 대해 잘 몰랐다가 새남터성당에 다니는 학생과의 면담에서 ‘학교 다니기가 무섭다’는 말을 듣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돼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앞으로 학생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도하고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 | | ▲ 8일 오후 2시경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 용산 주민들이 노란 우산을 받치고 용산 화상경마장 입점을 반대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배선영 기자 |
이날 미사 끝에 중구-용산지구 사제와 신자 일동의 ‘화상경마장의 도박장 철수에 대한 대국민 성명서’가 발표됐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와 한국마사회가 하는 일을 지켜만 볼 수 없다”며 “이 지역의 복음화와 참된 삶을 전파하는 것을 담당하고 있는 사제로서 신자들과 함께 더 이상 화상경마장을 비롯한 사행심을 유발하는 도박을 막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톨릭교회 교리서 2413항을 들어 “도박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정부와 마사회가 화상경마장을 비롯한 도박 사업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7일에는 ‘화상도박장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가 출범했다. 이들은 “마권장외발매소는 말 산업으로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문화 · 레저생활 및 복지증진에 기여한다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국민을 도박중독에 빠트리고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도박시설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용산 화상도박장 영업을 중단하고 그 시설을 활용해 상식적인 임대산업과 사회적 기여를 꾀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대전 월평동, 충북 청주, 충주, 경기도 구리시 등에서의 확장 이전 시도와 신설 시도도 영구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화상도박장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에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와 도박규제네트워크 등 전국 각 지역에서 화상도박장을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와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전국 도심 내 화상도박장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법을 개정해 화상도박장을 폐쇄 또는 외곽으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