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의 동행
숲길을 혼자 걷다 보면 나무와 풀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문다.
귀에 음악을 넣지 않고 걸을 때면 그 감각은 더욱 선명해진다. 함께 걷는 사람이 없더라도 어느 순간 내 앞에 들어오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와 눈을 맞추게 된다.
흙길을 걷다가 가끔은 데크길로 들어선다.
늘 그 자리에서 마주치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한쪽에서 바라보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초록빛이 눈에 들어온다. 홀로 선 소나무의 몸통에 초록빛 이끼가 긴 치마처럼 둘러진 듯하다.
‘왜 이렇게 아름답게 초록 치마를 두르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걸까?’
그런데 반대쪽으로 돌아서 바라보면 신기하게도 초록빛이 보이지 않는다. 같은 나무인데도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이끼가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끼도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라 햇빛과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만 종류에 따라 필요한 햇빛의 양이 다를 뿐이다.
숲을 걸으며 무심히 지나쳤던 이끼가 그날부터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햇빛을 받아 나무의 몸에 기대어 살아가고, 다른 한쪽에서는 조용히 제 존재를 감춘다. 나무도 이끼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갈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때 숲의 고요를 깨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밤나무 가지 하나가 뚝 부러져 후두둑 땅으로 떨어졌다. 가지는 흙 위에서 한동안 굴러다녔다.
숲은 고요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 나무는 자라고, 가지는 부러지고, 이끼는 햇빛을 받아 제 자리를 지킨다.
사람이나 숲이나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열일이 있는 모양이다.
2026.8.17. 송 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