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이 되어버린 샘
유옹 송창재
그 집 마당
싸리 울타리 옆에는 둥그런 우물 하나가 있다.
그리 깊지는 않고 두레박 서 너 발 정도는 되는데, 물이 맑지는 못하여 허드레 물로만 사용하는 우물이다.
그런데 그 우물이 언제부터인가 대형 수족관이 되어버렸다.
물이 뿌연하여 깊은 속까지는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수 많은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분주한 것을 보면 예사 어항은 아닌 것 같다.
왜 우물이 어항이 되어 버렸을까?
거기에는 사연이 숨겨져 있다.
소년은 그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부모와 헤어져 이모할머니 댁인 이곳에서 그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린 소년은 날만 새면 삽짝 밖 작은 도랑에 가서 송사리와 미꾸라지와 친구삼아 노는 것이 낙이었다.
소년은 다리를 절어 남들처럼 멀리 나가서 놀지를 못했다.
멀리 나가보았자, 앞 논 끝 논두렁에 앉아 바늘 끝에 파리를 꿰어 개구리를 호리는 정도였고 그러다 영 심심하면 고무신을 벗어 물방개나 소금쟁이를 잡는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 하루는 우연히 각시붕어 새끼 한 마리를 고무신으로 걷어 올렸다.
선명한 지느러미가 너무나 예뻐서 소년은 고기가 다칠세라 고무신에 담아 조심하여 집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각시붕어를 어디다가 키워야 좋을지 몰라 소년은 돌로 만든 확에 물을 부어서 넣어두었다.
그런데 고기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를 몰라 밥을 먹일 수도 없었다.
할머니한테 물어 보았더니 물속에 있는 풀을 먹고 산다고 하신다.
그래서 확 속에만 넣어두면 죽으니 못 먹는 우물 속에 넣어두면 어떻겠느냐고 할머니에게 물어 보았다.
할머니가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소년은 예쁜 각시붕어 새끼를 마당가 우물에 넣어주고 매일 개울에 나가 개울가 풀을 뜯어 우물에 넣어 주었다. 그것을 먹으라고...
그런데 소년은 항상 놀아주던 용근이 성이 없을 때는 심심했었다.
심심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소년은 붕어도 소년이 없으면 심심할 것 같아 우물 속만 쳐다보며 함께 놀아주었다.
그런 어느 날,
할아버지가 낚시를 하러 가신다며 긴 대나무 낚싯대를 어깨에 걸치고 나가신다.
소년은 우물가에서 각시붕어와 놀면서 할아버지가 고기를 많이 잡아서 돌아오시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
오래지나 할아버지가 오셨다.
우물가에 놓은 대나무로 만든 고기망태기 속에는 서너 마리의 붕어들이 있었다.
소년은 우물 속 각시붕어와 친구하며 놀면 좋겠다고 그 망태기속 붕어들을 전부 우물 속에 쏟아 부었다.
얼마가 지나 붕어를 손질하러 우물가에 나오신 할아버지는 고기가 한 마리도 없자 어디 있느냐고 물으신다.
그래서 소년은 샘 속 각시붕어 친구하라고 샘에 전부 넣어주었다고 했다.
기가 막힌 할아버지는 그냥 웃고 마셨다.
그리고 소년은 할머니 집을 떠났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오지를 못했다.
어른이 되어 찾아 온 그곳에는 모르는 이가 살고 있었다.
새로운 주인의 양해를 얻어 우물 속을 구경 좀 하자고 하고 샘 속을 들여다 보았다.
그 속에는 옛날 그대로 어린 소년의 친구들이 헤엄치며 놀고 있었다.
마치 소년의 귀향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이..
친구들도 엄청 많아져서.
그 소년은 너무 좋아서, “제가 이 아이들의 친구였지요.”하고 새 집 주인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했다.
그 샘은 지금 그 집 주인의 수족관이라고 한다.
고기들이 어찌나 많은지..
어차피 먹지 못하는 샘이라 고기들의 어항으로 사용하며 가끔 고기들을 잡아서 매운탕거리로 심심치 않게 사용하고 있어서 재미있다며 자기 집의 보배라고 고맙다고 하신다.
“몇 마리 건져서 매운탕이라도 잡숫고 가실래요?” ㅎㅎㅎ
웃음이 좋으신걸 보니 심성도 좋으신 분 인 것 같다.
그래도 어찌~~.
잘 길러주실 것 같다.
그때 각시붕어 새끼는 이제 할머니가 되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