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수행이야기]〈63〉작은 역동성이 사유와 선정 키워줘
축구선수의 루틴과 경행염불
철학자에게 위대한 사상 제공
걷는 염불기도가 신심 극대화
축구 선수들이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를 할 때, 극도의 긴장된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바로 반복 행동, 루틴(Routine)이다.
포르투갈 호날두가 프리킥을 찰 때마다 행동을 반복하는데, 공을 놓고 뒤로 다섯 발자국 물러서서, 심호흡을 크게 하고 골대를 노려본다. 즉 긴장을 떨치고 최고의 실력을 내기 위한 반복 행동을 하는 것이다. 또한 페널티킥 같은 경우에는 공을 놓고 뒤로 일곱 걸음 정도 뒷걸음친 뒤 공의 방향을 정해놓고 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편 골키퍼도 루틴을 한다. 골키퍼들은 수비 직전 골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긴장을 풀고, 자기 팀 선수가 공을 찰 때는 골문을 등지고 관중석만 바라본다고 한다.
이렇게 축구선수들은 긴장을 떨치고 최고 실력을 내기 위해 루틴을 거치면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승부차기에서는 공을 차는 사람이나 막는 사람 모두에게 루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은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은 걸음 안에 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스님께서 상주하는 프랑스 플럼빌리지 명상센터에 걷기 명상이 있다. 미얀마의 우조티카(68)스님은 “매일 하루 2시간 이상 걷기 명상을 하는데,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평소보다 2배를 걸으면서 건강을 회복하였다”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자연주의 명상가 헨리 소로우는 자신의 수필집 <산책>에서 “하루에 4시간을 걸으며 사유하였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 걸음을 불교적인 신행 의식과 연결지어보면 어떨까? ‘걸으면서 염불한다는 것’, 한국 불자들에게는 익숙치 않겠지만 현재 중국 스님들이나 불교신자들은 한국과는 다르게 걸으면서 염불을 한다.
스님들은 예불할 때 중간 중간에 아미타불을 염하며 법당이나 도량을 걷는다. 불자들도 법당에서 기도할 때, 줄지어 걸으며 염불을 한다. 원영(圓瑛, 1878~1953)선사도 걸으면서 칭념(稱念)하셨다. 원영선사 법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
“나는 역경을 당하여 마음에 번뇌가 일어날 때마다 경행염불, 즉 걸으면서 염불을 한다. 네 걸음에 부처님 명호를 한번 부르고, 돌면서 다시 반복한다. 몇 번을 돌면서 염불하다보면 점점 마음이 청량해지고 뜨거운 번뇌가 저절로 쉬어지는 것을 느낀다. 또 일이 많아 마음이 어지러워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오로지 부처님 명호를 칭념하면, 곧 마음이 안정되어 스르르 잠에 빠져들어 편안히 잔다.”
소납도 하루에 1시간 정도는 걸으면서 염불하거나 원고를 정리한다. 소납은 미타행자는 아니지만 하루에 산책하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아미타불을 한다. 즉 왼발을 움직이면서 ‘아미’를 칭명하고, 오른발을 움직이면서 ‘타불’을 칭명한다. 위빠사나 수행법 가운데 경행을 활용해서 이렇게 실천해 오고 있다. 내게 있어 걸음은 몸과 마음에 평온은 물론이요,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축구 선수들이 긴장된 순간에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걷는 것과 견주어 볼 때, 걸음이라는 작은 역동성이 수행자에게는 사유와 선정을 키워주고, 철학자에게는 위대한 사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걸으면서 하는 염불이나 기도가 불자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과 신심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과학적인 실험이나 심리 반응을 부처님과의 만남인 염불에 대입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좀더 친숙한 염불 신행법을 개발하는데 있어 사회에서 실험된 내용이나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정운스님… 서울 성심사에서 명우스님을 은사로 출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 동국대 선학과서 박사학위 취득. 저서 <동아시아 선의 르네상스를 찾아서> <경전숲길> 등 10여권. 현 조계종 교수아사리ㆍ동국대 선학과 강사.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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