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아이는 행복했고, 작은 아이는 불쌍해졌습니다... 저희 부부는 둘째에게 미안해졌습니다...
민수에 이어 지수도 당연히 보내게 될 줄 알았던 청강 유치원을 떠나게 되어 하루 하루 갈수록 아쉬운 마음이 커져갑니다.
남편 직장 때문에 2월 말에 인천으로 이사 가게 되어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2년 전에도 광주로 이사를 해야 될 것 같아 광주 여러 군데 유치원을 알아봤는데 청강과 너무 비교되고 영 맘에 들지 않아서, 이사를 안하고 남편만 힘들게 광주로 출퇴근을 했었답니다... 순전히 유치원 바꾸기 싫은 이유였지요. 그런데 이번엔 멀어도 너무 머네요...
청강 유치원이 좋은 곳인 줄은 몇 년 동안의 생활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청강 같은 곳을 찾기 어려울 줄은 짐작했지만.. 청강이 얼마나 훌륭한 곳인지 이번에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꼈답니다.
우선, 천편일률적으로 대부분 기존의 5층 상가 건물 등을 리모델링해서 컴컴하고 환기 안되는 습한 지하에 체육실, 강당 겸 공연실을 마련했었고, 다닥 다닥 붙어 있는 채광이 잘 안되어 침침한 교실들이 있는(정말 ‘학원’이 연상되는... 정이 안가요!), 24명을 정원으로 채워서 연령별로 3-4개 반을 운영하여 유치원 정원이 200명을 훌쩍 넘는 그야말로 ‘기업화’된 ‘학원’같은 유치원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곳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기업의 이윤으로만 보이겠다 싶었습니다.
70, 80명 안팎 정원의 청강 선생님들은 심지어, 작은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지 않았을 때부터 신기하게도 모두들 어떻게 아셨는지 ‘지수야’ 하며 이름을 다 아시고 안아주시며 귀여워해주셨던 일이 생각납니다. 민수 친구들도 지수 별명까지 알며 예뻐해 주었답니다. 청강을 아끼는 저희 부부 눈에 이 유치원들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지는 아마 다른 청강 부모님들도 느껴지실듯 합니다...
경사가 꽤 있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할 아이를 생각하니 불안했고, 또 환기가 잘 안될 것 같은 교실들과, 어두침침한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본 그 어디에도 청강처럼 교실을 원목 인테리어를 한 곳은 없었습니다. (방학중이긴 했으나) 추웠던 교실과 복도들, 어떤 곳은 종일반 아이들이라 방학에도 등원을 했었는데, 연령 구별 없이 모두 한 반에 모여 (바글 바글, 선생님 1분. 이 선생님 표정 피곤한 역력 심함) 종이접기 하고 있었습니다. 그건 교육이 아니라 그냥 보육 수준!
방학도 (인천쪽 유치원은 다 그러한지 모르겠으나 여름, 겨울 방학 모두 3주씩 하더군요)길고, 선생님들 표정들도 어두웠던 곳들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곳은 차량 대기 시간에 아예 아동 TV 프로를 틀어주고 있더군요. 저런 선생님들께서 청강 선생님들만큼 아이들에게 사랑을 쏟아부어주실 수 있을런지... 어떤 곳은 급식 시간이었는데 인상이 굉장히 험악하셨어요. 그에 따라 급식 받던 아이들 표정도 한결같이 어두웠습니다.(청강에 가면 먼저 ‘하민수 엄마다,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하던 청강 아이들이 오버랩... 가식이 아닌 따스하고 밝고 포근한 미소로 먼저 인사해주시는 청강 선생님들 오버랩... 몇 군데 돌아보고 마음 속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듯 했습니다. 이러한 곳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싶고 급기야는 울컥해서 차 안에서 눈앞이 뿌해졌습니다.
어떤 곳은 프로젝트 수업이 있다고 하여 귀가 번뜩!했으나 청강의 최고 프로그램일 수 있는 주제에 대한 단계적이고 심층적인 접근과 사고의 확장은 찾을 수 없었고, 한 주제의 겉핥기 정도라고 할까요? 나오면서 저와 남편은 ‘청강의 10%’라고 했습니다. (이 곳 원장님을 청강 프로젝트 전시회에 한 번 초청하고 싶은 유혹이...)
어떤 곳은 유명 출판사 교재를 지정해서 주입식으로 한글과 수 공부를 시켰었고(청강은 프로젝트 몇 번하면 자연스레 익혀지는 한글, 수 공부 오버래핑...)
또 어떤 곳은 영어를 시키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특목고를 벌써 대비하는 부모님들 등살에 5세부터 ‘중국어’까지 시킵니다.
제가 다녀본 곳 중 그 어떤 곳도 ‘부모 교육’을 시키는 곳이 없었습니다. (두 달에 한번 꼴로 외부 강사 초빙 또는 원장님의 특강이 있는 청강과 대조적... 이렇게 강의를 들으면 또 얼마간은 자극을 받고 아이에게 윽박지르는 거랑 잔소리 좀 덜 하게 되는 알차고 재미있는 시간들이어서 빠지지 않으려고 애썼었는데...)
또 학부모 능력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청강의 우크렐레, 마인드 맵, 모자 만들기 등 (참여해보진 않았지만...)을 운영하는 곳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유치원들은 겨우 미끄럼틀 하나 갖춘 작은 뜰이 있을까말까 하고 그마저도 없던 용감한(!) 유치원들도 있었어요. 어떤 곳은 아래층에 주점이 있기도 했습니다.(경악!) 벌써 건물의 외형부터가 원장님의 철학을 말해주는 것이기에, 이러한 곳은 들어가 보지도 않고 그냥 패스~! 주택가와 수녀원 사이에 위치한 조용한 청강과 대조적이지요.. 아파트 층간 소음 스트레스에서 해방되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친구들과 맘 놓고 뛸 수 있을까 싶었어요. 아이들이 하늘을 올려다 볼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땀 뻘뻘 흘리며 그네를 맘껏 탈 수 있을까요? 모래 놀이를 맘껏 할 수 있을까요? 청강의 푸른 잔디, 큰 오동나무, 소나무들, 럭키와 나비, 닭들, 토끼들이 그리울 것입니다.
비교하려 들면 끝도 없습니다. 모두들 하나 같이 ‘자연 친화’, ‘놀이 중심’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농장 체험, 텃밭 가꾸기 등 청강 흉내만 내는 것 같다고 할까요?
여름이면 신리농장에서 무농약 가지와 오이, 방울 토마토, 깻잎 등을 한아름 안고 버스에서 내리며 의기양양해하던 첫 아이의 모습이 생각나겠지요. 가을이면 옥수수, 고구마, 버섯, 유기농 달걀, 직접 배추 키워 담근 김장 겉절이까지... (적다보니 종류도 많네요.^^)
금요일이면 신리농장으로 또 멀리는 홍고 농장으로 흙 주무르며, 흙 밟으며, 흙 냄새 맡던 민수처럼 둘째도 그렇게 키우고 싶었는데... 프로젝트 수업기간 때면 금요일마다 진도에 맞춰 떠났던 견학을 둘째는 못 누리게 되었네요.
정원이 200명(더 큰 규모도 물론 있지만)도 넘다보니 한번씩 움직이는게 쉽지 않겠지요. 1년에 2번 정도의 캠프도 자랑스럽게 설명해주시더군요... 에효...... 숯불에 고기 굽고, 캠프 파이어, 계곡에서 물장구치고, 계곡 그네 타고, 황토로 염색하고, 미꾸라지, 올챙이 잡던 홍고 농장 캠프는 큰 아이에겐 커다란 추억입니다. 유아기때 이렇게 자연 속에서 풍요로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첫째 아이는 행복한 아이였음이 새삼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유치원을 알게 해주고 소개해준 꽃반 이수아 엄마, 영주씨! ^^ 두고 두고 참 고마워요!
금요일마다 1주일 활동 사진을 바로 볼 수 있도록 홈피 관리하는 유치원이 별로 없더군요. 프로젝트 때는 심지어 매일 업뎃되는 사진들 올리시느라 청강 선생님들 많이 힘드시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사랑이 넘쳐흘러 아이들 모두 사랑으로 안아주시며, 열정적이시고, 또 때로는 냉철하게 정확, 예리, 꼼꼼하시며, 늘 변함없이 한결 같으신 우리 소영란 선생님.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민수네 반을 운 좋게도 2년째 맡아 주셔서 따로 적응할 기간이 필요 없어 아이가 긴장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잘 알고 계시기에 선생님에 대한 보이진 않지만 든든하고 흔들리지 않는 끈끈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민수네 반은 중간에 한 번도 선생님이 바뀌었던 일이 없던 감사한 반이었습니다.
아이가 다치고 올 때가 있어서 면역력이 생겼는지, 한 번은 아이가 넘어져서 머리 상처 때문에 병원으로 가고 있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얼굴 안 다치고, 팔 다리 부러진 거 아님 괜찮지 뭐’하며 병원으로 갔는데, 네 바늘 꿰맨 민수 걱정에 눈이 뻘겋게 상기되어 훌쩍이고 계시는 소영란 선생님을 발견했습니다. 아이 엄마인 저도 눈물이 안났는데요... 도리어 제가 ‘괜찮아요’라고 선생님을 안아드리고 위로해드렸어요. 이 세상에서 그 누가.. 우리 가족 말고 그 누가... 제 아이를 위해 이렇게 울어줄 수 있을까 싶어서... 한동안 감동을 받아 멍해질 정도였습니다.
소영란 선생님, 정말 좋으신 우리 소영란 선생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이 더욱 열정적으로 가르치시는데 집중하실 수 있도록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여러 가지 재능을 가지고 계셔서, 청강에 없어서는 안되실, 수준급 건반, 편곡 실력에, 모든 문서 작성, 회계, 서무 업무, 거기에 차량 지도, 사진 촬영까지... 챙겨야 할 일이 그렇게도 많으셔서 항상 종종종종 빠른 걸음으로 조용히 다니시던 윤성애 선생님! 그 바쁘신 와중에도 꽃반 친구들에게 애정을 쏟아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운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합니다!’라고 하시던 원장님 말씀이 떠오릅니다. 멋진 생각!을 할 줄 아는, ‘내가 나인 것이 행복한 어린이’로 밝게 자라도록 키워주신 우리 오정순 원장선생님의 아이들 한 명 한 명 모두 귀히 여겨 주시는 끝도 없는 사랑! 식지 않으시는 열정! 항상 새롭게, 끊임없이 솟아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근면과 성실하심! 어린이들은 자연에서 신나게 놀아야 한다는 교육 철학! 이 모두 존경합니다! 원장님, 항상 언제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이러다 졸업식 때 아들보다도 주책스레 제가 더 눈물이 나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
첫 아이의... 첫 유치원에서의... 첫 정을 뒤로하며... 청강 팬 엄마가...
|
첫댓글 이 글 읽는데 저도 눈물,콧물이 줄줄 흐릅니다.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고 공감되어서일꺼예요.
민수 어머니~ 너무나 아쉽지만
우리 아이들은 다음에 어디선가 꼬옥 다시 만날꺼라 굳게 믿고 있답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누군가를 위해 훌륭하게 쓰일것이니까요.
이사가시더라도 청강 홈페이지 자주 들러 인사해요^^*
(졸업식날 눈물 바람 나겠꾼~ 간만 이쁘게 좀 하고가려했는데...화장 안하고 가야겠다><)
찐~하게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이 기다려지는 '개념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아 미현언니 ㅜㅜ 아쉽네요
영주씨.. 영주씨 덕에 청강에서 참 행복했습니다. 다시 한번 고마워요!!!
글을 읽다보니 눈시울이붉어지고 코 가 찡해지면서 ...... 우리 청강식구들 모두 감사하고 사랑해요~
청강 식구들에게 공감 받고 싶었는데... 감사해요~!
아이들과 함께 교사로써 마땅히 해야할 일들을 교육 현장에서 열심히 수행하고자 노력하였을 뿐인데 이렇게 어머님께서 따뜻한 사랑으로 보내주심에 무척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머님의 글을 읽으며 더욱 더 아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연구하는 교사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 민수와 지수 인천에 가서도 잘 지낼 것이라 믿고, 어머님 아버님께서도 건강하시고 항상 기쁨이 함께하기 바라겠습니다. ^^* 어머님의 따뜻한 마음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_^♥
- 청강유치원 교사일동-
청강 선생님들과 비교될때마다 청강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민수가 이번 주 부터는 기분이 계속 안좋다고 하네요.. 친구들과 같이 학교 다니고 싶다고 서운해하고, 소영란 선생님을 이제 곧 못 만나게 된다며 시무룩해합니다. 제 마음이 안좋네요... 우리 소영란 선생님... 늘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셔요! (주위에 괜찮은 분 계시면 소개 시켜드리고픈 욕구가.. ^^)
처음 사랑반에 왔을 때 지수라는 이름이 눈에 띄어 누구냐고 물었더니 "정말정말 귀여운 아이"라는 쌤들의 말씀에 우리 지수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렸었어요. 형따라 유치원에 왔던 지수를 보고 쌤들의 설명이 정말 딱!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지수와 함께하진 못했지만 지수와 함께할 시간을 기다렸던 사랑반 담임으로써 너무너무 아쉽습니다..
마음 뿌듯해지고 가슴 따뜻해지는 어머님의 글도 감사드립니다..
조소현 선생님... 제가 지금 와서 제일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사갈 줄 알았더라면 사랑반때(비록 11월 생이어서 못 미더웠을지라도..) 청강 생활을 좀 누리게 할 것을 후회가 된답니다... 원장님께서 사랑반, 정말 좋으신 선생님이 오셨다고 말씀해주실때 보낼 걸 하고 많은 후회가 남습니다.. T.T 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7.04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