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6일 제주도에 출장간 김에 짬을 내어 그동안 못가본 절물휴양림이나 사려니숲길 전 구간을 걸어보기로 하였다. 제주종합터미널에 가서 교통편을 알아보니 시간이 영 마득찮다. 교래리입구에서 내려 걸어갈 생각으로 성판악으로 가는 버스를 집어탔다. 교래리입구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는데, 오른쪽에 사려니숲길과 연결되는 숲길을 새로이 만들어놓았다. 완전 횡재한 기분이다. 바닥에 두 사람이 지나갈만한 넓이로 동아줄그물망 포대를 깔아놓아 인공적인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좋다. 천연 나무 숲길을 홀로 걸으니 지상천국이 따로 없다.
신선한 공기를 폐로 깊숙히 받아들이면서 숲길을 음미하며 걷는데, 저기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다. 태풍에 부러진 나무 줄기 바로 밑에 하얀 벌집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직경이 50센티미터는 넘을 것 같다. 이롷게 큰 벌집은 본 적이 없다. 아마 말벌 종류의 벌집인 것 같다. 조심조심해서 벌집으로 접근해본다. 가져간 똑딱이 카메라로 찍으니 벌집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까이 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벌들을 놀래켰다가는 뼈도 못추릴 것 같았다.
사려니숲길 탐방지원센타에 들리니, 제2구간은 통제구간이란다. 제1구간은 교래리입구에서 붉은오름이 있는 남조로입구로 가는 코스이고, 제2구간은 제1구간에서 갈라져서 남원쪽으로 사려니오름까지 가는 코스인데, 제2구간은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2주간만 개방한단다. 그리고 사려니오름을 가려면 이틀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단다.
사려니숲길은 포기하고 사려니숲길입구가 있는 비자림로 나와서 절물휴양림으로 향한다. 산보삼아 걸어가기로 한다. 좌우로 삼나무숲이 계속 이어져 풍광이 매우 좋다. 1시간을 약간 못걸어서 절물휴양림에 도착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에는 장생의 숲길과 절물오름은 개방을 하지 않는단다. 장생의 숲길이 절물휴양림의 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 오늘은 되는 일이 하나 없냐, 으응!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가기는 그렇고! 절물휴양림의 순환코스만 걸어보기로 하고, 차 시간을 알아보니, 제주시내로 가는 차가 1시 45분과 2시 43분에 있고, 그 다음은 5시가 넘어야 있단다.
매점에 들러 컵떡국으로 점심을 떼우고 찐 옥수수 하나를 사서 입에 물고 출발한다. 길은 모두 나무데크로 되어 있다. 사방은 삼나무 천지다. 나무를 깎아 곤충을 조각해 야외에 설치해놓은 목공에체험장을 지나니 장생의 숲길 입구가 나온다.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억누르고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에서 제주시내와 바다를 조망해본다. 장생의 숲길 출구에 다다르니 세 명의 수녀님들이 장생의 숲길을 걸어온다. 자신들은 한라생태숲에서 걸어오는 길이란다. 조금 내려오니 '너 나들이길'이 보인다. 너 나들이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가는데, 끝은 막혀있다.
끝 부분에서 만난 부부가 나한테 전망대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 "모르겠다"고 대답하고 나니, 바로 옆에 동아줄그물망 포대로 만들어놓은 오름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본다. 이 길은 절물오름으로 가는 길이었다. 결국 본의 아니게 절물오름을 오른 셈이 되었다. 절물오름 분화구를 한바퀴 돌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전망대까지만 가보기로 한다. 전망대에 올라서 분화구를 보니, 절물오름의 분화구는 원형이 아니라 한쪽이 트여 있는 개방형 분화구다. 그렇다고 해서 말굽형이라 하기에는 트여있는 부분이 너무 좁다.
절물오름을 내려와서 생이소리길로 계속 이어가는데, 약간 걸으니 갈림길이 나온다. 마침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있으니, 오른쪽으로 가는 길은 계속 올라가는데, 그 끝은 막혀있단다. 거기까지 가는 데 약 20분이 걸릴 거란다. 시계를 보니 거기까지 가기는 무리일 것 같다. 해서 왼쪽길로 내려간다. 입구에 도착하니 2시가 약간 넘었다. 삼나무 숲 속에 놓여 있는 평상에 앉아 휴식을 취하다가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러 간다.
<사려니숲길 입구>






부러진 줄기 밑에 있는 노란 부분이 벌집. 그 위에 있는 알록달록한 것은 벌.


<비자림로>




비자림로 옆의 계곡


<절물휴양림>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절물오름 정상



절물오름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분화구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저멀리 오른쪽에 한라산이 보인다.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제1전망대

제2전망대 부근에서 바라본 분화구

<너나들이길 하산 중의 굽이진 나무가지>

<생이소리길을 돌아나오면서>

<절물휴양림 입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