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30대후반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연년생 아이를 낳고 키우며 여러가지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전부터 흙집과 생태농법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흙건축과 관련된 책을 읽고 세미나에도 활발하게 참석하며 자연스러움이 어떤 것인가 생각해 왔습니다.
와이프는 하고픈 일을 자유롭게 하며 주변 시선에서 자유로운 삶을 꿈꿔 왔습니다.
하지만 저희 둘 다, 현실에서 주변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꿈꾸던 삶을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동시에 느끼고 있었죠.
안면도 꽃지 해수욕장 / 2012년 초봄
카페를 5년째 해 오던 시기였습니다.
둘 다 직장생활중에 만났고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 자영업이라 생각해 시작했더랬습니다.
어째 둘이 취미가 비슷해 산, 여행, 사진 등으로 우정을 쌓아 오다가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이라고 해서 그렇게 자유롭지만은 않다는 건 저희만의 생각인가요?
처음에는 즐겁고 신기하기만 했던 커피, 장사, 사람들과의 만남이 점점 나의 에너지를 빼앗아간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산과 여행은 연중행사가 되다시피 줄어들었고 사진은 점점 먼 꿈이 되어갔습니다.
그러다 아이까지 더럭 생기고 시댁과 처가가 생겨나고 나니, 챙겨야 할 일이 두배에서 네배, 거기서 여덟배로
불어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기혼이신 분들은 대체로 공감하는 부분이라 생각이 드는군요.
자꾸만 지쳐가던 그 사이 저는 꿈꿔왔던 귀농시기를 앞당기며 유기농, 자연농, 태평농법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혼자 집지은 사람들의 책을 훓어보기 시작하며 어떻게 이것들을 만들어 나갈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왼쪽이 첫째입니다. 대전 장태산 휴양림 / 2012년 7-8월 경
아이들이 태어나고 책임감이 상승하며, 내가 세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은
대체적으로 느끼시는 기본적인(?) 것들이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또한, 도시에서의 삶이 뭔가 부자연스럽고 답답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꽤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저희집에서 가장 전망이 좋았던 곳.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하늘 / 2012년 여름
가장 크게 저를 움직인 것은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뛰어 놀 곳이 없다는 것.. 밖에 나가면 차들이 골목에서도 질주하고 또 공원까지, 교외까지 언제나 카시트를 장착한 차로
번거롭게 이동해야 했다는 것과 주머니에는 항상 현금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옆집 아이들, 주변 아이들, 저 건너 아는 집 사람들 아이들과도 항상 비교되어야만 했습니다.
저 조차도 그동안 관심도 두지 않던 주변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자꾸만 우리 아이들과 비교를 하게 되더라구요.
안면도 삼봉해수욕장 / 2012년 봄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는 팜스테이를 고민해 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곳이 많지 않고, 또 바쁘신 분들에게 폐를 끼칠 것 같아서 가까운 곳에서 야영을 생각했습니다.
텐트는 번거롭고 비 오거나 뱀이 들어오거나.. 등등 아이들에게도 불안했습니다.
루프탑 텐트와 미니 트레일러는 루프탑과 텐트를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수시로 설치, 철거, 이동을 할 생각을 하니 역시 쉽지 않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트레일러형 캠핑카(카라반)는 아이들까지 생각하니 크기가 커져야 했고
폴딩형은 아이들과 함께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여러 사람들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캠핑이 활발하게 번져가던 시기라 손님들의 진심어린 조언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무지했구요 ㅠㅠ
결국, 캠핑카로 결론이 내려졌고 우중이나 혹한에도 아이들이 뛰어 놀기엔
버스형 캠핑카가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곤지암 홍박사님 작업장에서 / 2012년 7월 경
카페 로스터 앞에서 첫째 / 2012년 초봄
그 후로 여러 캠핑카 동호회와 업체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이라도 캠핑카를 만들어 본 사람이 있으면 즐겨찾기를 해 놓고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해 보게 되었지요.
비용도 절차도 만만치 않은데, 대부분 1종 대형면허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곳, '캠핑카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비로소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략적인 저의 소개와 사정을 말씀드렸을뿐인데 기꺼이 홍박사님께서 소개를 해 준 버스를 만나게 된 겁니다.
운 좋게 1종 보통으로 운전할 수 있는 버스, 연식에 비해 상태가 좋은 버스를 만날 수 있게 된 거지요.
후다닥 시간을 내서 와이프와 아이들을 데리고 곤지암 작업실로 달려갔습니다.
적당히 큰 키에 서글서글하니 인상좋은 홍박사님이 굵고 낮은 목소리로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작업실은 2층 높이의 1층 작업실과, 구석에 2층 생활공간이 마련된, 제 개인적인 느낌엔 아주 이상적인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계획과 원하는 모양은 말씀드렸고 아주 빠르게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물론홍박사님의 배려로 몇가지 추가사항이 있었고 버스 자체의 문제가 있었던지라(단열 등) 시간이 좀 걸리긴 했습니다만
8월말 출발해야했던 저희 일정에는 큰 문제가 없는 정도로 잘 해결이 되었습니다.
(버스 내부 기능들은 다음 번 기회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남해군 상주면 / 2012년 9월
상주리 금전마을 일부 전경
상주면 은모래비치
조수석에서 드므개(두모마을), 혹은 양아마을을 배경으로 아내가 남해군 지도를 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머신이 말썽이어서 드립커피를 마시며 위로를 ^^
마당에서
로스팅은 대구 '빵쟁이'라는 분이 만든 곡물로스터로
태안군 남면 신온리의 곰섬 오토캠핑장
신온리 다알리아 꽃축제장
버스에서 간편 드립커피
속리산 법주사
속리산 법주사 자연탐방로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
하동군 섬진교 바로 밑 송림지대(바로 오른쪽 아래 강변 모래밭이 아주 넓어요)
왼쪽이 저희 집, 맞은편은 폐가, 오른쪽 흰벽이 세면장입니다.
개조해서 민박을 하던 집이라 화장실과 세면장이 밖에 따로 있습니다.
요즘 추워서 아주 고생하고 있답니다 ㅠㅠ
여기저기 정착할 곳을 찾아, 자연스러운 삶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초반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하루는 큰 애가 멀미를 시작해 3일간 먹지도 못하고 구토만 했더랬습니다.
다음번엔 작은애가 설사를 시작해 이틀간 기저귀를 한봉지쯤 쓴 거 같습니다.
결국 시골길을 아이들과 달리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캠핑은 나중으로 미루게 되었지요.
(큰 애가 두돌 넘었고 작은애가 돌 지나 얼마 안된 때였습니다)
지금은 어깨 인대와 무릎 수술을 하신 아버지때문에 그나마 돌아다니던 것도 잘 못하고
고향집에 한달에 절반 가까이 일 도와드리러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진행상황을 맞이하고 있달까요?
물론 꿈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시기가 일년 이상 빨랐다는 생각이 들고
여러 예측 못한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귀농과 장거리여행, 캠핑을 동시에 해결해 보려고 했던 욕심이 좀 무리였다 싶기도 하구요^^
글이 자꾸 길어져서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다음에 또 글 올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많이 다니지못해 아쉬움이 많겟네요!!
네, 정말 어리석었어요. 아이들이 다 컸다고 생각했나봅니다. ^^
내년즈음 아이들이 네살, 다섯살이 되면 또 다시 시작할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