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벌회장의 과욕과 망상이 항공안전과 국가안보를 통채로 흔들고 있다. 만약 현 정부가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국가안보는 균형을 잡아야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정책을 펴게 되면 군심(軍心)의 이반은 물론 상당한 부작용과 국민적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지하철 역에서 우연히 눈에 띄는 잡지를 하나 샀다. 2009.2.21.자 시사인 제75호에서는 「제2롯데월드 9,000억원 특혜 내막」이라는 표지말로 제2롯데월드 타워를 표지사진으로 부각시킨 특집이 선보였다. 전 통일부장관 이종석과의 특별인터뷰기사도 실었다. 첫 머리기사는 이렇다.
“<시사IN>은 성남공항 활주로를 3도변경해 제2롯데월드 신축을 허용하는 것은 롯데에 9000억원에 이르는 특혜를 주는 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활주로 3도변경안은 항공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확실한 근거를 확보했다.”
잡지의 14쪽에서부터 21쪽에 이르는 많은 분량에는 “재앙의 탑 세우려고 9,000억을 특혜 주나” “공군 조종사 86% 제2롯데월드 건설반대” “노무현, 제2롯데월드 신축 안보 위해 접었다” “고려대 인맥이 MB와 롯데 중매” “이명박 정부가 롯데에 특혜를 준다는 소문이 퍼지는데” 등의 중간 제목들이 있다. 이 내용을 보니 상당히 신뢰가 가기에 여기에 중요한 내용만 요약한다.
1.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 7년간 합참 작전본부장, 3군사령관, 합참의장으로 근무할 때에는 제2롯데월드 건설에 줄기차게 반대해오다가 이번 정권에서 장관이 되면서 자세를 돌변했다.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에는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부터 제2롯데월드 신축을 선호했다.
2. 과거 참여정부에서는 현 기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비행절차만 논의했다고 보고했다. 활주로는 그대로 두고 비행을 어떻게 해야 안전할 수 있나에 대해서만 검토했다는 뜻이다. 이 두 사람은 최근에 마련했다는 신축허용 검토의견서를 내놓았다.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하고 장비를 보강하면 비행안전도 보장되고 기지의 안보기능에도 이상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3. 국방부는 “과거에는 활주로 각도변경을 검토한 바 없고, 현 정부에 들어 2009년 4월 처음으로 각도 변경을 고려하여 신축가능 의견을 낸 것”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 2004년 이종석이 NSC사무총장을 할 때 노무현이 제2롯데월드가 28,000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며 신축허용 쪽으로 검토를 시켰고, 당시 공군 기술자들은 7도 트는 방안까지 고려했지만 결론은 신축불가였고 노무현은 군의 의견을 존중해 포기한 바 있다.
4. 한양대 기계공학부 조진수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 부지에 제2롯데월드를 지으면 바람이 부딪쳐 소용돌이(와류) 현상이 발생하여 항공기 이착륙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군용기를 조종하는 현장의 조종사들도 안전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항로 주변에 더 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112층 꼭대기에 경보장치를 달면 안전에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국방부는 홍콩의 카이탁 공항을 거론하면서 빌딩 사이로 여객기가 날아와 착륙하는 것은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시적 표현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홍콩의 카이탁 공항은 안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 폐쇄하고 첵랍콕 비행장을 신축하여 운영해온지 오래다.
5. 비행안전과 전시의 비행장 기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많고 과학적 근거들이 뒷받침 돼 있는데 국방부가 이토록 한길로만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국방부는 롯데가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 3천억원을 내겠다고 해서 15년간 주장해온 ‘신축불가’가 ‘신축허용’으로 돌아서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하지만, 진짜 이유는 대통령과 롯데와의 인맥이다. 롯데월드 신축 주관사인 롯데물산의 장경작 사장은 대통령과 함께 61학번 동창으로 오랫동안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6. ‘시사인’이 입수한 공군본부가 작성한 행정협의조정위원회 문건 등 관련문건 등에 따르면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활주로를 틀 경우 안전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예산이 1조2천억이라고 추산했다. 그런데 이 1조2천억원이 갑자기 3천억으로 축소된 것이다. 롯데에 9,000억원을 희사하는 셈인 것이다.
7. 2007년 당시 국방부는 제2롯데월드 신축과 관련해 미연방항공청(FAA)과 국제민항기구(ICAO)에 자문하여 현 위치에 제2롯데월드를 신축할 경우 최대 높이는 203m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이런 연구결과들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8. 지난 1월21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김무성 의원이 이계훈 공군총장에게 “활주로 3도 변경안은 언제 제안됐습니까?” 하고 묻자 공군총장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김의원이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해야지, 시간이 없는데”하고 다그치자 공군총장은 엉겁결에 “그것은 잘 아시다시피 지난해 4월에 청와대에서. . .”라고 대답했다.
9. 활주로3도 변경을 통한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은 국가안보를 되외시한 친재벌정책의 결정판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국가안보를 한 재벌 기업의 이익에 저당 잡힌다면 이상희 장관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은 歷史의 罪人이 될 것이다”며 반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0. 평시 비행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날씨가 좋고 시계가 좋은 대낮에 조종사가 눈으로 주위를 살피면서 운전하는 이른바 시계비행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공포의 어둠 속에서 오직 계기에만 의존해야 하는 악천후, 야간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계기에 이상이 생기면 수만 명이 죽는 9.11 이상의 참사로 이어진다. 또 성남이라는 특수한 지역 이외의 다른 지역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에는 안전이 크게 위협받는다.
11. 전시에는 성남비행장이 최 일선 비행장이기 때문에 후방에 있는 전투기들, 미군 전투기들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전투기들의 이착륙 소요가 가장 높은 전략적 거점이다. 여기에 555m의 건물이 들어서면 전진기지로서의 비행기 거점을 폐쇄해야 한다. 2007년 2월 건설부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공군조종사, 관제사의 86%가 제2롯데월드 신축을 반대한 반면, 찬성은 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다른 안전문제와 공군기지의 기능축소를 전제로 하면 지어도 좋다는 의견을 냈다.
결론
현재 남북한은 준전시상태다. 작년 7월 금강산 관광에 나선 박왕자 총살사건부터 북한 군참모부 대변인이 군복을 입고서 방송에 나와서 대남무력공세의 협박을 연일 하고 있는 마당에 휴전선과 동서해안 일대에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초비상 시국이다. 또 미국에서 불어닥치는 경제금융위기가 한반도로 엄습해 오면서 각종 경제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환율을 천정부지로 뛰고 있으며, 수출전선에서 무너지는 중소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남북한의 비상시국과 경제난속에서 하필이면 서울 강남 도심지에서 555미터에 달하는 112층의 초고속빌딩을 짓겠다고 15년동안 집요한 로비를 벌이는 신격호 롯데회장의 무모하한 사고방식이나 일자리 창출에 집착하여 이를 허용하려는 청와대의 판단력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국방부와 공군에 압력까지 넣으면서 안보와 경제의 균형감감을 상실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전시에 성남비행장이 전시에 갖는 전략적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2롯데월드 신축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경제적 이득보다는 더 많은 정치적 손해를 끼칠 것이다. 현 정부가 얻을 이득으로는 ①우선 눈에 보이는 공사인원 250만명과 23,000명의 일자리 창출과 ②강남의 폭등하는 땅값 상승을 통해서 강남의 부동산업자들과 강남 땅부자와 투기꾼들로부터 熱火와 같은 지지를 받을 것이다. ③제2롯데월도가 관광명소로 소문이 나서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올 것이다. 관광수입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부작용과 중산층 이하의 국민적 반발도 심각할 것이다. ①인근의 주차난 등 교통지옥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②강남의 땅값을 부추겨서 어떻게 할 참인가? ③공군과 국방부를 중심으로 軍心의 이반은 불을 보듯 뻔하고 국방부 장관과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퇴진운동이 일선장교와 예비역 장성 단체 등에서 일어날 것이다. ④국가안보를 강조한 보수우익의 반발현상이 심해지면서 정권의 방패막이 역할이 사라질 것이다. ④롯데에 특혜를 주는 것을 시발점으로 해서 다른 기업들이 너도나도 특혜를 달라고 아우성을 벌려서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통제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 ⑤이것이 통과되면, 좌파시민단체들과 야당들이 다시 촛불시위대와 가세하여 공격해 올 것이다. 스스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⑥장기적으로 크고 작은 안전사고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⑦성남공황의 기능마비라는 전략기지의 상실이라는 국가안보의 막대한 손실을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가?
10년 좌파정권에 진저리를 내면서 어쩔 수 없이 이명박후보를 선택한 국민들은 이제 BBK-김경준사건을 애써 잊으려고 하는데, 국민의 생명과 국가안보를 무시한 롯데재벌의 특혜정책에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Give-and Take 세상에서 롯데재벌에게 막대한 특혜를 주어서 장차 어떤 반대급부를 받게 될지 알 수 없다는 政經癒着 의혹의 눈초리를 어떻게 감당하려하는가?
60년동안 북한공산정권에 맞서 싸운 국방부가 일개 재벌회사인 롯데그룹의 전방위 로비에 제대로 버티지 못하면서 항공안전과 국가안보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휴전선위의 북한 공산군대보다 더 무서운 적이 어제까지도 우군이라고 여겼던 막강한 財閥資本의 힘인가? 어쟀든 제2롯데월드 신축논쟁은 한 기업총수의 무모한 過慾과 妄想이 나라를 통째로 뒤흔들 수 있다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이명박 정부에게 대한민국에게 일자리 창출의 위대한 업적으로 자리매김하기보다는 안보나 안전상의 “대재앙‘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 크다. 지금이라도 신축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
ㅁ 원광대학교 사학과 교수, 국제현대사연구소 소장 |
2009년 02월20일 11:15분 13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