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게 억울하니? 연극을 보며] 정병경.
ㅡ자유를 외치는 강인한 국민ㅡ
열흘 앞둔 백로가 무색할만큼 30도의 열기는 대지를 달군다. 연극이 펼쳐지는 무대가 궁금해
광진문화원 전용한 원장과 함께 나선다. 광진미협 박은라 전 회장과 정수화 현 회장도 객석에 앉아있다. 광나루사생회 이형근 전 회장과 회원도 함께 관람한다.
무대 위로 강렬한 조명이 펼쳐진다. '극단 본능'의 두 번째 창작 연극, 《죽는게 억울하니?》가 막을 올린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부제로 내건 철학 작품이다. 지구 위의 작은 점에 불과한 나라! 오뚜기처럼 일어선 대한민국의 역동적인 생명력을 무대 위로 소환해 내고 있다. 공연 팜플렛에 적힌 연출의 변과 시놉시스(작품의 줄거리 요약한 문서)는 한반도가 걸어온 굴곡진 역사를 관객의 가슴속에 묵직한 화두로 던진다.
일제의 잔혹한 말살 정책으로 많은 민초가 사라져 갔다. 한민족의 혼과 언어마져 36년간 이 땅에서 사라지고 만다. 삶 터전마저 빼앗기고 암흑 시대를 견뎌온 조상의 마음을 읽는다.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넋들의 통곡 소리가 아직도 공중에 맴돈다.
무대 위에서 유관순 역을 맡아 열연한 김인애 배우에게 시선이 멈춘다. 30여 년간 교육 현장에 몸담은 전력이 있다. 미협 회원이자 연극인으로 보여준 그녀의 울림 있는 연기에 박수가 이어진다. 일제 탄압에 굴하지 않은 소녀 유관순이 겨레의 울분을 대변해 낸다.
시련을 딪고 일어선 정의화 배우의 열연에 감탄한다. 짜라투스트라 역을 자신있게 소화해낸다. 뇌졸증 병마를 이겨내어 관객 앞에 당당히 선 불굴의 사나이다. 존경스럽다. 이들이 펼친 무대여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무대가 펼쳐진다. 팜므파탈의 마타하리와 어우동도 함께 명 연기를 펼치며스토리를 이어간다.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유의 기쁨에 도취된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이다.
6·25 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한반도를 갈라놓는다. 한 뿌리에서 난 자손들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어야 하나. 참혹한 현실은 국토를 폐허로 만들어 처참한 지경에 이른다.
대한민국은 강인한 국민성을 지닌 나라이다. 들풀처럼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불굴의 의지가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고, 마침내 세계 10대 경제 대국을 만든 국가이다.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을 다진 국가이다. 분단 76년이라는 세월 동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민초들의 피와 땀이 이뤄낸 장엄한 서사이다.
연극이 종반을 향할수록 향후 펼쳐질 운명에 대해 깊은 사색으로 피어오른다. 거대한 땅을 가진 강대국들 사이에서 작은 점에 불과한 나라이다. 우리가 지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과연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궁금하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의 향방이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잘 지켜내야 한다. 피와 눈물로 이 땅을 지켜낸 기성세대의 유산이다. 새로운 세대가 시련과 고난의 역사적 본질을 잊지 않아야 한다.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 연극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니체는 말한다. 어떠한 고통과 허무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라고 이른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위버멘쉬(초인)’의 정신은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가 이어받아야 할 시대적 소명이다.
작은 연극 무대에서 시작된 감동은 거대한 역사의 파도를 일으킨다. 관람석을 메운 관객의 마음을 깊게 울린다. 연출과 각본, 기획 등 1인 다역으로 무대에 올린 김태흥 극단 대표의 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극장을 나서며 가슴에 차오르는 뜨거운 묵상을 내려놓지 못한다.
밟혀도 일어서는
들풀의 억센 목숨
일제에 탄압 비극
견뎌낸 강한 의지
오뚜기 굽히지 않고
초지일관 정신력
황무지 딛고 서서
이뤄낸 한강 기적
작은 땅 한반도에
드높은 첨단 기술
세계 속 우뚝 선 기상
빛을 발한 민족성
분단의 아픔 속에
다져온 민족 역량
후대가 받은 유산
재도약 나래 펼쳐
운명적 갈림길에서
다시 서는 의지력
2026.08.28.
첫댓글 이렇게 멋진 연극을 올려주시다니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