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의원과 이환주 시장, 사악한 건가 무능한 건가.
장면 하나. 이용호 의원과 이환주 시장이 출동한 지난달 18일 교육부 집회. 35도를 육박하는 뙤약볕 아래서 서남대 사람들과 남원 시민들 수천명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서남대를 정상화하라고. 이 의원 등 대표단은 교육부 안으로 들어가 서유미 대학정책관 등 교육부 담당 관료들을 면담했다. 그러고 나와서는 ‘(서남대는) 걱정할 거 없다’며 집회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의아했다. 대표단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장면 둘. 지난 5일 교육부 브리핑룸. 백성기 대학구조개혁위원장과 서유미 대학정책관은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대학구조개혁평가 맞춤형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서남대는 이날 ‘대학 폐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사전에 배포된 보도자료는 이렇게 돼 있다. “(서남대 등) 상시컨설팅 5개 대학은 하반기에 통폐합·퇴출 등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한다.”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의 경우 고등교육법 62조에 따라 후속조치를 검토한다.” 고등교육법 62조는 대학 폐쇄 조항이다. 서남대 폐쇄를 공언한 셈이다. 기자들도 서남대 폐쇄를 기정사실로 기사화했다.
지난 5일 ‘대학구조개혁평가 맞춤형 컨설팅 결과’ 발표는 사실상 서남대에 ‘사형선고’였다. 이 의원 등이 면담한지 보름도 안돼 빚어진 일이다. 이 의원 등이 말한 ‘걱정하지 말라’는 이렇게 돌아왔다. 교육부 관료들이 어르고 달래자 ‘쪼르르’ 달려와 걱정 말라며 안심시켰다. 남원의 대표들이 교육부 관료들에게 농락당한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지난해 지정한 66개 부실대학 중에 39곳은 부실 낙인을 벗겨줬다. 이 대학들은 앞으로 정부재정지원 속에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서남대를 비롯한 27개 대학은 더욱 구렁텅이로 몰아 넣었다. 서남대 학생은 대학생이라면 응당 받아야 할 국가장학금이나 학자금대출을 받지 못한다. 정부재정지원도 전혀 받지 못한다. 가뜩이나 학생 충원이 어려운 마당에 죽으란 얘기다.
앞서 언급한 장면 하나와 둘을 조합하면 바로 그림이 나온다. 이 의원과 이 시장이 무능하거나 사악한 것이다. 면전에서 농락을 당한 두 사람이니 ‘무능’ 부문은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일각에선 이런 무능이 ‘연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서남대를 팔아먹고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사악함이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런 의혹은 서남대가 의대를 끼고 있어 나온다. 서남대 의대를 옆 동네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지역구인 순천과 이용호 의원과 같은 당(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구인 목포다. 순천과 목포가 의대 유치란 오래된 숙원을 풀려면 서남대는 없어져야 한다. 의대 정원은 의사집단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다. 그래서 정부가 원해도 추가로 증원할 수 없다. 서남대가 없어져야 새롭게 의대 개설이 가능해지는 ‘제로섬 게임’이다. 이 시장 주변에선 국회의원 출마 설이 나온 지 오래다. 이 의원도 박 위원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두 사람이 이토록 무능하고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배경에 어떤 ‘딜’이 있지 않았겠는가 란 의혹이다.
이런 의혹이 단순히 낭설이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교육부는 분명히 숨통을 조여 오는 데 두 사람의 대응이 지나치게 미온적인 것이다. 이런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이유일 게다. 특히 이 시장 주변에선 이 시장이 그동안 서남대 관련 집회를 만류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이 의원도 전임자인 강동원 전 의원에 비해서 전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난달 18일 집회에서 남원 사람들이 목도한 바 있다. 강 전 의원과 비교하면 서운하겠지만 강 전 의원은 특유의 ‘파이팅’으로 지리산댐을 막아내고 만인의총를 국가관리로 승격시키는 등 각종 지역 숙원사업을 관철시켰다. 강 전 의원의 전투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난달 18일 집회에서 이 의원의 대응은 ‘샌님’같다는 평가를 할 만하다.
두 사람은 서남대가 폐쇄되거나 의대가 없어지면 직을 내놔야 할 것이다. 정치생명도 걸어야 할 것이다. 남원 시민은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중앙정치에 매몰돼 지역 현안에 소홀하거나 개인적 야망으로 지역을 홀대한 정치인을 용서한 적이 없다. 공천만 받는다고 당선되는 허접한 동네가 아니라는 것은 두 사람이 더 잘 알 것이다. 이 시장은 다른 꿈을 꾸고 있다면 서남대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일찌감치 접는 게 좋다. 가뜩이나 어려운 고장에 없는 걸 만들어도 모자란 상황에서 있는 것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시장이란 낙인이 평생 따라다닐 것이다. 지역에서 대학을 없앤 불명예스러운 타이틀로 어떤 곳을 가도 웃음거리만 될 것이다.
이 의원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 돼 보니 이미 서남대는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이란 변명을 하려거든 당장 국회의원 배지를 내려놓으라. 남원 시민들이 삭발도 하고 폭염을 뚫고 수천명이 모여 힘을 모아줬는데도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이 의원이 앞으로 지역의 난제를 해결하길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런 지원을 받은 국회의원은 없었다. 고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게 옳다. 신중한 행보도 좋다. 하지만 그런 타이밍은 지나갔다. 이미 정부가 서남대를 없애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이 의원을 농락한 교육부 관료들을 따끔하게 꾸짖을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을 무시한 건 남원 시민을 무시한 처사다.
교육부는 서남대의 운명을 올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현재 상태로는 의대는커녕 서남대는 아산으로 옮겨갈 상황이다. 상황은 대단히 비관적이다. 그동안 잘못한 점은 일단 접어둬야 한다. 과거의 잘못을 갖고 책임론을 들먹일 정도로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일단 남원 전체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남원 사람의 에너지를 하나로 묶는 일, 이 것도 두 사람의 정치적 능력일 것이다. 두 사람의 ‘파이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