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터널증후군(症候群)과 방아쇠수지(手指)
손은 손목, 손바닥, 손가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몸속에 있는 뼈는 총 206개이며, 이 중 양손에 54개 뼈가 있다. 즉, 손은 14개의 수지골(손가락 뼈), 5개의 중수골(손바닥 뼈), 8개의 수근골(손목뼈)로 구성돼 자유자재(自由自在)로 그리고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다.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부위에 우리 몸 전체 뼈의 25%가 들어있다.
손에는 수많은 미세혈관이 분포되어 있으며 모든 신체 조직과 연결된 신경을 이용해서 움직이고 있다. 손의 기능에는 운동과 감각, 그리고 조합한 복합 기능이 있다. 손의 기능을 실용 면에서 요약하면 작업의 도구, 제2의 뇌 기능, 제3의 눈, 감각기관, 표현기관, 방어감지 등이다.
다섯 손가락이 손의 기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지손가락(大指) 40-50%, 집게손가락(頭指) 20%, 가운뎃손가락(中指) 10%, 약손가락(藥指) 10%, 새끼손가락(小指) 10-20% 정도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손가락을 이용하는 ‘젓가락질’은 어려서부터 올바르게 가르쳐야 할 생활문화일 뿐 아니라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새끼손가락으로 약속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유래(由來)가 있다. 중세 유럽에서는 새끼손가락이 영혼과 접촉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스코틀랜드에서는 새끼손가락을 이웃과 접촉하면 마음이 통한다고 믿어 엄숙한 흥정을 할 때 걸었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새끼손가락은 기(氣)와 정신(精神)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 믿어 두개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면 두 정신의 엮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영국 노팅엄대학 연구진이 관절염(關節炎) 환자 2000명을 대상으로 손가락 길이를 잰 결과, 약손가락(약지)이 더 긴 사람이 집게손가락(검지)이 더 긴 사람보다 무릎 관절염을 앓을 확률이 두 배 가량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검지와 약지의 길이는 엄마 자궁(子宮) 안에서 얼마나 많이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에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즉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될수록 약지가 더 길어지고,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될수록 검지가 더 길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손목터널증후군(症候群)에 대한 심사결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2005-2009) 동안 손목터널증후군 진료인원은 연평균 10.9%, 총 진료비는 15.2% 증가했다.
손목터널증후군(손목수근관증후군ㆍCarpal Tunnel Syndrome)이란 손으로 들어가는 신경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인 수근관(손목터널)에 눌려 손과 손가락의 저림, 통증, 감각저하, 힘의 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말초신경(末梢神經)압박증후군 중에서 가장 흔한 질병이다. 손목부위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신경이 지나가며 이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일종의 터널인 수근관(手筋管)이 있다.
손목수근관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집안일을 많이 하는 가정주부, 비만(肥滿)한 사람, 임신 중인 젊은 여성, 노인, 당뇨병 환자,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증 환자,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흔히 발생한다. 또한 손을 많이 사용하는 미용사, 피부관리사, 컴퓨터를 다루는 직장인에게 많이 생긴다. 특히 최근에는 휴대전화, 컴퓨터, 게임기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손 저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증상은 초기에는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손가락 끝마디가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데 손바닥 전체로 증상이 진행될 수도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이 굳거나 경련이 있으며, 팔을 올렸을 때 팔목에 통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손이 매우 저리고 아파서 일상생활, 수면(睡眠) 등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또한 엄지손가락의 힘도 약해져 단추를 잠그거나 수저질 등 손으로 하는 동작에 지장을 받게 된다.
혈액순환(血液循環) 장애로 손이 저리는 경우는 드물고 말초신경(末梢神經) 이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이 손 저림을 혈액순환장애 등과 같은 다른 문제로 생각하고 치료시기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목디스크 등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방사선검사를 시행할 수 있으며, 신경검사를 통해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검사에는 신경타진검사, 수근굴곡검사, 전기적검사 등이 있다.
손목수근관증후군 치료는 비(非)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비수술적 치료는 증상이 가볍고 근육위축(筋肉萎縮)이 없는 환자에게 손목을 펴주는 부목과 함께 소염진통제나 신경계통의 약물치료를 한다. 수근관 내에 스테로이드 주사(일명 뼈주사) 치료를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약물이나 주사 치료로 좋아지지 않거나 자주 재발하는 경우, 손가락이 지속적으로 감각이 둔하든지 손바닥의 엄지손가락 부위 근육이 함몰되거나 손아귀의 힘이 약해지는 경우 등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손바닥 부위에 2cm 정도 절개하여 정중신경을 압박하는 손목 수평인대를 잘라 주는 것으로 수술 소요시간은 대개 30분 이내이다.
방아쇠수지(근초염 筋鞘炎ㆍTrigger Finger)란 손가락 내부 굴곡건 조직에 염증(炎症)이 생긴 것으로 손가락이 잘 안 펴지고, 억지로 펴면 잘 굽혀지지가 않는 증상을 말한다. 손가락을 펼 때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저항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방아쇠 수지(手指)’라고 불린다. 즉, 권총의 방아쇠처럼 손가락을 움직일 때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운동이상이 발생한다.
일반인들은 손가락 마디가 불편하다고 하면 대부분 퇴행성관절염(關節炎)이나 류머티스 질환을 의심하는데 실제로는 방아쇠수지인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 골프, 테니스, 컴퓨터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손가락의 힘줄 기능 장애로 불리는 ‘방아쇠수지’ 환자들이 늘고 있다. 골프 등 운동에 의한 반복적인 손바닥의 마찰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소아(小兒)의 경우 보통 선천성으로 태어 날 때나 태어난 직후에 발생하고, 유전(遺傳)적이지는 않지만 가족력이 있거나 염색체(染色體) 이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방아쇠수지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인 손가락 움직임으로 손가락 힘줄에 손상이나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오랜 시간 동안 긴장 상태로 손가락을 구부린 채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드릴과 같은 강한 힘으로 쥐어야 하는 기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힘줄이나 힘줄을 둘러싼 건막에 염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손바닥에 있는 관절에 관절염을 일으키게 된다.
방아쇠수지의 대표적인 증상은 손가락 끝 마디가 저리고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 아프다는 점이다. 즉, 손바닥과 손가락이 연결되는 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으며 3, 4번째 손가락에 많이 발생한다. 손가락을 구부렸다가 다시 펴려고 할 때 손가락이 왠지 모를 저항감에 펴지지 않고 힘을 줘야만 ‘탁’하는 소리와 함께 펴진다. 보통 아침에 증상이 있다가 시간이 자나면 좋아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손가락이 구부러진 상태로 고정된다.
진단은 방아쇠수지의 증상이 뚜렷한 경우에는 촉진(觸診)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초음파검사를 통해 힘줄이 부어 있거나 주위에 염증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영유아(嬰乳兒)의 경우에는 증상이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상태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만 2살이 지난 후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손가락 관절인대가 그대로 굳어 장애를 부를 수 있으므로 전문의(專門醫)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성인의 경우 치료를 받는 시점이 늦어질 경우 치료 기간이 더 길어지므로 발병 초기에 신속한 치료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경미한 증상이면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 안정을 취하며, 밤에는 손가락의 잠김과 구부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보조기를 착용한다. 소염제를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주사요법으로 염증을 치료할 수 있다. 성인(成人)에서 2-3차례 주사요법으로도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재발한 경우 등 비수술적인 치료법으로 좋아지지 않으면 수술적 치료를 시도한다. 수술은 손바닥에 1cm 정도 절개를 하고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를 열어 주는 간단한 수술이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