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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단순한 것 같다.
아이들이 성실히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면
그냥 그게 좋고 전부다.
00이가 학기말 연극에서
대사 양이 많은 프로메테우스 역할을 해 보겠다고 한다.
잘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 번 해 보겠다고 한다.
오호라! 땡큐지~~ 뭘 도와줄까?
꼬맹이들도 배역이 적은 코러스 1,2를 시켰더니
대사량이 더 많은
헤파이스토스와 힘/폭력을 해보겠단다.
정말? 굿!
들살이를 다녀와서
청소년 아이들과 두꺼운 그리스 비극 책을 함께 읽었더니
문체가 이게 더 멋있다면서
연극대본을 그리스 비극의 문체로
바꾸자고 한다.
물론 선생님이 쳐 오세요.
SURE~~ WITH ALL MY HEART~~
그래, 너희가 열심히 하고자만 한다면 뭘 못하겠냐?
학교도 이사하는데...
지금은 새벽 세시 반.
하나도 안 피곤하다. ㅎㅎㅎ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근데 내일, 아니 오늘 학교가서 피곤할 수도 있겠다. ㅋ)
조금 각색 하고 줄인 거이기는 하지만
부모님들도 한 번을 읽어 보세요.
아이들이 외운 멋진 대사들을
일상생활 중간중간 재치 있게 유머로 치기도 하는데
상황에 딱 들어맞는 아이들에 대사 덕에
하이 퀄리티의 유머가
교실에서 벌어지기도 한답니다.
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
아이스킬로스作 / 장승규 각색
서막
(제우스의 부하인 힘과 폭력(둘 다 악령), 그리고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 입장. 두 악령은 추상적인 가면을 쓰고 있어 그들의 표정에는 개성적인 면은 없다. 프로메테우스를 끌고 들어온다.
힘:
자, 이체 이 세상 끝까지 다 왔군. 이곳이 바로 스키티아 땅, 인적이 거의 없는 황무지야.
헤파이스토스, 아버지의 분부대로 이 악한을 쇠사슬 로 꽁꽁 묶어서 처 높은 낭떠러지 바위에 꼼짝 못하게 해 놓으시오. 이놈이 훔쳐 저 인간들에게 넘겨준 것이 바로 그대의 꽃, 만물을 뜻대로 이루게 하는 기술의 빛인 불이었으니까.
그 죄 때문에 이 높은 신들에게 형벌을 받아야 하는 거죠. 제우스 신의 권력에 굴복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 리고 인간을 사랑하는 태도를 고처야 합니다.
헤파이스토스:
힘과 폭력, 제우스가 자네들에게 시킨 일은 여기서 끝이 났네. 자네들 할 일은 다한 거야. 나는 이 신을 이처럼 폭풍이 부는 낭떠러지 바위 위에 묶어 놓을 용기가 나지 않는군. 그는 나의 친척이기도 하단 말이야. 그렇지만 용기를 내긴 내야겠어.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는 이는 무거운 짐을 져야만 하니까.
(프로메테우스에게) 올바른 말만 하는 테미스의 아들이여. 숭고한 마음씨의 그대여. 그대 뜻에도 어긋나고 나 역시 하고싶어 하는 일은 아니지만, 높은 바위 꼭대기에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청동 쇠사슬로 그대를 묶어야만 하겠소. 누구 하나 얼씬 못 할 이곳에, 인간의 음성도, 인간 의 그림자 하나도 나타나지 않을 이곳에 말이오
태양의 따가운 빛에 살갖이 이글이글 온통 변해 버리겠구려. 별빛이 가득한 밤이 와서 햇별을 몰아내 주면 좋으련만. 그러나 먼동이 트면 태양은 또다시 새벽녘의 이슬 방울을 산산이 흩어지게 하고 말겠지. 견딜 수 없는 이 고통에 그대는 기진맥진하고 말거아.
바로 이것이 그대가 인간을 사랑한 대가란 말일세. 그대는 신의 처지에 있으면서도 다른 신들의 노여움을 두려워 않고 인간들에게 당치도 않은 선물을 주었네. 거기에 대한 벌로 그대는 이 무시무시한 바위 꼭대기에서 똑바로 선 채 잠도 못 자고, 한 번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보초를 서야만 하게 된 거야 그대 입에서 나오는 것은 신음 뿐이고 말소리는 애통뿐이나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을 걸세. 제우스의 신의 마음이 쉽사리 풀리진 않을 테니까. 새로 왕이 되면 누구나 무자비해지는 법이니까.
힘
왜 이렇게 꾸물거리는 거죠? 쓸데없는 말을 왜 자꾸 하는 거예요? 모든 신이 중오하는 이따위 신을 왜 미위하지 않는 거에요? 당신의 명예를 배반하여 이놈이 인간들에게 불을 가져다 주었는데 미워하지 않는 건 무슨 까닭이죠?
헤파이스토스
핏줄이란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는 법이지. 게다가 오랜 친구였으니까.
힘
그건 그렇지만 아버지 신의 말씀을 듣지 않는 것, 그건 두렵지 않으신가요?
헤파이스토스
자네는 언제나 무자비하지. 게다가 잔인하단 말이야.
힘
이따위 놈에게 동정을 해야 무슨 소용이 있나요?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을 가지고 공연히 헛수고만 하시는 군요.
헤파이스토스
이따위 재주는 왜 배웠던가. 이젠 그것이 한스럽군
힘
손재주를 탓하면 무얼 합니까? 그것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분명하잖아요?
헤파이스토스
그렇지만 내가 아닌 다른 놈이 이런 기술을 가졌더라면 좋았으련만...
힘
하늘나라의 왕을 빼놓고는 누구나 걱정을 하게 마련입니다. 오직 제우스께서만 자유로운 몸이니까요
헤파이스토스 그건 나도 알아. 거기엔 할 말이 없네
힘 자, 빨리 하세요. 쇠고랑을 채우세요. 아버지께서 주저하는 걸 보면 어쩌려고요.
헤파이스토스 쇠사슬은 여기 있어. 이걸 보게
힘 이놈의 손을 묶으세요.
자, 이제 장도리로 내려치십시오. 바위에 못질을 하세요.
헤파이스토스 지금 하고 있지 않나! 놀고 있는 건 아냐...
힘 저쪽 팔도 단단히 묶으세요. 그래야 제까짓 놈이 아무리 날고 뛰는 재주를 가졌어도 제우스 신 앞에선 못난이 꼴밖에는 안 된다는 걸 알겠죠.
헤파이스토스 여태껏 나는 이 기술로 그 누구도 해친 일이 없었는데.
힘 자, 이 뾰족한 쐐기를 가슴에 박으세요. 마구 쳐요.
헤파이스토스 아, 프로메테우스, 그대의 고통을 보니 내 가슴이 아프오.
힘 또 동정을 하시나요? 제우스의 적을 보고 슬퍼하다니, 조심하시죠. 언젠가 자신을 동정할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헤파이스토스 눈으로는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이야.
힘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거죠. 자, 이제는 허리를 쇠줄로 동여매세요,
헤파이스토스 해야 할 일은 할 테니까, 재촉 좀 그만하게.
힘 재촉을 해야죠. 더 요란하게 할걸요.
(잠시 지켜보다가) 이젠 허리를 굽혀요. 그리고 저놈의 다리에 쇠고리를 채워요.
(다시 지켜보다가 재촉하며) 있는 힘을 다해서 하란 말예요.
헤파이스토스 이젠 다 됐어. 쉽사리 해치웠는걸.
힘 이번엔 발에 못질을 하세요. 우리 감독관은 아주 엄격한 분이라는 걸 기억하십시오.
헤파이스토스 자네 말은 어쩌면 생긴 것과 그렇게도 같은가?
힘 훗, 인정이 많으신 건 좋지만, 제발 내 고집과 사나운 성미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탓하지 말아 주십시오
헤파이스토스 돌아가자구. 손발을 다 묶어 놓았으니.
헤파이스토스 퇴장
힘 (프로메테우스에게) 이제 이 바위 위에서 마음껏 날뛰어 보시지. 신의 특권을 훔쳐 하루살이 인간에게 갖다주어 보시란 말이야. 인간의 힘으로 네 놈의 고통을 얼마나 덜어 줄 수 있는가 말 좀 해 보렴. 네 이름이 '미리 생각한다'는 뜻이라지? 잘못된 이름이아. 너한데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란 말이야. 이런 쇠사슬에서 벗어나려면 미리 생각을 꽤나 많이 해 두어 야 할 테니까.
힘과 폭력 퇴장
프로메테우스 (혼자 남아서 읊는다) 오, 하늘 나라의 대기여, 재빨리 날개치는 바람이여. 오, 흘러내려가는 강의 물줄기여, 수없이 물결치는 바다 위의 파도여, 만물의 모체이신 대지여 오. 만물을 통찰하는 태양의 궤도여! 모두들 보라. 신들의 손에 고통을 당하는 내 모습을. 나 또한 신의 몽이건만 앞으로 천년만년 두고두고 그 어떤 고문을 견뎌 나가야 하나 잘 보아 두시오. 이러한 모욕과 굴레를 바로 새 왕이, 신들을 다스리다 새로 들어선 왕 이 내게 씌워 놓았소.
(처절하게) 오호라! 현재의 이 고통을 슬퍼하노라. 앞으로 다가올 슬픔을 애통해하노라. 얼마나 가야 내 이 고통을 풀어 주려는지 그것이 궁금하여 신음하노라.
(약간 체념하며) 그런데 그건 물어 무엇하겠는가? 벌써부터 다 알고 있는 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나는 다 알고 있다. 그 어떤 고통도 내가 예기치 않았던 것은 없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운명이 내게 보내 준 그것을 되도록 가볍게 견뎌 보아야지. 필연과 맞서 거역을 해 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걸 나는 알고 있네. 앞으로 내게 닥쳐올 재앙에 대해 입을 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그것도 못 견디겠군.
나는 인간에게 좋은 선물을 주었지. 그래서 이같이 사슬에 묶인 거야.
(약간 흥분하며) 불의 숨은 원천을 찾아냈거든. 그걸 훔쳐 인간에게 주었어. 이 불은 인간에게 모든 기술을 가르쳐 주고 훌륭한 자원이 되는 거야.
내가 지은 죄란 바로 이것이지. 그래서 지붕도 없는 이 바위에 사슬로 묶인 채 꼼짝 못하게 된 거지.
그런데 이건 . . . 또 무엇인가? 무엇이 오는 건가? 무슨 소리일까? 무슨 냄새가 나는 건가? 어떤 신의 날개가 바스락거리는 걸까, 아니면 인간일까?
그렇지 않으면 반신반인(半神半人) 일까? 고통스러워하는 내 꼴을 구경하려 이 먼 산봉우리까지 누가 찾아온 것일까?
분명 그래서 온 거겠지.
(원망하듯 단호하게) 보고 싶으면 보시오. 몰락해 버린 신의 모습을.
제우스의 적인 내가 사슬에 묶인 이 꼴을 제우스의 궁전에 드나드는 모든 신이 저주하는 나를 말이오. 이렇게 된 까닭은 인간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니라.
(저 멀리를 쳐다보며) 아, 새들이 다가오는군. 재빨리 휘몰아치는 날개 소리에 하늘도 흔들리는 듯.
그러나 그 무엇이 다가오든 내게는 두려울 뿐이야.
2 막
코러스* 입장. 이들은 바다의 여신들로 날개 달린 달구지를 타고 무대에 나타난다
코러스 (노래처럼) 무서워할 것 없어요 우린 친구들이니까 서로 앞을 다투며 당신이 계신 이 산으로 달려온 거예요.
이곳에 보내 달라고 아버지를 많이 졸랐지요.
몰아치는 바람 덕분에 빨리 올 수 있었어요. 청동을 두드리는 소리가 바다 속 깊은 동굴에까지 들려오더군요. 그 소리에 놀라 처녀의 수줍음도 잊어버렸죠. 신발도 못 신은 채 날개 달린 달구지를 타고 달려온 거예요
프로메테우스 이런 꼴을 보려고 왔구려. 테티스의 딸들이여.
이 세상 굽이굽이 쉬지 않고 흘러넘치는 신, 오케아노스의 딸들이여.
나를 보시오 낭떠러지 산 바위에 꼼짝없이 묶어 놓은 이 쇠사슬을.
이 산지기 신세를 부러 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오.
코러스 ( 노래 )
당신을 바라보니 눈물과 두려움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당신의 몸이 이 낭떠러지 위에서 시들어 버리다니. 수치스런 쇠사슬에 매인 채 말이에요. 새 사람이 들어서서 올림포스*를 다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제우스는 새 율법을 따라 겁 없이 다스리죠. 그 옛날의 위대한 율법은 아랑곳없이 말이에요 프로메테우스 차라리 제우스가 저 깊은 땅 속에, 죽은 자를 맞이하는 끝없는 암흑의 땅 속으로 나를 내동댕이처 버리기나 했으면, 그곳에서라면 제아무리 가혹한 쇠사슬이 나를 영원토록 묶어 놓는다 하더라도 신과 인간의 눈에는 뜨이지 않았을 것을,
프로메테우스 오, 차라리 제우스가 저 깊은 땅속, 죽은 자를 맞아들이는 끝없는 암흑의 구렁 타르타로스 속으로 나를 내동댕이쳤으면 좋을 텐데. 그럼 잔인하게 날 묶어 놓는다 해도, 그 어떤 신이나 인간도 보지 못할 거고 그들이 기뻐 날뛰는 걸 보지 않아도 될 텐데. 적들이 기뻐하는 걸 보니 고통스럽구나.
코러스 2 그 어떤 무정한 신이 이런 당신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겠어요? 제우스를 제외한 그 어느 누구도 당신의 고통을 동정하고 있답니다.
프로메테우스 그러나 신들의 우두머리인 그가 언젠가는 나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지금은 비록 내가 사슬에 단단히 묶여 굴욕적인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의 왕위와 권위를 빼앗아 버릴 계락이 뭔지 알아내려고 반드시 날 찾아오게 될 거야. 하지만 달콤한 말로 꾀어도 난 넘어가지 않을 거야. 날 협박해서 웅크리게 만들어도 알고 있는 걸 절대 누설하지 않을 거야. 이 잔인한 족쇄에서 날 풀어 주고 이 난폭한 행위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기 전엔 어림도 없어.
코러스1 이처럼 쓰라린 재난에도 굽히지 않다니 당신은 정말 대담하신 분이군요. 정말 거침없이 말씀하시는군요. 하지만 날카로운 두려움이 제 가슴을 엄습하고 있답니다. 당신의 불운이 정말 두려우니까요. 언제 그리고 어떻게 이 운명을 벗어나 당신이 안식처에 도달하게 되며, 이 고통의 끝을 볼 수 있게 되나요? 크로노스의 아들 제우스는 우리가 아무리 애원해도 소용없는 무정한 마음의 소유자랍니다.
프로메테우스 그가 무정하다는 건 나도 알고 있소.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여기는 분이지. 하지만 언젠가 꺾이는 날이 오면 그의 의지도 약해지고 말 거야. 굽힐 줄 모르는 그의 성미도 언젠가는 누그러질 것이고, 나와 화해하고 연합하기 위해 열심히 나에게 달려오게 될 거야.
코러스 2 우리에게 모든 걸 밝히고 말해 줘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제우스가 당신을 감금했고 당신에게 이처럼 수치스럽고 잔인한 벌을 내렸는지 말해 줘요. 말해서 상처를 더 받는 게 아니라면 우리들에게 말씀해 보세요.
프로메테우스 이야기를 하자니 정말 괴롭소. 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는 것 또한 괴로운 일이오. 이래도 저래도 고통스러운 일이랍니다. 신들이 처음에 서로 다투기 시작했을 때 신들은 편을 지어 서로를 미워했소. 한 패는 제우스를 왕으로 모시려고 크로노스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려고 했소. 또 다른 패는 이에 반기를 들어 절대로 제우스가 신들을 지배해서는 아니 된다고 저항했소. 그 때 나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티탄들에게 현명한 충고를 했소. 하지만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소.
미래가 어찌 될 것을 아는 상태에서 내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란 어머니의 말을 따라 즉시 제우스의 편을 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소.
제우스도 나를 기꺼이 맞아들였소. 그리고 내 충고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죠. 이렇게 난 제우스를 도왔소. 그런데 바로 그 폭군은 이런 치욕스런 고통으로 내게 보답했소. 많은 폭군들에게 뿌리박힌 병이 바로 친구를 믿지 못하는 병이라오.
참, 당신들이 내게 물었던 것은 내가 뭔 죄를 지었기에 이런 벌을 받게 되었느냐는 거였지.
분명하게 밝히도록 하겠소. 자신의 아비가 차지했던 왕위를 제 손아귀에 넣자마자 제우스는 여러 신들에게 권력을 고루 나눠 주고 자신은 그 제국 전체의 통치자가 되었소. 하지만 가엾은 인간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소. 기존의 인간들을 몰살시키고 새로운 종족을 만들려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제우스의 이런 계획에 반기를 든 건 나 프로메테우스밖에 없었소. 나는 감히 제우스와 맞섰소. 완전히 파멸해 모두 명계(어두울명)에 빠질 인간들을 구해준 것은 바로 나였단 말이오.
그 대가로 나 프로메테우스는 이렇게 고통스럽게 바위에 묶이게 되었소. 고통을 견디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보기에도 애처로운 꼴이 되어 버린 것이오. 다가올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들을 한없이 동정했기에 나에게 무자비한 형벌이 가해졌소. 그러나 언젠가는 이 광경이 제우스의 이름을 수치스럽게 만들 거요.
코러스 2 프로메테우스, 당신의 고통을 보고도 애처롭게 생각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마음이 강철이나 돌로 된 자일 거요.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지금 이 광경을 보니 정말 마음이 아파요.
프로메테우스 그래, 내 친구들 눈에는 그야말로 애처롭게 보일 것이오.
코러스 1 혹시 말씀하신 것보다 더한 일을 저지른 건 아닌가요?
프로메테우스 그래요. 인간들이 앞날의 운명을 예상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소.
코러스 2 불행을 내본다는 건 치유할 수 없는 몹쓸 병이죠. 그 병의 치유책은 발견하셨나요?
프로메테우스 인간들에게 맹목적인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소.
코러스 1 인간들에게 정말 훌륭한 선물을 주셨군요.
프로메테우스 희망이란 선물뿐만 아니라 불도 주었소.
코러스 2 그럼 하루살이 인간들이 빛나는 불을 갖게 되었단 말인가요?
프로메테우스 그렇소. 인간들은 불을 통해 많은 기술을 배우게 될 것이오.
코러스 1 그런 일을 했다고 당신을 냉대하면서 제우스가 죄를 덮어씌우고 고통스러운 형벌을 가하고 있단 말입니까? 현명하지 못한 일이군요. 그럼 언제 이 고통스러운 형벌이 끝나죠?
프로메테우스 아무도 확실하게 알 수 없소. 제우스의 마음이 내켜야 할 거니까요.
코러스 2 어찌 그의 마음이 내키겠어요?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 당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잘못했다고 하려니 저도 괴롭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 고통스러울 테니까요. 이런 말은 이제 그만둡시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안이나 찾아보세요.
프로메테우스 발이 묶여 있지 않은 이들에겐 쉬운 일이오. 또한 어려운 입장에 놓인 이를 타이르거나 충고하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암 전>
3막
프로메테우스: 난 자발적으로 이 모든 일을 했소. 스스로 잘못을 범했고, 스스로 내가 한 일을 부인하지도 않겠소. 나는 인간들을 도왔고 그 때문에 고통을 당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외딴곳에 있는 험한 바위에 매달려 이렇게 시들어 가야 하는 벌을 받을 줄은 나는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소. 하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을 두고 슬퍼하진 마시오. 불행이 각자에게 멀리 떠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불행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답니다.
코러스 1, 2) 불행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가까이 있다? 그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나요?
프로메테우스 (잠시 후에) 내가 입을 다물고 있는 건 오만 때문도 아니고, 고집 때문이 아니라오.
이렇게 수치스럽게 억울함을 나 자신을 볼 때,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약간 성을 내며) 새로운 신들에게 영광을 가져다준 게 내가 아니라면, 그 누구란 말이오?
(다시 진정하며) 하지만 그 일은 그만 얘기합시다. 당신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시오. 인간이 겪고 있는 고동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런 인간들을 향해 내가 어찌했는지 한번 들어 보십시오.
(점점 크게, 자신이 했던 일들을 자랑하듯) 전에는 미숙한 어린애처럼 살던 인간들을 지성을 지닌 이성적 존재로 만들어 준 건, 바로 나! 프로메테우스란 말입니다.
(잠시 시간을 두고, 먼 옛날을 회상하듯 시선을 멀리하며 읊조리듯이)
인간들에게 불만은 없소.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점이오.
(대사를 할수록 점점 고조되며)
그들은 앞을 보지도 못하고 소리를 들을 줄도 몰랐지.
마치 꿈 속에서처럼 되는대로 살고 있더군.
벽돌이나 잘 자란 나무를 가지고 태양을 가릴 만한 집 한 채도 지을 줄 몰랐어.
가냘픈 개미 떼들이 햇빛도 안 드는 저 땅 속 깊이 묻혀 살 듯이, 인간들은 동굴 속에서 살고 있었어.
겨울이 다가오고, 꽃이 피는 봄이나 과실이 무르익는 더운 열음이 다가오는 것조차도 모르고 살아왔지.
모든 걸 생각 없이 대충 하는 그들을 가르쳤소.
사계절을 가늠하는 별들이 떳다 졌다 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도 나한테 배웠고, 무엇보다도 으뜸가는 기술인 셈하기와 문자의 사용법도 가르쳤소.
모든 예술의 어머니인 기억력과 상상력도 주었소. 짐승에게 멍에를 씌워 고분고분하게 만들고 인간 대신 땅을 가는 수고를 하게 한 것도, 고삐 달린 말을 마차에 매달아 인간들이 사치스러운 허세를 부릴 수 있게 한 것도 바로 나 프로메테우스요.
인간들을 위해 이 모든 것들을 발명한 ‘나’이지만,
이제와서는 나 하나 구출한 만한 지혜조차 없는 신세이군요.
코러스 1 (안타깝고 애처로워하며) 자신의 병을 고치진 못하는 의사처럼, 정작 당신은 몹쓸 병으로 고생하고 있군요. 다른 이의 병을 고쳐 준 당신이지만 이제 정신은 혼미하고 마음은 어지러워 자기 병을 고쳐 줄 약은 찾지 못하시는군요.
프로메테우스 모든 일을 예정대로 매듭짓는 운명의 신이 아직 나를 해방시킬 결정을 하지 않았오.
헤아릴 수 없는 고통과 재난을 겪으면서
오~랜 세월을 보낸 후에야
비로소 난 쇠사슬에서 풀려날 수 있을 거요.
코러스 2) 말해 보세요. 은혜를 베푼 대가가 돌아왔나요? 당신을 돕는 인간이 어디 있나요? 하루살이 인간들에게 뭔 도움을 바라겠어요? 당신은 보시지 않았나요? 힘없이 약한 숨을 몰아쉬는 인간들, 꿈보다 나을 게 없는 인간들을 말입니다. 눈먼 인간들은 꿈속에 사로잡혀 있어요. 인간들이 제 아무리 재주를 부려도 제우스의 조화로운 법을 빠져나가진 못해요.
프로메테우스 그렇소. 그 어떤 재주를 부려보아도, 어떤 꾀를 내 보아도 필연 앞에선 모두 헛수고에 불과하오. 아무리 제우스라도 이미 운명지어진 것에 반항할 수는 없으니까.
코러스 1) 이게 바로 당신의 가련한 운명을 보고 우리가 배운 거예요, 프로메테우스. 이제 인간들에게 이로운 게 뭔지는 그만 생각하고 고통 받고 있는 자기 자신을 돌보세요. 저는 즐거운 희망을 갖고 있어요. 이 쇠사슬에서 풀려나기만 하면 당신도 제우스만큼 강력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이때 요란한 음악과 함께 헤르메스 등장----
헤르메스 이 모사꾼아! 뻔뻔스럽고 독한 놈. 하루살이 인간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신에게 죄를 범한 놈, 불을 도둑질 한 놈. 아버님의 명령이다. 말해라. 제우스께서 혼인을 하면 권력을 빼앗긴다고 의기양양하게 지껄이는데, 그것이 과연 누구와의 혼인이냐? 이 일에 대해 얼버무리지 말고 하나씩 하나씩 분명하게 말해라. 두 번 걸음 하지 않도록 숨김없이 말하라.
프로메테우스 네놈도 잘 알고 있겠지? 제우스께서 얼버무리는 걸 싫어하시는 걸….
프로메테우스 잘난체 하는 그 말투, 뽐내는 꼴, 과연 신의 심부름꾼 같구나! 권력을 잡고 통치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네가 살고 있는 견고한 성채에는 영영 슬픔이 스며들지 않으리라 생각하는군.
하하하! 하지만 난 이미, 폭군이 둘이나 그 자리에서 쫓겨나는 걸 보았어. 지금 통치하는 제우스가 세 번째 왕이지,
하지만 그 역시 곧 비참하게 쫓겨나는 걸 보게 될 거야.
(당당하게 소리내며) 내가 새 신들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허둥지둥 겁을 낼 줄 알았더냐?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네가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라. 네가 아무리 물어도 난 눈곱만치도 말하지 않을 거니까.
헤르메스 아~ 그야 그러시겠지~~ 그런 방자함 때문에 비참하게 묶여 있으면서도 여전하구나.
프로메테우스 그러나 너처럼 고된 노예 신세보단 내 비참한 신세가 더 나을 것이다. 내 처지를 네 처지와 바꾸고 싶지 않아. 제우스의 밀사로 빌붙어 사는 것보다는 바위를 섬기면서 사는 게 차라리 더 나으니까.
나를 모욕한 자를 나도 모욕했을 뿐이야.
헤르메스 넌 지금 이런 꼴이 된 걸 즐기는 것 같구나.
프로메테우스 내가 즐긴다고? 하하하
적들이 즐기며 기뻐하겠지. 그리고 너도 그 중 하나겠지.
헤르메스 네가 겪는 고통이 나 때문이란 말인가?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정말 미쳤어.
프로메테우스 내 선행을 악으로 갚는 모든 이들이 모두 내 적이다. 그리고 그런 적에 대한 증오심을 광기라 부른다면, 그래, 나는 미친놈이다!
헤르메스 이런 고통을 겪는 지경에서도 그 모양이니, 그렇지만 않았던들 너는 그야말로 당해 낼 수 없는 존재일게다.
프로메테우스 아, 슬프구나!
헤르메스 슬프다고? 제우스께선 그런 말은 알지 못하신다.
프로메테우스 때가 되면 알게 될 거야. 세월이 흐르면 모든 걸 알게 될 거야.
시간은 모든 진실을 알게 해 주니까.
헤르메스 하하하. 근데 그 시간이 아직 네놈에게는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는가 보군. 세월이 흘렀어도 넌 아직 사리분간을 하지 못하는 걸 보니.
프로메테우스 그래 맞아. 나에게 분별력이 있었다면 너처럼 천한 노예와는 말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헤르메스 어쨌든, 제우스께서 알고 싶은 걸 조금도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로구나.
프로메테우스 (빈정거리며) 제우스께서 내게 베푸신 호의에 감사하며 당연히 그 큰 은혜에 보답해야한다, 그거지?
헤르메스 어린애를 다루듯 정말 날 놀리고 있군.
프로메테우스 (몹시 화가 나서) 그럼 어린애가 아니란 말이야? 나에게서 무슨 말을 얻으려고 하다니, 어린애보다 더 어리석은 자가 아니냐?
제우스가 아무리 고문을 하고 술책을 부려봐야, (쇠사슬을 가리키며) 이 지긋지긋한 쇠사슬을 풀어 주기 전에는 난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거야. 그러니 삼킬 듯한 천둥을 쳐서 온 세상을 뒤흔들어 보라지. 그래도 나는 굴복하지 않을 테니까.
(소리치며) 누가 제우스를 왕좌에서 몰아낼지 절대로 알려 주지 않을 거야.
헤르메스 이 마당에 그래봐야 무슨 이득이 있는지 잘 생각해 보시지 그래?
프로메테우스 그건 벌써 생각해 두었어. 결심한 지도 오래됐고.
헤르메스 결심했다고! 못~난 놈!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잘 생각해 보고 사려 깊게 판단하는 게 좋을 거야.
프로메테우스 저~~기 가서 저 밀려오는 파도나 설득해보지 그래?
아무리 날 성가시게 해도 소용없어. 제우스의 뜻과 명이 두려워 내가 여자의 마름처럼 되리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는 게 좋아.
쇠사슬에서 풀려나고는 싶어. 하지만 너무나도 혐오하는 자에게 사내답지 못하게 두 손 모아 애원하면서 이 쇠사슬에서 나를 풀어 달라고 조르진 않을 거야.
헤르메스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군. 아무리 간청을 해도 네 마을을 누그러뜨릴 수가 없어. 마치 갓 멍에를 맨 망아치처럼 재갈을 물어뜯고 고삐를 벗으려고 애쓰는군.
하지만 아무리 노발대발 해봐도 별 수 없을걸?
멍청한 녀석이 고집만 부리면 무대포 똥고집밖에 안 되는 법이니까.
생각해 봐.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먼저 제우스께서 벼락과 타오르는 번갯불로 이 바위투성이 산을 산산조각 내 버리겠지. 그러고는 네 몸뚱이를 찌그러뜨리고 갈라진 바위 틈에 끼워둬서 네놈이 꼼짝하지 못하게 할 거고. 바깥세상의 빛을 보려면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야겠지. 그렇게 되더라도 피에 굶주린 독수리가 내려와 이미 상처투성이인 네 거대한 몸뚱이를 게걸스럽게 집어삼킬 것이다. 하루 종~~일...
아! 물론 그런 고통의 끝이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마.
어떤 신이 제 발로 걸어와 네놈의 고통을 대신 지고 저 음침한 지하세계로, 저 깊은 지옥 밑바닥의 음산한 구렁으로 대신 들어가겠다고 하기 전엔 어림도 없어.
허풍 떠는 게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니 잘 생각해 봐.
고집을 부리기보단, 똑똑한 이의 충고를 따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니깐.
코러스 2 헤르메스의 말이 그리 잘못된 충고는 아닌 것 같아요. 무모한 고집을 꺾고 현명한 충고를 따르라고 하고 있어요. 그분 말씀을 따르세요. 현명한 분께 잘못을 범하는 건 정말 면목이 없는 짓이랍니다.
프로메테우스 그의 말을 듣기 전부터 난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소. 적의 손에 끔찍한 고통을 당한다 한들 그게 뭐 그리 수치스런 일이겠소?
피의 굶주린 제우스의 독수리가 내 간을 파 먹어도,
시커먼 지옥 밑바닥의 끝없는 구렁으로 날 내동댕이친다 해도
날 죽이진 못할 거요.
헤르메스 그 다짐과 말투는 보니 정말 미친놈이 외치는 소리구나.
아무리 봐도 완저닣 돌아 버렸어. 무엇이 저 미친 광기를 누그러뜨릴 수 있지?
(코러스 1, 2 에게) 그런데 당신은 놈이 고통 받는다고 동정하고 있는 건가요?
빨리 이곳에서 물러나 어디론가 떠나세요. 포효하는 사나운 천둥이 여러분을 정신없이 덮칠 테니까요.
코러스 1 그런 충고는 헛수고니 말도 하지 마세요. 그따위 말은 들을 수 없어요.
이 마당에 우리더러 비겁자가 되라니 당치도 않은 말이죠.
저분과 함께 닥쳐오는 고통을 겪는 거에요.
친구를 배신하다니, 그보다 더 고약한 게 어디있어요?
배신자를 혐오하도록 배웠고 배신보다 더 혐오스러운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헤르메스 그래, 좋아요. 하지만 내 경고를 명심하시오. 아테네의 올가미에 걸려들어도 운명을 탓하지 마시오. 언제라도 예상치 못한 재난을 당한다해도 원망하지는 마시오. 자신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것이니까.
불행은 갑자기 당하는 것도, 비밀리에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하하하
(헤르메스, 퇴장)
프로메테우스 (잠시 있다가, 하늘을 보고) 아! 대지가 신음 소리를 내는구나!
포효하는 천둥소리가 우리 곁에서 으르렁대는구나!
하늘과 바다가 뒤엉키는구나!
나 프로메테우스를 겁주려고 제우스가 공격하는 게 분명하구나!
제우스의 분노가 내게 공포와 광란을 내려 숨막히게 하는군.
오, 모든 걸 기르시는 거룩한 대지여, 빛으로 모든 걸 비추시는 하늘이시여~
억울한 제 고통을 굽어 살피소서!
<끝>

첫댓글 이번 여름 연극이 정극이지만,
수준높은, 꽤 멋진 연극이 될 것 같은데...
어디 공연할 만한 장소가 없을까요?
다른 학교들은 다 이번 주에 방학을 해서
"관객"이 있는 무대를 찾기가 쉽지 않네요...
그 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서 들살이 하다가 폭풍우에 씻겨 가셨나, 머신 일이 있나 매우 걱정했는데,
이렇게 잼난 일을 하니라 세월 가는 줄 몰랐던 거였어요. ^^
그렇죠~ ㅋㅋ
바쁘지만 신나는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