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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 마치 가을 하늘처럼 파랗고 높다. 일행 세 부부는 평소에도 자주 만나는 편이다. 자녀들이 장성하고 출가도 하여 명절 연휴라고 큰 부담은 없는 세 부부는 설날 연휴 미리 약속하지 않았던 일박이일 일정으로 울진 삼척을 향해 출발했다. 연일 계속되는 수은주로 한강상류인 미사리 팔당댐 수면이 모두 얼어붙었다.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부부가 있어 양수리 양평 해장국 집으로 핸들을 돌렸다. 많이 알려진 양평 해장국. 그러나 이 식당은 체인점 양청해장국 집이 아니라고 했다. 선지에 많은 넣은 내장 콩나물과 함께 나온 해장국은 평소 다른 곳에서 먹던 양평해장국 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인근 식당들은 문을 열지 않은 연휴 나흘째다. 아침식사로 먹은 양평 해장국으로 모두가 흡족한 제1탄은 대 히트다.
양평을 벗어나며 홍천국도로 들어섰다. 용문을 뒤로하고 횡성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국도이지만 탄탄대로다. 횡성으로 들어서면서 간밤에 내린 눈으로 설경이 장관이다. 폭설은 아니지만 감상하게에 아주 좋을 만큼 내렸다. 모두들 탄성이다. 와와......, 일행 모두가 좌우로 펼쳐지며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설경에 그저 감탄사가 연발이다. 올 겨울 서울은 단 하루만 눈이 내린 거 같은데 그나마도 순식간에 녹아 설경을 보지 못해 가뭄 해갈은 물론이고 내 눈의 정화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횡성을 지나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영동고속도로에 오르니 태백준령들을 뒤로 하고 대관령을 공격했다. 오르막 길 고속도로는 오가는 차량들이 마치 경주하듯 오르며 내려오고 있다. 앞뒤 좌우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태백산맥의 준령들도 많은 양의 눈은 아니지만 시야를 고정 시키지 않았으며 대 자연의 아름다움의 파노라마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눈으로 보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자동차 안에서의 대화도 재미를 더해갔다. 아들 딸 이야기로부터 며느리 이야기를 기본으로 한 해 두 해 먹어가는 나이로 인한 생체리듬의 변화는 두 번째 소재가 되었다. 나이 먹는다고 떡국 먹기를 싫어하는 일행에 한 분. 그러나 넋두리에 얘기지만,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먹는 세월의 나이테지만, 신이 훌륭하게 만든 육체지만, 체념과 인정을 하면서도 그저 아쉬움에 생각만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가 보다. 이야기 소재가 오늘 내일 여행으로 변해갔다. 일단 삼척으로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배꼽시계에 기별은 오지 않아도 의례적인 식사는 해야 하지 않느냐고 입을 맞췄다. 이어지는 휴일에 식당가는 모두 문을 열지 않아도 서너 군데야 열지 않았겠느냐고 주고받았다.
묵호항을 비롯해 동해. 북평항을 뒤로 했다. 7번 국도는 4차선 고속화도로로 잘 건설되어 있다. 해안가에 강원도 동해안 산업의 상징인 시멘트 사이로가 계속 나타났다. 수 년 전 남북관광에 상징이었던 북평항에 크루즈 선박은 보이질 않았다. 삼척으로 내려가는 해안도로로 들어섰다, 푸름을 더한 검푸른 동해바다는 서해안과는 달리 하얀 거품을 만들며 해안가로 일렁이며 밀려오는 파도는 장관이다. 나들이를 나올 적마다 느끼는 자연의 모습은 보도 또 봐도 감정은 다른 느낌이다. 삼척어시장도 폐장했다. 적당한 해물식당에서 일행부부들은 회덮밥과 물 회로 식사를 했다. 모두들 개운하다고 했지만 내 뱃속은 그리 편치가 않은 느낌이다. 차가운 음식이라 그런 거 같다. 새 천년 해안도로로 올라섰다. 가장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약한 바닷바람에 갯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의 모습이 정겹고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을 더했다.
해안도로에서 보이는 오른편 태백산맥의 능선들은 눈으로 덮인 체 남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일행과 경주라도 하듯 나와 마주보며 동행하듯 달리고 있다. 관동팔경의 중간인 삼척 죽서루는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경상북도 울진에 들어섰다. 십 년 정도 지났을까. 세 부부가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그 땐 백암온천에서 일박하고 울산 방어진 부산 태종대를 거쳐 외도엘 다녀왔다. 새삼 또 다른 느낌이다. 성류굴과 후포항 덕구온천 백암온천 등 이 고장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연이어 나타나며 머물고 가라고 손 흔드는 느낌도 든다. 그래! 꼭 올라오면서 꼭 들리마! 하고 무언의 답을 줬다. 영덕대개 광고도 보였다. 울진 맨 끝에 자리한 후포 항에 추억이 생각난다. 올림픽이 열렸던 88년 1박2일로 당시 은행에서 근무하며 부부 동반으로 왔던 기억인데 칠 십 여명이 한치와 오징어를 마음껏 먹었던 즐거웠던 옛 추억이다.
앞서 우리일행은 애초 여행계획이 없었다. 설 명절에는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 현직 교사인 장로부부의 갑작스런 기획으로 집을 나선 것이다. 그러기에 숙소예매를 하질 못했다. 울진지방에 호텔이나 콘도가 남은 것이 없었다고. 전날 근처에 가면 모텔이나 다른 숙소가 있지 않겠느냐고 이야기를 나누며 걱정하지 않았다. 저녁 다섯 시가 다가올 무렵 백암온천 지역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수소문 하고 몇 군데 문의하니 그래도 남은 모텔은 있었다. 새 단장을 하여 매우 깨끗한 모텔을 구할 수 있었다. 온돌에 1실당 4만원에 3실 준비 끝. 다음 날 아침에 가야 할 호텔온천도 눈여겨보았다. 첫 날을 밝게 인도했던 태양도 백암산 서쪽능선을 넘어 간 채 먼 산등성이만 비치고 있었다. 일행들은 편한 마음으로 후포 항으로 출발했다. 백암온천으로 들어오는 길 양 옆에 도열해 우리를 맞이하며 크지 않은 아담한 가로수가 궁금했다.
일행 중 한 분이 저 가로수는 백일홍이란다. 백일홍! 백일홍 하며 화초인데? 백일홍이라니. 화초가 아닌 백일홍 나무는 처음 본다. 가을을 저 멀리 보내며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대추나무같이 보였던 쭉 늘어선 가로수가 분명히 대추나무는 아닌데......, 하고 있는데 이내 궁금증이 풀렸다. 3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백암온천으로 가는 길 양 옆을 지키고 들며 나가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제 입춘도 지났으니 얼마 있지 않으면 앙상한 가지를 새싹이 나오듯 파릇파릇한 소생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봄에 햇살처럼 방긋 웃으며 예쁜 모습으로 보여 주리라.
이십 년이 훨씬 지난 후포항은 생각보다 발전하지 못한 느낌이다. 그땐 정말 번성했었는데.......,연휴라 그런지 손님도 많지 않았다. 홍게, 대게를 파는 여러 가게를 둘러보았다. 흥정과 함께 여섯 명의 일행은 찐 게를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늦게 먹어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가위질 하고 뜯고 쭉쭉 빨아대며 밥 비벼 먹으니 부풀어 오른 배는 그만 넣으라는 신호다. 일행 중 한 분이 “ 이거 어디 양반은 먹을 수가 있겠나! 고 한 마디 하니 앞이 바다인데 웃음바다가 또 생겼다. 게를 처음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 먹는 수고는 해야 먹는 게. 저녁 잔치는 즐겁고 행복에 시간이었다.
이튿날 온천욕을 마친 일행은 순두부찌개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한 후 귀경길에 올랐다. 내려오다가 기억해 둔 망향정과 성류굴을 들리기로 했다. 울진의 망양정. 익히 관동팔경을 암기하라는 사회선생님 말을 잘 들어 기억 할 수 있었다. 성류굴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가 볼만한 곳이라고 들은 기억이다. 주차장 매점에선 좁쌀처럼 생긴 곡식을 쪄서 팔며 시식을 해보란다. 차좁쌀처럼 차졌는데 먹기 괜찮았다. 산지가 중국이라고 했다. 우유색의 꽃 버섯도 팔고 있었는데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별미다. 경상도 아주머니들에 살가운 판매열정이 대단했다. 싫지 않았던 우리들의 감정이다. 일행 중 한 분이 시식한 중국산 좁쌀(본명이 생각나지 않음) 세 봉지를 기념이라며 사서 한 봉지씩 줬다. 감사한 마음이다.
성류굴로 향했다. 입구 분위기가 작은 넓이의 호수처럼 생긴 보를 옆으로 끼고 돌아가니 굴 입구다. 동굴 관광을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빨강조명의 입구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 갈수록 오묘한 모습이 연달아 이어졌다. 제주의 만장굴 충주의 고수동굴 묵호의 천곡동굴 유명한 환선굴 까지도 견학해 보았지만, 전혀 다르고 아기자기함과 함께 많은 소품들처럼 예술적인 감각이 들었다. 다른 동굴처럼 종류석이 고드름처럼 길게 늘어진 모양은 전혀 없었고 종유석 끝이 모두 바위에 붙어 있는 모습이다. 동굴의 길이가 길지 않고 탐구하기에 적당했다. 좁은 통로로 인하여 수그리며 나올 때 어느 곳은 앞사람의 엉덩이를 보며 네 발로 기어 나오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망양정으로 향했다. 대개의 정자를 많이 본 사람들은 그거 무어라고 보느냐고 말한다. 정자가 다 그렇지 뭐! 일행 중에도 그런 분이 있었다. 입구가 산뜻하고 깨끗했다. 오십 여 나무계단을 오르니 이내 망향정이다. 파란 하늘과 검푸른 바다와 연결된 왕피천과 함께 휘어진 망양 정자에서 내려다 본 망향해수욕장은 빼어난 경치에 이름값과 함께 존재가치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아내와 다른 일행은 몸이 불편해 올라오지를 못했지만 뒤늦게 올라온 일행 한 분은 펼쳐지는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옛날 선조들에 보는 아름다움도 우리들이 보고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선경지명이었으리라. 여러 장의 사진을 아낌없이 담았다. 성류굴과 망양정 관광은 각인 된 남는 장사였다.
귀경길에 올랐다. 전 날 내려오던 길로 올라가기로 했다. 7번 국도로 들어서니 동해의 푸른 물결은 흰 거품을 힘차게 밀어내며 일행에 눈을 시원하게 했다. 수은주가 꽤 올랐나 보다. 자동차 안이 뜨뜻하다. 점퍼도 벗었다. 어제 좌회전 하던 삼척삼거리다. 점심은 동해의 오랜 항인 묵호에서 하기로 했다. 지금은 동해시로 행정구역이지만 그 옛날 묵호항은 울릉도 주문진과 함께 오징어 항으로 유명세를 하던 묵호항. 오히려 동해는 알아도 묵호는 많이 잊힌 이름이다. 행정동은 천곡동이다. 해군함대사령부를 끼고 10여분 정도 지나니 바로 묵호항이다. 어시장은 끝나고 활어 파는 곳에서 십 여 마리에 잡어를 오만원에 구입했다. 연휴라 회센터에 활어들이 다양하지를 않았다. 점심을 먹고 나니 두 시다. 속초를 향하지 않고 영동고속도로 중간인 둔내로 나가기로 했다.
일행 부부들은 함께 가면 꼭 들리는 횡성 안흥찐방 공장으로 향했다. 수 년 전부터 강원도 주문진 방향으로 나들이를 할 때면 꼭 들리는 안흥찐방. 아마 십여 년 전 만 하더라도 20개의 6,000원 정도 했던 기억이다. 안흥에 도착하니 승용차 세대가 찐빵을 구입하고 나가고 있었다. 국도변에 있어서 찾기도 쉽다. 찐빵집 사장 아주머니도 여전하다. 동남아권 외국인인 듯 한 직원이 열심히 담으며 포장하고 있었다. 덤으로 얻은 찐빵이 8개다. 찾아와 구매하는 고객에 모두 덤을 주겠지만, 어쨌든 덤은 선물 받은 느낌이다. 아직도 서쪽하늘에 떠있는 봄에 따뜻한 저녁 햇살은 우리들의 마음을 알듯 이곳까지 편안하고 안전하게 잘 왔다고 칭찬하듯 미소처럼 느껴졌다.
일박이일의 여정이 끝나가고 있다. 서울을 향하는 홍천국도는 탄탄대로다. 거칠 것이 없다. 과속할 필요도 없다. 지평리 용문리를 지나 양평 올 때 까지도 평소처럼 지체하지 않았다. 용담대교만 지나면 생각보다 일찍 귀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난히 통과 할 듯 하더니만 혹시가 역시다. 두 번째 터널부터 밀렸다. 터널을 빠져 나오니 작은 접촉사고로 버스와 승용차가 터널출구 내리막길에 한 차선을 점령하고 있었다. 아휴, 저 놈의 차 때문에......., 그러나 즐거운 여행이었다. 아내의 건강도 좋지 않아 함께 나서고 싶지 않았지만, 두 가족이 가자고 나선 여행이었다. 내 사정을 잘 아는 두 가족 덕분에 함께하며 행복했던 여행. 잘 다녀왔다. 지난해처럼 형제들과 함께하지 못한 설날이었지만, 형제보다 가깝게 지내는 이웃과의 여행이 더 행복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웃사촌인가 보다.
첫댓글 오랫만 입니다.
거우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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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
이젠 일 할 날만 남았습니다.
봄을 기다리면서......
부러웠어요. 명절을 훌훌 벗어버리고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는것이요.
최권사님 여행하시고 몸이랑 마음이랑 많이 건강해지셨으면 좋겠네요
봄이 가까운 곳까지 온듯 합니다.
즐거운명절 보내셨네요. 그길을 아들3살때 한바퀴 돌았더랬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내가 다시금 그길을 달리고 있는것처럼
신나고 행복해집니다.
예.현명순 집사님. 모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춥지도 않았고 성류굴이 더욱기억에 남았습니다. 망양정도 정말 경치좋았구요.
2월에 마지막 주간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