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달팽이
한강/김철수
이젠 밤이 두렵지 않아요
당신없는 한낮엔
태양만
붉게 타오르고 있어요
아쉬운 미련과
기꺼운 후회만
까실까실 풀씨로 남아
정오무렵
생살 돗듯 땀 한 방울만
흘릴 뿐
가슴 울울한 감동이 없잖아요
거친 촉수에 아장대는 건
허허로운 약속들
마디마디 더듬거리는 언어의 유희를 피해
기어다니기도 지쳤어요
물안개에 가린
달빛 불러 동무하고
당신의 별이 인도하는대로
난
저 바다를 건널거에요
누군가는 껄껄 웃겠지만
꺼먹한 등에
곡식 한 톨 이슬 두 방울
바람 한보따리
앙팡지게 걸머지고
당신 계신 곳으로
타박타박 걸어갈거에요
가까이는 10년
멀게는 한 세기만
기다려 주세요
이룰 수 없는
비운의 사랑을 하는
어린 왕자는
되고 싶지 않으니까요
카페 게시글
시의 향기
바다로 가는 달팽이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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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18 13:4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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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옿은 시 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