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팔경(水落八景)-속명승보 23 (2022. 12. 31)
제1경 옥류폭(玉流瀑)
제2경 은류폭(銀流瀑)
제3경 금류폭(金流瀑)
제4경 미륵백운(彌勒白雲)
제5경 향로청풍(香爐淸風)
제6경 칠성기암(七星奇巖)
제7경 불로약수(不老藥水)
제8경 선인영락(仙人迎樂)
개요; 수락산(水落山)은 서울특별시, 의정부시, 남양주시 3개 시에 걸쳐 있는 근교의 명산이다. 바위와 계곡이 빼어나고, 기암괴석의 아름다움은 맞은 편 ‘북한산국가공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선현(先賢)은 이 중에서도 여덟 군데 경치를 특별히 가려 뽑아 구어체 시(詩)로 찬미했다. 8경 모두 주봉인 ‘미륵봉’(637m)을 기준으로 동북쪽에 치우쳐 있다. 어쩌면 ‘청학팔경’이라 부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전고(典故)는 다음과 같다. 수락은 '水落石出'에서 따왔다. 최초는 구양수(歐陽脩)의 취옹정기(醉翁亭記)에 나온다. "수위가 떨어져, 바닥의 돌이 드러나다". 다음은 소식(蘇軾)의 명문 후적벽부(後赤壁賦)에 보인다. "강물은 줄어져 돌이 드러나다". 추사 김정희는 '수락석출'을 "무상(無上)의 묘체(妙諦)"로 극찬하였다. 서거정의 친구인 매월당 김시습도 그의 시 ‘수락사(水落寺)'로 노래했다. 이 밖에도 설화(說話)가 있긴 하나, 학술자료로 채택하기에 빈약하다. 조선의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은 이 산이 좋아 자락에 10년간 살면서, 호에 ‘동봉(東峯)’을 추가할 정도이다. 또한 그를 흠모한 후대의 계긍(季肯) 박세당(朴世堂, 1629~1703)은 지금의 의정부시 장암동에 거주하며, 서쪽 도봉산을 사랑하여, 역시 호에 ‘서계(西溪)’를 넣어, 동봉과 대우(對偶)를 맞추었다. 처음으로 8경을 읊은 자는 아래와 같으나, 산만(散漫)하여 차제에 필자가 한문 용어로 통일화, 체계화시켰다. 제1~3경은 그대로 따랐고, 제4~8경은 고심(苦心) 끝에 네 글자 제목으로 조정했다. 시의(詩義)도 그 분 것을 최대한 존중했다. 해설용 자료의 인터넷 사진은 티스토리 ‘언제나 여행중.인 기분 좋은 사람 이야기’(2019. 7. 1)를 참고했다.
* 이 산은 그간 10여 차례 등로(登路)를 달리해 다녀왔지만, 진작 지은 시조는 한 수 밖에 없다. 졸저 『山中問答』 산악시조 제1집 제81번 ‘폭포 앞에서’ 정격 단시조(106, 164면).
* 김시습의 명시 한 수 소개한다. (2024. 3. 10 추가)
水落殘照(수락잔조)
-수락산의 저녁 노을
一點二點落霞外(일점이점락하외) 한 점 두 점 노을은 밖으로 멀어지고
三介四介孤鶩歸(삼개사개고목귀) 서너 마리 외로운 따오기는 돌아가네
峯高剩見半山影(봉고잉견반산영) 봉우리 높아 덤으로 보니 반은그림자인데
水落欲露靑苔磯(수락욕로청태기) 물 떨어져 드러나니 여울 돌 이끼 푸르네
去雁低回不能度(거안저회부능도) 가는 기러기는 낮게 맴돌아 건너지 못하고
寒鴉欲棲還驚飛(한아욕서환경비) 찬 갈가마귀 깃들려다 외려 놀라 난다네
天涯極目意何限(천애극목의하한) 하늘 끝 눈길이 다해 어찌나 한스러운지
斂紅倒景搖晴暉(렴홍도경요청휘) 붉게 물든 그림자는 맑게 빛나 흔들리네(번역 한상철)
서사(序辭); 양주라 수락산을 예 듣고 이제 오니, 아름답게 솟은 봉(峰)이 구름 속에 장관일세.
1. 청학동(靑鶴洞) 찾아들어 옥류폭(玉流瀑)에 다다르니, 거울 같은 맑은 물이 수정같이 흘러가네.
2. 푸른 송림(松林) 바윗길을 더듬어 발 옮기니, 백운동(白雲洞)의 은류폭(銀流瀑)이 그림같이 내리쏟고
3. 자운동(紫雲洞)에 돌아들어 금류폭(金流瀑)을 바라보니, 선녀 내려 목욕할 듯 오색서기 영롱하구나.
4. 미륵봉의 흰 구름은 하늘가에 실려 있고,
5. 향로봉의 맑은 바람 시원하기 짝이 없네.
6. 칠성대 기암괴석 금강산이 무색하고, 울긋불긋 고운 단풍 그림인 듯 선경인 듯,
7. 내원암(內院庵) 풍경소리 저녁연기 물소리에, 불로정 맑은 약수(藥水) 감로수가 이 아닌가?
8. 선인봉 영락대에 신선 선녀 놀고 가니, 청학(靑鶴) 백학(白鶴) 간 곳 없고 구름만이 오고 가네.
위 시에 나오는 옥류/은류/금류 폭포와, 미륵봉의 흰 구름, 향로봉의 맑은 바람, 칠성대의 기암괴석, 불로정의 약수, 선인봉의 영락대를 ‘수락팔경’이라 한다. 조선 후기 내원암(內院庵)에 머물던 정허거사(淨虛居士, 생몰미상)가 가을 풍경을 보고 읊은 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위키백과 인용 수정)
* 참고로 蘆原八景(노원팔경)이 있다. 도정(塗丁) 권상호(權相浩) 작. 그에 의하면 “노원구청 갤러리에서 열리는 '2008 한국서예대전'을 계기로 '노원팔경'을 지었다. 기록에 '수락팔경'은 보이나, 노원팔경은 없기에, 이에 고심하여 지어 보았다.”
春; 堂峴躑躅 三溪煙霞(당현척촉 삼계연하) 당고개 철쭉 피자, 상, 중, 하계의 안개 노을이다.
夏; 中浪漁翁 蘆原飛鶴(중랑어옹 노원비학) 중랑천엔 어옹이요, 마들엔 나는 학이로다.
秋; 月溪彈琴 孔陵松風(월계탄금 공릉송풍) 월계에서 거문고 타자, 공릉에 솔바람 이네.
冬; 水落雪滿 佛巖淸鐘(수락설만 불암청종) 수락산에 눈 쌓이자, 불암산은 맑은 종소리.
서시(序詩)
수락은 빼어나지 기암괴석 뿔이 돋고
세 폭포 줄기차게 백옥을 쏟아내니
흑선(黑仙)은 여덟 곳 골라 청학(靑鶴)에게 넘겨줘
제1경 옥류폭(玉流瀑)
푸른 학 노는 동천(洞天) 황옥(黃玉)이 구른 폭포
가운데 뚤린 골로 맑은 물 고이나니
구슬은 꿰어야 보배 한 바가지 퍼오게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청학동 입구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완만한 암반이 깔린 나지막한 폭포이다, 물이 많지 않은 게 흠이다. “올라가지 마시오. 다이빙 금지(사고시 책임 없음). 주인백” 경고판이 있다.
제2경 은류폭(銀流瀑)
흰 구름 맴돈 폭포 솔숲에 숨었구나
바위길 훑고 지나 섬돌 마냥 겹쳐 있기
가지런 은실타래로 모시 한 필 엮어내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이 폭포는 등산로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숲속에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일까? 이어지는 길이라고는, 그냥 “산객이 다녔구나” 하는 느낌이다.
* 겨울에는 천혜(天惠)의 빙장(氷場)이 된다. 2023. 1. 7(토) 10:00~사단법인 서울특별시산악연맹 부설 한국등산학교(제7대 신임교장 한필석) 제47기 동계반 입학식이 여기서 열린다.
* 은류폭 상단부 설경. 필자 촬영.(2023. 1. 7)
제3경 금류폭(金流瀑)
백 장(丈)을 더 오르면 보라 구름 감싼 터에
암반은 금빛인데 낙수(落水)는 미리내라
선녀가 멱을 감으니 무지개가 서리네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은류폭포에서 데크 길을 따라 300m 더 올라가면 나타난다.
* 위 세 폭포에 얼어붙은 빙벽을 바라보노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선계(禪界)로 빠져든다. ‘침묵의 산하’에 나를 묻어두는 것이다.(필자 주)
제4경 미륵백운(彌勒白雲)
어느새 하늘가에 미륵이 우뚝 섰네
네모 난 금보관(金寶冠) 위 태극기 휘날리고
응시한 양미간(兩眉間)에는 하얀 구름 노니네
* ‘미륵’은 수락산의 주봉(主峯, 637m)을 일컫는다. 늘 태극기가 걸려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동에 속한다.
제5경 향로청풍(香爐淸風)
산향기 뿜는 화로 철 따라 안개 피니
희멀건 대머리 위 괴석(怪石)이 노려보고
바위 틈 소나무 춤춰 맑은 바람 시원해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향로봉은 표고 465m에 있는 암봉이다. 오르는 길이 매우 위험해, 지금은 출입금지구간이다. 일대에 기암괴석이 많다. 필자는 제6경 칠성대, 제8경 영락대가 있는 능선을 통털어 ‘향로능선'이라 명명(命名)한다.
제6경 칠성기암(七星奇巖)
달팽이 두 뿔 돋아 아기가 젖 빨았지
홈 패인 다섯 줄은 거문고 방불하고
일곱 별 기암(奇巖) 아래로 고운 홍엽 나풀대
* 칠성대(七星臺)는 경기도 의정부시 산곡동 표고 490m에 있는 바위 전망대이다. 일명 젖꼭지바위 또는 유두(乳頭)바위라 한다. 전체 형상이 북두칠성을 닮고, 삼신할매에 관한 짧은 전설이 있다.
제7경 불로약수(不老藥水)
내원암 풍경소리 번뇌를 앗아가면
감로수(甘露水) 한 잔 마셔 디딜방아떡 공양(供養)하고
모락댄 저녁 연기는 젖은 땀을 말려줘
*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금류폭포에서 암자로 오르는 돌계단길을 따라가다 등산로와 만나게 되는 지점 근처에 내원암이 있다. 여기서 수락산장 방향으로 600m 더 올라가야 불로정(不老井) 약수터가 나온다.
제8경 선인영락(仙人迎樂)
신선은 선녀(仙女) 맞아 한바탕 즐거움이
청백학(靑白鶴) 간데 없이 자주 노을 맑게 지니
속세에 미련 남거든 이 바위에 새겨요
* 영락대(迎樂臺)는 경기도 의정부시 산곡동 표고 482m에 있는 널따란 바위다. ‘즐거움을 맞이하는 대’라는 뜻이다. 제6경 칠성대에서, 같은 능선 동북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선인봉을 간혹 ‘성인봉’으로 잘못 표기하고 있는데, 필자는 두산백과 자료를 따른다. 실은 선인봉(일명 신선봉) 자체가 불명확할 뿐더러, 원래의 시문(詩文)에서도 무의미하다.
* 제목변경 권고; 제8경에 한해 시제 ‘선인영락’을 ‘영락행운(迎樂行雲)’ 또는, ‘영락낙하(迎樂落霞)’로 바꿀 것을 권한다. 후학을 위한 숙제로 남겨 둔다.(한상철 주)
----------------------
필자 약력; 현) 한국고서연구회 이사. (사) 서울특별시산악연맹 이사 역임.
* 게재일 현재 지상 미발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