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바로 봅시다 153 /3. 대담/사람이면 ‘사람’을 찾아야지(8)
사람이면 ‘사람’을 찾아야지(8)
-1984년 3월 17일 조선일보, 법정스님, 안병훈 편집부국장-
∙인전길 문화부장, 서희건 기자와의 대담
● 불교계에 어떤 문제가 생길 따마다 승려들의 자질이 지적되고, 그에 따른 교육문제가 거론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조치는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승려 교육의 개선책을 어떻게 구상하고 계시는지요?
“부끄러운 말이지만 승단에는 현대적인 교육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일반 사회는 자꾸 발전하여 국민의 교육 수준도 날로 향상되고 있는데 우리 승려 교육은 그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1천 6백년 역사를 지닌 종단에서 승려의 전문 교육 기관인 승가대학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 시대를 이끄는 교역자가 되려면 최소한 승가대학을 만들어 거기를 거쳐 나온 사람에게만 승려의 자격을 부여해야 해요. 그래서 내 생각으로는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고 처음 절에 들어오면 승가대학에 들어가 4년 간 불교의 기본 교육을 배우고 익히게 한 후 비로소 비구계를 주어 승려가 되도록 해야 할 거라고 봅니다.
승려의 교육 수준이 대학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앞으로 불교 교단은 자멸하게 될 것이고, 이 시대의 골동품이 될 거에요. 기성 승려들도 재교육의 기회를 주어 대학 수준에 이르도록 해야지요.”
● 아직도 한국 불교의 대다수는 기복적인 신앙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참된 불공이 무엇인지, 공양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이런 기회에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새 어떻게 보면 한국 불교가 무속巫俗인지 종교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기복, 즉 복을 비는 일은 순전히 이기심에서 나온 것입니다. 자기만을 위해 절에 다니고 불공을 한다면, 그것은 불공과는 역행하는 거지요.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남을 돕는 일이 불공이라고 했습니다. 남을 돕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물질적인 도움이 있고, 정신적인 도움이 있고, 육체적인 도움도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을 위로해 주는 것도 불공이고,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는 것도 불공이며,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는 일도 불공입니다. 뿐만 아니라 물에 떠내려가는 벌레를 구해주는 것도 불공이 됩니다. 불공이란 인간끼리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체 중생을 보호하고 도와주는 것은 모두 불공입니다. 처음에는 잘 안 되지만 자꾸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됩니다. 나를 해롭게 하고 원한이 맺힌 원수를 돕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나를 해롭게 하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가장 존경하고 돕는 것이 참된 불공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불교입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있지만, 불교에서는 설사 내 부모나 자식을 죽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부모와 같이 섬기라고 했습니다. 보통 사람을 돕거나 존경하기는 쉽지만 원수를 그렇게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비입니다. 이런 것이 진정한 불공이고, 또한 불교의 근본 사상입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첫댓글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