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이환위리의 정신으로 변화와 혁신…회원의 평생복지 실현에 최선”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9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50여m 남짓 걸음을 옮기자 한국교직원공제회관이 여의도의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안내를 받아 건물 27층 이사장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오랜 정치 경험에서 비롯된 특유의 여유와 묵직한 경륜으로 기자를 맞았다.
정 이사장과 마주 앉아 차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의 삶과 정치 인생, 그리고 한국교직원공제회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
정갑윤 이사장의 인생 이야기는 화려한 정치 경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울산에서 가난한 소작농으로 생활했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6남매를 보살폈다고 회고했다.
정 이사장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개천에서 용 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건넸다.
그 말에는 단순한 자랑보다 자신을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어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살아온 한 사람의 인생관이 담겨 있었다.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울산대학교 화학공학과를 거쳐 산업관리공학 석사과정을 밟은 그는 이후 정치권에 진출해 제16대부터 제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울산과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았다.
특히 제18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제19대 국회 후반기에는 국회부의장을 맡아 국가의 주요 현안을 다루는 중책을 수행했다.
정치인으로서 쌓은 경험과 경륜은 현재 한국교직원공제회를 이끄는 데에도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 차 한 잔에 담긴 여유와 소통
이날 정 이사장이 기자를 위해 준비한 차는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중국 보이차가 아니었다.
중국 후난성의 차를 직접 끓여 내놓으며 차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의 전화기는 여러 차례 울렸다. 오랜 지인들의 전화였다.
정 이사장은 전화를 받으면서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통화를 마친 뒤에는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오랜 세월 정치와 사회 각계에서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온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정 이사장에게도 차는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정리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듯했다.
■ 정치 경륜 넘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기자의 질문중에서 요즘 정치와 사회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자 정 이사장은 자신에게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자기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랜 정치 경험을 가진 인사의 답변치고는 의외로 솔직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사회적 갈등이 커질수록 이를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생각을 밝혔다.
정 이사장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갈등을 넘어선 통합’에 가까웠다.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현실이기도 하다.
■ “이환위리(以患爲利)의 정신으로 변화와 혁신”
정갑윤 이사장이 한국교직원공제회를 이끌면서 강조해온 경영철학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환위리(以患爲利)’다.
어려움과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의미다.
그는 급변하는 사회·경제 환경 속에서 공제회 역시 변화와 혁신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전국 교직원들의 생활 안정과 복리증진을 위해 설립된 대한민국 대표적인 교직원 평생복지기관이다.
회원들의 안정적인 자산관리와 복지 증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금융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생각이다.
특히 재임 기간 추진한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로 ‘S2B 사업의 법적 근거 강화 및 운영 안정화’를 들 수 있다.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사업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힘을 보탰으며, 이러한 변화는 공제회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90만여 회원의 든든한 동반자
한국교직원공제회는 1971년 설립된 이후 전국의 교직원들을 위한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핵심 가치로 성장해왔다.
공제회의 역할은 단순한 금융기관의 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회원들의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장기저축급여를 비롯해 급여·대여·보험·복지사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교직원들의 삶과 함께하는 평생복지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이 은퇴 이후에도 안정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자산관리와 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숙박·문화 등 다양한 회원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러한 공제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회원’에서 찾는다.
전국 각지에서 교육 현장을 지키며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교직원들이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공제회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결국 공제회의 자산 규모나 사업의 외형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산을 맡긴 회원들의 신뢰이며, 이를 지키는 것이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의미다.
■ 가족의 행복에서 찾은 인생의 보람
정 이사장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가족 이야기로 이어졌다.
결혼 후 두 아들을 두었으며, 큰아들과 둘째아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손주들의 이야기를 꺼낼 때에는 정치와 경영을 이야기할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자녀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좋은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큰 보람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울산의 자택과 서울에서의 생활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공제회 업무와 각종 사회활동으로 하루하루가 분주하다.
그럼에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평범한 행복을 이야기했다.
■ ‘정치인 정갑윤’에서 ‘공제회 이사장 정갑윤’으로
정갑윤 이사장의 경력은 숫자로만 보면 상당히 화려하다.
제16·17·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
그러나 지금 그가 맡고 있는 역할은 과거의 정치적 직책과는 성격이 다르다.
수많은 교직원 회원들의 소중한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회원들의 복지 향상과 미래 설계를 지원해야 하는 책임이 주어진 자리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일이라면, 공제회 경영은 회원들의 현재와 미래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정 이사장은 과거의 정치적 경험을 현재의 공제회 경영에 접목하며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신뢰받는 공제회, 미래를 준비하는 공제회 만들 것”
정갑윤 이사장이 바라보는 한국교직원공제회의 미래는 분명하다.
회원에게 신뢰받고,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안정적인 자산관리와 실질적인 복지를 통해 회원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공제회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회원들의 생애주기에 맞는 맞춤형 자산관리와 복지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공제회의 기본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원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회원의 삶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것.
그것이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정치의 현장에서 수많은 갈등과 국가적 현안을 경험했던 정갑윤 이사장.
이제 그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현장을 지키는 교직원들의 미래를 지원하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는 이환위리의 정신처럼,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사람’이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만난 정갑윤 이사장의 모습에서는 오랜 정치 경력에서 비롯된 경륜과 함께,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얻은 겸손과 성찰의 흔적이 느껴졌다.
“교직원 회원들이 안심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공제회를 만드는 것.”
정갑윤 이사장이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서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다.
박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