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에 비행장이 있다. 영산강 옆에 자리한 작은 비행장에서 훈련과 교육 등의 목적으로 경비행기가 날았다. 최근에는 일반인이 경비행기 체험에 도전한다. 경비행기는 조종사 옆자리에 한 사람만 탈 수 있기에 혼자 즐기는 액티비티로 제격이다.
경비행기 교육과 체험을 운영하는 에어로마스터의 박문주 수석교관
경비행기 체험을 하려면 먼저 불안감을 떨쳐야 한다.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은 누구나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제주에 갈 때 비행기를 타면서 불안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비행기 사고율은 일반 항공기 수준이다. 엔진이 꺼지는 위험 상황에서는 고도의 10배까지 활공 비행해 비교적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담양비행장에서 경비행기 교육과 체험을 운영하는 에어로마스터 박문주 수석교관은 “경비행기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말한다. 경비행기 체험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교육과 장비가 필요 없다. 누구나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다.
활주로를 달리다가 날아오르는 경비행기
담양비행장은 잔디가 깔려 널찍한 공간이 시원해 보인다. 경비행기 몇 대가 있는데, 작고 귀엽다. 운항하는 기종은 빙고(Bingo)로 이탈리아의 경비행기 제작사에서 만들었고, 관광과 훈련용으로 좋다고 한다.
경비행기 내부. 조종사 왼쪽 조수석에 탄다.
조종사가 점검을 끝내고 탑승 신호를 보낸다. 조종사 왼쪽 조수석에 타야 한다. 계기판 10여 개가 눈앞에 있고, 헤드셋을 쓰니 조종사가 된 기분이다. 비행 중에는 바람 소리가 크기 때문에 헤드셋을 통해 조종사와 대화한다. 문에 있는 유리 없는 창으로 풍경을 감상하고, 창밖으로 카메라를 내밀어 사진 찍어도 된다. 바람이 매우 세니 주의해야 한다.
경비행기 창을 통해 날개 옆으로 펼쳐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출발합니다!” 헤드셋에서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체가 슬슬 움직이니 가슴이 콩콩 뛴다. 활주로에 올라 조금 속도를 낸다 싶더니 순식간에 붕 떴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한참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찰나다. 경비행기는 35m 정도만 달리면 이륙할 수 있다고 한다. 착륙은 길이 150m의 활주로가 필요한데, 담양비행장 활주로는 300m가 넘는다.
하늘에서 본 메타세쿼이아 길이 추상화 같다.
점점 고도를 높이니 먼저 도로의 메타세쿼이아가 눈에 들어왔다. 밑에서 보던 압도적인 모습이 아니다. 성냥개비로 만든 미니어처 같다. 메타세쿼이아와 논밭이 어우러져 한 폭의 추상화 같다. 고도와 속도를 물어보니, 고도 400m에 시속 120km라고 알려준다. 100km가 넘는다는 게 의외다. 속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경비행기에서 본 담양호가 크고 넓다.
조종사가 손가락으로 앞쪽을 가리킨다. 담양의 명산 추월산이 보인다. 정상 부근에 험악한 암봉이 있어 다른 산과 구별된다. 추월산이 가까워지자 그 아래 담양호가 눈에 들어온다.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고, 푸른 산을 담은 아름다운 모습에 또 놀랐다.
경비행기에서 본 금성산성. 유장한 성벽과 보국문이 눈에 띈다.
“금성산성으로 가볼까요?” 조종사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행기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다. 빠른 속도감에 온몸이 짜릿하다. 담양 금성산성(사적 353호) 일대의 우락부락한 산세가 눈에 띄고, 긴 성벽을 두른 보국문이 보인다. 산세가 워낙 험해 범접할 수 없는 철옹성이란 느낌이 든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담양 시내. 남도의 순하고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담양에 오셨으니 죽녹원을 보셔야죠.” 기체가 담양 시내 쪽으로 향하자, 영산강 옆의 담양 관방제림(천연기념물 366호) 활엽수 군락이 보이기 시작한다. 둥그런 활엽수와 뾰족한 메타세쿼이아가 비교돼 재미있다. 대나무 숲에 폭 안긴 죽녹원 일대가 보이고, 담양의 유명 정자를 모방해 지은 죽녹원시가문화촌도 한눈에 잡힌다.
담양의 대표 명소인 죽녹원. 죽녹원시가문화촌의 정자들이 보인다.
“착륙합니다.” 조종사의 말과 함께 기체는 고도를 낮춘다. 빠른 속도감에 당황한 사이, 땅이 가까워지더니 경비행기가 부드럽게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바퀴가 땅에 닿을 때 쿵 소리도 거의 없었다. 20여 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무사히 착륙했다는 안도감보다 좀 더 날고 싶은 아쉬움이 밀려온다.
한국대나무박물관 앞의 동상. 죽제품을 만드는 아버지와 큰아들, 구경하는 막내아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경비행기 체험을 마쳤으면 담양의 명소인 한국대나무박물관, 가마골생태공원, 담양호에 들러보자. 담양은 대나무가 잘 자라 대나무골이라고 부른다. 한국대나무박물관에서는 대나무의 종류와 문헌 자료, 밀랍 인형으로 재현한 죽제품 제작 과정, 전국대나무디자인공예대전 입상 작품과 명인들의 작품, 대나무 생활 공예 등을 볼 수 있다. 야외에 호젓한 대숲 산책로가 조성돼 가볍게 걷기 좋다.
가마골생태공원의 절경인 용소. 폭포와 너른 소를 품고 있다.
담양 가장 북쪽에 자리한 가마골생태공원은 비대면 여행지로 제격이다. 용추산을 중심으로 사방 4km 주변을 가마골이라고 부른다. 예전에 그릇을 굽는 가마터가 많아서 붙은 이름으로, 계곡과 폭포,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풍광이 수려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 따라 10분쯤 오르면, 담양10경에 들고 영산강의 시원이기도 한 가마골용소가 나온다. 용소는 2단 폭포와 너른 소를 거느리고 있다. 마침 비가 많이 와서 폭포의 좁은 암반 사이로 물줄기가 맹렬하게 쏟아져 나온다. 그 모습을 보니 더위는 사라지고 한기가 느껴진다. 용소에서 100m쯤 오르면 출렁다리가 있다. 다리 가운데 서면 가마골의 웅장한 산세와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용소가 보인다.
담양호 용마루길은 덱 로드 따라 호수 둘레를 걷기 좋다.
가마골생태공원에서 내려온 물은 담양호에 잠시 머물다가 영산강으로 흘러간다. 담양호는 추월산과 강천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서 풍광이 빼어나다. 담양호에는 용마루길이 나 있어 둘러보기 편하다. 담양호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용마루길은 3.9km로, 왕복 2시간쯤 걸린다. 덱 로드를 따라 울창한 숲길을 느릿느릿 걸으며 담양 여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