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의 소주천을 위한 척추독맥수련
1. 왜 중도의 소주천인가?
소주천 수련을 할 때에도 의식을 하든 못하든 세계관이 작용한다. 만약 세계관의 차원을 의식하지 않고 진행한다면 일상생활에 가장 익숙한 3차원 공간관과 1차원의 시간관, 즉 입자 중심의 세계관에 입각해서 수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세계관에 입각해서 수련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입자 중심의 세계관에서는 3차원 공간의 위상을 차지하는 내 몸을 실체로 인식하기 때문에 기의 밀도가 내 몸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에 많이 머무르고 내 몸 바깥을 대상으로 여겨서 기의 밀도가 희박하게 조성된다. 입자 단위의 폐쇄회로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소주천을 한다면 내 몸과 우주가 구분되면서 기의 출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안팎의 기의 장이 괴리되면서 내 몸의 부위에 대한 집중이 과도하게 이루어져서 기의 반응이 격렬하게 일어난다. 그러한 반응이 격렬할수록 수련이 잘 이루어진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기의 장이 불균형할 경우에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설사 큰 부작용을 겪지 않더라도 수련의 결과가 모두 ‘나’라는 입자 단위가 주체가 되어서 이룬 성과라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에 수련 이후에 한층 ‘나’라는 아상을 강화시켜서 아만, 아애, 아치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중도의 소주천은 온 우주가 하나의 동시장, 一味이자 一氣, 一心이라는 세계관에 입각하여 소주천 수련을 행하는 것이다. 임맥과 독맥을 입자 단위의 내 몸, 내 것이 아니라 우주의 기의 장이 주체인 상태에서 우주사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온 우주가 하나의 동시장일 때 개체단위의 자아동일성을 갖는 존재는 없다. 오직 우주규모의 사건만 일어날 뿐이다. 독맥으로 기운이 상승할 때도 내 몸이 주체가 되어서 기운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기의 장이 주체가 되어서 독맥으로 기운이 상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 주체의 전환
중도의 동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수련하는 주체를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자율신경의 균형을 이루고 나아가 입자 단위의 폐쇄회로에서 벗어나 우주의 기의 장이 주체인 열린회로로 전환한다. 이때 8개월 태아의 상태를 떠올리면 태아의 몸이나 태아의 ‘나’라는 관념의 벽이 존재하지 않고 오직 어머니 태내로 동시장이 확장된다. 이를 8개월 태아의 동시장, 우주장이라고 떠올리면 입자 단위의 주체에서 우주의 기의 장이 주체인 상태로 쉽게 전환된다. 특히 입태 당시의 선천지기인 신기라고 연상하면 개체단위의 범위를 넘어서 우주로 존재감이 확장되는데 이를 함께 연상한다.
이 상태에서 대승의 悲心의 동시장이라고 연상하면 먼저 위아래로 기의 장이 끝없이 확장되어 인식의 차원이 전변되고 이어서 사방으로 기의 장이 확장된다. 이때 대승의 慈心의 공동장이 펼쳐진다고 여겨서 대승의 대자대비의 동시장을 떠올리면 나와 우주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동시에 伊字三點의 원리를 떠올려서 먼저 우측에서 열반의 반야라고 연상하면 온우주가 텅빈 空으로 열린다. 이 바탕 위에서 열반의 해탈이라고 연상하면 왼쪽까지 모든 경계가 풀린다. 이 상태에서 열반의 법신이라고 연상하여 마헤수라의 눈과 실담어의 伊字로서 위아래로 무한하게 기의 장이 확장되도록 한다. 이를 동시에 연상할 때 나와 우주의 모든 경계가 해체되는 중도의 동시장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
3.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과 함께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을 들으면서 수련을 하면 기의 장을 횡수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중도의 동시장 상태라고 여기고 진행한다.
소주천 수련을 자세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처음에는 회음에서 백회에 이르는 척추독맥 수련을 먼저 중점적으로 한다.
몸을 뒤로 기울이면서 우주의 기운이 회음으로 집중되어 항문호흡을 하는 느낌으로 미려혈(장강혈)로 이어지게 한다. 우주의 장이 주체일 때는 내가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들숨이 나의 척추독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여긴다. 미려혈로 집중된 기운은 일차적으로 척수신경으로 연결된다고 여기고 지켜본다. 그러면 척수신경은 뜨겁고 환한 빛의 기운으로 척수를 따라 백회 위로 상승한다. 풍부에서 머리 속을 거쳐서 백회, 백회 위 상초상으로 무한하게 뻗어나가도록 하되 사방 우주의 기의 장이 주체인 상태에서 우주의 기운이 마치 토네이도처럼 반시계방향 고속회전하면서 미려혈부터 위로 상승하도록 한다. 이어서 명문혈, 척중혈, 신도혈, 신주혈, 대추혈, 풍부혈로 이어지고 풍부혈에서 머리 속을 관통하여 백회 위로 상승하는 기운과, 뇌호를 거쳐서 백회로 상승하는 기운을 함께 조성한다. 방광경의 신수혈과 옥침혈도 병행해서 기의 기둥이 형성되도록 한다.
두 손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척추독맥의 기와 사방 우주의 기의 장이 잘 유지되도록 한다. 시종일관 반야 – 해탈 – 법신의 중도 동시장 상태에서 우주사적 사건이 일어나는 것으로 바라본다. 이런 상태에서는 상승하강의 분별도 사라지면서 한점이 온우주가 되는 중도 동시장이 조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