漁父辭 (어부사) - 屈原(굴원)
屈原旣放 굴원기방
游於江潭 유어강담
行吟澤畔 행음택반
顔色憔悴 안색초췌
形容枯槁 형이고고
굴원이 죄 없이 추방을 당해
강과 못 사이를 쏘다니고
연못가 거닐며 슬픔 노래 읊조리니
얼굴은 시름 겨워 초췌해지고
형용은 비쩍 말라 야위었더라.
*放(방) ; 멀리 추방. 江潭(강담) : 湘江(상강) 가의 연못.
憔悴(초췌) : 마음이 괴로워 몸이 파리한. 枯槁(고고) : 생기가 없는 .
漁父 見而問之曰 어부견이문지왈
子非三閭大夫與 자비삼려대부여
何故至於斯 하고지어사
어부가 이를 보고 물어 말하길.
"그대는 삼려대부 아니신가요?
이런 곳엘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
漁父(어부) : 어부는 세상과 추이를 같이 하며 살아갈 것을 말했으며, 이런 뜻이 창랑가에도 나타나 있다. 창랑가는 도가 행해지면 세상에 나가 뜻을 펼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숨어 살 것을 암시하는 인물이다.
三閭大夫(삼려 대부) : 중국 춘추 시대 초나라의 벼슬 이름. 楚(초)나라의 왕족인 昭(소)씨. 屈(굴)씨. 景(경)씨 등을 관장하던 장관 자리에 있던 굴원을 이르는 말.
屈原曰 굴원왈
擧世皆濁 거세개탁
我獨淸 아독청.
衆人皆醉 중인개취
我獨醒 아독성
是以見放 시이견방
굴원이 대답하여 말을 하기를,
"온 세상 모두가 흐려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깨끗했으며,
뭇 사람들 모두가 취해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은 정신 깨어 있어서
그만 이렇게 추방당한 거라오."
*
擧(거) : 모두. 전부. 濁(탁) : 욕심이 많고 더러운.
醉(취) : 부정 때문에 양심이 흐려지는.
醒(성) : 이성이 밝은. (韻字: 淸. 醒)
漁父曰 어부왈,
聖人 성인 不凝滯於物 부응체어물,
而能與世推移 이능여세추이.
世人皆濁 세인개탁,
何不淈其泥 하불굴기니
而揚其波 이양기파.
衆人皆醉 중인개취,
何不飽其糟 하불포기조
而歠其醨 이철기리
何故深思高擧 하고심사고거,
自令放爲 자령방위.
어부가 이 말 듣고 말을 하기를,
"성인은 사물에 막힘이 없어
세상과 추이(推移)를 같이 한다오.
세상 사람 모두가 흐려 있다면
어째서 진흙물 흙탕질을 쳐
그 물결 더 높이 일으키질 않으며.
뭇 사람 모두가 취해 있다면
그 술 지게미 배불리 먹고
박주(薄酒)나마 마셔 두지 않고서
어째서 깊이 생각 높이 행동해
스스로 추방을 불러 왔나요?"
*
凝滯(응체) : 굳어져 통하지 않는 것. 융통성이 없는.
歠(철) : 마실 철. 醨(리) : 모주 술 리.
屈原曰 굴원왈,
吾聞之 오문지.
新沐者必彈冠 신목자필탄관,
新浴者必振衣 신욕자필진의.
安能以身之察察 안능이신지찰찰,
受物之汶汶者乎 수물지문문 자호.
寧赴湘流 녕부상류
葬於江魚之腹中 장어강어지복중,
安能以皓皓之白 안능이호호지백,
而蒙世俗之塵埃乎 이몽세속지진애호
.
굴원이 이 말 듣고 다시 말하기를
"내 일찍 이런 말 들은 적이 있다오.
새로 머리 감은 이는 갓 먼지 털어 쓰고
새로 몸을 닦은 이는 옷을 털어 입는다고,
그러니 어찌 이 깨끗한 내 몸으로
저 더러움을 받을 수 있으리요?
차라리 상수(湘水) 물가로 달려 가
물고기 뱃속에 장사지낼지언정
어찌 이 희고 깨끗한 내 몸으로
세속의 티끌을 뒤집어 쓸 수 있으리요?"
*
新沐(신목) : 금방 머리를 감다. 察察(찰찰) : 맑고 깨끗함.
汶汶(문문) : 더러워진 모양. 치욕이 많은. 皓皓(호호) : 희고 맑음.
漁父莞爾而笑 어부완이이소,
鼓枻而去 고예이거.
乃歌曰 내가왈,
滄浪之水淸兮 창랑지수청혜,
可以濯吾纓 가이탁오영.
滄浪之水濁兮 창랑지수탁혜,
可以濯吾足 가이탁오족.
遂去不復與言 수거불부여언
어부가 듣고서 빙그레 웃고는
돛대를 올리며 가면서 노래하길
'창랑의 물결이 맑을 때라면
이 내 갓끈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결이 흐릴 때라면
이 내 발이나 씻어보리라.'
마침내 가 버리곤 말이 없구나.
*
莞爾(완이) : 씽긋 웃는 것. 鼓枻(고예) : 뱃전을 두드리다.
(세상이 道를 행하여 지느냐 에 따라 벼슬길에 나가던가 아니면 발을 씻고 떠나 버린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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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굴원이 이미 쫓겨나 江潭(강담)에서 노닐고 못가를 거닐면서 詩(시)를 읊조릴 적에 안색이 초췌하고 몸이 수척해 있었다.
漁父(어부)가 그를 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三閭大夫(삼려대부)가 아닌가? 어인 까닭으로 여기까지 이르렇소?
굴원이 대답했다.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니 그래서 추방을 당했소이다.
어부(漁父)가 이에 말했다.
聖人(성인)은 사물에 얽매이거나 막히지 않고 능히 세상을 따라 옮기어 나가니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혼탁하면 왜 그 진흙을 휘젖고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으며 뭇사람들이 모두 취해있으면 왜 그 술 지게미를 먹고 薄酒(박주)를 마시지 않고는 무슨 까닭으로 깊은 생각과 고상한 행동으로 스스로 추방을 당하셨소?
굴원이 이에 대답하였다.
내 듣기로, 막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冠(관)을 퉁겨서 쓰고 막 목욕을 한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 하였소이다.
어찌 몸의 반질반질한 곳에 外物(외물)의 얼룩덜룩한 것을 받겠소?
차라리 湘江(상강)에 뛰어들어 강 물고기의 배속에서 葬事(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 희디흰 純白(순백)으로 世俗(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쓴단 말이요?
漁父(어부)는 빙그레 웃고는 배의 노를 두드려 떠나가며 이에 노래를 불렀다.
滄浪(창랑)의 물 맑으면 내 갓 끈을 씻으리요, 滄浪(창랑)의 물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요.
그는 마침내 떠나가고 굴원은 다시 그와 더불어 말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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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고대 중국의 대표적인 '초사'가운데 하나이다. 초사는 애절한 정조가 지배적이며 화려한 장식이 뛰어나다. 굴원은 원래 초나라 회왕을 도와 눈부신 정치 활동을 하였으나, 간신의 참소로 호남성의 상수로 추방을 당하였는데, 방랑 생활을 하다가 울분을 참지 못해 물에 몸을 던진 것으로 유명하며, 굴원의 강직한 성품이 어부의 삶의 자세와 대조되어 더욱 빛나고 있다.
어떤 이는 이 시에 등장하는 어부는 당시의 隱士(은사)였다고 전해지나 사실은 굴원이 이러한 인물을 假設(가설)하여, 자기의 절조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삼았다고 생각되어 진다. 또한 굴원 자기 자신의 글인지도 확실치 않으며, 아마도 굴원에 관한 傳誦(전송)을 후세 사람이 그의 작품 집에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이 글에는 그의 성격이 진실되고 분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가 멱라수 에 빠져 죽을 것을 예언한 듯한 구절도 보이는 데 , 그처럼 청렴 결백한 사람이니까 , 당연히 세상에 용납되지 않았고,그 자신도 亡國(망국)의 참상을 참아 보지 못하여 자살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어부와 같은 처세는 그 때와 같은 난세에는 타당한 것이었겠지만 ,굴원의 충성스러운 심정으로는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이 전이 그가 후세의 사람들한테서 愛慕(애모)와 동정을 받는 것이라고 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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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父辭>
屈原旣放, 游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憔悴, 形容枯槁. 漁父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與. 何故至於斯. 屈原曰,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漁父曰, 聖人不凝滯於物, 而能與世推移. 世人皆濁, 何不淈其泥而揚其波. 衆人皆醉, 何不餔其糟而歠其醨. 何故深思高擧, 自令放爲. 屈原曰, 吾聞之. 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安能以身之察察, 受物之汶汶者乎. 寧赴湘流葬於江魚之腹中, 安能以皓皓之白, 而蒙世俗之塵埃乎. 漁父莞爾而笑, 鼓枻而去. 乃歌曰,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遂去不復與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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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父辭 (어부사)
굴원이 죄 없이 추방을 당해
강과 못 사이를 쏘다니고
연못가 거닐며 슬픔 노래 읊조리니
얼굴은 시름 겨워 초췌해지고
형용은 비쩍 말라 야위었더라.
어부가 이를 보고 물어 말하길.
"그대는 삼려대부(三閭大父) 아니신가요?
이런 곳엘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굴원이 대답하여 말을 하기를,
"온 세상 모두가 흐려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깨끗했으며,
뭇 사람들 모두가 취해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은 정신 깨어 있어서
그만 이렇게 추방당한 거라오."
어부가 이 말 듣고 말을 하기를,
"성인은 사물에 막힘이 없어
세상과 추이(推移)를 같이 한다오.
세상 사람 모두가 흐려 있다면
어째서 진흙물 흙탕질을 쳐
그 물결 더 높이 일으키질 않으며.
뭇 사람 모두가 취해 있다면
그 술 지게미 배불리 먹고
박주(薄酒)나마 마셔 두지 않고서
어째서 깊이 생각 높이 행동해
스스로 추방을 불러 왔나요?"
굴원이 이 말 듣고 다시 말하기를
"내 일찍 이런 말 들은 적이 있다오.
새로 머리 감은 이는 갓 먼지 털어 쓰고
새로 몸을 닦은 이는 옷을 털어 입는다고,
그러니 어찌 이 깨끗한 내 몸으로
저 더러움을 받을 수 있으리요?
차라리 상수(湘水) 물가로 달려 가
물고기 뱃속에 장사지낼지언정
어찌 이 희고 깨끗한 내 몸으로
세속의 티끌을 뒤집어 쓸 수 있으리요?"
어부가 듣고서 빙그레 웃고는
돛대를 올리며 가면서 노래하길
'창랑의 물결이 맑을 때라면
이 내 갓끈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결이 흐릴 때라면
이 내 발이나 씻어보리라.'
마침내 가 버리곤 말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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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자료의 원문 및 번역은 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http://www.seelotus.com/gojeon/gojeon/hanmun/gul-won.htm
에서 인용된 내용입니다.
[출처] [고문진보]漁父辭(어부사) - 屈原(굴원)[후집]|작성자 swings81
曉楠 朴秉圭(1925~1994) 대구 달성
(한국근대서예명가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