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일 배우는 서라벌예대에 입학 후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는데 아무 연고도 없어 영화계 입문은 힘들었고 고생은 예견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양훈 배우의 의상담당 매니저(가방모치)를 하며 동자동에서 함께 숙식한다. 양훈 배우는 코미디언으로 알려진 배우인데 경제적인 상황이 안좋아져 원래 보문동의 집을 떠나 자취를 하던 참이었다.
양훈 배우를 따라 다니며 촬영 현장을 경험한 그는 1965년 김화랑 감독의 콤미디 영화인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로 데뷔한다. 웨이터 역으로 단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학교 생활은 없었고 등록금 마저 양훈 배우 뒷바라지에 쓰다보니 학교는 중퇴하게 된다.
그는 녹음실에서 하는 후시녹음을 참관보며 연기 공부를 하였는데 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양훈 배우는 월급은 고사하고 수고비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녹음실까지는 오지 말라고 했지만 그는 연기공부 차원에서 녹음실 참관을 멈출 수 없었다. 이때 김희갑, 구봉서, 서영춘, 양훈, 양석천 코미디언의 전성시대라 그로서는 그들을 보며 배우로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심우섭 감독의 영화에도 출연하며 행당동 살던 최성호 배우의 매니저를 겸하였다. 이때 무협영화 출연기회가 생기는데 백상기 제작, 안달호 감독의 <원한의 애꾸눈>에 꼽추로 출연하며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함께 출연한 배우는 안일력, 안길원, 최인숙 등이다. 개봉 극장엘 갔는데 극장측에서는 그의 배역이 독특해 기억을 하며 자리까지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이후로 그는 <대장성의 대복수> 등의 무협영화에 계속 출연하게 된다. 특히 <마곡의 결투>, <금문의 결투>, <협기>, <일대영웅>, <케이라스의 황금> 등 합작영화에 출연한다.
이후 유현목, 신상옥, 이봉래, 한형모, 김기풍, 편거영, 김효천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였다. 기억나는 영화는 <13세 소년>, <회전의자>, <여자가 더 좋아>, <팔도사나이> 등이고 이렇게 10년 간 활동하니 1980년에 처음으로 주택을 마련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