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우리말의 유래
◇숙맥
콩과 보리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숙맥'이라고 한다. '숙맥'은 한자말로 '숙'은 콩을, '맥'은 보리를 뜻한다.
◇시치미떼다
옛날 사람들은 매 사냥을 할 때, 자기의 매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매의 다리에 이름표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쇠의 뿔로 만든 '시치미'라는 이름표로 자기의 좋은 매가 남의 매와 바뀌지 않도록 하였던 거랍니다.
그런데 하루는 친구와 함께 매 사냥을 간 사람이 친구의 매를 탐내, 매의 다리에 달린시치미를 떼어 자기의 매인 것처럼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자기의 매를 알아보았습니다.
"시치미를 뗀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아?"
이래서 알고도 모른 척 잡아떼거나, 억지로 우길 때,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을 쓰게 되었답니다.
◇실랑이
'실랑이'는 '신래위'라는 말에서 나왔다. '신래위'의 '신래'는 과거에 합격한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과거에 합격하면 꼭 거쳐야 할 관습이 있었는데, 먼저 과거에 합격한 선배들이 후배 합격생들에게 짓궃은 장난을 쳤다. 이를 신래위한다고 했다. 그런데 신래위를 하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서로 옥신각신 다투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하여 지금의 실랑이가 되었다.
◇아수라
'아수라'는 원래 불교에서 쓰던 말이에요. 성질이 포악해 싸움을 잘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쫓아가 훼방을 놓는 나쁜 귀신이 바로 '아수라'다. 따라서 '아수라'들이 모여 놀고 있는 모습은 늘 시끄럽고 엉망진창일 거라고 생각하여 '아수라장'이라는 말이 생겼다.
◇아양을 떨다
'아양을 떨다'는 '아얌을 떨다'가 변해 생긴 말이에요. '아얌'은 옛날에 여자들이 머리에 쓰고 다니던 모자였대요. 양쪽에 털을 붙이고, 위는 뻥 터졌으며, 뒤에는 화려한 비단을 길게 늘어뜨린 이얌드림이 달려 있었다. 이렇게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이얌'을 손에 들고 털면, 자연히 주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답니다. 이런 유래로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애교 있는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을 두고 아양을 떤다고 하다.
◇야단났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비상사고가 생겼을 때,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사헌부의 관리(간찰)들이 밤중에 모여 일을 했는데, 이를 야다시(夜茶時)라고 했다. 감찰들은 야다시 후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집을 찾아가 죄목을 일일이 써서 대문 위에 걸어 두었다. 이 '야다'가 났다는 것이 오늘날 '야단'으로 변했어요. 흔히 매우 떠들썩한 일이나 곤란한 일이 벌어졌을 때 '야단났다'고 한다.
◇양치질
'양치질'의 '양치'는 엉뚱하게도 '양지질' 즉 '양지'(버드나무 가지)에 접미사인 '질'이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라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실제로 그렇습니다. 고려 시대의 문헌(예컨대 {계림유사})에도 '양지'(버들 양, 가지 지)로 나타나고 그 이후의 한글 문헌에서도 '양지질'로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양지' 즉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청소하는 것이 옛날에 '이'를 청소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오늘날 '이쑤시개'를 쓰듯이, 소독이 된다고 하는 버드나무 가지를 잘게 잘라 사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청소하는 것을 '양지질'이라고 했던 것인데, 이에 대한 어원 의식이 점차로 희박해져가면서 이것을 '이'의 한자인 '치'에 연결시켜서 '양치'로 해석하여 '양치질'로 변한 것입니다. 19세기에 와서 이러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양지'는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음인 '요지'로 변했습니다. '이쑤시개'를 일본어로 '요지'라고 하지 않던가요? 아직도 우리 나라 사람들 중 '이쑤시개'를 '요지'라고 하는 분들이 있지 않던가요? '양지질'에 쓰는 치약으로는 보통 '소금'이나 '초'를 사용하여 왔습니다. 이렇게 '양지질'이 '양치질'로 변화하는 현상을 언어학에서는 보통 '민간어원설'이라고 합니다. 즉 민간에서 어원을 마음대로 해석해서 원래의 단어를 해석하거나, 그 해석된 대로 단어를 고쳐나가곤 합니다. 이렇게 민간에서 잘못 해석한 단어는 무척 많습니다.
◇푼돈
'푼'은 옛날에 쓰였던 돈인 엽전의 가장 낮은 단위이다. 엽전 한 개가1푼이다. 따라서 '푼돈'이라고 하면 많지 않은 몇 푼의 돈을 뜻하는 말이다.
◇팽개치다
팡개는 새를 쫓는데 쓰는 작대기로 작대기 끝을 네 갈래로 쪼개 그 사이에 십자 모양의 작은 막대기를 물린 것이다. 사람들이 팡개의 틈에 흙과 작은 돌멩이를 찍어 휘두르며 새를 쫓았다. '팽개'는 '팡개'가 변하여 생긴 말이다. 사람들이 새를 쫓기 위해 '팡개'를 휘두르는 것에서, 무엇을 집어던지는 '팽개치다'라는 뜻이 생긴 것이다.
◇퇴짜 놓다
'퇴'자가 찍힌 물건은 대궐로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이지요. 곧 물건을 받아들이지 않고물리치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바치는 물건을 다시 돌려보낼 때 '퇴짜 놓았다'라고 한답니다. 요즘에는 사람이나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거절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지요.
◇터무니없다
원래 '터무니'는 집을 지은 자리에 남은 흔적을 말합니다. 따라서 '터무니 없다'는 집터의 흔적조차 없다는 뜻이지요. 지금은 그 말뜻이 넓어져서 전혀 이치에 맞지 않거나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답니다.
◇철부지
'철부지'의 '철'은 원래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그런데 동양에서는 흔히 '지혜'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대요. 여기에 알지 못한다는 한자말인 '부지'가 합해져서 '철부지'라는 말이 생겼지요. 따라서 '철부지'는 옳고 그름을 헤아릴 줄 모르는 어린애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