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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집결지 : 2019년 4월 13(토) / 8호선·분당선 복정역2번출구 (10시30분)
◈ 코스 : 복정역~위례신도시(창곡천)~골프장뒤편~남한산성(제6암문)~서문~호국사~만남의광장~거여동(뒤풀이)~배시킨 라빈스~거여역
◈ 참석 : 10명 <삼모, 종화, 경식, 윤상, 삼환, 정한, 양기, 황표 및 뒤풀이때 2명(갑무, 동준)>
◈ 동반시 : "벚꽃" / 안재동
◈ 뒤풀이 : '아구찜'에 소·맥주, 막걸리 / '송파아구찜'<송파구 거여동 (02) 449-5392>
9시경 집합장소가 산성역에서 복정역으로 변경된다고 카톡이 들어온다. 확인 안 된 친구들이 산성역으로 갈 수 있어서 복창 확인을 해 본다. 모두를 복창을 하는데 전과자(?)인 양기만 복창이 없다. 양기는 전에 서울대공원역에서 독립문역으로 바뀌었을 때에 혼자만 서울대공원역으로 가셔서 다른 산우들이 독립문역에서 양기가 올 때까지 기다렸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참석자 모두 무사히 정시에 도착하여, 10 : 40에 복정역을 출발하였다.
말로만 듣던 뉴타운 위례신도시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다. 아름답다. 청량산(497m) 자락에서 맑은 시냇물 (창곡천)이 흐르고 좌,우에 아름답고 높지 않는 새 아파트들이 서있다. 조경도 어울리게 잘 되어 있어서 어느 대형 리조트에 온 기분이다. 이 쾌적한 동네에 위윤환, 김종화 산우가 살고 있다. 종화 산우는 수 없이 이 창곡천 길을 걸었단다. 오늘 산행은 아무런 생각 없이 종화 산우의 발길만 따라가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앞서 가던 종화가 막걸리 사러가는 사이에 우리는 생각없이 직진 했는데, 아니라고 하여 전화해 보고 다시 내려와 왼쪽으로 가니 아파트 단지 상단에 팔각정이 보인다. 팔각정은 '위례정'으로 쉬는 곳이다. 모두 올라가 가지고 온 간식을 꺼내서 안주로 하고, 방금 사온 막걸리를 죄다 마셔 버리신다. 얼마를 걸었다고...? '시산회'가 아니고 '술산회' 인가? 말하자면 산에 발도 딛기 전이다. 그래도 목표가 있지않은가, '남한산성'!
얼마 걷지 않았는데, 왼쪽 발아래 골프장 같은 것이 있다. 미군용 골프시설(무단출입시 한국경찰이 체포한다)을 지나 오른쪽으로 우회전하니, 가파른 등산로가 시작된다. 숨도 가파져서, 중간에 두어 번 쉬고(이번엔 간식 없음) 한참을 오르니 남한산성이 보이고, 제6암문이 발 앞에 있다.
알려진 대로 암문은 일종의 비밀 통로도 크기도 작아서 적에게 쉽게 관측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인조 15년(1637년 1월 23일)에는 한 밤중에 습격해 온 청병을 크게 물리친 곳이라 하여 이 암문 부근을 서암문 파적지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문을 통하여 들어서니 남한산성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단체사진을 한 컷 촬영한다.
아! 남한산성! 우리 굴욕의 역사의 현장이다. 우리가 걷는 성곽길에서 춥고 배고프던 조선의 병사들은 청군의 칼에 낙엽처럼 쓰러졌던 그 곳이다. 수어장대는 그냥 지나치고...
신라 문무왕이 축성한 주장성 옛터를 인조 2년(1624년)에 축성하여 인조 14년(1636년)에는 군사훈련도 했는데 그해 12월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싸워 보지도 못하고 45일간 이 성안에 갇혀 있다가 곤룡포를 벗고 청의 하급관리가 입는 남색 옷을 입고 죄인들이 출입하는 서문을 나가 이 가파른 길을 내려가 삼전도에서 청 홍타지에게 3배 9고두(3번 절하고, 9번 머리를 박았을 때 왕의 머리에서 피가 줄줄) 하였던 역사의 길을 우리는 웃으면서 내려간다.
"죽음은 참을 수 없지만, 수모는 참을 수 있다."는 이조판서 최명길의 말을 생각하게 한다. 죽고 나면 모든 게 끝이다. 나만 죽으면 백성의 목숨은 어떡하란 말인가, 백성을 살리기 위해 어떤 수모도 각오했던 인조에게 동정심이 간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하산 도중 남은 간식을 먹고 약속한 거여동 아구찜 식당을 찾아간다. 여기서 산행하지 못한 고갑무와 정동준을 만난다, 정한 친구가 추천한 송파아구찜 집이다, 한이 친구의 설명대로 맛있는 식당이다. 나(황표)는 산상에서 낭독하지 못한 시를 낭송하였다.
"벚꽃" / 안재동
천지(天地)에 저뿐인 양
옷고름 마구 풀어헤친다
수줍음일랑 죄다
땅 밑으로 숨기고
백옥같이 흰 살결 드러내
하늘에 얼싸 안긴다
보고 또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자태
찬란도 단아도
이르기 부족한 말
수십 여일 짧은 생
마른 장작 타듯 일순 화르르
온몸을 아낌없이 태우며
세상천지를 밝히는
뜨거운 사랑의 불꽃
아무리 아름다워도
찰나에 시들 운명,
순응이나 하듯
봄비와 산들바람을 벗삼아
홀연히 떠나버린 자리에
오버랩되는
고즈넉한 그리움
그리고 배스킨 라빈스에서 달콤함과 차가움으로 피로를 녹인다. 산우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남한산성을 오르는 모든 건각들아! 감사합니다...
2019년 4월 15일 홍황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