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연과 그림책이라는 두 개의 텍스트를 함께 읽고자 합니다. 아파트 화단, 집 근처 공원, 보도블록의 틈바구니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민들레가 읽어야 할 텍스트로서의 자연이라면 그 민들레를 소재로 한 『민들레』(히라야마 가즈코 글·그림 / 시공주니어)는 텍스트로서의 그림책입니다.
『민들레』는 민들레의 특성과 한살이에 관한 과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그림책이에요. 글은 어린 독자의 눈높이에 걸맞은 분량의 정보를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전달합니다. 사실적인 그림은 실제 민들레를 눈앞에서 보는 듯 세밀합니다. ‘민들레를 본 적이 있나요?’ ‘민들레는 이런 곳에 피어 있기도 해요. 어떻게 자라났을까요?’처럼 이어지는 질문은 호기심 많은 아이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그림책 『민들레』를 읽고 실제 민들레를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정서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그림책 읽기라는 선행으로 축적된 배경지식을 가지고 실제 민들레를 만나면서 활성화할 수 있을 테지요.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합니다. 부모는 자연과 그림책 그리고 아이 사이에서 서로를 매개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날씨가 흐리면 꽃이 오므라든다더니 정말이네”처럼 그림책을 읽고 알게 된 앎을 끄집어냄으로써 아이가 대상을 보다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예리한 시각을 갖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요. 결과적으로 아이는 자신의 배경지식을 통해 그림책과 자연이라는 텍스트와 더욱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민들레를 읽기 위해서는 오감을 동원해야겠어요. 그 중 제일은 민들레 갓털 날리기! 오늘은 여기에 노래를 곁들일 거예요.
“아바니 아바니 머리 깎아줍소. 아바니 아바니 머리 깎아줍소.”(QR코드 참조)
함경북도 아이들이 민들레 갓털을 불어 날리며 부르던 노래입니다. ‘아바니’라는 말이 낯설다면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처럼 친근한 단어로 바꾸어 불러도 좋아요. 옛아이들은 복슬복슬한 민들레 갓털이 훅 날아가 버린 모습이 머리를 빡빡 깎은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민들레 갓털을 불기 전 주문처럼 이 노래를 불러보세요. 놀이가 훨씬 흥겨워집니다.
그림책도 읽고 온동네 민들레 갓털도 죄 날려보았다면 이번에는 그 감흥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봅니다. 먼저 민들레에 대한 시를 한 편 써볼 거예요. 하지만 민들레에 대한 시를 써보란다고 해서 덥석 쓸 수 있는 아이는 많지 않습니다. 이때 부모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생각을 끌어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보세요. 질문은 구체적이어야 효과적입니다.
“민들레 갓털은 무엇을 닮았을까?”
“치마를 닮았어.”
“그 치마는 누가 입었는데?”
“음, 발레리나가 입었어”처럼 말이에요.
아이가 툭툭 던지는 이야기를 정리하면 한 편의 시가 완성됩니다.
이제 시의 배경이 될 그림을 그려봅니다. 『민들레』의 한 장면을 따라해볼 참이에요. 파란색 도화지, 초록색 한지(또는 색종이), 흰색 물감, 물약병, 빨대 등을 준비해주세요.
② 초록색 한지를 찢어 민들레 줄기를 만들어 붙입니다.
③ 물약병에 흰색 물감과 물을 섞은 후 민들레 줄기 위에 톡톡 떨어뜨립니다.
④ 손가락으로 물감을 문질러 민들레 갓털처럼 동그랗게 편 후, 빨대를 이용해 불어줍니다.
⑤ 하늘로 날아오르는 민들레 갓털은 물감 한 방울을 톡 떨어뜨린 후 ④와 같은 방법으로 불어줍니다.
⑥ 갓털에 씨앗을 그려주면 멋진 시화가 완성됩니다.
멀리 있는 자연만 자연이 아닙니다. 아파트 화단에도, 빈터에도, 보도블록에도 자연은 피고 집니다. 그림책과 더불어 자연을 읽어보세요. 자연을 읽을 줄 아는 아이의 감수성은 촉촉 반짝 윤이 날 테지요.
박은영_문학박사, 『뚝딱! 100권 엄마랑 그림책놀이』 저자 / 2014-05-01 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