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
이사야서 56장~60장
(이사 56,11)
그들은 만족할 줄 모른다.
묵상ㅡ
대데레사(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성녀가 지은
시에 곡을 붙여 만든
'아무것도 너를' 이라는
노래가 있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내가 아직도 많은 것에
매이고 집착하느라,
하느님께 온전히 집중
하지 못하고 있구나.
그러니 다시 분심잡념을
거두고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는 상태로
나를 다잡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
'그들은 만족할줄 모른다.'
라는 구절에서 생각의
닻을 내렸다.
무얼 얼마나 소유하고
싶어서, 무얼 얼마나
더 얻고 쌓고 비축하기
위해 애쓰기에, 만족할줄
모른다고 하는 걸까!!
창고에 쌓아둘 쌀과
재물들일까?
나를 드높이고
지키기 위한 세속적
명예일까?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내 명예를 더 빛나게
해줄 인적자원일까?
좋은집, 높은 연금,
안전한 직업, 비빌
언덕이 되어줄 부모,
남들이 부러워할
캐리어, 내가 이룬
성과, 기타등등
이러한 배경들은 얼마나
어느경지에 올라야 만족할수
있을까? 그 만족이라는 건
누구의 기준인거고?
한때 관계안에서 갈등을
겪으며, 내가 한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치부되어 비참하기 이를데 없는
마음으로 성체조배실에
앉아 멍하니 주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결과가
아닌 의도하지 않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상황을 목도하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돌아보았다.
그렇다고 답이 나오는것도
아닌데 기도조차 소모적으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문득, '지금 나는 무엇땜에
힘든걸까?'라는 자문을
하게 되었다.
지금 이 상황과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지금 보다는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빨리
정리되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나에 대한 평가를
좀 더 관대하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 내 노고를
좀 더 알아주고 존중해
주면 덜 힘들것 같은 마음,
그런 내면의 욕구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황이라는 것이,
나 혼자의 입장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관계가
얽힌 만큼, 각자 다른
생각과 경험들이 있는건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내가 원하는대로 되어
주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나는 가난이라는
덕목을 묵상하면서,
내가 포기하고 내려놓을
것이 무엇인가 성찰했다.
그때 내안에서 울림같은
메세지가 감돌았는데,
'진정한 가난은 다 버리고
비우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처해진 상황에
만족하는 것이란다.'
마치 주님께서 혼자
억울해하고 고뇌하던
나에게 해주신 위로같았다.
좀 더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조차, 때로는 탐욕이
될수 있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바오로 사도가
힘주어 말했던,
(필립 4,11-12)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라는 말씀이 떠올랐었다.
처지가 어떻든 만족할줄
아는것이 가난이고 겸손
이라는 것을, 관계의
시련안에서 깨닫고
인정하고 훈련했었다.
세상 만족이 아무리
좋고 귀하다지만,
인간사 안에서의
이치는 언제든 변하고
달라질수 있다는 거다.
나는 그때, 고통이라는
것을 담보로,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
대데레사 성녀께서는,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라는 시를 지으시며,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는
삶이, 세상과 사람을
만족시키는 삶보다
훨씬 가치있고 귀함을
알려주신 거다.
뭘 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마음, 뭘 가져도 아직
부족하다며 좀 더 달라고
하는 마음, 심지어 은총
조차도 남의 것을 부러워하며,
자기가 받은 것은 보지 못하는
마음, 이런 상태라면
뭔들 만족하겠는가.
고요한 이밤,
게걸스럽게 굴면서
만족할줄 모르는
이사야서의 그들을
떠올려본다.
그 모습이 지금의 내가
아니기를, 오래전 그때
가졌던 만족할줄 알았던
그 마음이 지금도
살아있기를 빌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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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피나의 성경통독 묵상글
113. 가난은 포기가 아니라 만족할줄 아는것!!(이사야 56장~6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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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지현 요셉피나님의
좋은 글 고맙습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