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건설·지구해양 분과 류재근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인간의 인지, 추론, 판단 등의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혹은 그 연구 분야를 일컫는다. 인공지능(AI)은 빅데이터(Big Data)의 등장과 2000년대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딥 러닝(Deep Learning)의 등장으로 급격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며 우리 삶에 긴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다양한 인공지능(AI) 상품은 잘 사용하는 경우 우리의 삶에 편리성을 가져다주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 비윤리적인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최악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바른 윤리의식의 함양이 중요한 때이다.
또한 오늘날 우리는 과거에 비해 큰 물질적 풍요를 이루며 살고 있지만, 이 발전과 진보의 수치만큼 행복의 지수가 높아졌다고 할 수는 없다. 2023년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에서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23’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37개국 중 57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스스로 ‘삶의 질’을 평가해 측정한 행복 지수에서 10점 만점에 5.951점을 기록했다. 과거에 비해 안정된 사회가 되었음에도 아직도 우리나라 국민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우리나라 국민 윤리의식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언젠가부터 ‘착하면 손해 본다’는 이야기가 마치 사회의 한 법칙처럼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된 언행을 일삼거나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 중에서 정직은 한참 뒤로 밀려나 있다. 정말 우리는 착하고 정직한, 도덕적인 사람이면 손해를 보는 것일까?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가 ‘정직’에 대해 실험한 결과 정직 지수가 높은 아이들은 높은 집중력과 낮은 공격성, 삶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긍정적 사고 등의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정직 지수가 높은 아이들이 성적이나 사회 생활면에서 더 큰 성취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으며 행복도 역시 높았다. 정직한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도덕성이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둘째, 부패 및 투명성에 문제가 많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22년 국가별 부패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180개국 중 31위, OECD 38개국 중 22위로 해마다 조금씩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나 아직 OECD 국가 중에서는 하위권에 속하고 있어 부정부패를 단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사회질서의 혼란 및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이 발표한 자료(2023)에 따르면 전체 범죄 발생 건수는 377,482건, 강력범죄 발생 건수는 10,474건으로 두 범죄 발생률 모두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사이버범죄는 진화 수준으로 급속하게 높아지고 있는데 각종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딥페이크 사진 및 영상물 제작 등 인공지능이 사이버 범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사회 내 윤리의식이 저하되어 사회적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의 사회 모습은 사회적 질서의 정립이 결코 법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선의적 윤리’가 그 사회의 모든 시민에게 확립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넷째, 자유민주주의가 이기주의화 되어가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자본주의와 물질주의가 등식화되며 상호 존중의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의 이익과 욕심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개인의 자유라고 착각하는 이기주의가 사회 내 팽배하고 있다. 합법적 규제가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불복하고 항거하는 것은 이기주의의 소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본적인 가치관이 정립될 시기인 어린아이 시절부터 자신의 아이가 손해 본다는 이유를 구실로 가정교육을 포기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게 두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기본적인 윤리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편적 사회윤리에 따른 도덕성을 존중하고 내면화하는 것은 쉽지 않게 된다. 보편적 사회윤리에 따른 도덕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할 수 없을 것이다.
다섯째,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자신의 편안함을 위해 그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우리 환경이 위협에 처하고 있다. 이는 자신을 속이고 나아가 환경오염을 초래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물질적 가치를 더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물질의 소유로 인간을 평가하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현대 사회는 가히 비극이라 불릴 수 있을 만큼 큰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사회정의와 질서를 바로 세우고,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에서부터 국가 차원에서의 바른 윤리의식 정립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의 목적과 책임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한국의 오래된 격언이 있다. 어린 시절에 들인 습관과 버릇은 그 사람의 일생을 통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행해지는 가정 교육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부모에게 유산으로 받은 습관이나 버릇의 축적이 없다면 우리 사회에서 후대에 물려줄 습관이나 버릇도 없어지게 된다. 부모가 유년기에 인간성 육성을 게을리 한 결과 인성교육의 부재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사회로 번져 나오고 있다.
인간성을 육성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인간은 마치 한 마리 짐승처럼 원시적 상태로 타락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혼란은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흐름과 같이 그 문제의 원인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인간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소중한 가치를 바탕으로 한 인성 교육은 세 살부터 여든까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학 교육에서 역시 인성 교육에 힘써야 한다. 대학 교육은 인격을 닦으며 국가와 인류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교수 및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인격을 닦을 수 있는 다양한 교양 수업과 철학 수업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육에 대한 국가와 사회 차원의 관심
교육은 30년 후 이 나라를 이끌고 갈 핵심 인재 양성과 그때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교양교육이 다시 교육의 중심에 서고 역사나 철학, 문학 등을 통해 명쾌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AI를 사용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와 올바른 윤리관을 정립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 또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황폐한 도덕성을 회복시켜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 질서를 회복하고 가장 소중하고 합리적인 가치를 물질적 가치보다 먼저 추구하여,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맺는말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예절을 지킬 줄 아는 데 있다.” <소학>
바른 인간성을 토대로 바른 지식을 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일 바른 인간성이 없는 상태에서 지식만 쌓는다면 지식을 무기로 도리어 세상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이에 지식을 먼저 추구하기보다는 ‘사람다운 사람’, 즉 예절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인간성을 닦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말과 행동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 의해서만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만일 내가 소중한 만큼 타인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 그를 공경하지 않을 것이며, 존중하고 양보하는 마음도 생기기 어렵다. 한순간 아이의 감정만을 생각하여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둔다면 이기적인 마음이 자리 잡게 될 것이고, 나아가 타인을 존중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사회 질서가 흐트러져서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의 불안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사회적 혼란을 벗어나 성숙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더불어 사는 질서와 행동 양식, 법도와 규범을 지켜나가야 하며 거짓 없는 성숙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타인을 존중하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며 정직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초대 원장
전 국가 과학기술 자문 위원 6,7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