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이야기를 먹는다, 추억을 먹는다 우리 시대의 글꾼 이영미가 쓴 우리 입맛, 우리 음식 이야기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로 한국 대중가요의 흐름을 한 살에 훑어내렸던 문화평론가 이영미가 소박한 토종 밥상 이야기로 돌아왔다. 1961년생으로 연극, 대중가요 평론가로 활약해 온 이영미는 김창남, 노동은 교수 등과 1980년대 초반부터 대중가요 읽기에 앞장선 1세대 노래 평론가이자 십여 권의 책을 낼 때마다 독자들의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이번에 (주)황금가지에서 펴낸 『팔방미인 이영미의 참하고 소박한 우리 밥상 이야기』에서 그가 선택한 테마는 연극, 가요, 드라마 등이 아니라 우리 입맛, 우리 음식이다. 저자는 서울에서 오래 살았으나 친가는 개성, 외가는 전북이며 시집은 경남이어서 한국 음식의 중요한 계보들을 두루 물려받았다. 서양 음식은 즐기지도 할 줄도 모르는 그가 토종 음식에 대해서는 유달리 예민한 입맛을 지녔음을 알게 된 것은 아주 어렸을 적부터였다. 먹을 걸 밝혀 ‘먹미’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여럿이 사과같은 것을 고를 때도 가장 맛있는 것을 직관적으로 쉽게 골라내곤 했다. 프로 음식꾼도 아닌 그가 본격적으로 음식을 하게 된 것은 절대 미각이라 불릴 만큼 입맛이 까다로운 남편을 만나고 나서다. 이제는 간장, 고추장에서부터 막걸리, 맥주까지 집에서 만들어 먹게 된 그는 이번 책에서 음식에서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배운 것들,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시어머니로부터 보고 전해 들은 음식의 비결들을 담았다. 오랜 기간을 거쳐 입맛과 음식 솜씨가 형성되면서 생긴 일화와 요리방법들이 담백하게 담긴 이 책은 음식 에세이, 요리책이자 잃어버린 맛의 역사를더듬어 가는 우리 음식 문화사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맛, 그리운 추억들 오래 만들어진 음식의 깊은 맛을 찾아서
“내가 관심 있는 음식들은 예전부터 우리 어머니들이 해 오셨던 음식이다. 하나같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님상에 내놓기에는 그다지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없는 음식들이다. 재료의 맛으로 먹는 음식이니 좋은 재료, 건강한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오래 찾아다니고, 좋은 거름 주어 가며 밭에서 오래오래 키워야 한다. 조리 과 정도 하루 종일 푹 고아 내거나 몇 달씩 발효시키는 음식이 태반이다. 내가 이만큼 오랫동안 먹어 왔고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가 훨씬 더 오래오래 잡숴 왔던 음식, 이렇게 오래오래 만들어진 내 입맛은 은근히 화려하다.”
이 책은 음식 하는 것의 어려움과 재미를 충실히 전하고 있기에 특별하다. 기존의음식 책 중에 레서피 위주의 실용서와 맛집 찾기가 대부분이라면 이 책은 주부의입장에서 요리조리 음식을 만드는 재미, 그에 얽힌 기억을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또한 책 속 음식들은 향수 어린 음식이지만 현재도 만들어 먹고, 누구나 만들 수있는 그런 음식들이다. 누구나 음식에 대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다. 이 책은 어릴 때 먹은, 그때 그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맛의 레서피와 함께 추억을 되살리게 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과 함께한 음식들을 하나씩 부엌에서 상에서 다시 만나며 맛깔스러운 입담을 펼친다. 겨울날 구워 먹던 감자와 고구마, 공들여 만들어야 하는 발효 식품에서 길에서 사먹는 떡볶이의 추억까지 그가 좋아하는 음식의 세계는 소박하고도 다채롭다. 따뜻한 봄볕 아래 연한 봄나물들을 캐고 두릅에 초고추장 찍어 먹고 진달래꽃을 놓아 천천히 예쁘게 진달래화전을 만들고 어릴 적 그 냄새 장 달이는 냄새 맡으며 된장을 만들어 먹었던 우리 옛 어른들.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이 하셨던 그 음식들을 살기만도 바쁜 세상에서 다 해 먹긴 어렵지만 책장을 넘기며 잃어버린 옛 추억을 다시 살려 보고 생각날 때 참고해 가며 하나씩 만들어 먹기에 도움이 되는 그런 책이다. 어머니가, 할머니가 기억하고 오랜 기간 해 먹어 온 음식들, 재료를 고르고 손수 만들어 먹는 즐거움, 지인과 가족과 나눠 먹는 즐거움이 책 곳곳에 풍성하다. 오래오래 만들어진 만큼 그 음식들엔 역사가 있고 추억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음식 속에 녹아 있는 추억과 향수를 함께 먹는다. 내 딸, 내 며느리와 나누고 싶은 우리 어머니의 맛
<1장 천천히, 자연과 더불어>는 계절에 따른 음식 이야기이다. 호사스러운 봄의 간식 진달래 화전, 두릅과 초고추장, 봄부터 가을까지 고루고루 쌈밥, 청량음료 없이 여름 나는 법, 장작 난로에 구워 먹는 고구마와 은행까지 계절의 묘미를 느끼게 하는 토종 음식 이야기를 선보인다. <2장 좌충우돌 심패와 성공>은 이영미 개인의 요리 체험기로 실패기와 성공기를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음식의 기본인 밥과 김치에서 개성식 호박편수 만들기까지초보 주부들이 참고하면 좋을 법한 내용을 담았다. <3 밥상 위 지역 갈등>에서는 고향이 다른 남편과 만나 살면서 서로 다른 입맛에 충돌하고 또 서로 길들여 가는 과정이 음식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멸치젓 대 조기젓, 떡만둣국 대 전병떡국, 가자미 미역국 대 쇠고기 미역국 등 집안 간 맛대결이 펼쳐진다. <4 어릴 적 먹던 음식들>은 잃어버린 맛의 시간들을 추억한다. 설, 한식, 추석,아이들 생일까지 각기 다른 떡을 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함께 송편을 만들어 먹던 추억, 집에서 늘 끓이던 곰국, 철마다 만들어 두면 제철 맛을 오랫동안 간직하는 장아찌, 대보름 때마다 쪄 먹던 온갖 찰곡식들과 검은 나물, 고추 도라지 말 리기. 사라져 가는 홍옥과 고산시 등 특별한 날 먹던 음식들을 추억한다. <5 즐거운 시장 구경>에서는 재료를 직접 고르는 즐거움, 시장 음식 편력기가 들어 있다. 시금치 고르는 법 등 좋은 재료 고르기에서 떡볶이와 냉면 같은 것을 시 장에서 사 먹는 재미, 타이베이 야시장과 석관동 춘방관 방문기 등 시장 탐색기가유쾌하다 |
작가소개 |
저자 | 이영미 |
대중예술평론가. 연극평론가. 1961년 서울 신설동에서 태어나 계속 서울에서 자랐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는 개성 출신이고 어머니는 전북 출신이니, 음식으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혈통을 받았다. 한옥집에 대가족 체제에서 자라나 옛날식 우리 고유의 음식을 많이 먹으며 자라났고, 유달리 먹을 것을 밝혀 '먹미'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밥만 겨우 끓일 줄 아는 수준으로 결혼했으나 자타가 공인하는 '먹돌이' 집안의 절대미각 나편을 만나는 바람에 날로날로 음식 솜씨가 늘어 이제는 김치와 장까지 담가 먹는 수준에 도달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극과 대중예술에 대한 평론과 연구 활동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 삼십 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십여 년간 한국종합예술학교 한국예술연구소에 몸담었다. 십여 년 전에 경기도 이천의 텃밭 딸린 흙집으로 롬겨 글 쓰고 텔레비전 보고 된장과 맥주를 담가 먹으며 즐겁게 살고 있다. 그건 펴낸 책으로『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황금가지, 2003),『한국대중가요사』(시공사, 1998),『서태지와 꽃다지』(한울, 1995),『재미있는 연극 길라잡이』(서울미디어, 1994) 등 십여 권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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