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3-공명에게 투항하는 강유
“적의 매복에 걸려들었다.
퇴로를 뚫어라.“
“강유...허둥대지 말고 덤벼보아라.
이 관흥이 상대해 주겠다“
강유는 관흥을 상대로 싸우며 필사적으로 길을 뚫었지만....
3,000여 군졸들은 관흥의 군사들에게 거의 죽고 나머지는 포로로 잡히고 말았습니다.
“분하다...크게 패하고 군사들을 모두 잃었구나.
빨리 천수성의 마준 태수에게 돌아가자.“
강유가 단기필마로 천수성에 도착하여...
“마준 태수...강유가 돌아왔습니다.
성문을 열어주세요.“
하고 외치자...
성루에서 마준과 하후무가 내려다 보며...
“이 배신자...
군사들은 모두 어디에 두고 너 혼자 이곳으로 왔느냐?
저놈에게 활을 쏘아라....“
성위에서 화살이 쏟아지자....
“마태수! 왜 이러십니까?
저에게 활을 쏘다니요?“
“네 놈이 공명에게 항복하였다는 소식을 다 듣고 있었다.
누구를 속이려 하느냐?“
“태수님! 그 것은 오해입니다”
“거짓말 마라. 무엇들 하느냐?
저 배신자 강유에게 화살 맛을 보여줘라”
성위에서 활이 비 오듯 쏟아지자 강유는 말을 돌려 도주합니다.
“이건 또 무슨 귀신의 조화냐?
이제 갈 곳은 상규성 밖에 없구나.
강유가 상규 쪽으로 도주하는데 ....
조자룡이 뛰어나와 길을 막습니다.
“강유....상규성은 이미 나에게 함락되었다.
그러나 승상께서는 너를 아끼는 마음에서....
수레를 타고 몸소 여기까지 오셨다“
그러자 뒤에서 수레에 탄 공명이 나오며....
“강유....
네 어머니는 우리가 잘 모시고 있다.
나에게 투항하여라.
대업에 함께 동참하자....“
오고 갈 데가 없게 된 강유는 하는 수 없이 말에서 내려 공명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승상..투항하겠습니다.”
“강유....난 남양 땅을 떠나 세상에 나온 이래
내가 배운 병법과 학문을 누군가에 전하려고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마땅한 인재를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 비로서 너를 만났으니 그 원을 풀게 되었다.
내 모든 지식을 너에게 물려 줄 테니 나를 따르거라“
“승상... 감사합니다.
이제 승상을 스승으로 모시고 평생을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천수...상규....기현을 뺏은 공명은...
파죽지세의 여세를 몰아 기산까지 진출하였습니다.
"위수 서쪽에 영채를 지어라.
이곳에서 낙양을 공격한다."
이 소식을 들은 황제 조예는 또 다시 비상국무회의를 소집합니다.
"짐이 믿고 보낸 하후무가 대패하였소.
이제 어찌 하면 좋겠소?"
이때 사도 왕랑이 나서며...
"폐하....
하후무는 공명의 적수가 못된다고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그는 육도삼략에 정통한 병법가라며 허풍을 떨다 저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군요.
경의 말을 듣지 않은 짐이 잘못이요.
그럼 어찌 대처해야 하겠소?"
"조진을 내 보내십시오.
저도 조진장군과 함께 나가 공명을 막아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조진을 대도독에 임명한다.
빨리 기산으로 나가 공명을 막으라."
"예...폐하...명을 받들겠습니다."
대도독에 임명된 조진은 곽희를 부도독으로...
왕랑을 군사로 삼아 20만 대군을 이끌고 위수 서쪽에 영채를 세웠습니다.
위의 대도독 조진과 촉의 승상 공명의 한판 승부가 시작되는 군요.
0314-기산의 설전
대도독에 임명된 조진은 곽희(郭熙)를 부도독으로...
왕랑(王朗)을 군사로 삼아 20만 대군을 이끌고 위수 서쪽에 영채를 세웠습니다.
이때가 서기 228년입니다.
군사로 임명된 왕랑(王朗)이 대도독 조진에게 의견을 냅니다.
"제가 나가서 제갈량에게 한바탕 욕을 퍼 붓겠습니다.
이직까지 제 세치 혀에 굴복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제가 몇 마디만 해도 제갈량은 싸우지 않고 굴복할 것입니다."
"군사....말씀은 좋지만 상대는 제갈량인데 그가 쉽게 굴복할까요?"
"걱정 마십시오.
저는 철학, 종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형이상학, 형이하학,
어느 한 군데 막히는 게 없는 사람입니다."
제 아무리 공명이라도...
논리 정연하게 읊어대는 제 말을 들으면 굴복할 것입니다."
"알겠소.
그럼 내일 우리 군사들을 동원하여 위엄있게 대오를 갖추고 싸움을 걸어 볼테니...
왕랑 군사께서 제갈량을 설복시켜 보시오.“
왕랑(王朗)
그는 무엇하는 사람인데 천하의 공명을 세치 혀로 굴복 시키겠다고
자신있게 말할까요?
자는 경흥(景興)이며 서주 동해국 담현(淡縣) 사람입니다.
원래는 서주 자사 도겸의 부하였으나 조조(曹操)에게 귀순하여 높은 벼슬을 받았죠.
서기 220년 조조가 죽자 그 아들 조비를 황제로 세우는데 큰 역할을 하죠.
화흠(華歆)과 함께 황제인 헌제 앞에 가서 껌을 딱딱 씹으며 다리를 건들 거리며
“황제는 그만 그 자리에서 내려 오슈” 하며 겁을 주던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 공으로 조비(曹丕)는 위나라 황제에 등극하였고
왕랑에게 사공(司空)의 벼슬을 내리죠.
이때 조진을 따라 나선 군사 왕랑은 당시 나이가 76세입니다.
이튿날 양쪽의 군사들이 요란하게 북소리를 울리며 도열하고 서자....
먼저 왕랑이 말을 타고 장수들의 호위를 받으며 앞으로 나섰습니다.
촉군에서는 관홍과 장포의 호위를 받으며...
수레를 타고 공명이 나섰습니다.
이른바 <기산의 설전>이 시작되는 겁니다.
이 기산의 설전은 전라도 버전으로 들어보겠습니다.
“아그들아 날계란 하나 가져와라.
목 푸는 데는 날계란이 최고여!
왕랑이 날계란을 툭툭 까서 쭈욱 빨아 먹더니 말 문을 엽니다.
"어이 공명 선상....
선상 이름은 진즉 부터 들어 봤는디
오늘 처음 보니 인상은 참 좋게 생겼구만.
그란디 선상은 으째서 명분도 없는 맞짱을 뜰라고 허는가?
인물값 못하게.....
왕랑이 시비를 걸어오자 공명이 조용한 음성으로 대꾸합니다.
"왕랑....뮌 소리여?
명분이 없다니?
이 공명 어르신께서....
황제 폐하 조서(詔書)를 받들어 역적을 치러 와부렀제"
그러자 왕랑이 점차 목소리 톤을 높이더니....
"옴매 옴매....좋은 말로 할랑께 안 되겄구만.
이래서 욕이 나온당께.
어이....공명 이 아그야.
귓구멍 팍 쑤시고 내 말 잘 들어부러라 잉...
황제라는 것이 주먹 심만 딴딴하다고 된당가?
고로코롬 안되고.....
황제는 덕이 있어아제....덕이....
연속극 <덕이> 말고 베푸는 덕 말이여
알아 묵겄제?
유방 꼰데 그 할배가 400년 전에 나라를 안 세웠능가?
고것이 한(漢)나라여.
근디 말이여....
400년이 지나고 봉께 나라 운이 다 됐드라 그 말이여.
봉알도 없고 거시기(?)도 없는 십상시들이 지랄 염병을 하드만
원소(袁紹)한테 싹 뒤져부렀제....
그라드만 뜽금없이
어떤 도동놈들이 머리에다 누런 수건을 두루고
뛰어 댕기면서 도독질을 하더구만...
그것이 황건적이여....황건적.
알아 묵겄제?
나라가 무쟈게 어지럽게 되부럿제.
동탁인가 통닭인가 하는....
고 상여르 자석도 도동놈 이었제....
동탁 고 보초대가리 없는 잡것이 으찌깨나 여자를 밝히든지
지 아들 여포 여자까지 대꼬 살았당께.
그라드만 여포한테 칼 맞아 디져 부렀제.
호랭이 없는 동산에 당나귀가 날 뛴다고...
동탁이 없어 징께로
이각 · 곽사가 시상을 휘젓고 댕기드만.
그란디 다행히도 우리 태조 무황제(武皇帝) 조조님께서
고 ....싸가지 없는 도동놈들을 싹 쓸어부렀제.
겁나 영리하신 분이여...<조조>님이....
오매 오매 그랬더니 조조님 인기가 으찌깨나 높이 올라가던지
백성들이 조조님을 뽈아 묵어 불라 하더랑께.
그래서 그 양반이 왕이 되부렀제.
위나라 왕(王 )말이여.
조조님 정력이 워낙 좋아서 밤낮 없이 방아를 찧더니
아...글씨.....
영판 인물 좋은 아들을 떠억 낳아 부렀제.
그 아들이 <조비> 아닌가?
그 조비님 인품도 허벌나게 뛰어나 불제.
가랑잎으로 배를 만들어 타고 다녔당께.
그랑께 한나라 황제 헌제가 팍 쫄아 부렀제.
그래서 황제 자리를 양위해분 것이여.
그란디 뭣이 역적질이여?
역적 소리 하지 마랑께.
냄 말 듣고봉께 우리 조비님이
영웅이고 영걸인 것은 알것제?
그란디...아~따...
그 조비님도 솔찬히 정력이 좋드랑께.
밤, 낮 없이 떡을 치시더니
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떠억 낳으셨제.
아따매! 그 아드님이 징하게 잘 생겼제.
그 분이 시방 황제이신 조예 천자 아니신가?
우리 천자님은 머리가 영글어서 천재여 천재...
왕랑의 독설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군요.
기산의 설전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