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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할아버지의방 원문보기 글쓴이: 할아버지
‘설 의원’ 촌노(村老)의 ‘꽥’ 하는 고함소리 들어보소.
이것 봐요, 설의원! 내 나이 이제 팔십을 바라보고 있소. 당신이 말한 대로 몸도 부실하고 판단력도 오락가락하는 노인이지요. 그런 내가 종합문예지 ‘한국문인’에 단편을 응모하여 작년(2013) 1월에 신인문학상을 받아 소설가로 등단했소. 내 나이 77세 이었소. 당신이 국정감사장에서 79세의 자니윤 씨에게 질타한, 지난달 17일의 노인 폄하발언이 송곳처럼 내 살갗을 파고드는 고통을 겨우 참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달 13일 82세의 조희옥 할머니가 수능시험을 치르기 위해 손자 벌 되는 수험생들과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당신의 얼굴이 떠올라 이렇게 넷을 통해 호통의 편지를 띄우오.
조 할머니는 시험 전 1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배우지 않는 사람은 밤길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했고. 이어 “전통 의상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꿈이라서 그 꿈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는구려.
자니윤은 79세지만 조 여인은 82세 에요. 당신은 조 할머니에게 ‘늙은이가 수능시험이라니 집에서 조용히 쉬시라’고 SNS에 한번 충고의 말씀을 올려보시지 않고 무엇하고 계시는 지요.
대한민국의 정책운용을 검정하는 감사장에서 당신이 교문위원회위원장이요, 국회의원 신분으로 자니 윤씨의 나이를 꼬집은 발언은 대한민국의 전 노인을 향한 저주요, 죽음을 재촉하는 장송행진곡으로 전국을 뒤흔든 팡빠래가 되었다는 것을 모를 리야 없겠지요.
조 할머니는 시험지를 앞에 놓고, 손가락을 꼽으며 여생을 가늠하면서 합격점을 따고,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디자인 전문가가 되어, 취업이던 자영업이든 벌이자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십여 년이 필요하고 그 때 나이는 90세를 뛰어넘고 있을 것임을 상상하며, 메마른 뇌를 쥐어짜며 연필을 걸쩍대고 있을 가련한 할머니께 당신이 또 ‘판단력도 없고 신체가 부실한 분이 제발 집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계시지 왜 시험장에 나와 거룩한 국회의원인 나를 또 구설수에 오르게 하는가’ 하고 원망을 해보시지 않고 무엇 하나요.
보세요. 대한민국의 노인들이 아니 지구 상 노인들이 얼마 남지 않는 삶에서 무엇이든 희망을 걸고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는 다는 것을 과욕이라 탓할 것인가요. 생을 마감할 날이 언제 닥칠지 모르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노인들이 척은 하지도 않느냐 말이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83세의 마리 콜스테드 할머니가 가슴성형수술을 받아 화제 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소. 이분 역시 젊은 이 못지않게 통통한 젖가슴을 만들어 짧은 여생이지만 당당하게 젊은이와 어깨를 겨누며 거리를 활보하며 살아보겠다는 몸부림의 하나로 가슴에 칼을 댄 것 아니겠소.
인터넷을 훑어보다 조선일보 차장 대우 최홍섭씨가 쓴 ‘노인의 지혜를 활용하라’라는 칼럼이 있어 눈여겨보았소.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지대에 있는 배관(配管)업체 버마드사(社)는 연간매출이 수천억 원에 이르고 생산량의 90%를 세계로 수출하는 큰 회사인데, 그 회사 별관 작업장에서 94세인 에릭 쉐바 할아버지와 88세의 아내 베이트나 할머니가 백발을 뒤로 넘긴 채 조용히 밸브 고리를 끼우고 있었는데, 잠간 쉬는 사이 노부부는 손을 꼭 잡고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교환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위 최씨가 감격했다고 했소. 또 메인 생산라인에는 83세의 메일 엘랏 할아버지가 젊은 작업자를 지도하고 있어 나이가 연만한데 어찌 힘든 노동을 하고 계시냐고 물었더니, 그 노인은 “노동을 한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며 “모든 일이란 신성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더라고 했소. 그래서 최씨는 일라나 휴즈 부장에게 작업 현장에서 노인들의 일하는 모습에 감동 받은 일을 말했더니, "노인들은 체력부담 때문에 하루 6시간씩 주4일 근무한다고 했고, 회사 측이 노인을 활용하는 것은 인력부족 때문이 아니고, 젊은이가 갖지 못한 인생경험과 지혜를 활용하기 위해서"라 했다고 소개했습니다요.
설의원, 인구학자 폴 월리스는 고령화 사회가 세계경제에 줄 충격을 지진에 비유했어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20년쯤 세계 경제는 에이지퀘이크(인구지진)로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인데, 그 강도가 리히터 규모 9.0에 달한다고 예측했고, 이 때문에 우선 일본은 60세이던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정년연장법’을 작년(2006)부터 시행했는데, 90% 이상을 일단 퇴직시킨 뒤 재고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고, 독일 메르켈 정부도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인다고 했어요.
가장 인권을 존중하는 미국에서는 정년제가 없어요. 노인이라고 차별하는 정년제는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라 하는 군요. 당신은 나라를 책임진 정치인이요. 국민이 기대를 건 중진 국회의원이 아닌가요. 그런 당신이 장수시대에 돌입한 지금 노인들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나 있나요.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채하나요. 정부에 노인 청이 없고, 정당에 노인 국이 없는데--, 여야 각 당은 물론 당신께서 고민해 본적이 있는가 알고 싶소.
과거 중동 건설현장을 누볐던 50대 후반의 노련한 우리 기술자들이 나이 때문에 국내에서 푸대접받고, 다시 해외로 나가는 사례가 많다는데--, 국력 유출의 입장에서의 정책을 검토해 본 적이 있나요. 5년(2000) 전 부산고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 하자마자 홀연히 필리핀으로 건너가 필리핀한국학교 교장으로 ‘제2의 인생’을 꾸리고 있는 황인수(68)씨가 있다는데--, 과연 당신은 이런 사례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해요.
대한노인회를 찾아가서 감사장에서 한말에 대해 조금도 잘못이 없다고 하늘을 두고 맹세를 했다지요. 이런 당신에 대해 대한노인회가 후속 조치가 없음을 보며,
대한 노인회는 물론 노인의 이름으로 노인권익이나 효 문제를 다루고 있는 모든 단체가 모여 있는 북쪽 서울 하늘을 향해 “대한민국의 노인들아, 아니 노인문제를 고민한다는 온오프라인 모든 모임들아! 우리 다 병신 멍텅구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라고 울분을 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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