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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멀게 하는 빛.
강한 맞바람이, 몸과 의식을 “입구”로부터 떼밀어 간다.
빛은 너무나도 강해서, 정체를 지각할 수가 없다.
바람에 노출된 몸은, 시시각각 녹슬어 간다.
어느 정도 오래 “여기”에 있는 건지.
일 초도 되지 않는 무한과, 영원에 가까운 순간.
시간 없는 시간은, 년을 초로 바꾸고 있었다.
따라서, 오래 바람에 노출된 몸은, 거울처럼 닦이고 흐려져 너덜너덜하게 깎여간다.
「————, 아」
앞으로.
여기는, 괴롭다.
손 붙일 곳 없는 무중력,
대기 없는 진공이다.
풍식의 세계는, 사람의 몸으로 존재해도 되는 장소가 아니다.
그 때문에 앞으로 나아갔다.
한 걸음 앞으로 나갈 때마다 체적은 배로 늘고, 호흡도 전진도 곤란해져 간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째는 이미 불가능.
이 이상은 나아갈 수 없다.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바람은 세차게 불어, 온몸을 깎아간다.
그러나, 벗어나고 싶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바람은 저 빛 너머에서 불어온다.
빛은 “입구”이며 “출구”였다.
——여기는, 괴롭다.
그러니, 빨리 저편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입구를 지나면, 여기 이상으로 센 바람이 불고 있다.
출구를 지나면, 이 괴로움이 편해진다.
「하——아, 아——!」
손을 뻗는다.
혼신의 힘을 넣어 손을 뻗는다.
빛은 바로 눈앞.
그러나 전혀 안 닿는다.
극광이 눈을 멀게 한다.
절대로, 안 닿는다.
괴롭다.
피를 토하면서 손을 뻗어도 안 닿는다.
왜.
겨우 1미터 앞 지점을 향하고 있는데도,
어째서,
아득히 저편의, 극천(極天)을 향하고 있는 듯한——
「——시로」
「에?」
불려서, 번쩍 눈이 뜨였다.
「안 돼. 괴롭다고 해서, 그거 풀면 죽어버려」
「————」
멍하니, 눈앞에 있는 이리야를 관찰한다.
「어라, 이리야……? 어째서 내 방에 있는 거야?」
「어째서라니, 내 방 가까운걸. 먼저 눈이 뜨였으니까, 시로를 관찰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하아.
아무래도, 관찰하고 있었던 건 이리야가 먼저였던 듯 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리야가 그런 짓을 한 건, 혹시——
「……음. 혹시 나, 가위 눌리고 있었니?」
「그래. 시로, 괴로운 듯이 소리를 내며 왼팔 천을 떼 내려고 하고 있었어.
뭐어,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와 준 거지만 말야.
시로가 자고 있는 동안에 진통제 놔 줬으니까, 지금은 어느 정도 낫지?」
「아——」
듣고, 오른손이 왼팔에 감긴 천을 잡고 있는 데에 주의가 미쳤다.
……이런.
이리야가 와 주지 않았으면, 자고 있는 동안에 성해포를 풀었을걸, 이래서야.
「——그래. 아침부터 고마워, 이리야」
「인사는 됐어, 나랑 시로 사인걸.
거기다 약속했었잖아? 시로가 괴로울 때는, 내가 도와주겠다고」
「————」
그 웃는 얼굴에, 잠시 눈을 빼앗겼다.
이리야는 정말로, 그저 호의로 말하고 있는 거라고 알고, 나도 모르게 가슴이,
「후후, 거기다 시로 자는 얼굴도 보고 싶었고. 괴로운 걸 열심히 참고 있구, 시로 말야, 귀여웠어」
풀 브레이크를 걸어서, 동요를 억눌러줬다.
「——이리야. 다른 사람 방에 아무 말 없이 들어가는 건 좋지 않아.
특히 아침이랑 밤 같은 건 당치도 않지. 나도 평범한 남자니까, 여러 가지로 곤란해」
「그렇구나.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떻게 곤란한 거야? 자세히 알고 싶은데, 나」
「으——아니, 그러니까 그런 질문 포함해서 곤란해.
대체 이리야는 여자애니까, 이른 아침부터 남자 방 같은 데에 들어가면 안 돼.
알겠니, 위험하다구. 진짜로 위험하다구. 이리야 본인도 그렇지만, 방 주인 된 사춘기 소년의 나이브한 심장 같은 게 말야」
「그래? 하지만 그래서야 더더욱 모르겠어, 시로.
분명하게 뭐가 사정이 좋지 않고, 어째서 위험한 건지 말해주지 않으면, 안 그만둘 거야」
은발 소녀는 그대로,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린 상태로,
「봐, 더 가까이에 다가가 버렸는데? 자, 어째서 아침에 오면 곤란한 거야, 시로?」
「바, 바바바바……으으으윽 ! ! ! !」
모포를 쥔 채 데굴, 후방으로 구른다.
위험하다.
남자에겐 남자의 생리가 있어서, 그건 매일 아침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 그런 포즈로 다가오면, 그야 당연히 남자로서 불명예스러운 낙인을 찍힐지도 모른——
「아」
「커——」
그리고, 후두부를 정면으로 기둥에 격렬하게 부딪쳤다.
「아, 크——그러니까, 위험하다고, 했잖아」
비틀비틀 쓰러지면서 변명한다.
「으, 응, 미안해 시로.
……에, 안 아팠어……?」
아프다.
별이 튈 정도로 아프지만, 지금 이리야의 이 목소리를 들으면 그런 약한 소리는 입 밖에 낼 수 없다.
「아니, 괜찮아. 잠 깨는 데 딱 좋았으니까 신경 쓰지 마」
붕붕, 머리를 흔들고 일어선다.
아침에 오는 생리현상은, 지금 그 쇼크로 완전히 얌전해졌고.
「……좋아. 시간도 시간이고, 아침밥 하러 갈까. 이리야, 아침은 뭐가 좋아? 싫은 게 있으면 지금 말해줘」
「에? 말도 안 돼, 시로 밥할 수 있어!?」
「뭐어 보통 정도로는 만들 수 있어. 양과자는……그래, 핫케이크 정도라면, 그럭저럭」
화악, 이리야의 얼굴이 밝아진다.
아무래도, 이리야에게 내가 요리를 한다, 라는 건 기쁜 일인 듯 하다.
「흐?응……뭐하면 같이 할래? 아침밥이 되면 부르러 가려고 생각했는데, 이리야가 깨 있다면 거실에 있어주는 쪽이 좋으니」
「정말!? 응, 갈래 갈래! 시로가 에이프런 한 모습 보고 싶어!」
「그래. 그럼 셋이서 협력해서 토오사카를 해치우자.
오늘 아침은 사쿠라랑 같이 하기로 약속했으니까, 이리야가 들어오면 3인력이야」
「——그만두겠어. 사쿠라가 있다면 안 가. 시로, 혼자서 가」
「에……뭐야 갑자기. 사쿠라가 있다면 이라니, 이리야는 사쿠라가 싫은 거야?」
「아니. 굳이 어느 쪽이냐 하면 좋아하는 부류야. 다만, 그 애는 시로한테는 안 맞으니까 인정해줄 수 없을 뿐이지」
「? ——안 맞다니, 이리야」
「사실이야. 시로도 깨닫고 있으면서, 필사적으로 모르는 척하고 있잖아. 내가 새삼스레 말해봐야 소용없지」
말하고, 이리야는 복도로 걸어간다.
「그리고. 어떤 명상 상태에 들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턱대고 앞으로 나아가지 마.
네가 보고 있는 건 아쳐의 마술이지, 시로의 마술이 아냐.
……언젠가 시로의 것이 된다고는 해도, 지금은 아직 가능성이 있을 뿐이야.
그런 상태로 투영 같은 거 하면, 시로의 몸은 안쪽에서 붕괴해」
「투영 같은 거 하면———」
멍하니, 이리야의 말을 되풀이한다.
순간.
철컥, 격철이 떨어졌다.
진료대에서 봤던 광경.
그게 무엇이었는지, 뭘 의미하고 있었던 것인지, 막연히 머리 속에 들어온다.
——그건, 아마도.
시인(視認)한 “무장”을 복제하고 자신의 검으로 삼는, 극한의 투영마술——
「……그래. 아쳐의 보구는 그만이 다룰 수 있는 “마술”이야.
아쳐는 실제로 본 무기라면 확실하게 복제하는 연철의 영령.
그 힘은, 그의 팔을 이어받은 시로도 쓸 수 있는 거야.
지금은 의식하고 있지 않겠지만, 그럴 마음만 있으면 정확한 기동주문도 생각해낼 수 있어」
「하지만, 쓸 수 있다고 해서 절대 쓰려는 생각 하지 마.
그 신부의 말은 옳아. 한 번이라도 그 천을 풀고 투영을 하면, 시로는 절대로 살아나지 못해.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천은 풀지 마. 키리츠구처럼 멋대로 죽으면 용서하지 않겠어.
내가 죽이기 전에 나를 외톨이로 만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야」
이리야는 툇마루로 떠나간다.
충고에는 내 몸을 염려하는 엄한 마음과, 나를 미워하는 살의가 혼재하고 있었다.
「선배, 순무 깨끗이 다 씻었어요. 닭 날갯죽지 준비는 어때요?」
「——응, 떫은 맛 빼는 건 끝냈어. 그쪽을 넷으로 자르고 나면 찌자」
「하아. 선배, 카레가루 같은 거 들고 뭐하는 거에요?」
「응, 국물 만들고 있어. 정어리 부들 구이에 끼얹을 거야. 이리야가 생선 싫어해도 먹을 수 있잖아, 카레 풍미라면」
「과연, 머리 좋네요, 선배! 에에, 그럼 손질하는 건 제가 할 테니까, 선배는 찌는 거 체크 부탁해요」
「에? 아니, 정어리라면 식칼 안 써도 손질할 수 있으니까 됐어.
갈비뼈를 떼어낼 때만 부탁할 테니까, 사쿠라는 국물이랑 간장으로 호박찜 만들어줘. 하나 정도 단 반찬이 있는 편이 좋지」
「네, 알았어요. 아, 한 손으로 깨끗하게 생선 손질하고 있으니까 횟집 주인 같아요, 선배」
들뜬 듯 말하고, 사쿠라는 부랴부랴 냉장고에 손을 댄다.
하룻밤 푹 자서 몸 상태도 좋은지, 사쿠라는 아침부터 기분이 매우 좋다.
「————응」
그러는 자신도, 이렇게 사쿠라와 부엌에 서는 건 즐겁다.
사쿠라는 세심해서, 이쪽이 하고 싶은 걸 알아차리고 준비를 해 준다.
그런 파트너와 요리를 하는 건, 실은 굉장히 기분 좋은 것이다.
「선배? 횟집 아저씨, 멈췄는데요」
「응? 아아, 잠깐 멍해져 있었어. 서둘러야지, 슬슬 7시다」
후우, 하고 사쿠라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을 쉬고, 정어리 손질을 재개한다.
정어리는 몸이 부드럽기에, 식칼보다 손가락으로 손질하는 편이 좋다.
왼손이 아직 움직이지 않는 자신에게는, 겨우 조리할 수 있는 음식 재료다.
「하지만, 선배 어느 새 그런 기술 배운 거에요? 오른손 하나로 생선을 손질하다니, 상당히 보통이 아닌데요」
「기술이 아냐. 이건 타이밍이랑 기합 문제지. 그럴 마음만 먹으면 사쿠라도 할 수 있어」
「하아. 그런 건가요」
「그런 거야. 기술이라는 건 식칼 하나로 소 한 마리 해체하거나, 얼음 공예를 파밧 만들어버리는 녀석.
자, 남은 거 부탁해. 갈비뼈 떼 내면 구울 거니까, 보울에 넣어둬」
도마에서 떠나 레인지 앞으로.
프라이팬을 불에 올리고, 샐러드 기름을 반 큰술 정도 투입.
이런 데는 몸이 기억하고 있기에, 딴 데 정신 팔면서 할 수 있다.
「저, 선배……?」
「응」
멍하니 맞장구를 친다.
「……쓸데없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저, 이리야 씨랑 무슨 일 있었나요?」
「————」
프라이팬을 든 손이 멈췄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이다.
이쪽 동요는, 사쿠라에게는 전해지지 않았겠지.
「응. 조금, 부엌에 오기 전에 이야기했어. 이리야는 이리야대로, 역시 고생이야.
거기에 어떻게 응하면 좋을지, 굉장히 어려워」
「……그건 마스터로서의 문제, 인 건가요. 이리야 씨는, 아직 싸우겠다고 하고 있다, 라든가」
「아니. 우선, 이리야에겐 전투의욕 같은 건 없어. ……아니,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던 걸지도 몰라.
아인츠베른의 마스터로서 성배를 손에 넣으려고 한 거겠지만, 이리야에겐 성배보다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거야.
하지만, 그건」
……이 싸움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이미 없어져 버린 상태였다.
이리야의 목적.
그녀가 만나고 싶어하고 있었던 에미야 키리츠구는, 5년 전에 죽었다.
그렇다면——그 대신, 나는 뭘 할 수 있고, 뭘 해야 하는 건가.
「있잖아, 사쿠라. 혹시 이리야가 자기 나라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우리 집에 살게 하면 안 될까」
「아——저. 여긴 선배 집이에요. 제 의견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여기 사쿠라네 집이잖아.
거기다 이리야를 맡는다는 중요한 일, 파트너한테 의논 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냐」
「아——파트너라니 저, 말인가요……!?」
「그래. 사쿠라 이외에 없잖아, 그런 거」
이리야도 토오사카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요리 조수 같은 거 해 주지 않으니.
「사쿠라, 프라이팬 준비됐어」
자, 하며 사쿠라가 마무리를 한 정어리를 받는다.
사쿠라는 둥둥 뜬 동작으로 정어리를 이쪽으로 건넨다.
……?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설마 또 열이 도졌다든가……?
「네, 네, 알았어요……! 저, 이리야 씨랑 사이 좋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응,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어.
이리야도 사쿠라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했으니까, 충분히 이야기하면 사이 좋게 될 수 있을 거야」
……그래, 그렇게 되면 매우 기쁘다.
성배전쟁도 마스터도 관계 없어진 뒤, 이 집에는 사쿠라와 이리야가 있고, 아무런 걱정도 없이 아침 식사를 만들거나 한다.
그런 행복한 미래가 이루어진다면, 어떤 대가를 치뤄서라도——
「안녕. 일요일인데도 이르네, 둘 다」
……그 때.
무언가, 굉장한 게 지나갔다.
「서, 선배, 지금 이상한 사람이 지나가지 않았나요?」
「……으. 사쿠라한테도 보였다는 건, 환각이 아니구나」
그리고, 둘이서 흠칫흠칫 거실을 엿본다.
턱, 난폭하게 진을 친 그것은, 기분 나쁜 듯이 포트에서 차를 따르고, 역시 기분 나쁜 듯이 TV의 전원을 켠다.
「……놀래라. 토오사카 선배, 아침에 약한 사람이었구나……」
「………………」
아니, 사쿠라.
약하다는 건 저런 게 아니라, 더 에에, 귀여운 걸 가리키는 거 아닐까?
아침 식사가 시작됐다.
식탁에는 나와 사쿠라, 토오사카와 이리야가 이웃하는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어머. 의외로 고급스럽게 간 맞추네, 사쿠라. 이렇다면 먹어주지 못할 것도 없지」
라고, 사쿠라를 칭찬하고 있는 건지 공격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이리야.
「곤란하네. 나, 아침은 안 먹는 주읜데」
토오사카는 토오사카대로, 불평을 하면서 달걀부침을 입으로 가져간다.
「——음」
……그리고, 왜인지 그걸 끝으로 아무 말 없이 아침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아침 식사는 조용히 진행되어 간다.
토오사카가 켠 TV만이 시끄럽게, 번갈아 가며 새로운 화제를 제공하고 있었다.
「응……?」
——TV에 낯익은 광경이 비치고 있었다.
잘못 볼 리도 없다.
신토 공원을 비춘 TV는, 아침부터 알 수 없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중앙공원에서 행방불명 된 사람……부근에는 엄청난 혈흔……?」
그건, 묘하게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었다.
오늘 아침, 일과인 조깅을 소화하고 있었던 초로 남성이 공원에서 핏자국을 발견하고, 통보.
통보를 받은 경찰관이 찾아낸 것은 인간 1인분이라고 생각되는 혈흔과,
피의자의 것이라고 생각되는 시체의 일부였다고 한다.
……그 시체의 일부라는 것도 그저 살점이고, 긁어 모아도 50kg도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경찰에서는 4명의 신원을……어, 어째서 4명이야? 1인분 혈흔밖에 없는데」
「그야 물론 시체의 일부라는 게 4인분 있었겠지.
먹고 남긴 거일 테니까 정말로 일부밖에 남아있지 않겠지만, 거기에서 판단한 거 아냐?」
「……토오사카.
먹고 남긴 거라는 건, 이것도 서번트——조켄의 짓이라는 거야?」
「글쎄. 조켄의 짓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어. 하지만, 이건 그 그림자가 했다고 봐도 틀림없겠지.
봐, 화면 구석. 잡초가 검게 변색돼 있잖아. 그거, 숲에서 그 그림자가 나왔을 때랑 마찬가지야」
「————」
시원스럽게 토오사카는 말한다.
그러나, 둘 정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왜. 그 그림자가 뭐든지, 지금까지는 이런 짓 하지 않았잖아.
그건 도시 사람들로부터 마력을 빨아들인 적은 있어도, 이런 식으로, 에」
직접, 인간을 죽인 적 같은 건 없었을 거다.
「……그래.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적이 없어졌기 때문이겠지.
이제 정면에서 그 녀석들을 쓰러뜨릴 수 있는 마스터는 없어.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누구 눈도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
「——그건, 분별이 없어졌다는 거냐」
「……글쎄. 자기가 말해놓고 뭐하지만, 나한테는 그렇게는 보이지 않아.
만약 조켄이 그 그림자와 관계가 있다면, 이건 예기치 않은 사고였던 게 아닐까.
조켄 본인, 지금쯤 이걸 알고 놀라고 있다는 데 달걀부침을 걸어도 좋아」
……그렇게 말하는 토오사카의 달걀부침은 진작에 없어진 상태다.
저 녀석의 매 같은 눈은, 유일하게 손을 대지 않은 내 달걀부침에 향해져 있었다.
「……음. 예기치 않은 사고라니, 어째서」
「뒷정리가 안 돼 있잖아. 혈흔은 어쨌든, 유체의 일부를 남길 조켄이 아냐.
즉 이 현장에 조켄은 없었고, 그 정체 모를 그림자만이 식사를 했다는 거지」
「——과연. ……그럼 또 하나. 아까 그 질문인데, 어째서 피해자는 4명이라고 아는 거야?
혈흔은 1인분이고, 유체의 일부도 1인분밖에 없었다구」
「무게가 아니라 모양 말이지. 단지 하나 밖에 없을 터인 게 4개 있었을 뿐 아냐?
그렇다면 감식할 것도 없이 피해자의 수 정도 알 수 있는걸.
봐. 온통 피바다에 말야, 왼손만 4개 있으면 누구라도 몇 명 있었는지 알 수 있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토오사카는 말한다.
「————」
그 광경을 상상하고, 급속하게 식욕이 엷어져 갔다.
아침 식사 후.
「시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으니까, 잠깐 같이 와 봐」
라며, 도장까지 끌려왔다.
거절할 이유도 없었고, 토오사카와는 이후의 방침을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마침 잘 되기도 했다.
했는데,
「잠깐. 내가 부른 건 시로뿐이야. 어째서 줄줄 따라오는 거야, 너희들은」
예정 외의 동행자에 토오사카는 기분이 언짢아져 있다.
「……저, 토오사카 선배가 묘하게 살기 띠고 있으니까, 선배 혼자면 위험하다 싶어서」
「이봐. 시로랑은 협정을 맺었으니까, 속이고 공격하는 짓 따위 안 해.
그런 거 말 안 해도 알면서, 어째서 따라온 거야, 사쿠라」
「그, 그치만——선배를 지키는 건, 제 역할이에요」
「……잘라 말했겠다.
그럼 그쪽은? 내가 할 일 같은 건 이미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야유하러 온 거야?」
「아니. 나도 사쿠라랑 마찬가지야 린.
네가 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어떤 방법을 택하는가 까지는 모르는걸. 시로한테 이상한 짓 하지 않나 감시하러 온 거야」
「……뭐어 상관없지만. 이쪽은 시로의 도움이 되도록 몸을 손댈 거니까,
지레짐작해서 방해 같은 거 하지 말아 줘. 느긋하게 하고 있을 여유 따위 없으니까」
아침 식사 전부터 준비해 뒀는지, 도장에는 토오사카의 보스턴 백이 놓여 있었다.
안에는 토오사카 저택에 있었던 듯한 기구가 들어차 있어서, 이제부터 무슨 짓을 당하는지는 상상하기 용이하지만…….
「미안. 그 전에 잠깐 괜찮냐, 토오사카」
「뭐야. 설마, 이제 와서 아픈 건 싫다, 라고 하는 거 아니겠지」
「그야 당연하지. 누구라도 아픈 건 싫다구.
대체 말야, 뭘 하는지 설명도 안 했는데 그런 거 보면 도망친다구, 보통」
응응, 하며 끄덕이는 두 사람.
믿음직스럽게도 이번은 가세하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
「설명부족이라 미안하게 됐네. 어차피, 너랑 비교하면 이쪽은 평범하지 않아. 불만이 있으면 나가면 되잖아」
아.
3대 1이라는 상황이 신경에 거슬렸는지, 토오사카가 삐졌다.
「아니, 불만은 없어. 토오사카가 하려고 하는 것도 어렴풋이 알아.
아니까, 그쪽에 대해선 전면적으로 신뢰하고 있어.
어떤 지시라고 해도, 토오사카의 말이라면 믿겠어. 어젯밤, 그렇게 약속했잖아」
「흐, 흥. 그럼 어째서 타임 같은 거 부른 거야.
의문이 없다면 얌전히 하는 말 들어」
「아니, 그 이야기가 아냐. 내가 확인해 두고 싶은 건 이후의 방침이야.
이제부터 우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확실히 정해둬야 하잖아」
……셋의 얼굴색이 바뀐다.
내가 말한 건, 어젯밤 미뤄졌던 전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과 싸우고, 무엇을 할 것인가.
그걸 정하면 뒤로 돌아갈 수는 없다.
아니, 이미 절대 돌아갈 수 없게 돼 있다고, 재확인하기 위한 선언이기도 하다.
「………………」
「나는 싸움에는 참가하지 않겠어. 누군가가 나를 습격한다면 싸울 거지만, 자진해서 싸울 생각은 없어.
이번 성배전쟁은, 이겨서 끝까지 남아봐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걸」
「……저도 이리야 씨랑 마찬가지에요. 에, 우리들의 힘으론 할아버님한테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미 승패는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여기서 얌전히 있으면, 할아버님도 공격해오지는 않을 테고……」
「………………」
……토오사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생각은 헤아릴 수 없지만, 이리야와 사쿠라에게 동의하지 않는 이상, 나와 같은 의견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 방어에 전념한다는 의견에는 찬성이야.
사쿠라는 이 집에서 나가지 말고, 조켄에 대해서도 방어를 굳혀.
사쿠라한테는 라이더가 있으니, 방어전에 전념하면 사쿠라와 이리야 정도는 끝까지 지켜줄 거야」
「그 동안, 나와 토오사카는 조켄을 쓰러뜨릴 수단을 생각하겠어.
여기에 틀어박혀 있어도 언젠가는 습격 당할 테고, 이 이상 그 녀석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어.
오늘 아침 뉴스랑 같은 게 이 이후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토오사카는 입을 열지 않았다.
본심이 어떻든, 저 녀석도 둘이서만 조켄과 싸울 생각이었다는 거다.
「조켄도 내버려둘 수 없지만, 그 이상으로 그 그림자는 내버려둘 수 없어.
나와 토오사카는 오늘밤부터 거리에 나가게 될 테니까, 사쿠라랑 이리야는 여기서 주의하고 있어 줘」
이론은 없지, 라고 전원에게 확인한다.
——그러자.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선배……!」
「사쿠라……? 무슨 소리라니, 별로 이상한 게 아니잖아.
싸울 수 있는 건 나와 토오사카 뿐이니까, 우리들이 조켄을 쓰러뜨려야지」
「그게 이상한 거예요……!
선배, 한쪽 팔이 없어졌다구요!? 그게 어떤 건지, 정말로 이해하고있는 건가요……!」
「에———사쿠, 라?」
「……모르겠어요. 선배, 이상해요. 그런 꼴을 당했는데, 어째서 아직 싸우는 건가요.
이 이상은 선배한테 벅차다고, 그런 건, 실제로 싸운 선배라면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가요.
이럴 거면……외팔이가 돼 버리면, 이제 위험한 처지에 처하지 않아줄 거라고 안심했는데, 어째서——」
「……………………사쿠라」
사쿠라는 떨고 있다.
고개 숙인 채, 자신의 말에 몸을 떨고 있다.
그 떨림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지금 되돌려줄 수 있는 것은, 사쿠라의 질문에 대한 대답뿐이다.
「사쿠라. 나는 사쿠라를 이기게 만들 거야. 그러기 위해서 싸우겠어.
조켄이나 그 그림자를 내버려둘 수 없다는 이유도 있어.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성배를 원해.
이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염치없는 소원이야」
——그렇다.
누군가의 편이 아니라, 사쿠라의 편이 되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품었던, 에미야 시로의 염치없는 소원.
「…………그건, 저를 위해서, 인 건가요」
「——그래. 사쿠라의 몸에서 각인충을 제거할 수 있다면, 그건 사쿠라를 위하는 것도 되잖아」
「……괜찮아, 사쿠라. 승산이 없다면 우선 승산을 만들 거고, 승산이 없는 동안엔 싸우지 않을 거야.
물론 승산이 있어봐야 위험한 건 당연하고, 대가는 따라다니니까 다치지 않는다는 약속은 할 수 없어.
——하지만, 반드시 돌아오겠어. 사쿠라를 지킬 거라고 했잖아. 그렇다면, 옆에 있지 않으면 약속을 지킬 수 없어」
「선, 배……」
사쿠라는 괴로운 듯이 시선을 내린다.
그게, 마치 사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때.
「——자자, 거기까지 해 주겠어?
방침은 정해졌으니까, 이제 와서 이러쿵저러쿵 해도 별 수 없잖아.
사쿠라랑 이리야는 여기서 집 지켜. 나랑 시로는 우선 밤거리를 순회할 거야.
조켄 일당을 발견해도 안이하게 공격하지 않고, 승산이 있는 경우에만 싸워서 그 녀석들의 전력을 깎아가는 거지.
이후의 방침으로 이거면 OK인 거지, 시로」
「아……응. 토오사카가 그럴 생각이라면, 이쪽도 믿음직해」
「——흥. 그런 거 말할 것도 없잖아」
「그리고 사쿠라. 키레는 너한테서 각인충을 완전히 적출하지는 못했지만, 그 활동은 대폭으로 억제했을 거야.
그러니까 신지 때처럼, 직접 무슨 짓을 당하지 않는 한 각인충이 폭주하지는 않아.
거꾸로 말하면, 네가 이 저택에 머무르고 있는 한, 조켄은 마지막 한 명이 될 수 없어.
늦든 이르든 그 녀석은 사쿠라를 뺏으러 올 테니까, 싸우지 않는다, 라는 선택지는 없는 거야.
그걸 알면서, 얌전히 있자고 잘도 말할 수 있네」
「윽……그건, 그렇, 지만——할아버님도, 우리들이 아무 짓도 하지 않으면 난폭한 짓은——」
「사쿠라! 슬슬, 그 비굴한 생각 그만둬. 조켄은 네 조부도 아니거니와 스승도 아냐.
그만큼 심한 짓을 거듭 당하고도, 아직 조켄을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뇨. 할아버님이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그럼 너도 각오를 해. 나랑 시로가 밖에서 싸우듯이, 너도 여기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니까.
혹시 조켄이 여기를 습격했을 때, 너는 무슨 짓을 해서든지 도망칠 것.
라이더만 쓰러지지 않으면 성배는 완성되지 않아. 라이더가 살아있는 한은, 너한테도 살아날 희망이 있으니까」
단호히 토오사카는 딱 잘라 말한다.
……과연 언니의 관록이라고 할까.
사쿠라는 작게 끄덕이며, 알았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 뒤.
사람을 도장에 불러놓고 뭘 할 거냐, 라고 물어보자,
「그래. 우선 옷을 벗어 줘야겠어.
뭘 하든지 간에, 시로가 어떤 몸인지 봐 두지 않으면 잘 안 되잖아」
라고, 터무니 없는 소리를 했다.
「에, 」
「에, 에에 ? ? ? ? ? ! ?」
「……에, 에에 ? ? ?」
나 이상으로 놀라줘서, 명색만 날 정도로 소리를 지른다.
「뭐야. 지금 그거 놀랄 일이야, 사쿠라?」
「노, 놀랄 일이에요……! 선배한테 옷을 벗으라니, 토, 토토토오사카 선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요……!」
「무슨 생각이라니, 당연히 시로에 대한 거지.
너도 위험하지만, 시로도 전혀 안 밀리게 위험하니까. 지금 이것저것 해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사쿠라도 알잖아?」
「……그건, 그렇, 지만」
「알면 참견하지 마.
자, 거기! 멍해 있지 말고 빨랑빨랑 웃옷 벗어! 마를 쫓는 각인을 넣을 거니까, 옷 입고 있으면 못 하잖아!」
번뜩, 이쪽을 노려보는 토오사카.
「으…………」
하지만, 사쿠라의 시선이 묘하게 아프다.
불안한 듯한 눈이, 언니한테 가 버리는 건가요, 라고 물음을 이쪽에 던진다.
「빨리 해. 일찌감치 몸에 융화시키지 않으면 밤에 순회할 때까지 못 맞추니까」
「으…………음」
일이 일인만큼, 부끄러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옷을 벗는 건 부끄럽지만, 웃옷만이라면 옷 갈아입는 거나 비슷한 거고, 그렇게 큰일도 아닐 테니.
「……하아. 벗었어, 토오사카.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는 거지」
「이쪽으로 와. 내 마술각인을 아주 조금 이식할 테니까」
「윽……! 그쪽이라니, 이런 차림으로 토오사카 근처에 말야!?」
「당연하지. 왼손을 직접 대고, 시로의 육감을 파악해서, 그런 뒤에 마를 쫓는 각인을 나눠줄 테니까.
간지럽다거나 아프다거나 하겠지만 참아」
자, 하며 왼손을 으득으득 푸는 토오사카.
「으——」
……여기까지 온 이상, 도장에서 도망칠 수도 없다.
체념하고 토오사카에게 다가간다.
……에, 사쿠라의 시선이 아까보다 아픈, 듯한 생각이 든다.
「그럼 시작할 건데, 그 전에 확인사항. 요전엔 시로의 몸에 스위치를 넣자고 했지만, 그건 그만두겠어.
이 상황에서 간단히 마술회로의 개폐를 할 수 있게 되면, 시로 자신이 위험하니까」
「아——응, 알았어」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목소리도 날카로워지고 호흡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쪽은 맨몸이고, 토오사카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거다.
이러고 긴장하지 않는 쪽이 정상이 아니다.
「잠깐. 진정을 못 하고 있는데 제대로 듣고 있어?」
「——듣고 있어. 확실히 듣고 있어」
「……? 그럼 됐지만.
그래서, 이번에 하는 건 거꾸로 마력을 억제하는 수술이야.
지금 시로의 몸은 불안정해서, 언제 아쳐의 팔에서 마력이 역류해 올지 알 수 없어. 그러니까, 우선 왼쪽 어깨와 배꼽과 목에 침을 넣어서, 너 본인이 온 힘을 다해 의식하지 않는 한 왼팔과는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거야」
「동시에 이건 그 “그림자”에 대한 대책이기도 해.
그 녀석은 거기에 있는 것 하나만 가지고 마력을 빨아들여.
지금부터 시로에게 새길 인은 대마력의 효용도 있으니까, 그 녀석과 마주해도 조금은 나아질 거야」
말하고, 토오사카는 내 가슴에, 손바닥을 놓았다.
「우햐아——!」
움찔 후퇴할 것 같은 발을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어라, 뜨거웠어? 하지만 참아줄래? 내 왼손에서 각인을 옮길 테니까, 이 이상은 온도를 내릴 수 없어」
「아니——뜨거우니 차가우니 하는 건, 상관없는데」
딱 붙은 토오사카의 손은 부드러워서, 심장이 부서질 것 같다.
여자애다운 가는 손가락이 가슴팍을 미끄러져갈 때마다, 머리의 열이 1도씩 올라간다.
「……좋아, 가슴 쪽은 대충 파악했어. 남은 건 배꼽인데, 좀 아플 거야.
손가락 넣을 테니까, 가능한 한 움직이지 마. 괜찮아, 상처는 안 날 테고 너무 휘젓지 않을 테니까」
「잠까——휘젓는다니, 토오사, 카—— ! 」
움찔, 몸이 경련한다.
——배.
배에 닿은 토오사카의 손바닥만 가지고도 참을 수 없는데도,
무언가, 작은 봉 같은 게, 피부를 통과해서 몸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
「하——자, 잠깐, 거기, 안, 좋——」
「그, 그러니까 아프다고 했잖아. 정신 산만해지니까 그런 목소리 내지 말라니까. 뭔가 나쁜 짓 하고 있는 기분이 되잖아」
「바, 바보냐 너는—— ! 」
나쁜 짓이라니, 그런 소리 들으면 더 얼굴이 새빨개지잖아 바보?!
「……흥. 이걸로 배꼽 쪽은 끝. 남은 건 어깨랑 목이니까, 도망가지 말고 얌전히 있어」
「………………」
아니, 가능하면 내빼는 토끼처럼 도망치고 싶다.
도망치고 싶지만, 그런 짓을 하면 더욱더 토오사카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변명의 여지가 없어진다.
「자, 똑바로 가슴 펴. 지금 그걸 어깨에 할 테니까, 이번엔 힘 내라고. 이 악물고, 이상한 소리 내지 말 것」
「아——응. 가능한 한, 노력할게」
좌우간 멋쩍어져서, 토오사카에게서 얼굴을 돌린다.
틀림없이, 나는 얼굴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새빨갛게 돼 있다.
이게 마술을 위한 거라고 알고 있어도 얼굴을 붉히고 있으니까, 토오사카도 하기 힘들겠지.
……하아.
이런 실태를 내보이고, 이 뒤에 무슨 낯으로 토오사카와 마주 대하면 좋을까…….
「자, 이걸로 끝이야. 나는 도구를 정리할 테니까, 시로는 몸을 식히고 있어」
구급상자 같은 걸 손에 들고, 보스턴 백이 있는 구석으로 이동하는 토오사카.
「————」
얼굴을 붉힌 채, 간신히 진정하고 호흡을 할 수 있었다.
……그러자.
「?」
사쿠라는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듯이 시선을 돌리고, 양손을 머뭇머뭇 맞대고 있다.
「……사쿠라? 에, 에, 왜 그래?」
「………………저, 저 말이죠」
흘끔, 이쪽 얼굴색을 살핀다.
사쿠라는 하아, 하고 뜻을 정하듯이 숨을 들이쉬고는,
「저, 선배……! 저, 저희들, 이어, 졌죠」
라고, 엄청난 소리를, 속삭여 왔다.
「————」
간신히 진정된 볼이, 단숨에 끓는점을 맞이해서 새빨갛게 된다.
「아——으」
머리가 어질어질 한다.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은, 생각해내면 그것 하나 때문에 자신들의 상황을 잊어버릴 정도로, 에, 자극적이었다.
그걸 이런 데에서, 그것도 사쿠라의 입에서 확인하면, 아까 토오사카와의 더블 펀치로 정말로 격침 당할 듯 하다——
「저……선배?」
「————」
아니.
말이 막혀 있을 때가 아니다.
「——그래. 사쿠라를 안았었어, 나」
「그, 그렇죠! 그, 그럼, 언니한테 당황하는 건 말이 안 돼요!」
웅?, 하고 입을 삐죽이며 사쿠라는 올려다본다.
……그걸 보고, 사쿠라의 시선이 아까부터 아팠던 건, 사쿠라가 삐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겨우 깨달았다.
「미, 미안. 하지만 사쿠라, 딱히 토오사카가 이러쿵저러쿵 하다는 게 아니라, 지금 그건 에, 불가항력이라고 할까」
「아, 알지만 참아주세요. 선배는, 제, 제 연인이니까」
「———으. 그건, 아는, 데」
지금 그건 저항할 수가 없었다고 할까.
나는 남자고, 상대는 1학년 때부터 동경하고 있었던 토오사카니까,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거야아.
「……미안. 에, 다음엔 어떻게든 참을게. 토오사카한테 당황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어」
「……정말이죠?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저도 화낼 거에요」
번뜩, 똑바로 이쪽을 바라본다.
거기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하아.
지금 와서 깨달은 거지만.
이, 한 지붕 아래에 세 명이나 여자애가 있다는 건, 굉장히 긴장되는 상황인 게 아닐까?
시간은 오전 11시 반.
점심 때를 눈앞에 두고, 부엌은 소란스럽고, 동시에, 다가가기 힘든 긴장감에 싸여 있었다.
「저, 토오사카 선배. 점심은 다같이 먹는 걸로 하려고 하는데, 싫어하는 요리 같은 거 있나요?」
부엌 안.
냉장고를 등지고, 주저주저 말을 거는 사쿠라.
그걸 토오사카는,
「그래. 그럼, 나는 마파두부를 만들게」
정면에서 일도양단하고, 자기 멋대로 두부를 자르기 시작했다.
「——험악하네. 시로, 저 둘한테 요리를 맡기다니 제정신이야?」
방석에 똑바로 정좌하고, 이리야는 기탄 없는 의견을 진술한다.
흠. 이리야가 봐도, 사쿠라와 토오사카가 빠직빠직 하고 있는 건 아는 듯 하다.
「저 둘, 내버려두면 더더욱 사이 나빠질 거야. 그런 거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된 거야, 시로」
「어째서라니, 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구.
점심밥은 어떻게 할까 하는 이야기가 돼서 말야, 토오사카는 자기가 하겠다, 사쿠라는 그걸 자기 일이라고 버티는 거야.
꽤나 서로 이야기를 했지만 둘 다 물러나지 않으니까, 그럼 적당히 봐서 같이 밥을 하면 되겠지 싶어서」
「시로가 그렇게 말해버렸어? ……흐?응. 그래, 그럼 물러날 수 없겠지, 둘 다」
납득했는지, 이리야는 예의 바르게 차를 마셨다.
과연 공주님. 차 마시는 예절을 모르는데도, 그저 차를 마실 뿐인데 기품이 넘치고 있다.
「하지만 시로. 적당히 볼 거면 시로가 만들면 됐잖아? 어째서 린이랑 사쿠라를 같이 둔 거야?
토오사카와 마토는 서로 적이고, 린은 사쿠라를 죽이고 싶어하고 있다고?」
「그건 어제까지 얘기잖아. 토오사카는 사쿠라랑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들에게 협력해주는 거야.
거기다 둘은 서로 적이 아냐. 사이 좋고, 잘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점심밥을 맡긴 거지」
「엣——사이가 좋다니, 저 둘이 ! ?」
「 ? 놀랄 일이냐, 지금 그거. 나랑 이리야도 서로 적이었지만 사이 좋잖아. 그럼, 토오사카와 사쿠라도 마찬가지야」
「에……그야, 나랑 시로는 특별, 하지만……」
「특별이고 자시고. 보고 있으면 알아. 봐, 토오사카 녀석 평소 이상으로 무뚝뚝하잖아.
그러면서 사쿠라가 뭔가 실수하면 바로 주의를 주지. 저건, 즉」
「…………시종 마음에 두고 있는 거네.
하지만 그게 알려지고 싶지 않으니까 차가운 얼굴 하고, 사쿠라를 무시하고 있는 거지」
「그래. 그리고, 사쿠라도 사쿠라대로 그걸 알고 있으니까, 평소엔 당연히 안 하는 실수를 하고 있어.
사쿠라도 토오사카가 신경 쓰여서 견딜 수 없는 거야」
「……듣고 보면 그렇네. 그럼 뭐야, 둘 다 사이 좋게 되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면서, 부끄러우니까 말을 걸 수 없다는 거야?」
그래, 하며 끄덕인다.
토오사카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사쿠라의 마음만은 안다.
사쿠라는 토오사카를 좋아하고, 좋아해 줬으면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니라고 입에 담을 리가 없다.
「……흐응. 저렇게 보여도 서투른 거구나, 린은」
어딘가 감탄한 듯이 중얼거리고, 이리야는 부엌으로 시선을 옮겼다.
「————」
따라서 부엌의 상황을 살핀다.
요리는 중간 정도에 접어들어 있는 건가.
토오사카와 사쿠라는 좁은 주방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제각각 요리를 하고 있다.
「————」
「————」
둘은 입을 다문 채, 한쪽은 프라이팬, 한쪽은 국자를 쥐고 있다.
……그리고 나서, 보고 있는 이쪽이 숨이 막히는 침묵 뒤.
「있잖아, 사쿠라」
「저, 토오사카 선배」
역시 자매인지, 완전히 같은 타이밍에 말을 꺼냈다.
「왜? 할 말이 있다면 들어줄 테니까, 말해봐」
「아……아뇨, 딱히 이렇다 할 건 없어요. 토오사카 선배야말로, 뭔가 할 말이 있는 건가요?」
「……별로. 굳이 말하자면, 다른 사람이 맞추는 간이라는 건 드물잖아.
그래서, 좀 가르쳐주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 그렇네요. 저도, 토오사카 선배의 레시피를 가르쳐주시면, 고맙겠어요」
「———음」
「……끝나버렸어. 어이없네, 이래서야 평생 저대로라고 생각해, 나」
「………………」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 무섭다.
토오사카 녀석, 평소엔 다른 사람 사정 따위 상관하지 않으면서, 어째서 사쿠라에게만 저렇게 미숙한 걸까.
거기다 사쿠라도 사쿠라다.
나랑 있을 때는 언니라고 부르면서, 본인에 대해서만은 타인을 대하듯이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쿠라」
「에? 아, 예, 뭐죠, 선배?」
「잠깐 할 얘기가 있어. 이쪽으로 와 줘」
「선배, 밖에 뭔가 있는 건가요?」
「아니, 밖은 관계 없어. 대수롭지 않은 비밀 이야기가 하고 싶었을 뿐이야」
「하아……비밀 이야기, 말인가요……? 저, 언니한테는 말할 수 없는 거, 라든가」
「그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그거야」
「?」
「그러니까 토오사카를 부를 때 쓰는 말 말야. 사쿠라, 토오사카 앞에선 언니라고 안 하잖아.
사실은 그렇게 부르고 싶으면서 무리하고 있다고 뻔히 다 보인다구?」
「에——저, 저, 뻔히 보인다니 언니한테 말인가요!?」
……그러자.
떠 봤는데, 이쪽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사쿠라는 내성적이고, 부끄럼쟁이고, 언니를 좋아하는 동생이었던 듯 하다.
「아, 아니, 토오사카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어. 어쩐 영문인지, 그 녀석은 사쿠라에 대해서는 굉장히 둔감해.
……까딱 잘못하면, 사쿠라에게 미움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구석도 있어」
「그, 그렇지 않아요……! 어, 언니가 저를 싫어하는 건 당연하지만, 저는 언니와 같이 있을 수 있어서 기뻐요.
이렇게 둘이서 점심밥을 만들다니,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고……」
「응. 그럼 솔직하게 그렇게 말하면 되는 거 아냐?
둔감한 토오사카라도, 사쿠라가 얼굴에 대고 말하면 깨닫겠지. 그러면 사쿠라도,」
토오사카가 사쿠라와 사이 좋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나한테 듣지 않아도, 자기 혼자서 깨달을 수 있을 거다.
「……저, 선배?」
「——아니. 어쨌든 토오사카에게 언니라고 해봐. 그거 하나로 저 녀석, 틀림없이 재미있을 정도로 표변할 테니까」
「……그럴, 까요. 토오사카 선배, 저에게 언니라고 불려도 성가실 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마토의 마술사고, 언니 같이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녜요.
저 같은 되다 만 게 여동생이라니, 틀림없이 토오사카 선배는 낙심해 있을 거에요」
「바보. 언니와 동생의 관계에 쓸데없는 거 끌고 들어가지 마. 너는 토오사카를 좋아하고, 토오사카는 네 언니잖아.
그럼, 그 이상으로 확실한 관계 같은 거 없어. 내가 보증할게.
사쿠라랑 토오사카는, 틀림없이 서로를 생각하고 있어. 솔직히, 조금 질투 날 정도로」
「에……그, 그런, 가요?」
「그래. 그러니까 분명히 언니라고 부를 것.
사쿠라가 그렇게 믿고 있듯이, 토오사카도 계속 믿고 있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두려워할 이유 따위 없어. 그 녀석을 위해서라도, 사쿠라의 입으로 토오사카를 불러줬으면 하는 거야」
「————언니를, 위해서라도」
……사쿠라의 안에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기도하듯이 손을 맞대고 생각한 뒤.
「네. 노력해볼게요, 저」
감사하는 듯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거실에 돌아온다.
사쿠라는 나에게 눈짓을 하고, 읍, 하고 힘을 넣고 부엌으로 향했다.
「어서 와. 사쿠라, 어깨가 굳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응? 아니, 남은 건 사쿠라의 용기 여하에 달렸지. 뭐, 잘 될 게 뻔하지만」
「?」
읏차, 하며 방석에 앉는다.
「——언니. 이 튀김, 남은 건 제가 해도 되나요?」
「응, 남은 건 튀기는 것뿐이니 사쿠라한테 맡길게……근데, 사쿠라, 지금……?」
「네. 그럼 튀김은 제가 할 테니까, 언니, 는 양상추를 찢어주세요. 담는 건 맡길 테니까」
「에——응, 그건, 상관, 없는데」
……분위기가 경직된다.
둘은 그걸 끝으로 입을 꾹 다물어 버리고, 팽팽한 긴장은 아까와 비할 바가 못 된다.
「————」
「————」
둘은 호흡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저. 역시 이상한가요, 언니」
「아——이, 이상하지는 않은데. 그렇게 불린 적이 없으니까 놀랐을 뿐이야」
「……그럼, 저」
「부, 불만은 없어. 호칭 같은 건 사쿠라의 자유고, 나도 사쿠라라고 이름을 부르고 있으니. 뭐, 선배라고 부르는 사람이 둘이나 있으면 헷갈리니, 그쪽이 알기 쉬운 거 아냐?」
흥,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고, 토오사카는 얼굴을 돌린다.
……그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고, 웃음을 다 숨기지 못하고 있는 건, 사쿠라도 알았을 거다.
……그 뒤 둘의 공동작업은, 한층 더 어색했다.
서로 실수만 잔뜩 해서 그릇에 잘못 담아, 튀김은 후추투성이로 만들어,
마파두부는 무자비하게 매워, 덤으로 전기 밥솥에는 스위치가 안 들어가 있어서 밥은 없다는
눈뜨고 볼 수 없는 대참사가 일어나 버렸다.
그래도 토오사카와 사쿠라는 틈만 있으면 혼자서 싱글대고 있어서, 행복해 보이기 그지 없다.
「……진짜. 정말 서투네」
혀가 얼얼한 마파두부를 먹으면서, 기가 막힌다는 듯이 이리야는 말한다.
그 의견에 아무 말 없이 끄덕이며, 둘이서 한 뒤죽박죽 요리를 감사히 먹었다.
첫댓글 시로님이 엄청 고민 하시겠네요...
? 고민은요.써가는거라면 별로상관없죠.이미너무 무뎌져서 당연하듯이 써가고있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 앞으로도 힘내세요
즐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