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말하기를 "'달은 밝고 별은 성긴데, 까막까치가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조맹덕(曹孟德)의 시가 아닌가?
西望夏口 東望武昌 山川上繆 鬱乎蒼蒼.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서망하구 동망무창 산천상무 울호창창. 차비맹덕지곤어주랑자호?
서쪽으로 하구(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무창(武昌)을 바라보니 산천(山川)이 서로 얽혀 빽빽하고 푸른데, 여기는 맹덕이 주랑(周郞)에게 곤욕(困辱)을 치른 데가 아니던가?
方其破荊州 下江陵 順流於東也 軸로千里 旌旗蔽空
방기파형주 하강릉 순류어동야 축로천리 정기폐공
바야흐로 형주(荊州)를 격파하고 강릉(江陵)으로 내려감에, 흐름을 따라 동으로 가니, 배는 천 리에 이어지고 깃발은 하늘을 가렸어라.
釃酒臨江 橫槊賦詩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시주임강 횡삭부시 고일세지웅야 이금안재재?
술을 걸러서 강가에 가서 창을 비끼고 시를 읊으니 진실로 일세(一世)의 영웅(英雄)일 진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況吾與子 漁樵於江渚之上 侶魚蝦而友麋鹿
황오여자 어초어강저지상 여어하이우미록
하물며 나는 그대와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를 하며, 물고기와 새우를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을 벗함에랴.
駕一葉之輕舟 擧匏樽而相屬 寄蜉蝣於天地 渺浮海之一粟.
가일엽지경주 거포준이상촉 기부유어천지 묘부해지일속.
한 잎의 좁은 배를 타고서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하고, 하루살이 삶을 천지(天地)에 으지하니 아득히 넓은 바다에 떠있는 한 알의 좁쌀알이구나.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窮 挾飛仙以遨遊 抱明月而長終 知不可乎驟得 託遺響於悲風
애오생지수유 선장강지무궁 협비선이오유 포명월이장종 지부가호취득 탁유향어비풍
우리 인생의 짧음을 슬퍼하고 장강(長江)의 끝없음을 부럽게 여기노라. 날으는 신선을 끼고 즐겁게 노닐며, 밝은 달을 안고서 길이 마치는 것은 갑자기 얻지 못할 줄 알새, 끼치는 소리를 슬픈 바람에 부치노라.”
蘇者曰: 客亦知夫水與月乎?
소자왈: 객역지부수여월호?
소자 말하되 "손님꺼서도 대저 물과 달을 아는가 ?
逝者如斯, 而未嘗往也. 盈虛者如彼 而卒莫消長也.
서자여사, 이미상왕야. 영허자여피 이졸막소장야.
가는 것은 이와 같으되 일찍이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되 마침내 줄고 늚이 없으니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개장자기변자이관지 즉천지증불능이일순
무릇 변하는 것에서 보면 천지도 한 순간일 수 밖에 없으며,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而又何羨乎?
자기불변자이관지 즉물여아개무진야 이우하선호?
변하지 않는 것에서 보면 사물과 내가 모두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
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차부천지지간 물각유주
또, 대저 천지 사이의 사물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어,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구비오지소유 수일호이막취 유강상지청풍 여산간지명월
진실로 나의 소유가 아니면 비록 한 터럭일지라도 가지지 말 것이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은,
而得之而爲聲 目遇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이득지이위성 목우지이성색 취지무금 용지불갈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에 뜨이면 빛을 이루어서, 가져도 금할 이 없고 써도 다함이 없으니,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食
시조물자지무진장야 이오여자지소공식
이는 조물주(造物主)의 다함이 없는 보물이니 나와 그대가 함께 누릴 바로다."
客喜而笑 洗盞更酌 肴核旣盡 杯盤狼藉 相與枕藉乎舟中 不知東方之旣白.
객희이소 세잔갱작 효핵기진 배반낭자 상여침자호주중 부지동방지기백
손이 기뻐하며 웃고,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드니 안주가 다하고 잔과 쟁반이 어지럽더라. 배 안에서 서로 팔을 베고 누워 동녘 하늘이 밝아 오는 줄도 몰랐어라.
<맨앞 5행(전체는 66행)의 36자가 파손되어서
명나라 문징명선생이 보충해서 써넣었다고 합니다....>
<후적벽부 - 소동파>
是歲十月之望, 步自雪堂, 將歸于臨皐, 二客從予, 過黃泥之坂, 霜露旣降, 木葉盡脫. 人影在地, 仰見明月. 顧而樂之, 行歌相答, 已而歎曰, 有客無酒, 有酒無肴. 月白風淸, 如此良夜何. 客曰, 今者薄暮, 擧網得魚, 巨口細鱗, 狀如松江之?. 顧安所得酒乎. 歸而謀諸婦, 婦曰, 我有斗酒, 藏之久矣. 以待子不時之需.
이 해(임술년) 10월 보름에 설당(雪堂)으로부터 걸어 나와서 임고정(臨皐亭)으로 돌아가려 할 때에 두 손(客)이 나를 따라왔다. 황토 언덕을 지나니 서리와 이슬이 이미 내리고 나뭇잎이 다 떨어졌으므로 사람의 그림자가 비쳐 땅에 있기에 우러러 밝은 달을 보았다. 돌아보고 즐거워하여 길을 걸으며 노래부르면서 서로 화답하였는데, 이윽고 탄식하여 말하기를 “손(客)이 있으면 술이 없고 술이 있으면 안주가 없구나. 달은 밝고 바람은 시원한데, 이처럼 좋은 밤에 어찌 한단 말인가?” 하자, 손(客)이 말하기를 “오늘 저녁 무렵에 그물을 들어 고기를 잡았는데, 입이 크고 비늘이 가늘어 모양이 송강(松江)의 송어와 같습니다. 다만 어느 곳에서 술을 구하겠습니까?” 하였다.
내가 돌아와서 부인에게 상의하니, 부인이 말하기를 “내가 한 말 술을 두어 보관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그대의 불시(不時)의 쓰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였다.
於是携酒與魚, 復遊於赤壁之下, 江流有聲, 斷岸千尺. 山高月小, 水落石出, 曾日月之幾何, 而江山不可復識矣. 予乃攝衣而上, 履?巖披蒙茸, 踞虎豹, 登?龍, 攀棲?之危巢, 俯馮夷之幽宮, 蓋二客之不能從焉. 劃然長嘯, 草木震動, 山鳴谷應, 風起水涌, 予亦?然而悲, 肅然而恐, 凜乎其不可留也. 反而登舟, 放乎中流, 聽其所止而休焉, 時夜將半, 四顧寂寥, 適有孤鶴, 橫江東來, 翅如車輪, 玄裳縞衣, ?然長鳴, 掠予舟而西也.
이에 술과 고기를 가지고 다시 적벽강(赤壁江) 아래에서 노니, 흐르는 강물 소리가 들려오고 끊긴 강 언덕은 천 길이나 되는구나. 산이 높고 달이 작으며 수위가 떨어져 돌이 드러나니,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지 강산을 다시 기억할 수가 없구나.
나는 마침내 옷자락을 걷어잡고 올라가서 높은 바위를 밟고 우거진 풀 속을 헤치고, 호랑이 모양의 바위에 걸터앉고 규룡 모양의 나무에 올라가고, 송골매가 살고 있는 높은 둥지에 올라가 수신(馮夷)의 그윽한 집을 굽어보니, 두 손(客)은 따라오지 못하는구나. 째질 듯한 소리로 길게 휘파람을 부니, 초목이 진동하고 산이 울림에 골짜기가 메아리치며 바람이 일고 물이 솟는 듯 하였다. 내 또한 초연(?然)히 슬퍼지고 숙연(肅然)히 두려워져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돌아와 배에 올라 중류(中流)에 이르러 배가 멈추는 대로 내버려두고 쉬었다. 한밤중이 되려 할 때에 사방을 돌아보아도 조용하기만 하였는데, 마침 외로운 학 한 마리가 강을 가로질러 동쪽으로 오니, 나래가 수레바퀴만 하며, 검은 치마에 흰옷을 입고는 길게 울면서 내 배를 스쳐 서쪽으로 갔다.
須臾客去, 予亦就睡, 夢一道士羽衣翩?, 過臨皐之下, 揖予而言曰, 赤壁之遊樂乎. 問其姓名, ?而不答. 嗚呼噫?, 我知之矣. 疇昔之夜, 飛鳴而過我者, 非子也耶. 道士顧笑, 予亦驚悟, 開戶視之, 不見其處.
조금 후에 손(客)이 떠나가고 나 또한 잠을 자고 있었는데, 꿈에 한 도사가 깃으로 만든 옷을 펄럭이면서 임고정(臨皐亭) 아래를 지나다가 나에게 읍하고 말하기를 “적벽강(赤壁江)의 뱃놀이가 즐거웠는가?” 하여, 그의 이름을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아! 슬프다. 내 그대를 알겠노라. 어제 밤에 울면서 내 배를 스쳐 지나간 것이 그대가 아닌가?” 하니, 도사는 돌아보고 웃는다. 나 또한 놀래어 잠을 깨어 창문을 열고 보니, 그가 간 곳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