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뒤편 우면산. 수많은 시민이 찾는 이곳에도 아직 찾지 못한 지뢰 8발이 묻혀 있다.
이곳에서는 실제로 민간인 지뢰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1991년 5월 7일 오후 1시 산책을 하던 정모(당시 53세)씨가 근처 군부대 경계용 철망을 넘어 산나물을 캐다 지뢰를 밟았다. 이 사고로 정씨는 오른쪽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쿠바 미사일 사태 등이 터지면서 동서 냉전이 격화돼 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전국 각지의 대공포 진지, 레이더·미사일 기지 등 후방 군사시설 주변에 대량으로 지뢰를 매설했던 것이다. 우면산을 포함한 후방 지역 36군데에 7만5000여 발의 지뢰를 묻었다. 또 백두대간 자락인 오대산 국립공원 내 황병산은 정상 일대 8부 능선을 둘러싸며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었다.
경기도 성남 남한산성 도립공원 내 검단산과 경남 양산 가지산 도립공원 내 원효산 군부대 주변 등산로 곳곳에도 현재까지 지뢰 경고판과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불과 2㎞ 떨어진 반여동 장산 일대, 현대자동차 공장과 2㎞ 정도 떨어진 울산 양정동 일대 야산 등 대도시 주변도 대인지뢰가 대량으로 묻혀 있던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주변에 등산로와 약수터가 위치하고 있어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에 따라 군은 98년 이후 이들 지역에 대한 지뢰 제거 작업을 했다.
그러나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은 “지뢰를 제거했다지만 3900여 발의 지뢰는 끝내 찾지 못한 것으로 군도 인정했다”며 “여기에는 ‘과거 지뢰지대’라는 삼각표가 붙어 있지만 단 1발이라도 유실 지뢰가 남아 있다면 ‘과거’가 아닌 ‘현재 지뢰지대’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인지뢰금지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조재국 연세대(연합신학대학원) 교수도 "당시 우면산 지뢰 제거를 담당했던 군 관계자로부터 지뢰 8발은 찾지 못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우면산 지뢰지대를 직접 가봤다. 예술의전당에서 등산로를 따라 20분쯤 올라가 보니 ‘과거 지뢰지대’라는 푯말과 철조망이 보였다.
철조망 뒤편으로는 “유실 지뢰 및 제거하지 못한 지뢰로 인해 폭발사고 위험이 있다”는 경고문도 세워져 있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군이 최선을 다해 전국에 있는 지뢰를 제거했지만 유실 지뢰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50년 지나도 폭발 위험
☞◆남한 내 매설된 지뢰는=우리군과 미군이 남한 내 매설한 지뢰는 M14 대인지뢰가 가장 많다. 밟으면 발목 부위에 큰 부상을 입히기 때문에 ‘발목지뢰’라 한다. M14는 무게가 100g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매년 홍수 때마다 빗물에 유실돼 지뢰매설지대가 아닌 곳에서도 인명 피해를 내고 있다. 밟으면 1m 정도 솟아올라 터지는 M16A1도 있다. 또 지뢰의 삼각뿔을 밟으면 뇌관이 폭발하면서 지뢰 안에 내장된 60mm 박격포탄이 뚜껑을 치고 불꽃을 내면서 하늘로 튀어올라 폭발하는 M2A4도 자주 발견되는 대인지뢰다. 전차나 장갑차 등 전투차량을 파괴하는 재래식 대전차지뢰(M15, M2A1)도 전방 지역에 광범위하게 매설됐다. 50년이 지나도 뇌관에 충격을 주면 폭발 위험이 있으니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