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화 1
박목월
산은
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山桃花)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산도화>(1955)-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관조적, 회화적, 서경적, 도교적
◆ 표현 : 원경에서 근경으로 시상 전개
회화적인 기법을 장면 묘사만 하고, 감정의 서술과 가치 판단은 일체 보류함.
동양화적 효과를 음미(절제된 표현과 여백의 미학)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구강산(九江山) → 시적 공간으로 이상향 속의 산
완전한 자연(九), 산이면서 '물'의 비중을 부각시킴
* 보랏빛 석산 → 구강산의 구체적인 모습. 극도로 단순화된 비현실적인 돌산
(보랏빛:고귀함, 엄숙)
* 산도화 → 동양적 이상향의 상징물
* 두어 송이 → 충만보다 여백을 중시하는 동양의 미학
* 버는데 → 꽃잎이 벙긋이 피어 벌어지는 모습
* 옥 같은 물 → 차고 깨끗한 이미지(仙境)
* 암사슴 → '청노루' 등과 함께 시인이 소중하게 다루는
'도피적·소극적·상서로운 동물'임.
* 암사슴이 발을 씻는 정경 → '신선도'를 상상해 볼 수 있음(고결하고 신비로운 분위기)
◆ 주제 ⇒ 자연(이상향, 정서적 고향)에 대한 향수
◆ 소재가 지닌 특성 : 속세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으로, 깨끗하고 신비롭고 맑고
아름다운 속성을 지님.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배경제시(공간)
◆ 2연 : 배경제시(시간)
◆ 3연 : 배경제시(시·공간)
◆ 4연 : 대상(사슴)제시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구강산은 우리 나라에 실재하는 구체적 지명(地名)이 아니다. 산도화가 동양적 이상향인 도화원(桃花園)을 떠올려 주는 것으로 미루어 '구강산'은 가공적인 선경(仙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이러한 배경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순수하고 고결한 모습의 '사슴'이거나 '노루'이다. 이는 한 폭의 정갈한 신선도(神仙圖)를 보는 듯하다. 그의 자연 속에는 인간이 등장하지 않으며, 인간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조화로운 자연의 일부로서 기능할 뿐, 그 자신이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에서도 시적 자아는 구강산에서 봄눈이 녹아 흐르는 물에 발을 씻고 있는 암사슴을 엿보는 사람일 뿐이다.
사람 이야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이 같은 가상 세계(假想世界)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이상향임에 틀림없지만, 이 작품을 현실 도피성 문학으로 비판받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그리고 있는 '도화원(桃花源)'은 곧 우리 한국인들의 시원(始原)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닌 자연 합일의 동양적 정신을 구현함으로써, 잃어버린 고향과 자연을 회복시키려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시인의 말
"나는 이 작품에서 첫 두 연을 좋아했다. 보랏빛 석산과 가지만 앙상하게 빳빳한 산도화의 담담한 풍경에 홍백의 꽃송이를 두어 점 띄워 동양화적 정취를 풍기려 했으며, 이 '여백의 함축'은 내 시의 본질적인 일면이다. 이 동양화적인 풍경에 '봄 눈 녹아 흐르는 옥같이 맑은 물에 발을 씻는 사슴'을, 나대로는 차고 담담한 것 속에 생동하는 생명의 자태라 여겼으리라.“
[작가소개]
박목월 : 박영종시인, 전 대학교수
출생 : 1915. 경상북도 월성군
사망 : 1978. 3. 24.
가족 : 아들 박동규
데뷔 : 1939년 문예지 '문장’
작품 : 오디오북, 도서
<정의>
해방 이후 『난, 기타』, 『어머니』, 『사력질』 등을 저술한 시인.
<생애 및 활동사항>
본명은 박영종(朴泳鍾). 경상북도 월성(지금의 경주) 출신. 1935년 대구의 계성중학교(啓聖中學校)를 졸업하고, 도일(渡日)해서 영화인들과 어울리다가 귀국하였다. 1946년 무렵부터 교직에 종사하여 대구 계성중학교,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연세대학교·홍익대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1962년부터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임하였다.
1947년 한국문필가협회 발족과 더불어 상임위원으로 문학운동에 가담, 문총(文總) 상임위원·청년문학가협회 중앙위원·한국문인협회 사무국장·문총구국대(文總救國隊) 총무·공군종군문인단 창공구락부(蒼空俱樂部) 위원으로 활약하였다.
1958년 한국시인협회 간사를 역임하였고 1960년부터 한국시인협회 회장직을 맡아 1973년 이후까지 계속하였다. 한때 출판사 산아방(山雅房)·창조사(創造社) 등을 경영하기도 하였다.
또한, 잡지 『아동』(1946)·『동화』(1947)·『여학생』(1949)·『시문학(詩文學)』(1950∼1951) 등을 편집, 간행하였으며, 1973년부터는 월간 시 전문지 『심상(心象)』을 발행하였다.
처음은 동시를 썼는데 1933년『어린이』지에 동시 「통딱딱 통딱딱」이 특선되었고, 같은 해 『신가정(新家庭)』지에 동요 「제비맞이」가 당선된 이후 많은 동시를 썼다.
본격 시인으로는 1939년 9월 『문장(文章)』지에서 정지용(鄭芝溶)에 의하여 「길처럼」·「그것은 연륜(年輪)이다」 등으로 추천을 받았고, 이어서 「산그늘」(1939.12.)·「가을 으스름」(1940.9.)·「연륜(年輪)」(1940. 9.) 등을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데뷔하였다.
1946년 조지훈(趙芝薰)·박두진(朴斗鎭) 등과 3인시집 『청록집(靑鹿集)』을 발행하여 해방 시단에 큰 수확을 안겨주었다.
1930년대 말에 출발하는 그의 초기 시들은 향토적 서정에 민요적 율조가 가미된 짤막한 서정시들로 독특한 전통적 시풍을 이루고 있다. 그의 향토적 서정은 시인과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어진 특유의 것이면서도 보편적인 향수의 미감을 아울러 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청록집』·『산도화』 등에서 잘 나타난다.
6·25사변을 겪으면서 이러한 시적 경향도 변하기 시작하여 1959년에 간행된 『난(蘭)·기타』와 1964년의 『청담』에 이르면 현실에 대한 관심들이 시 속에서 표출되고 있다.
인간의 운명이나 사물의 본성에 관한 깊은 통찰을 보이고 있으며, 주로 시의 소재를 가족이나 생활 주변에서 택하여, 담담하고 소박하게 생활사상(生活事象)을 읊고 있다.
1967년에 간행된 장시집 『어머니』는 어머니에 대한 찬미를 노래한 것으로 시인의 기독교적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1968년의 『경상도의 가랑잎』부터는 현실인식이 더욱 심화되어 소재가 생활 주변에서 역사적·사회적 현실로 확대되었으며,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사념적 관념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1973년의 『사력질(砂礫質)』에서는 사물의 본질이 해명되면서도 냉철한 통찰에 의하여 사물의 본질의 해명에 내재하여 있는 근원적인 한계성과 비극성이 천명되고 있다. 그것은 지상적인 삶이나 존재의 일반적인 한계성과 통하는 의미다.
수필 분야에서도 일가의 경지를 이루어, 『구름의 서정』(1956), 『토요일의 밤하늘』(1958), 『행복의 얼굴』(1964) 등이 있으며, 『보랏빛 소묘(素描)』(1959)는 자작시 해설로서 그의 시작 방법과 시세계를 알 수 있는 좋은 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사적(詩史的)인 면에서 김소월(金素月)과 김영랑(金永郎)을 잇는 향토적 서정성을 심화시켰으면서도, 애국적인 사상을 기저에 깔고 있으며, 민요조를 개성 있게 수용하여 재창조한 대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상훈과 추모
1955년 첫 시집 『산도화(山桃花)』(1954)로 제3회 아세아자유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68년 시집 『청담(晴曇)』으로 대한민국문예상 본상을, 1969년 『경상도(慶尙道)의 가랑잎』(1968)으로 서울시 문화상을, 1972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하였다.
<참고문헌>
『우리시의 역사적 연구』(신동욱, 새문사, 1981)
『한국현대시론』(박두진, 일조각, 1977)
『현대시론』(정한모, 민중서관, 1973)
『한국의 현대시』(서정주, 일지사, 1969)
「향수의 미학」(김종길, 『문학과 지성』, 1971년 가을호)
[네이버 지식백과] 박목월 [朴木月]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첫댓글 감사합니다
무공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변함없는 글쓰기 공부 잘 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