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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시평 제247호 (2011년 5월 26일)
제4회 한중일 정상회의
최영호 (영산대학교)
지난 5월 21일과 22일 이틀간에 걸쳐 일본 도쿄에서 4번째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열리는 AS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정상이 따로 모이다가 2008년부터 아예 한중일 3국만의 모임을 만들어 매년 번갈아가며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2008년 일본 후쿠오카, 2009년 중국 베이징, 2010년 한국 제주도에 이어 이번에 다시 일본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 회의는 일본 동부에서 대지진 참사가 발생한 후 일본에서 처음으로 열린 정상들의 모임이다. 대지진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고 이제 재난상태로부터 복구를 시작한 시점에 열린 만큼 피해자 위로와 복구 협력에 초점을 두고 회의 일정이 진행되었다. 그러다보니 국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정부에 대해 한중 양국이 시종 우호와 협력을 보이는 형태로 임했고 특별한 쟁점이나 과제는 제시하지 않았으며 원만한 외교 관계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한편 일본정부는 정상회의 유치를 통해 국내 재난지역 농수산물의 판촉 확대에 전기를 마련했다. 둘째 날 아침에 이루어진 중일 양국의 회담에서 중국이 일본 농수산물 수입규제 완화 방침을 표명한 것은 일본이 이번에 획득한 최대 수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연일 야당으로부터 사임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무언가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주변국 정상과의 만남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사실상 내년에 임기를 마치게 되어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모두 과도하게 우호적이거나 대립적이거나 하는 퍼포먼스를 피하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일관하며 회의 일정을 소화하여 일본 총리를 지원했다. 애초 준비과정에서 일본측이 재난지역 가운데 원전사고에 의한 피해지역으로 유명해진 후쿠시마(福島)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으나 중국측이 난색을 표명하여 결국 도쿄에서 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막 장소를 도쿄로 하는 대신 정상회의 첫째 날 오후에 잠시 후쿠시마에서 회동하기로 했다. 한국과 중국의 정상은 모두 후쿠시마에 들어가기 전에 미야기현(宮城縣)을 먼저 위문 방문함으로써 일본 일정을 시작했다. 이곳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원전 사고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는 지역이다. 이 대통령은 나토리시(名取市)의 공민관을 방문하여 헌화하고 묵도하며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그리고 대지진 발생 직후 한국의 구호대가 활동했던 다가죠시(多賀城市) 대피소를 방문하고 현지 일본인들에게 간단한 일본어를 건네며 격려했다. 원자바오 총리도 쓰나미로 폐허가 되어버린 나토리시 어업협동조합 부지를 방문하여 헌화했고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는 초등학교를 찾아가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21일 오후 3시가 넘어서 후쿠시마 대피소 가운데 한 곳 종합체육관에서 3국 정상이 합류했다. 이때 3국 정상이 함께 현지에서 산출된 방울토마토와 버찌를 시식하는 모습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대만의 일간지 Want Daily (旺報)는 21일자 기사에서 이때 시식 퍼포먼스가 사전에 아무런 언질도 없이 갑자기 요청을 받아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어쨌든 이 퍼포먼스는 방사능 오염 소문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후쿠시마 농산품의 안전성을 어필함으로써 일본 총리의 체면을 크게 세워주었다. 체육관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 어린이들이 격려 문구를 적어서 보낸 부채 등을 나눠주었으며 체육관을 돌면서 피해자들을 격려했다. 원자바오 총리도 일본 어린이들에게 팬더 인형 등을 나누어주었고 어른들에게는 티셔츠와 라디오 등을 선물했다. 그날 밤 8시가 넘어 도쿄 영빈관에서 3국 정상이 다시 모인 가운데 만찬회가 열렸다. 일본 총리는 만찬회 인사말을 통해 이날 두 정상이 피해지역을 방문하여 현지 생산 야채와 과일을 먹은 것이 뜬소문 피해 대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일본의 언론 기관들은 만찬회에 제공된 식품 가운데 이와테현(岩手縣)의 명품 쇠고기, 미야기현의 전복, 후쿠시마현의 일본술, 치바현(千葉縣)의 꼬치고기(梭魚) 등, 피해지역의 제품이 들어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정부는 3국 정상 모임을 재난 지역 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홍보의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식사 후 밤늦은 시간에 정상회의 개막을 축하하는 3국 합동 연주회가 열렸다. 22일 일요일 오전에 영빈관에서 3국 합동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참가자는 전원 일제히 대지진 피해자를 추도하는 묵도 시간을 가졌다. 2시간 정도 회담을 가진 후 3국 정상은 폭 넓은 분야에서 협력할 것을 표명하는 선언문과 부속문서를 발표했다. ‘원자력 안전 협력’, ‘방재 협력’,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협력’을 제목으로 하는 부속문서에는 이날 회담 내용과 결과가 잘 나타나 있다.
‘원자력 안전 협력’에서는 3국은 자연재해에 대한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하여 전문가 협의를 추진하기로 하고 원자력 안전 관련 고위 담당자 회합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또한 긴급시 조기 통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원전 사고 발생 시에는 공기 흐름의 궤적에 관한 분석과 예측에 관하여 즉각적으로 정보를 교환할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원자력 관련사고 발생 때 농수산품 안전성에 관하여 과학적인 증거에 입각하여 필요한 대응을 신중하게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에 합의했다. 이 문구는 이번 일본의 원전 사고에 따라 중국이 과도하게 일본의 농수산품 수입을 규제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일본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다. ‘방재 협력’에서는 3국 가운데 한 국가가 심각한 재해를 당할 경우, 다른 두 국가가 피해 국가의 요청에 응하여 응급 구조팀의 파견과 물자 지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때 응급 구조팀은 자기 완결적인 태세를 취하기로 하는 단서 규정을 삽입했다. 이와 함께 방재에 관한 공동 시뮬레이션과 훈련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재해 발생에 따른 연락이나 지원을 신속하게 행할 수 있도록 24시간 Contact Point를 설정하기로 했으며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하여 2국 공동 연구에 의한 피해지역 실지조사를 검토해 가기로 했다. 끝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협력’에서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을 포함하는 기속 가능한 성장 분야에서 3국이 연구와 협력을 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데 공감을 표명했다. 그 구체적인 계획으로 3국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Green Technology Forum'을 일본에서 조만간 개최하기로 했다. 합동 기자회견 후 3국 정상들은 3국 경제인들의 공동 회의에 참석하여 각각 인사말을 전하고 오찬 모임에 들어갔다. 오후에 열린 한일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재난 피해에 대한 위로와 답례가 주로 이루어졌으며 원자력 기술과 관광 촉진 등에 관하여 협력하자는 의견 교환이 있었다. 애초 양국이 이때 시행할 것으로 기대했던 조선왕실의궤 전달식은 관련 조약안이 일본 참의원을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차후로 미루게 되었다. [3국 정상회의 선언문 요지] -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희생당한 소중한 생명, 심각한 피해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 미래지향적이며 포괄적인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3국 협력은 일본의 조기 부흥에 분명히 공헌할 것이다. 협력을 통하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고 하는 일본의 노력을 지지한다. -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방재와 원자력 안전 분야에 관한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 3국 투자협정 교섭의 실질 합의를 조기에 달성한다. 3국 FTA에 관한 산학관 공동연구를 올해 안에 종료한다. 식품 안전과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 협력하고 원활한 물류 시스템 구축을 장려한다. 3국간 관광 촉진과 세관 협력을 강화한다.
- 재생 가능 에너지, 에너지 절약을 추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협력한다. - 3국 청소년 교류와 관련하여 ‘차세대 포럼’을 조직하고 대학간 교류를 촉진한다.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교류와 협력을 촉진한다. - 해양안전 확보를 위하여 수색구조 분야에서의 협력 중요성을 확인한다.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을 깊이 우려하며 협력을 강화한다. -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우라늄 농축계획에 관한 우려가 표명되었다. 진지하며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 구체적 행동이 중요하다.
[한일시평] 지난 호 자료는 한일민족문제학회 홈페이지 www.kjnation.org<한일관계시평> 또는 최영호 홈페이지 www.freechal.com/choiygho<한일시평>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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