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을 모색하던 S씨는 관악구 봉천동에 근린주택이 경매 나온 것을 발견했다. 내
부구조를 보니 1층은 로비와 공동휴게실, 세탁실 그리고 원룸이 일부 있고 층마다 6개의 원룸으로 꾸
며져 총 31개의 원룸을 갖췄다.
중개업소를 통해 주변 시세를 알아보니 룸 하나당 4000만원에서 4500만원가량 보증금을 받을 수 있었
다. 감정가는 12억5000만원. S씨는 감정가가 저평가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31개 룸의 보증금을 보수
적으로 4000만원으로만 잡아도 12억4000만원이므로 감정가와 진배 없었기 때문이다.
워낙 세입자가 많다 보니 수십 개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정리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
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에 염려가 되긴 했다. 하지만 세를 놓아 투자한 돈의 대부분을 바로 회수할 수
있겠다는 계산에 S씨는 1회차에 망설임 없이 감정가보다 1억2000만원을 더 써내고 낙찰자가 됐다.
낙찰받고 얼마 후 건물을 찾아가 세입자를 만나본 S씨는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임
차인이 담합해 S씨에게 보증금 전액을 요구하며 그 전까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
은 것이다. S씨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멍해졌다. 이들의 보증금이 소액이어서 임대차보호법상 최
우선변제금을 법원으로부터 배당받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기 때문이다. S씨가 전문가를 찾아가 상
담을 받아보니 결국 ‘임차권등기(잠깐용어 참조)’를 간과한 것이 문제가 됐다.
임차인이 주인에게 건넨 보증금과 계약기간을 주인이 바뀌더라도 보장받기 위해서는 대항력을 유지해
야 한다. 대항력 요건은 전입신고를 하고 집에 거주하는 것이다.
만일 새로운 곳에 이사하면 새 집에 주민등록을 옮겨 전입신고를 해야 하므로 전에 살던 집에서는 전
출된다. 이렇게 되면 대항력을 상실해 매매든 경매로든 주인이 바뀌면 새로운 주인에게 보증금을 요
구할 권한이 없어진다. 임차권등기제도는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채 부득이하게 이사를 나가야 하
는 임차인에게는 유용한 제도다.
전입신고가 돼 있으면 제3자 누구든지 이를 확인하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듯 공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등기를 하는 것이다. 주인 동의 없이도 법원에 임차권등기를 신청하면 법원의
명령을 통해 등기에 권리가 등재된다.
이렇게 임차권등기가 된 집에 전입한 임차인은 아무리 보증금이 소액이라도 최우선변제대상이 되지
않는다. 최우선변제는 임차한 주택의 경매나 공매가 진행될 때, 임차인의 보증금 범위가 법에서 정
한 소액에 해당할 경우 다른 채권자들보다 우선해 배당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약자들을 위한 사회보
장적 제도이므로 보증금이 범위를 넘는 큰 금액이면 해당이 안 되며, 보증금 전체를 보호받지 못하기
도 한다.
S씨의 사례에도 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이 임차권등기를 하고 이사한 방을 새
로운 임차인이 사용하고 있었다. S씨가 착각한 부분은 후에 들어온 임차인이라 할지라도 보증금액이
적어 최우선변제에 해당돼 배당을 받을 것이고, 따라서 명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점
이다.
임대차 계약을 하기 전에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임차권등기가 있다면 다른 채권자들과의 권
리 순위를 따져봐 경매나 공매 시 보증금에 손실이 없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만일 이미 근저당이
나 가압류와 같은 등기가 있는 집이라면 보증금액을 줄이고 월세 비율을 높여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잠깐용어 임차권등기
임대계약이 종료됐으나 임대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차인이 이사를 가야
할 경우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등기를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