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이 텅텅, 꿈속이 텅텅 / 최동은 꿈속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잡아 가두었다. 죽은 새. 눈 먼 새. 내가 기른 새. 남이 버린 새. 주인 몰래 도망친 새. 물에 빠진 새. 창문으로 날아든 새. 종일 제자리를 빙빙 도는 새. 울지 않는 새. 새장 속에 새들은 저희끼리 싸운다. 저희끼리 잘 논다. 서로 날개를 물어뜯다 뽀뽀를 한다. 머리를 콕콕 쪼고 푸드덕 푸드덕 도망칠 구멍을 찾고. 한 마리 새가 고속버스를 타고 떠났다. 한 마리 새가 우산을 쓰고 나갔다. 한 마리 새가 비자나무 숲으로 날아갔다. 한 마리 새가 아파트 꼭대기를 둥글게 돌았다. 한 마리 새가 냇물을 건너갔다. 한 마리 새가 자전거를 타고 애인을 찾아갔다. 텅 빈 새장을 안고 잠들었다. 두통이 잠들었다. 울음소리가 잠들었다. 멍든 발가락이 잠들었다. 잠이 텅 비었다. 꿈속이 텅 비었다. ㅡ사이버문학광장 《문장웹진》2026년 8월호 ---------------------------------- * 최동은 시인 경기도 광주 출생. 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2002년 《시안》 등단. 시집 『술래』『한 사흘은 수천 년이고』『꽃잎 한 장』.
****************************************************** 꿈이 없는 나는 새 대신 내게 물린 다른 나들을 심연의 골짜기에 가둔다. 천년 전의 나. 탐욕에 눈먼 나. 나를 버린 나. 혀가 없는 나. 나인 줄 모르는 나들은 결핍을 모르는지 무감하다. 또 가둔 나는 양심이 없다. 분란이 끝이질 않는다. 울음이 터진 내가 떠난 뒤, 차츰 비어가는 골짜기. 덩그러니 남은 나를 기억하는 또 다른 나. 텅 빈 심연이 불안을 놓친다. 불안을 방생하고 싶지만 견뎌야 한다는 걸 안다. 비어 더 넉넉해진 기억의 책장에 나를 꽂아둔다. - 이우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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