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출몰 지역 / 고성만 여기서부턴 낯선 땅이다 쉿, 목을 축이러 내려오는 수달 터럭이 아름다운 담비 조심! 길 잃은 고라니를 사냥하지 늑대 몇 마리 달을 보고 우우~ 울부짖는 소리 들릴 것 같은, 전설 한 토막 준비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나는 언제 절멸을 막기 위해 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를 목숨 걸고 건넌 적 있었던가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숲 텅 빈 적막 빽빽한 고요 평화는 배부른 자의 투정 가족도 도반도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가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굶주린 배 움켜쥔 채 기어코 경계를 넘었으리 산다는 것은 고적한 밤의 사연을 안고 메마른 뼈다귀를 핥는 일, 아닐까 막막하게 어두워지는 길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ㅡ 《백지》 2026년 창간호 -------------------------
* 고성만 시인 1963년 전북 부안 출생, 조선대 국어교육과 및 전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1998년 《동서문학》시, 201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등단. 시집『마네킹과 퀵서비스맨』『잠시 앉아도 되겠습니까』『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파씨 있어요』등. 시조집 『파란, 만장』 에세이집 『다행이다 내가 더 사랑해서』. 시조시학 젊은 시조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