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밥상
5월 4일 저녁 7시, 광주 일식집 가매(佳梅, 아름다운 매화)
미련한 소 한상걸, 미련한 소 오른 쪽 방향으로 추장 재옥, 향님, 솜다리 정란, 핸디오 용철, 미숙, 워른둥 병호, 싸모님 영자, 화려한 그대 준환 등 아홉 사람이 둘러앉았다.
기본 세팅을 해 놓은 상 위에 대형 떡 케이크가 오르고
꽃바구니가 오르고
촛불을 켜고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고
박수가 터지고
향님의 선물 전달
재옥의 오픈닝 건배 제의
미련한 소의 답례 멘트
그리고 이어지는 갖가지 음식과
용철이가 가져온 로얄살루트 21년 산 술
그러나, 3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묻힐 번한 인연이 다시 이어지는
설레임, 반가움, 기쁨 탓일까
음식 맛을 몰랐다.
음식보다 이야기가 먼저였고
이야기 하나에 웃음과 박수는 둘, 셋이었다.
우정행정의 중견간부로 성장한 얌전하나 당당한 미숙
외국회사 한국 책임자가 된 과묵하나 강직해 보이는 병호,
나주에서 큰 과수원을 경영하는 캐리어 우먼 영자,
고등학교 국어우등생, 지점장 행장을 꿈꾸는 광주은행 준환,
여수에서 공장 설비업체를 운영하는 야심의 사업가 재옥,
집안 행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함께한 우아한 중년 향님,
천리를 마다 않고 내려온 감각이 있는 등산가 솜다리 정란,
범생티를 벗고 건설현장을 책임지고 그린까지 욕심내는 구릿빛 용철
차례대로 한 마디씩하고...
미련한 소는 술잔도 많이 비우고...
비운 술잔보다 더 많은 ‘말잔’을 비우고(선생은 그래서 탈이야^^ㅋㅋ)...
그렇게 흐른 3시간 30분
‘웃음밀도’ 최대의 시간이었다.
‘행복지수’ 최고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가장 ‘위대한 밥상’의 시간이었다.
나는 어제 KBS 비타민의 위대한 밥상보다 더 위대한 밥상을 받았다.
고급 음식과 술 때문이 아니다.
축하 케이크, 선물 때문도 아니다.
거기에는 그것들보다 몇 배 더 귀한
이 못난 선생을 생각하는 너희들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너희들과 만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먹거리는 다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마음과 정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고맙다, 너희들이 있어 깨닫고 배우는 것이 많다.
그런데 한편 서운하기도 하구나.
꼭 만나지 않아도 좋다.
다만 너희들 카페를 아직은 모르거나,
알면서도 그냥 숨어 지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너희들 카페가 승남중 23회 졸업생 모두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바란다.
부족한 것이 많은, 너희들의 선생 미련한 소의 간곡한 바램이다.
나를 위한 밥상은 어제로 대만족이다.
이제 너희들 스스로를 위한 ‘위대한 밥상’을 한 번 차려보기 바란다.(2009. 5. 5.)
첫댓글 좋은 글 모아 동창들과 함께하려고, 새로운 칼람으로 여러동창들이 참여하여 까페가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네 꾸준하게 글을 올려주게나.
엇그제 상걸이 한테서 안부 전화를 밭고 안태순 친구가 좋은글 올린것을 잘 보고 있노라고 얘기했지, 훌륭한 제자들과의 만남이야 큰 보람일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