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아무도 찾지 않는 외진
산기슭
도토리나무 팽나무 층층나무
오리나무..
산에 들어있는
온갖 생명에게
가을은 소리 없이
옵니다.
한적한 길에서 가끔 오가는 차량에 온
몸을 떨며 손을 흔드는
가녀린 코스모스와
여름 햇살을 간직하고 붉게 물들어가는
산수유 열매에
가을은 소리 없이
옵니다.
1년 농사를 정산하는 농부의 바쁜
손길
해거름에 수확물을 한 아름 안고
함박웃음을 짓는 농부에게도
가을은 소리 없이
옵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된
지금
내 인생에도 소리 없이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지천명이란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의미인데
나이의 숫자만 늘어나고 몸집만 커진
아이처럼
아직도 미성숙한 사고와 후회할 행동을
많이 하는 자신을 봅니다.
해가 나날이 짧아져가는 것을 보니
가을이 깊어감이 느껴집니다.
밤이면 귀뚜라미가 그리움을
노래하고
지겨웠던 햇살이 정겨움으로
다가오고
지난 해 넣어두었던 두터운 이불을
찾게 되니 말입니다.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얼굴을 물에 비추어보지 말고 사람에게
비추어 보라.”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말씀이지요.
즉 얼굴을 가꾸기 보다는 사람에게
누가되지 않는 진실한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가을입니다.
진한 단풍잎 사이로 마음이 먼저
물드는 것은
아마도 인생의 가을이 더 진하게
다가오는 까닭일겁니다.
----------------------------------------
<정운복> 님이 보내 준 글입니다.
지천명의 나이(50)답지 않게 속 깊은 글을 쓰는 정운복님이 새삼 다시 보이며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이라는 말에 옷깃을 여미고
한학의 가없는 깊이에 더더욱 소름끼치게 놀랍니다.
나도 한학을 해야 했었는데....
욕심이겠죠.
<정운복>님의 글을 보며 한학의 깊이를 알았다면
얼마전 모 TV에 가수 이선희의 히든싱어에 나온 모창자를 보며
눈이 참 맑은 사람이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이선희씨도 그리 느끼더군요.
정미애라는 분인데, 본인 허락은 물론 없이 얼굴을 보여 봅니다.
눈이 참 선하죠?
첫댓글 지천명의 나이라 .....저와 비슷한 동년배 인 것 같은데....엄청난 차이점이 있네요....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