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없는 시골길이란 암흑천지 그 자체라 차량 불빛만으로 다시 돌아와
절대 없을 것 같은 곡차를 기어이 월인당 쥔장으로부터 하사받아 손에 쥐고 희희낙락...
한잔 두잔 오고가는 술잔에 눌렸거나 담겨졌거나 뛰쳐나오지 못한 밀린 회포들이 난무한다.
물론 함께 한 월인당 쥔장 또한 피곤하고 힘이 들었을 터 임에도 불구하고 동석을 하여 분위기 올려주시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만은 달빛조차 없는 북서풍이 온몸을 간지럽히는 그 밤의 흥취는
그야말로 만리장성만 쌓았겠는가.

한없이 길어지는 곡차 수순은 어느새 새벽을 부르고 잠들지 못한 군상들의 하루가
그렇게 저문다.

일단 월인당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대숲 위로 치솟는 굴뚝 연기가 달빛과 어우러지는 집이라는 월인당은 눈치 빠른 분은 감 잡았을 터...월인
천강지곡에서 당호를 일부 빌려왔다는 쥔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름값을 하고도 남는다.
게다가 너른 들녘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한옥인지라 불어오는 바람과 소통하길 원한다면
뜨락에 서서 온 몸을 내어 맡겨도 좋을 듯하다.
동쪽으로 월출산, 서쪽으로 은적산이 너른 들판과 마을을 둘러싼 덕분에 걷는 재미 또한 쏠쏠 할 일이며
굳이 젬마님의 어릴적 기억을 따라 찾아든 추억 여행의 한자락 외갓집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있었음직한 외갓집을 만나는 즐거움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 월인당은 영암에서 추진중인 행복마을 사업의 네번째 수혜자로서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한옥을 그대로 고스란히 재현해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얼핏 보아서도 황토 구들방, 대청, 누정마루, 툇마루를 적재적소에 알맞게 배치한 흔적이 보여
온전히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금상첨화 일 터...게다가 소소한 연못과 유실수, 뒷산의 차밭까지
슬쩍 끼어들어 쥔장 행세하는 고양이까지 그림으로서의 완성도를 이뤄내니
그것만으로도 요즘 대세라는 자연 발생적 휠링이 되고도 남을 여건이 되겠다.

그러나
쥔장에게 더욱 환장할 일은 전국 어딜 가나 곶감 걸리듯 걸리는 인연의 흔적들이 다반사라
영암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도, 숙박지가 월인당이라는 말을 들었어도 아무런 개념도, 이해 상황도 혹은
기억 저편에 누군가의 집터가 월인당이었다 라는 사실은 기억도 하지 못했건만
곡차를 나누는 틈틈이 쥔장과의 엮인 실타래가 하나 둘 풀려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쯤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차 한잔을 건네는 쥔장 김창오님 왈
" 혹시 티앤 피플 기자 이유경님 아니세요?" 란다...
아으, 여태 신비주의로 얼굴 들이밀지 않고 글을 썼었는데 어찌 알았단 말이냐 싶어
" 맞는데요...어떻게" 라니 자신 또한 티앤 피플 차 전문 잡지에 글을 기고한 필자라는 것이 아닌가.
아하...새삼 기억을 되짚어 그를 기억해내자니
" 맞다...기억나요. 얼굴없이 한옥집을 사진으로 내걸었던 그분?"
둘다 남들처럼 얼굴 사진을 지면에 내걸지 않았기에 서로를 몰라봤던 것이요
글을 읽었어도 오래 전 기억이라 가물거렸던 것.
허나 인연은 거기가 전부는 아니다.
쥔장의 오랜 남친이자 강진에서 농군 생활을 감행하고 있는 장동찬과의 인연지기가 또 그 남자 김창오님.
알고보니 고 문익환 목사님이 만든 강진의 대안학교 교감인 김창오님과 국어선생이었던 장동찬과는
한때 한 솥밥을 먹었던 처지라니 경악 할 수밖에....세상 넓고도 좁다 했지만 이젠 아예 조정 시인까지
등장한다.
그 시인 조정은 한참 전에 쥔장과 짧은 교류가 있었던 터라
"혹시 조정이라고 시인인데 아세요?" 라며 묻는데 이번엔 기절 직전이다.
으잉? 웬 조정시인...라며
"아, 어떻게 아세요? 이 바닥 정말 멀리도 못가고 바로 잡힐 일이세..." 쫑알쫑알
그에게 재차 독촉 질문을 했더니만 그녀의 고향이 이곳 영암이란다.
진짜,
세상은 넓고도 좁고 어디 가서 도둑질도 못할 일이요 잘못 살았다가는 낭패 당할 일 천지인
쥔장의 인연 자락 끝은 어디인가.
어쨋거나 그 덕분에 이야기 물꼬는 유연하기 짝이 없고 넘실대는 뒷이야기는 그칠 줄 모르니
반가운 마음에 기어이 아침에 사포님과 함께 조정시인과 전화 통화까지 하는 이 오지랖이라니...길. 었. 다

좌우지간 동 터오는 새벽녘,
잠들고 싶어도 잠들지 못할 이유는 많다...그중에서도 새들의 지저귐이란 때때로 소음이요
기가 막힐 소음은 5시 30분이 되자 확성기로 자신의 하나님 말씀에 열을 올리며
온 동네에다 대고 설교하는 시골 무지랭이 목사님 행태 다.
정말이지 시골 양반들 인심도 좋고 마음도 넓다.
그 시간에 온 동네를 쩌렁쩌렁 울리는 확성기 설교 말씀을 듣다니...아무리 기불릭인 쥔장이라도
열받아 돌아가실 일이 되겠다.

그러나 이방인, 외지인이 욱 하고 치받힌 할 말은 없는 것이고 그냐앙...열만 받는 채로 들길을 걷었다.
너르다...넓다 라는 표현과 어울리지 않는다.
너른 들판이라는 말이 딱 제 옷이다.
그 들판을 걸으며 온갖 상념에 젖는데 뒤쫓아온 사포님이 한자락 거든다.,...게거품 물 일.
서로가 열 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돌아드는데
젬마님이 어릴적에 즐겨 찾았다던 동호 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깊을 것이라는,
그러나 참으로 널기만 한 동호 저수지를 한 바퀴 돌고나니 젬마님이 어느새 뒤따라 온다.

하늘은 간밤의 넋두리에 천지창조 개벽을 이루시려나....마음이 무거워지고 하늘은 땅으로 내려오고
조만간에 불어댈 비바람이 예견되는가 싶었더니

들판에 바람이 일렁인다.
스윽스윽스으윽...바람결이 온 몸을 흔들고 불현듯 겨울 바람을 상상한다.
이 너른 들판에 서서 미친듯이 불어대는 북서풍 한파를 맞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할 격하고도 냉랭한, 온 몸을 부술듯한 바람이 들판을 잠식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
충분히 가늠되어지는 바람이 불어 와 겨울들판의 황량함을 그려낼 그림 속에 하나가 되고 싶다 는.
"바람이 분다...." 그녀의 노래가 들려온다.
환청처럼...

두어시간의 발품을 팔고 월인당으로 들어섰더니만 맥쌤은 개구리와 눈싸움 중이다.
서둘러 한 컷을 날리고 쥔장 또한 곁에 카메라를 장착한다.

조작품처럼 꼼짝 않고 카메라 세례를 온 몸으로 받아대는 개구리에게 덕담 한 마디 던졌다...오래 오래
장수하면서 월인당의 마스코트가 되라고,

아침이다.
겨우 떡 한조각, 과일 한점으로 아침을 맞는 쥔장으로서는 거하다.
하지만 숨겨진 식탐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변명과 핑계를 들이대며 탐욕의 맛질이 시작되면서
"아...웰빙이란 이런 것이지"를 연발한다.
월인당 쥔장들이 가꾸고 길러 대접되는 이 한 상의 행복.
오래도록 잊지 못할 환상의 고사리 무침과 튼실한 표고 버섯 무침의 깔끔함과 어울린 민물 생선 조림.
탕이 아니리 조림에 가까워서 생선의 담백함이 초절정이다.

1박 2일의 여정이 엄청나게 길었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며
한잔의 차로 월인당에서의 여행길을 마무리 하고 기어이 기념 사진 한 컷을 조장한다.
썪어지면 형체도 알아보질 못할 몸뚱아리는 왜 그리도 열심히 박아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암튼 흔적은 남겨야 한다 로 한 컷 날리고 보니 제법 만족스럽다...그만큼 의미있는 여행길이었다는
뭐 그런 말이지만 뒤이어 찾아간 구암마을도, 도자기 박물관도 소문만 무성한 채 죄다 실망이 가득했다.
그러나 압권은 도.갑.사....그건 아니지로 속이 뒤틀렸다.
하여
다음편에 아마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쓰여질 영암 도갑사 편은 기대하지 마시라.
첫댓글 알긋어요~! 기대 안헐게요~! ㅋㅋ 걸음마다 다 좋을수야~! ㅋㅋ
그렇긴 하죠....그런데 구림마을이 정말 실망입니다.
도자기 박물관 역시 강진의 청자 박물관처럼 넓디 넓은 곳에 근사하게 지어놓고
활용 가치는 제로...주말인데 사람 흔적이 하나도 없는.
일년에 한번 도자기 축제 때만 쓰이는지.
지자체의 국민 혈세 낭비성은 전국 어디에나 똑 같아서 한심지경.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듯이...
한다리건너 두다리도 건너기전 엮어지는 인연들....
어찌 학연,혈연,지연을 얘기하지 안ㅇㅎ으리오~~~
ㅎㅎㅎㅎ 남의 나라 축제를 넘볼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비교되어서.
인연엮임은 정말 당연한 것 같아요...으악 할 뻔 했다는.
그래도 구림마을 초창기 이대박물관에서 맡아서 할때는 좀 볼 것들도 있었어요...
인근의 도자들과 육근병,양주혜...제씨의 작품들하며...
온 동네가 설치작품들의 장이어서 작품 찾아다니는 재미도 꾀 쏠쏠 했는데...
그땐 광주비엔날레 관람후 으례 구림마을로...
요샌 민박한답시고 이상한 집들만 (우리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양식도아닌 국적불명의 가옥들...)즐비..
몇바퀴 돌고 그냥 나와버리다가
요샌 거의 발길을 주지 않슴다.
맞아요...안 그래도 다음편에 그 이야기가 나와요.
그 기억만으로도 구림마을을 적극 추천하였지만 아니올시다 되었다 뭐 그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