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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가 끝나고, 한숨 돌리러 방에 돌아온다.
토오사카는 할 일이 있는 듯, 이리야를 데리고 객실에 틀어박혔다.
「이리야의 힘을 빌어서 조켄에 대한 대책을 짤 거야.
각인이 융화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테니, 오후엔 쉬어도 돼. 시로가 있어도 방해될 뿐이니까」
그렇다는 듯 하다.
지금 우리들에겐 조켄에게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지금은 토오사카가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무언가』의 완성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한편, 사쿠라는 객실에 돌아가 있다.
점심 식사 뒷정리가 한창인 중, 사쿠라는 몇 번인가 현기증을 일으켰다.
아침부터 건강했기에 안심하고 있었지만, 사쿠라는 열이 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조금이라도 피로를 느끼면 방에서 쉴 것, 이라는 나와 토오사카의 말을 듣고, 사쿠라는 겨우 객실로 돌아가 줬다.
「———」
혼자가 되어, 왼팔의 상태를 본다.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왼팔은, 지금은 팔꿈치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돼 있었다.
감각은 여전히 마비된 상태지만, 그 덕분에 아픔은 거의 없다.
아픔이라면 토오사카가 이식한 각인 쪽이 크다.
어깨와 목, 거기다 단전.
각각에 프랑켄슈타인이 달고 있을 성 싶은 볼트가 심어져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왼팔은 빌린 물건에 몸은 볼트로 조여졌나」
SF 영화에 나오는 사이보그를 연상한다.
발상으로는 재미있었지만, 웃을 수는 없었다.
……왼팔 상태를 보려고 했으면서, 거울 앞에 서지도 않았다.
시간은 2시 전.
흠.....일단, 사쿠라가 어떤지 보러 가자.
얌전히 방에 되돌아가 줬지만, 제대로 쉬고 있는지 어떤지 걱정이다.
「사쿠라, 있니?」
조심스럽게 노크를 한다.
「어라, 선배……?」
문 너머로 나른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잠깐 기다리세요, 금방 갈아입을 테니까……!」
자고 있었는지, 무언가 어수선한 기척이 난다.
그리고 2분 정도 경과한 뒤.
「기다리셨죠. 자, 들어오세요」
「아……응, 실례할게」
이 때에 이르러, 여자애의 방에 들어간다, 라는 거에 긴장돼 왔다.
전에도 이 방에는 들어왔었지만,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 때는 사쿠라의 의식은 없고, 지금은 사쿠라가 문을 열고 나를 맞아줬으니까.
「그래서, 무슨 일 있었나요, 선배? 저, 좀 자고 있어서 소리 같은 거 못 듣고 있어서요」
「아, 아니, 그런 게 아냐. 딱히 무슨 일이 있어서 온 게 아니라, 사쿠라가 제대로 쉬고 있는지 신경 쓰여서 왔는, 데——」
에, 결과적으로 사쿠라의 편한 수면을 방해해 버렸다.
「아하, 그렇다면 합격이네요. 저, 제대로 쉬고 있었어요?」
「그래. 깨워버려서 미안. 사쿠라도 자기 몸 상태를 알고 있지.
열이 있는데 무리해서 돌아다닐 이유 같은 거 없지. ……어쩐지, 내가 너무 과보호인 것 같아」
맥이 탁 풀려서 반성한다.
그러자, 사쿠라는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으. 역시 추측이 지나친 건가, 나?」
「아뇨, 그렇지 않아요. 선배는 날카로운걸요.
사실은 말이죠, 청소하던 걸 계속하고 싶었어요. 이대로 선배가 안 왔다면, 잠깐 빠져나가 버리자고 생각하고 있었죠」
「음……빠져나가 버리자니, 사쿠라」
「네. 하지만 이렇게 건강한데, 드러누워 있으면 병자 같아서 싫었어요. 그래서 선배한테 그런 말을 들어도, 여느 때 그대로인 나로 있자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랬더니 언니가 웃기지 말라고 화내는 거에요. 무리를 해서 쓰러지면 우리들한테 폐가 된다고」
「——응」
……그래.
점심 식사 뒤, 빨래를 하려고 하는 사쿠라를 말렸다.
하지만 나 혼자 말려서는 들어주지 않아서, 어떻게 할까 궁리하고 있을 때, 토오사카의 조력이 있었지.
물론 그건 부드러운 게 아니라,
『네가 쓰러지면,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건 우리들이야』
라는, 엄청나게 심한 한 마디였지만.
「……그래. 토오사카, 화냈었지」
「네. 저, 언니한테 혼났어요」
어딘가 기쁜 듯이 사쿠라는 말한다.
……그래.
말은 어떻든, 토오사카가 걱정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전해졌구나.
「그럼 똑바로 쉬고 있어야지.
사쿠라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지, 사쿠라의 몸은 지쳐 있으니까.
사쿠라가 이렇게 쉬고 있어 주면, 나도 토오사카도 안심하고 밖에 나갈 수 있어」
「……그렇네요. 하지만, 저는 정말로 건강해요? 지금은 컨디션이 나쁠 뿐이고, 내일이 되면 건강해져 있을 거에요.
그, 요전 감기랑 마찬가지로, 이런 건 하루 지나면 나아버릴 테니까」
「……바보. 방해해버린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사쿠라는 누워 있어줘.
잘 수 있다면 자는 편이 좋아. 저녁 식사 때 깨우러 올 테니까, 그 때까지 편히 쉬도록 해」
그럼 잘 자, 하고 객실의 출구로 향한다.
——그러자.
「아——」
꾹, 셔츠 소매를, 사쿠라가 쥐고 있었다.
「사쿠라……?」
「저, 저——선배 말대로, 잘 건, 데요.
저, 선배가 옆에 있어 주는 건, 좋아요」
「————」
사쿠라는 좀처럼 응석을 부리지 않는다.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대개는 혼자서 해내버리려고 한다.
그런 사쿠라가, 이런 것 때문에, 나에게 응석을 부리고 있다.
아니, 이런 건 응석도 뭐도 아니지만, 사쿠라가 보기엔 최대한 부리는 응석인 거겠지.
그래서 불안한 듯이 내 얼굴을 살피고 있다.
사쿠라의 부탁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는데도, 사쿠라가 나에게 응석 부리는 건, 이런 사소한 것뿐이었다.
「——그래. 그럼, 좀 더 여기에 있을게」
부끄러운 마음을 가다듬으며, 간신히 그 말만 할 수 있었다.
「만세! 그럼 차를 끓여올게요, 선배! 간직해 둔 중국차를 대접하겠어요!」
말하고, 이얍?이라고 하기라도 할 듯이 문으로 향하는 사쿠라.
「잠깐. 차는 내가 끓일 테니까 사쿠라는 침대. 이래서야 본말전도잖아」
「아……그, 그러네요, 어쩐지 이상해요, 저」
부랴부랴 침대로 돌아가는 사쿠라.
스쳐 지나가며, 사쿠라의 머리를 통, 두들기고 차를 끓이러 갔다.
——그러나.
생각 이상으로, 이 상황은 정신력을 소비해 갔다.
좌우간 사쿠라와 단 둘인 거다.
눈앞에는 사쿠라가 있고, 조금 시선을 내리기만 해도 목덜미의 맨살이나, 요염한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만으로, 에——그날 밤에 있었던 일이 뇌리에 떠올라서,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곤란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말이죠? 사실은, 선배가 언니를 좋아한다고 눈치채고 있었어요.
왜냐면 선배, 언니 앞에선 굉장히 즐거운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사쿠라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설프게 사쿠라를 봐 버리면, 자제가 안 되게 되고 만다.
……에, 나도 남자니.
그날 밤에 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면, 다시한번 사쿠라와같은 마음을 공유하고싶다.
「……그렇죠. 언니에 비하면 저 같은 건 매력 없고. 선배, 이리야 씨도 좋아하는 것 같으니.
……저, 선배는 가슴이 큰 애는 싫어하는 건가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을 억누른다.
사쿠라가 이런 몸인데도 덮치다니 그럴 수 없다——아니, 사쿠라를 안는 건 사쿠라의 도움이 된다.
그럼 그건 나쁜 게 아니다.
나쁜 게 아니, 지만——
「………………」
——그래, 애초에 옆에는 토오사카와 이리야가 있잖아!
여기서 그런 짓을 하면 알아챌 테고, 그렇게 되면 대낮부터 뭐하고 있냐고 경멸 받을 게——
「……어, 사쿠라……? ……에에, 뭔가 화낼 만한 짓 한 걸까, 나」
그 때, 사쿠라가 묘하게 힘이 없는 걸 깨닫고, 핫 하고 망상에서 귀환한다.
「……아뇨. 선배는 아무 것도 안 했어요.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문제인 거에요」
「?」
「……그, 렇죠. 저, 아슬아슬한 소리 했어요. 선배, 안 듣고 있었지만」
「으……미안, 확실히 주의가 다른 데 가 있었어. 에에, 아마 토오사카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네, 그래요. 언니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선배가, 언니가 여기서 묵게 돼서 좋은가 라는」
「아——」
……그랬다.
사쿠라에게 지금 상황이 어떤 것인지, 그걸 듣고 있었지.
「그래서, 어때. 사쿠라, 토오사카 좋아하잖아. 그럼 지금 상황은 기쁜 거 아냐?」
「……네, 기뻐요. 하지만, 그거랑 같은 정도로 불안해요.
언니는 제 이상(理想)이고, 저는 손에 들어오지 않았던 걸 잔뜩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가까이에 있으면 눈을 돌리고 싶어져서, 순수하게 기뻐할 수는 없어요.
왠지 언니에게도 자신에게도, 뭘 하고 있냐고 책망 받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고 말아서」
「————」
사쿠라가 하고 싶은 말은 왠지 모르게 알 수 있다.
“자신의 이상”이라는 게 눈앞에 있으면, 여전히 미숙한 자신에게는 너무 눈부셔서 눈이 아프다.
……뭐, 그런 마음은 이해된다고 해도, 말이지.
「……사쿠라. 너, 토오사카 같은 게 이상인 거야?」
주저주저하며 물어본다.
여기에 토오사카가 있으면 한 방 맞을지도 모르는 질문이다.
「네. 쭉 언니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 물론 마술사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예요?
언니는 뭐든지 할 수 있고, 항상 시원스럽잖아요. 저도,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저렇게 멋있게 되고 싶구나 해서」
기쁘게 사쿠라는 이야기한다.
……으음.
그렇게 되면 이쪽은 복잡한 심경이지만, 뭐어, 확실히 토오사카는 멋있다.
자신의 언동에 책임을 진다, 라는 점에서, 그 녀석은 굉장히 남자답다.
「……과연. 하지만, 사쿠라는 지금까지 토오사카와 만나지 못했잖아?
마토와 토오사카의 결정이라든가 뭐라든가 때문에. 그런데 잘도 토오사카에 대해서 알고 있네」
「네. 그것도 당연한 게 아무래도 신경 쓰이잖아요.
저도 언니도, 어릴 적에 있었던 일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여하튼 훨씬 전이었으니까.
그저 사실로, 우리들은 원래 자매였다고 알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래서 더욱 신경 쓰여서, 우리들은 서로를 먼 곳에서 곧잘 보고 있었던 거에요.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한 학년 위인 토오사카 선배의 소문은 곧잘 들려왔었고」
「——하하아.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우등생이라는 소문 말이지.
듣고 보면, 그 녀석은 유명인이니까 얘기에는 안 빠지지」
「네. 거기다 못 만나지도 않았어요. 학교에서는 곧잘 말을 걸어줬고, 궁도부를 곧잘 견학하러 와 줬으니까」
「……그래서, 말이죠. 그런 때 항상 생각했어요. 저는 봐 주기만 하는 걸로 됐다고.
마음에 둬 주기만 해도 행복하고, 그 이상을 바라면 분명히 싫어할 거라고 알고 있었으니까」
「……? 싫어한다니, 어째서?」
「……마토의 마술은, 언니와는 다르니까요. 마술이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잖아요?
선배의 마술도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 어떠한 현상을 일으키는 거에요.
거기에는 처음부터 한정된 “목적”은 없다고 생각해요」
「응……그렇지. 할 수 있는 건 정해져 있지만, 강화를 어떻게 다루는가는 그 때마다 달라」
「……하지만 마토의 마술은 달라요. 마토의 업은, 처음부터 “타인에게서 빼앗는 것”에 한정된 마술인 거에요.
그 이외의 용도 같은 건 가지지 않아요. 타인의 아픔밖에 양식으로 삼지 않고, 타인의 기쁨을 환원하는 가르침이 없어요」
「…………」
그러니, 라고 끄덕일 수도 없다.
사쿠라가 마토에서 어떤 마술을 철저히 교육받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사쿠라가 주입 당한 마술은 인도에서 어긋난 종류고, 그걸 사쿠라 자신이 부끄러워하고 있다.
……사쿠라와 토오사카의 문제는, 바꿔 말하면 두 가문이 전하는 마술의 차이인 거다.
사쿠라가 마토의 마술을 꺼리고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사쿠라는 자신에 대해서 혐오감을 품고 만다——
「사쿠라는, 마토의 마술이 싫은 거야?」
「선배. 그건 인간에게, 호흡을 하는 게 싫으냐고 묻고 있는 것과 비슷한 거에요」
그러자.
갑자기 얼굴을 들고, 토오사카처럼 사쿠라는 말했다.
「좋지도 싫지도 않아요. 그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있을 수 없었을 뿐이에요.
저는 원래부터, 그것만을 위해서 마토 가에 보내진 아이니까요. 마토의 후계자가 되지 않으면, 거기서 사라졌을 자인 거죠」
「————」
「아. 선배, 그런 얼굴 하지 마세요. 확실히 가르침은 엄했지만, 선배가 생각하고 있는 정도로 괴로운 건 아니었으니까」
「거기다 말이죠, 엄한 걸로 따지면 선배한테는 못 당해요.
저,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는 건 편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상처 주는 건 무서워요.
겁쟁이인 저는 자기 손으로 막을 내릴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손목을 베이는 건 아무렇지도 않지만, 자진해서 손목을 긋는 건 무서워요」
「하지만 선배는 어느 쪽도 할 수 있는 거에요. ……저, 선배가 밤에 어떤 수련을 하고 있는지 봐 버렸던 적이 있어요.
따, 딱 한 번이에요? 우연히 잊고 간 게 있어서 가지러 왔을 때, 광 쪽에서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인가 보러 갔었어요」
죄송스러운 듯이 머리를 숙이는 사쿠라.
하지만, 그런 걸로 사과 받아도 이쪽이 곤란하다.
「아니, 사과하지 않아도 돼. 그건 내 부주의잖아.
사쿠라가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으니까 말야. 주위의 기척을 알아채지 못해서야 마술사로서 실격이지」
「……………………저, 그게」
「그것보다, 그건 언제 일이야? 사쿠라가 와 주게 되고 난 바로 뒤?」
아니, 바로 뒤였으면 한다.
소가 걷는 것처럼 느린 속도라고는 해도, 나도 나름대로 진보하고 있는 거다.
최근에 사쿠라의 기척을 깨닫지 못했다는 게 되면, 옛날부터 조금도 진보하지 않았다는 게 된다.
「……작년, 여름 근처에요. 후지무라 선생님이 수박을 가지고 와 주셨던 날, 인데요」
「——그래, 다행이야」
후우, 하고 가슴을 쓸어 내린다.
반년 전 이야기라면, 뭐, 조금은 변명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아, 그래서, 사쿠라. ……에, 본 감상이라든가, 어때」
다른 사람이 마술 단련을 본 건, 키리츠구 이외에는 이게 처음이다.
요 며칠은 토오사카 앞에서 실천을 했지만, 그건 광에서 하는 단련과는 크게 다르다.
그런 이유로, 사쿠라의 감상은 시험 채점에 가깝다.
사쿠라도 마토의 마술사니, 어쩌면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에?. 내용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하겠어요. 언니 같지는 않지만, 점수를 매기면 큰일나니까」
「으——그건, 시험지에 비 내렸다는 건가요」
「아하하, 그렇게 말하자면 폭우라고 할 수 있겠죠?」
「————」
……곤혹스럽다.
언니랑 안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닮았잖아, 사쿠라.
「하지만 선배? 저, 정말로 그 때밖에 안 봤어요. ……아니, 안 본 게 아니라, 무서워서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어요」
「? 무서워서 보고 있을 수 없었어……?」
「네. 그것만이 아니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막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선배의 단련은 평범하지 않아요. 저한테는, 선배가 자기 목을 찌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렇게 착각한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보인 거예요. ……그렇게 보일 정도로, 선배의 단련은 위험한 거였어요」
사쿠라가 하고 싶은 말은 안다.
나에게, 마술회로를 발현시키는 건 죽음에 가까운 행위였다.
내부에 온통 둘러쳐진 집중이 밀리미터 단위라도 어긋나면, 그것 하나 때문에 안에 든 게 날아간다.
하지만, 그건 마술사로서 당연한 대가가 아닌가.
항상 죽음과 이웃이다, 라는 게 키리츠구의 말이었고.
「——그럴까. 마술사라면 그런 거라고 들었는데. 거기다 내가 위태한 건, 단지 아직 미숙하기 때문이잖아」
「그건 아녜요. 미숙하다든가 제 몫을 못 한다든가, 그런 얘기가 아니에요.
애초에, 그걸 따지면 자질이 없는데도 마술을 쓸 수 있는 선배는 격이 달라요.
마술이라고 하는 건 쓰는 게 아니라,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거에요.
선배처럼, 매번 그것 하나만을 위해서 마술회로를 발현시키다니, 평범한 마술사는 하지 않아요」
「……?」
「제가 하는 말은 최종적인 결과예요.
……선배는 자신을 죽이는 걸 매일 밤 하고 있었어요.
누구에게 강제 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닌데도, 계속 혼자서, 고집 세게 그걸 지켜왔죠」
「……그건 언니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선배는 그게 선악 어느 쪽이든지, 한 번 결정한 걸 마지막까지 지켜내죠.
그러니까 틀림없이, 우리들 중에서 선배가 제일 강해요」
「잠————」
지, 진지한 얼굴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엄청 쑥스러운데, 사쿠라.
「바——바보, 추켜세워도 아무것도 안 떨어져!
애, 애초에 강한 걸로 말하자면
토오사카고, 사, 사쿠라도 어떤 마술사인지 모르지만 마토의 후계자고, 라이더도 있잖아……!」
「아뇨, 선배는 강해요. 그건 마술회로도 마술특성도 아니라, 마음의 모습이 순수하니까.
……그런 거,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구요?
이 사람은 틀림없이, 아무것도 배신하지 않는 사람이구나 라고」
「아———으, 에」
그런 표정으로 조용히 말하면, 반론 같은 거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Thank you. 빈말이라도, 사쿠라가 그렇게 말해주는 건, 굉장히 기뻐」
쑥스러워하면서도, 솔직한 마음을 말로 한다.
사쿠라는,
행복한 듯이 웃으며, 똑바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윽」
안 좋다.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아까 뿌리친 망념이 재발하고 만다.
「……에에, 슬슬 돌아갈까. 사쿠라도 졸리지. 밤도 있으니, 오후엔 얌전히 쉬고 있는 쪽이 좋지 않니」
커흠, 하고 부자연스럽게 기침 같은 걸 해본다.
시선은 옆……벽 하나를 사이에 둔 저편, 토오사카와 이리야에게 향해져 있었다.
「그, 그렇죠. 밤도 있고, 옆에는 언니가 있으니」
이쪽 마음을 알아줬는지, 사쿠라는 얼굴을 붉히며 중얼중얼 말을 한다.
……자기가 말해놓고 뭐하지만, 틀림없이 이쪽도 저런 얼굴을 하고 있겠지.
「그럼 방에 돌아갈게. 저녁 식사 때가 되면 부르러 올 테니까」
「아——저, 기다려주세요, 선배……!」
「? 응, 왜?」
「저, 저……저 말이죠, 잠들 때까지 방에 있어주시면, 기쁘겠, 는데요……」
띄엄띄엄 이어지는 말에, 무의식 중에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런 건, 오히려 이쪽이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
그걸 주저주저하며 졸라 오는 걸 보면, 사쿠라는 이쪽이 완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여기에 있을게. 사쿠라가 잠들면 나갈 테니까, 그거면 됐지」
「네, 네, 물론이죠! 저, 깨 있으려고 노력할게요!」
그러니까 사쿠라.
그리 말해 주는 건 기쁘지만, 그래서야 의미가 없다니까.
침대에 눕자, 사쿠라는 곧바로 조용해졌다.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몸을 눕힌 그 순간에 수마가 덮쳐왔다, 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하지만 선배. 저는 오늘 하루 쉬면 낫지만, 선배의 팔은 어때요?」
얌전히 잠들 생각은 없는지, 침대에 누워도 사쿠라는 이야기를 해 왔다.
「내 팔이라면 문제 없어. 이 천을 감고 있는 한 통증은 없고, 조금씩 움직이게 되고 있어.
이 상태라면 내일엔 남들 정도로 움직이지 않을까」
「다행이다. 저, 언니가 치료를 하고 나서 꽤나 지났잖아요? 그 때 그건 응급처치 같았고, 이제 효력은 없는 게 아닐까 싶어서」
안심한 듯이 사쿠라는 미소 짓는다.
「——. 꽤나 지났다니, 사쿠라」
「언니도 언니죠. 자기 각인을 옮기는 건 괜찮지만,
토오사카의 마술각인이 토오사카 이외의 인간에게 안정되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건 임시방편이고, 7일도 안 간다고 알고 있으면서」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사쿠라는 말한다.
그게——
「7일도, 안 가……?」
매우,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들려온다.
「그런데요? 슬슬 다 될 때니까,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죠. 마토(저)의 마술로는 근본적인 해결은 할 수 없으니까, 다음에, 라이더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없나 물어볼게요——」
꾸벅꾸벅 졸면서 사쿠라는 말한다.
「————」
대답을 할 수는 없었다.
……사쿠라의 언동이 이상한 건, 이제 잠들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에게 말할 수 밖에, 없다.
「……선배, 거기에 있죠?」
「응. 확실히 있어」
「……다행이다. 옆에 있어주세요, 선배.
혼자가 되면 무서운 꿈만 꾸니까, 확실하게, 저를——」
……천천히 눈을 감는다.
사쿠라는 평온한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들어 갔다.
불을 끄고 조용히 객실을 뒤로 한다.
「……………………」
평온한 사쿠라의 자는 얼굴을 봤는데도, 가슴에는 어두운 번뇌가 있었다.
확실하게 저를——감시해, 주세요.
……잠에 빠지기 직전.
무의식 중에, 사쿠라는 그렇게 말했던 듯한 생각이 못 견디게 들었기 때문이다.
「사쿠라, 들어간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연다.
애초에 이 문을 열 때, 동생의 대답을 기다린 적 따위 한 번도 없다.
「뭐야,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건가. 정말로 굼벵이군, 그 녀석」
혀를 차면서 실내에 발을 들여놓는다.
마토 신지는 벽에 화를 내면서, 시력을 잃은 개처럼, 빙글빙글 동생의 방을 배회한다.
「사쿠라. 오늘도 지한가. 아아, 나를 내버려두고 밑에서 뭔가 하고 있겠지」
대답 없는 질문을 되풀이한다.
방에는 아무도 없다.
요 며칠, 그의 동생은 저택에 돌아오지 않았다.
주인이 부재한 방이 아무도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는데도, 마토 신지는 실내를 배회한다.
「평소 그대로. 하하, 진짜, 정말로 평소 그대로잖아!」
우연히 손에 닿은 시계를 집어 던졌다.
유리 깨지는 소리는, 생각 이상으로 귀에 거슬렸다.
「어디 가 있는 거야. 오빠한테 비밀로 말야,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뭘 이렇게 멋대로 하고 있는 거야……!」
미친 듯이 물건을 던진다.
……그것도 항상 있는 일이다.
이건 이 몇 년 간, 일과가 돼 있었던 보상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진실을 안 3년 전부터 시작된, 자신과, 여동생을 용서하기 위한, 최대한의 저항이었다.
——그가 태어났을 때, 마토의 피는 이미 역할을 마친 상태였다.
고귀한 혈족인 그들은 힘을 잃고, 마토는 평범한 “인간”으로 영락했다.
특별한 것은 축적된 지식뿐.
과거의 마도 명문은, 이 극동의 땅에서 남몰래 스러질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어려서도 그는 듣고 있었다.
마토는 비적을 전하는 일족이며, 특별한 존재였다고.
이미 과거형.
마토에는 마술을 다룰 수 있는 자는 없고, 이후로는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사회와 관계해 가는 거라고.
그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확실히 마술회로라는 건 끊어지고, 마술이라고 하는 비적을 실천할 수도 없다.
마술사로서의 마토는 아버지 대에서 끝났고, 자신에겐 마토의 이름을 이을 자격은 없다고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마토에는 비적의 기록이 있다.
끊어진 것은 핏줄뿐, 축적된 지식은 없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소년에게 충분히 “특별”한 것이었다.
자신은 다른 인간과는 다르다.
마토 가는 선택 받은 일족이다.
비록 마력을 잃어 마술사가 아니게 됐다고 해도, 그 가치에 변함은 없다.
자신은 그 특별한 가문의 아이로서, 특별하게 살아가는 거라고 긍지를 가졌다.
마술사로서 결함품이든, 선택 받은 가문의 아이인 건 분명하니까, 라고.
……그 선택 받은 가문에, 어느덧 새 아이가 끼어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의지할 곳 없는 소녀를 맡아, 양녀로 삼았다고 한다.
벌써 10년 이상이나 전의 일이다.
사쿠라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는, 그날부터 그의 여동생이 됐다.
처음, 그는 동생을 괜히 싫어하고 있었다.
특별한 마토 가에 이분자를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는 동생을 용인하기 시작한다.
사쿠라라는 소녀는 말이 적고, 범용하고, 집 지키는 개 정도 일 밖에 할 수 없다.
그런 존재를 적시하는 것 따위 시간 낭비고, 하인이라고 생각하면, 그 정도 우둔한 쪽이 귀엽다.
그는 서책을 뒤적여, 익혀지지 않는 마술을 배우고, 마토의 후계자를 자인해 갔다.
마토의 서재에 들어갈 수 있는 건 그뿐이었다.
양자이며, 후계자로 선택될 리가 없는 동생에게 서책을 읽을 자격은 없다.
동생은 마토에 유일하게 남겨진 지식을 배우지도 못하고, 일반인으로서 생을 마치겠지.
그런 것도, 그의 자존심을 크게 만족시키고 있었다.
마술사의 가계에, 후계자는 단 한 사람.
그걸 알고 있었던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자신과 떨어져서 길러지고 있는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마술을 배우는 건 한 사람뿐.
그렇다면, 동생이 자신에게서 떨어져 있는 건 당연한 거니까.
그렇다.
말하자면, 그는 그녀에게 동정하고 있었다.
같은 집에서 살고, 같은 부모를 가지면서도, 자신만이 “특별”하다는 것을 기뻐하고,
선택되지 못한 동생을 불쌍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건 내려다보는 듯한 우월자의 연민이며——그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자존”이었다.
오빠는 동생을 결함품으로 취급했다.
동생은 오빠를 두려워해, 항상 시선을 돌리듯이 고개 숙이고 있었다.
그게 수치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는 무능한 여동생을 얕보고, 동시에 사랑도 했던 것이다.
그가 모르는, 진실인지 하는 것을 아는 그 때까지.
“에—————”
우연히 그 방을 찾아냈을 때, 그는 그런 소리밖에 낼 수 없었다.
자신에겐 알려주지 않았던 방.
자신에겐 가르쳐주지 않았던 지식.
그리고, 자신에겐 주어지지 않았던 재능.
거기에는 그 모든 것이 있었다.
방 중앙에는 고통에찌든 소녀가 있다.
주위에는 검은 벌레의 무리와 두려운 조부가 있다.
아버지는——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골칫거리를 보는 듯한 눈으로, 들어온 그를 일별했다.
그걸로 끝났다.
그가 믿고 있었던 것, 그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 전부 통째로 뒤집혔다.
특별했던 건 자신이 아니다.
격리 당하고 있었던 건 동생이 아니다.
불쌍한 것은 그녀가 아니다.
그리고, 내려다보듯이 동정하고 있었던 건 자신이 아니라——
그의 생활은 일변했다.
아버지는 이제 숨길 필요가 없다고 태도를 바꾸어, 전 이상으로 동생만을 상관하게 됐다.
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고개 숙일 뿐이었다.
이전과 변함없이, 여전히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태도로, 그녀는 말했다.
“……미안해요, 오라버니”, 라고.
동정하는 듯이. 일찍이, 자신이 동생에게 쏟고 있었던 감정 그대로, 그녀는 말했던 것이다.
『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 ! ! ! ! ! !』
웃었다.
진심으로 우스웠다.
죽여주고 싶을 정도로 우스웠다.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게 진짜 주인이고, 자신은 그저 피에로였던 것이다.
우스운 건 자신인가 그녀인가.
틀림없이 양쪽 모두겠지.
그는 모든 기반이 뒤집힌 채 저택에 돌아와, 거기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딱히, 세계가 반전한 건 아니었던 거다.
그의 주위는 처음부터 이랬었다.
반전——착각하고 있었던 건 자기 혼자.
처음부터 반전했던 자신이, 지금에 와서 겨우 자신의 비참함을 깨달았을 따름이라고.
그 후의 3년간은, 그에겐 그저 고통이었다.
아버지는 숨지고, 조부는 사쿠라만 돌본다.
마토 신지는 이 저택에서 공기가 됐다.
여기에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것으로 취급 받고, 실제로, 그는 그 이외의 무엇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 공기에, 그녀는 동정했다.
미안해요, 라고.
입 밖에는 내지 않지만, 그와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사죄한다.
자신이, 마토 신지가 있을 곳을 빼앗아서 미안하다고.
“어째서 사과하는 거야, 너——“
아예 무시해주면 좋았다.
그렇다면 미워하지도, 희망을 가지지도 않았다.
사쿠라는 사죄한다.
사과한다고 하는 건, 무언가를 바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럼, 너는 이제부터 내 거야”
지금까지 받은 모욕을 생각하면, 그 정도 받아도, 아무런 벌도 받지 않을 거라고 믿어버렸다.
「하——뭐야 그 녀석, 아직 에미야 네에 있는 건가.
마토의 후계자인 주제에. 마토의 후계자인 주제에. 마토의 후계자인 주제에——!」
방에는 생활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것도 당연하다.
마토 사쿠라에게 “방”이라는 것은 지하의 벌레창고이며, 여기는 대외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물건을 부수고, 어질러도 방 주인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는다.
여긴 현관에 걸린, 마토 사쿠라라는 명패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 그런 주제에 사과하지, 너는……! 미안해요, 미안해요 라고……!?
그럼 말야,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반항하지 말라구……!
죄의식이 있다면 계속 속죄하란 말야! 자신이 팔려왔다고 알면, 얌전히 내 게 되라구……!」
시트를 쥐어뜯는다.
지금까지 자신의 것이었던 것.
반항하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매일을 살아있기만 했던 인형이, 어째서 자신에게서 떠난 것인가.
「——빼앗았지. 네가 빼앗은 거야, 에미야」
그게 오산이었다.
그것이 에미야 시로에게 끌리고 있는 건 알고 있었다.
어떤 것에도 흥미를 가지지 않았던 그것이, 에미야 시로와 알게 되고 나서 다른 사람 정도로 반대를 하게 됐다.
그것은 점점 자신을 되찾아 가서, 마침내 그에게 반항한 것이다.
결코 반항하지 않도록 길들여 왔는데도, 오빠인 자신이 아니라 타인인 에미야 시로 따위를 편들고 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그 녀석 집에 주는 건 안 좋다고.
그런데도 그 할아범, 에미야는 감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 지껄이곤——!」
그렇게 지시한 조부는, 사쿠라를 회수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건 그 상태 그대로 둬도 괜찮다, 라고 말하고, 그뿐만 아니라 그에게 근신을 명했다.
「——보고 있으라구, 반드시 갚게 해 주겠어, 사쿠라. 너만은, 내게 거역해서는 안 되니까 말야——」
……그렇다.
인형이 반항한다면, 또 옛날 관계로 되돌려줄 뿐이다.
그것이 다른 사람처럼 희망을 품게 되어, 사람으로 되돌아갔다면.
「……그래. 옛날처럼 말야, 또, 그 희망을 없애주면 될 뿐이잖아」
끼긱끼긱 웃는다.
흐려진 창에 비친 얼굴은, 해골처럼 기분 나빴다.
저녁 무렵이 됐다.
토오사카는 바쁜 듯 하고, 사쿠라는 자고 있고, 저녁 밥은 내가 해야겠지.
반응이 늦긴 하지만 왼팔은 움직이니, 간단한 요리를 하는 정도라면 지장은 없다.
「에?……청새치 튀김이랑, 남은 건 니쿠쟈가가 될까, 이건」
냉장고 안을 확인하면서 오늘밤 메뉴를 정한다.
어제부터 먹일 입이 2인분 늘었기에, 음식 재료가 줄어드는 게 빠르다.
내일은 틈을 봐서 상점가까지 장보러 가자.
「잘 먹겠습니다?!」
거실에 왔더니 저녁밥이 돼 있었다, 라는 상황이 기뻤는지, 식탁에 앉은 면면은 다들 기분이 좋았다.
라이더가 오지 않는 건 마음에 걸리지만, 그녀에게도 생각하는 게 있는 거겠지.
라이더는 사쿠라의 수호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 적이 될지도 모르는 토오사카와 얼굴을 마주할 생각은 없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먹으러 올까, 라이더」
먹으러 안 오면 도시락 싸서 가져다 주자.
인기척이 없는 데가 좋은 듯한 라이더는, 광이나 도장 둘 중 하나에 있을 테고.
「헤에. 시로는 이런 거 잘하는 구나. 사쿠라는 양식이고, 시로는 일식파라는 거야?」
청새치 튀김을 집어 들며, 토오사카는 의외인 듯이 이쪽을 본다.
옅은 갈색으로 튀겨진 청새치 생선 토막은, 생강 향을 넣은 고급스런 간장 풍미다.
그런 부분이 토오사카의 마음에 든 듯 하다.
「나는 이쪽이 좋아. 시로가 요리 잘 해서 좋아」
한편, 만족한 듯이 달게 찐 감자를 볼이 미어지게 넣는 이리야.
……니쿠쟈간데도 감자만 집어먹는 건 유감이지만, 이리야가 좋아해 주는 이상 이쪽도 즐겁다.
……그 때.
사쿠라는 젓가락을 든 채, 이상한 듯이 머리를 갸웃하고 있다.
「사쿠라? 왜 그래, 식욕 없는 거야?」
「아……저, 식욕은 있는데요. ……저, 선배?
이 니쿠쟈가, 설탕 안 들어가 있는데요? 간이 이상해요」
「에!?」
그, 그럴 수가 니쿠쟈가 같은 하는 데 익숙해진 메뉴로 그런 허튼 미스를……!?
「큭, 잠깐 기다려……!」
한가운데에 담긴 큰 그릇에서 니쿠쟈가를 담아와서, 입에 집어넣는다.
「……음?」
……………………이상한데.
분명히 평소 간 그대론데, 이거.
「사쿠라. 어딘가 이상한 걸까, 이거」
「이상하다니……이거, 설탕이랑 소금이 바뀌지 않았나요?
단 맛이 전혀 안 나는데요……」
「그래? 니쿠쟈가는 이런 맛이잖아?
물론 맛을 내기 위해 다른 조미료가 살짝 들어 있으니까 다른 거랑은 다르겠지만. 좀 흉내 못 내는 맛이야, 이거」
「나는 처음이니까 모르겠지만 맛있어? 딱 좋게 달아서 먹기 좋고」
사쿠라는 납득이 가지 않는 얼굴로 니쿠쟈가에 젓가락을 뻗는다.
……한 입. 두 입. 세 입.
「사쿠라……?」
「에? 아, 어쩐지 간이 덜 된 부분을 고른 것 같아요. 이상한 소리 해서 죄송해요. 선배가 한 밥은 오늘도 맛있어요」
그렇게 웃으며, 사쿠라는 식사를 재개했다.
「……………………」
사쿠라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식사를 한다.
기색이 이상한 거에 불안을 느꼈지만, 그 뒤의 사쿠라는 엄청나게 활기가 있었다.
여하튼 밥을 세 그릇이나 더 먹었다.
토오사카가 놀라고 있는 옆에서 사쿠라는 맛있게 식사를 해, 깨끗하게 반찬과 밥을 해치워줬다.
10시를 지났다.
「시간 됐네. 슬슬 가자, 시로」
준비를 마치고, 토오사카가 나타난다.
「——알아. 그럼 집 지키는 거 부탁해, 사쿠라」
예정대로, 토오사카와 도시 순회로 향한다.
……조켄에 대항할 수단이 도시 순회, 라는 것도 얼빠진 이야기지만, 지금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우리들이 쓰러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대는 조켄과 어새신, 거기다 세이버와 정체불명의 검은 그림자다.
……솔직히 말해서, 정면에서 덤벼서 승산이 있는 상대가 아니다.
지금은 토오사카가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대항수단』이 완성될 때까지 버틸 뿐이다.
그러나, 그래도 저택에 틀어박혀 있을 수는 없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나왔듯이, 마토 조켄은 도시의 사람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적할 수는 없어도, 희생되는 사람들이 안 나오기 위해서, 밤에 하는 순회는 헛수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다.
「………………」
「………………」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신발을 신는다.
토오사카도 나도, 밤거리에 나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조켄의 표적은 사쿠라 뿐이라고 해도, 우리들이 도시를 쏘다니면 눈에 거슬리겠지.
……최악의 경우, 그 숲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게 시가지에서 일어난다.
그걸 생각하면, 절대 쉽사리 입을 가볍게 놀릴 수 없다.
「……잠깐. 어쩔 작정이야, 너」
그 때.
서로 진지하게 이야기할 여유 같은 건 없는데도, 토오사카는 번뜩 나를 노려보고——
「배웅이라면 됐어. 얌전히 방에 돌아가 있어, 사쿠라」
「………………」
——있지 않았다.
토오사카는 복도에 선, 사쿠라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 언니. 역시, 저도 같이 거겠어요. 언니랑 선배 둘뿐이면, 밤에 나다니는 건 위험하니까」
「——사쿠라」
……그래서 여기까지 온 건가.
그 마음은 기쁘지만, 이미 방침은 정해졌다.
「안 돼. 조켄이 노리는 건 사쿠라라고 알잖아. 사쿠라는 이리야랑 같이, 여기서 자신을 지키고 있어줘」
「그건 알아요. 하지만, 선배는 한쪽 팔이 안 움직이고, 언니도 이제 서번트가 없으니, 저」
「웃기지 마, 사쿠라. 네가 우리들이 적인 건 변함없어.
그런, 언제 조켄의 수하가 될지 모르는 녀석한테, 절대 등을 맡길 수는 없어」
「아……하지만, 언니」
「너는 너만 지키고 있으면 돼. 우리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걸로 번거롭게 하지 말아줘.
너는 라이더에게, 자신과 이리야를 지키게 해두기만 하면 되니까」
「토오사카, 너——아, 잠……!」
「자, 멍하니 있지 말고 가자. 이런 짓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희생자가 나오고 있을지도 모른다니까」
내 손을 쥐고, 억지로 현관을 나서는 토오사카.
「아——어, 어쨌든 조심해서 집 지키고 있어, 사쿠라……! 이리야는 맡길게……!」
토오사카에게 끌려가면서 현관을 뒤로 한다.
「……………………」
사쿠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쓸쓸하게 현관에 남아 있었다.
「어이, 기다리라니까, 토오사카! 따라갈 테니까, 슬슬 손을 놔!」
「흥. 꾸물거리고 있는 그쪽이 잘못이잖아」
토오사카는 손을 놓고, 급한 걸음이었던 발을 멈춘다.
「……뭐야, 그 얼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확실히 하는 게 어때?」
그리고, 갑자기 이거다.
토오사카는 급한 걸음이라고 할까, 묘하게 시비조다.
……진짜.
그렇게 신경 쓰이면, 그런 소리 안 하면 됐잖아, 바보.
「……하아. 그럼 말한다, 토오사카. 아까 그거 말인데, 사쿠라한테 너무 심한 소리 하지 마.
사쿠라도 좋아서 저런 몸이 된 게 아니잖아」
「알아. 하지만, 그렇기에 확실히 말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
어중간한 태도를 취하면, 그거야말로 조켄이 허점을 이용할 뿐이지」
「……좋은 기회니까 확실히 말해두는데, 나는 사쿠라에게 동정하고 있지 않아.
그도 그럴 것이 조켄의 마리오네트라든가, 마토에 맡겨졌던 거라든가, 그런 건 나한테는 관계 없는 일인걸. 그 애 자신의 문제에, 내가 참견해봐야 별 수 없고 말야」
「——토오사카」
「알겠어? 내가 저 집에 있는 건, 사쿠라가 아니라 네가 있기 때문이야.
내 목적은 성배지, 사쿠라를 구하는 게 아냐. 그걸 위해서는 사쿠라를 감시할 거고, 미움 받더라도 상관없어.
그래서 아까 같은 소리도 할 거고, 이후로도 사쿠라를 적으로서 취급할 거야」
「……그럼 토오사카는 사쿠라에게 미움 받아도 상관없다는 거야? 지금은 생판 남이니까 관계 없다고?」
「그래. 거기에 불만 있어, 너는?」
「바보. 그런 거 당연히 있지」
……진짜, 토오사카답지 않다.
여느 때라면 부드럽게 넘기는 말인데도, 꾸욱 주먹을 쥐고, 필사적으로 속이려고 하고 있으니까.
「알았어, 토오사카가 그렇게 행동할 거면 마음대로 해.
토오사카가 그런 태도를 취해봐야, 마음은 확실히 사쿠라에게 전해지고 있으니 말야」
「에——자, 전해지고 있다니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네가 얼마나 사쿠라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라는 거. 외부인인 나도 알아채니까, 사쿠라한테는 다 들켰어」
「윽——오해야, 나는 그저, 에」
「오해고 자시고. 인간, 어찌되든 상관 없는 녀석한테는 진지하게 화 못 내.
토오사카가 사쿠라에게 엄한 건 그런 거지? 말은 안 하지만, 네 안에선 사쿠라는 지금도 소중한 동생인 거야」
「무——무슨 소리 하고 있는 거야 바보, 그만둬 그런 아니꼬운 소리 하는 거어어어어 ! ! ! !」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화내는 토오사카.
하지만, 거기에 평소 보이는 박력이 없는 건, 결국 그런 거다.
「뭐야. 성가시냐 이런 거?」
「성가셔. 당연하잖아, 그런 거」
「그래. 그럼 성가신 김에 말해둘게. 나는 토오사카랑 사쿠라는 사이 좋게 지내줬으면 해.
사쿠라는 토오사카가 좋고, 토오사카도 사쿠라가 좋으니까, 지금처럼 어색한 건 마음에 안 들어」
「……이봐. 나는 사쿠라를 적으로 보고 있어.
사이 좋게 돼 봐야 별 수 없고, 거기다, 무엇보다……이제 와서 어떻게 사이 좋게 되라는 거야, 너는」
「어떻게 라니, 지금 그거 그대로면 되는 거 아냐? 자신 가져, 토오사카. 너, 내가 봐도 좋은 언니라구?」
「윽——쓰, 쓸데없는 얘기는 여기까지야! 우선 오늘 아침 뉴스에 나왔었던 현장에 가자!」
얼굴을 돌린 채 척척 걷기 시작하는 토오사카.
네네, 건성으로 대꾸하고 뒤에 따른다.
——그러자.
「시로」
얼굴을 돌린 채 사람 이름을 불렀나 했더니,
「에, 고마워. 지금 그거, 어쩐지 기뻤어」
그렇게, 겸연쩍은 듯이 토오사카는 중얼거렸다.
……중앙공원엔 아무도 없었다.
대낮에도 인기척이 없는 공원은, 어젯밤 살인사건에 의해 조용함이 더해 있다.
공원은 오피스 거리 한가운데에 있는 휴식의 장이 아니라, 미개의 땅에 펼쳐진 황야와 전혀 다르지 않다.
「……살인사건이라. 세상에선 사건이 아니라 사고 취급인 것 같지만 말야.
뭐, 확실히 누가 죽었고 몸 어디가 없어졌는지 좀 알 수 없어서야, 살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수상한가」
보니, 풀숲에는 아직 핏자국이 남아있다.
……양동이에 가득한 피를, 제각각 지면에 쏟아버린 듯한 자국이 넷.
거무스름해진 지면이 떨어져 있는 건, 습격 당한 인간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했기 때문이겠지.
「토오사카. 너는 이게 조켄의 짓이 아니라고 했는데, 어때? 현장에 와서 인상은 바뀌었어?」
「……그래. 그 “검은 그림자”의 짓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좀 다른 것 같아.
그 녀석이 나오면, 주위의 마력을 전부 다 삼키잖아.
하지만 이 일대의 마력은 고갈되어 있지 않아. ……뭐어, 여기서 일어난 게 예정 외의 식사였을 거라는 시각은 변함없어」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것뿐이었다.
토오사카와 둘이서, 참극이 일어났을 거친 땅을 뒤로 한다.
……결국, 신토에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었다.
어젯밤 사건이 너무나도 생생했기 때문에, 조켄 일당도 오늘밤은 움직이지 않아 주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은, 곧 날짜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강가에서 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토오사카와 귀로에 오른다.
거기서, 문득
「토오사카. 사쿠라, 마토의 후계자인 거지」
이전부터 신경 쓰이고 있었던 의문을, 물어볼 마음이 들었다.
「뭐야 새삼스럽게. 이제 숨길 필요 같은 거 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후계자라는 건, 사쿠라도 마술사지. 그럼, 사쿠라는 어떤 마술을 쓰는 걸까 싶어서」
「아, 그런 거」
「……그래, 마토의 마술은 “금제”라든가 “강제”라든가, 그런 거라고 듣는데. 령주도 마토가 없었으면 만들 수 없었다고 하고」
「흐응. 그럼 사쿠라의 마술은 “제약”인 걸까. 하지만, 그렇다면」
그날.
각인충에게 고통 받던 사쿠라가 쏜 마술은, 라이더의 힘이었던 거겠지.
「……제약……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건 마키리의 금주지, 특기인 마술이 아닌걸.
뭐, 생각해봐야 의미 없어. 사쿠라에겐 마술을 쓸 정도 마력이 없는걸. 그
런 남는 힘 맨 처음에 각인충한테 먹히니까, 마술은 구성할 수 없을 거야」
「……그래, 그러면 됐어. 그래서, 토오사카가 보기에 사쿠라는 어느 정도 실력이야?
마토의 후계자라는 건 비슷한 정도인 거야?」
「마술회로의 수로 말하자면 나랑 비슷한 정도야.
시로, 우리들이 자매라는 거 잊었어?」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그렇기에 마토는 사쿠라를 양자로 원한 거일 테고.
「그럼, 역시 토오사카랑 비슷한 정도?」
「글쎄. 내가 오대원소고, 사쿠라는 가공원소라는 듯 해.
하지만 마토는 수 속성이니까, 억지로 그쪽으로 바꿔진 거야.
새로 말하자면 넓은 하늘을 날았던 걸, 억지로 바닷속에 넣으면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해」
「……죽든지, 그렇지 않으면」
「그래. 바닷속에 적응하는 몸을 얻는 게 고작이야.
토오사카의 마술사로서라면 대성했겠지만, 억지로 마토의 마술사로 만들어진 사쿠라는 시로랑 다를 게 없어.
아니, 몸을 단련하고 있는 만큼 네 쪽이 몇 배나 강하겠지」
「그럼, 만약 토오사카와 사쿠라가 마술전을 하면」
「열 번 중 열 번 내 승리. 사쿠라의 마력량으론 내 방벽을 돌파할 수 없어」
……과연.
사쿠라가 어떤 마술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토오사카와의 파워 밸런스는 확인할 수 있었다.
토오사카는 허세를 부리는 녀석이 아니니, 지금 그건 거짓 없는 사실이겠지.
「……하지만 부끄러운데. 사쿠라가 마술사였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거니와, 사쿠라의 실력도 알 수 없어.
이런데 사쿠라의 보호자인 체 하다니, 엄청난 바보자식이야」
「이봐. 사쿠라는 몸 안의 마력을 각인충한테 먹혀버리니까, 옆에 있어도 마술사라고 몰라」
「……거기다, 그 애는 너한테만은 안 들키도록 노력해 왔어. 그러니까 그런 소리, 절대로 본인 앞에서 하지 마」
「………………」
그래, 그건 그쪽이 말할 필요도 없다.
사쿠라가 마술사라고 해도, 나에겐 사쿠라는 사쿠라다.
애초에 나는 그렇게 재주 좋지 않다.
사쿠라의 정체가 무엇이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접할 수 밖에 없고.
「그렇지. 토오사카가 그걸로 됐다고 하면, 나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사쿠라와 지낼 거야.
마술사로서 힘을 빌리자, 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거면 됐지」
「물론이야. 네가 사쿠라에게 의지하자고 말을 꺼내면, 그 때는 사쿠라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돌아왔을걸」
그렇게 미소 짓는 토오사카는, 덜컥할 정도로 다정했다.
……보라구.
정말로 좋은 언니잖아, 토오사카.
「하지만 그것도 무리려나. 사쿠라, 네 집에선 웃는걸. 어제부터 뭐가 놀라웠냐면, 그게 제일 놀라웠어」
——그리고.
진심으로 기쁜 듯이, 토오사카는 묘한 소리를 했다.
「에……웃다니, 사쿠라는, 에」
항상 저런 느낌, 인데.
「그래, 내 기우였지만 말야.
에, 나는 사쿠라랑은 그다지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그 대신에 틈만 나면 보고 있었어.
그 애가 나랑 같은 학교에 들어오고 나선 매일같이 궁도부에 죽치고 있었고」
「——응. 그건 아는, 데」
「……응. 그래서 말야, 좀 지나고 나서 깨달은 거야. 그 애, 한 번도 안 웃었다고」
「————」
그건.
처음 듣는 건데도, 들은 순간, 납득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돌이켜 보면 학교에서 만나는 사쿠라는, 항상 어두운 얼굴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하지 않았었나.
「뭐, 그것도 네가 있을 때만은 달랐지만.
가끔 시로가 궁도부에 왔을 때는, 사쿠라도 웃고 있었어.
요컨대 사쿠라가 활기찬 때는, 에미야 시로가 눈앞에 있을 때뿐인 거야」
「………………」
토오사카의 말은, 기뻐해야 할 것일 터.
그런데도, 그 사실은, 어딘가.
「……사쿠라, 다른 사람 앞에선 안 웃는 건가」
방에 돌아오자, 시간은 오전 1시를 지나 있었다.
「————하아」
털썩, 이불에 앉는다.
밤에 한 순회에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다고 하면, 아침 뉴스가 현실이었다고 하는 재인식뿐이다.
「………………」
쓰러뜨려야 하는 적.
결국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그것을 다시 떠올리자, 솔직히, 한기와 구역질밖에 나지 않았다.
조켄과 어새신은 아직『인간』의 힘으로 타도할 수 있는 상대다.
하지만 그 둘은 다르다.
검은 그림자는 애초에 “죽는다” 라고 하는 개념이 있는지 어떤지조차 의심스럽고,
세이버는, 우리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쓰러뜨릴 방법이 없는 상대다.
하지만——거리에 희생자가 나온 이상, 이미, “이길 수 없다” 로 끝나는 상황이 아니다.
「……아쳐의 팔, 이라」
붉은 천에 손을 댄다.
……무기는 있다.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지만, 무기라면 있는 거다.
문제는, 그게 내가 다룰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내가 견뎌낼 수 있는 것인가 아닌가, 라는 것.
「…………아주 조금이라면, 괜찮지」
붉은 천의 매듭을 푼다.
꽉 묶여 있었던 천이 헐거워져, 멈춰 있었던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그 순간.
멀리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은 듯한 생각이 들었다.
찔렸다.
온몸이 푹푹 찔렸다.
이건 아픔인가. 아픔이라고 하면, 지금까지 경험해 온 아픔 따위 아픔이 아니게 되고 만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다다미의 요철. 이불의 부드러운 촉감이 아프다. 침봉에 앉아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공기는 맹독이라 숨을 쉬자 세 번 죽었다. 멀리서 새가 울고 있다. 바람이 세다. 물기가 없다.
피부는 건조해져서 모래가 돼 있었다. 사락사락 흘러 거슬거슬하게 깎이고 와르르 무너져 간다.
깎아낸 구멍에서 부지깽이가 찔러진다.
깨끗이 없어진 어깨로부터 32자루.
각각 목 안쪽 정맥 기관 척수 교감신경절, 좌우 양쪽 위 폐 상엽 중엽 하엽,
대동맥 심장 횡경막 비장 위 간 쓸개 대장 8기에 정성 들여 비할 데 없이 정확하게 꿰뚫어 간다.
아픔은 육체적인 아픔이 아니라 죽음이 세게 부딪쳐올 때마다 일어나는 부정의 작렬에 지나지 않고—
「하, 아——………………!」
……소리를 들었다.
무릎 꿇은 자신의 머리가, 쿵, 하고 다다미에 쓰러지는 소리.
「아——아」
……눈동자가 뜨겁다.
볼에 주의가 미치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아아, 아」
목까지 밀려 올라온 외침을, 필사적으로 삼켰다.
등을 둥글게 굽히고, 머리를 다다미에 꽉 누른 채, 오른손으로 왼팔을 꽉 쥐고, 그저, 울었다.
「——아——아아, 아——」
무섭다.
10년 전의 불 뒤로 결락되어 있었던 것.
무섭다.
생물로서 당연한 두려움.
무섭다.
자신이 끝난다고 하는 것으로부터,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아」
죽음이 아프니까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살고 싶으니까 죽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그건, 그저, 무서울 따름인 것이다.
「——아………………크」
붉은 천을 다시 묶는다.
묶어서, 두 번 다시 헐거워지지 않도록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꽉 죄었다.
「——안 돼. 이건, 안 돼」
오열을 입 밖에 내면서 울었다.
왼팔을 쓰면 죽는다고 신부는 말했다.
그런 거 엉터리다.
이런 건, 천을 풀기만 해도 죽는다.
몸은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천을 풀면 정신이 먼저 죽는다.
약간 풀어, 어깨가 바깥 공기에 닿았을 뿐인데 의식이 너덜너덜하게 이지러졌다.
그것조차 견디지 못했던 내가, 이 천 없이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이 팔이, 사람이 접촉해도 되는 모순이 아니라고 하면, 이미
끝이 고지된 폐선은,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뱃바닥에 균열이 난 배는 손쓸 방법도 없이 심해에 가라앉을 따름이고
승객만이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깨달았을 때에는, 전부 다 때 늦어서——
「…………윽, 아——」
——숨결이 거칠다.
「——아, 윽」
——나쁜, 꿈을 꿨다.
……이마에 모인 땀을 닦아낸다.
일어설 수가 없다.
웅크린 채, 잘 알 수 없는 아픔을, 잘 알 수 없는 머리로 견딘다.
「으——윽」
……생각해낼 수 없다.
왼팔이 아프다.
잘라내고 싶을 정도로 아프다.
어째서 그 정도로 아픈지 생각해내려고 했지만, 애초에, 1초 전을 생각한다, 라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 없었다.
「응————」
아픔이 가셔간다.
단절된 의식을 간신히 하나로 모은다.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겠지.
조각조각 흩어진 기억은, 탁탁 식칼로 썬 양파 같아서, 하나로 모아보면 멋지게 요리할 수 있을 듯한 생각이 들었다.
치?, 치익치익.
봐, 간장으로 색을 내고 후추로 간을 맞추고 전분을 조금만 섞으면 일그러졌지만 통합된 썩힌 것.
「우와——맛 없을 것 같다, 그거」
멍하니 중얼거린다.
쓸데없는 참견일 정도로까지 다른 사람이 손을 마구 댄 머리는 변변치 않지만, 그런 거라도 결론만은 정확히 낼 수 있었다.
요컨대, 맛없을 것 같은 건 안 먹으면 된다.
왼팔은 이미 없는 것.
없는 것을 의지하려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제대로 된 순서가 아니다.
그렇기에, 에미야 시로에게 무기 따위 없다.
이 이물은 일생에 걸쳐서 봉하는 것이며,
이 이물에 일생에 걸쳐서 오염되는 자다.
「윽…………!」
천으로 억누른다 해도 헛수고.
정말로 이 독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면, 방법은 이제 하나밖에 없다.
——그런 거, 잘라내면 돼.
「——, ———」
그렇게까지 알고 있으면서, 미련을 끊지 못하고 왼팔을 안았다.
총구가 관자놀이에 대어져 있다.
이미지하는 건 총의 방아쇠.
왼팔은 바로 격철이다.
당기면, 정해진 기능에 따라 총탄을 쏘아내, 뇌를 두개골로부터 날려버리겠지.
「………………」
몸서리를 쳤다.
어스레한 어둠에 몸을 숨기고, 공백인 벽을 응시한다.
「………………」
다시 한 번 왼팔을 세게 안고, 몸을 눕혔다.
——그런 거, 잘라내면 돼.
……눈꺼풀을 닫는다.
시시한 약한 소리를 삼키고, 내일에 대비해서 잠들기로 했다.
……작은 소리.
마루가 깔린 복도를 밟는 발소리에, 눈을 떴다.
「————」
졸고 있었던 의식을 깨운다.
시간은 오전 2시 좀 전.
……잠들고 나서 30분도 지나지 않았다.
무의식 중에 왼팔을 누르면서, 느릿느릿 이불에서 몸을 일으킨다.
「——사쿠라」
방 밖.
발소리가 난 복도를 향해 말을 건다.
딱히 기척을 감지한 게 아니다.
그저 막연하게, 찾아온 건 사쿠라인 듯한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
……미닫이가 열린다.
망설이는 듯 미닫이를 열고, 사쿠라는 내 방에 들어왔다.
「————」
사쿠라는 수치심에 입술을 깨물면서,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지 모르고 고개 숙이고 있다.
「……죄송해요, 선배. 저, 또」
자신을 비난하는 듯이 사쿠라는 사과한다.
「————」
그러나, 사과해야 하는 건 내 쪽이다.
사쿠라가 여기에 오는 이유.
매일밤 괴로움에 이곳에오는사쿠라의마음을, 나는 너무나도 충분할 정도로 알고 있다.
각인충에게 마력을 빼앗기는 사쿠라는, 정기적으로 마술사에게 마력을받지않으면 안된다.
「——미안. 돌아오면, 바로 사쿠라한테 갔어야 했어. 힘들게 해서, 미안」
일어선다.
……정말로 정상이 아니었다.
왼팔에 마음을 빼앗겨서, 사쿠라의 체질을 깜박하고 있었다니, 사과해도 용서 받지 못한다.
「에, 선배……?」
「응. 사쿠라가 좋다고 하면, 난또 사쿠라의기억을보고싶어.」
왼팔로 사쿠라를 끌어안는다.
내 쪽에서 가 주지 못했던 만큼, 사쿠라를 에스코트 해 주고 싶었다.
「아——, 차」
「서, 선배……!? 괘괘, 괜찮아요……!?」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일어서다 좀 현기증이 났을 뿐이야」
——제길, 한심하다.
무의식 중에 왼팔을 써서, 아까 그 아픔을 다시 떠올리고 말았다.
천으로 감겨 있는 한 아프지 않은데도, 뭘 이렇게 겁내고 있는 거지 나는.
「……아, 옷을 벗어야지. 사쿠라, 옷 벗어줄래?」
현기증을 뿌리치면서 사쿠라에게 돌아선다.
……그러자.
「아……그, 그래. 서, 선배……! 저, 하나 제안이 있는데요……!」
기쁜 건지 자신이 없는 건지, 미묘하게 활기 띠고 사쿠라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 제안이라니, 뭐야?」
「아, 네. ……저, 선배, 밤에 순찰한 것 때문에 피곤, 하죠?」
「………………음」
……으,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피곤한 건 사실이니까 부정은 할 수 없지만, 에, 사쿠라를 안지 못할 정도로 피곤한 건 아니다.
아니, 비록 피곤해도 사쿠라에대해 좀더알고싶다.
어린날의기억 지울수없는과거 내가알수없던 사쿠라를알고싶다.
「……에에, 피곤해. 피곤하지만, 사쿠라에 대해. 그러니까, 괜히 마음 쓰지 않아도 돼.
……에,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밤은 그만두자고 하지 말아줘」
이쪽은 이미 준비 OK?고.
이 상황에서 사쿠라가 거절하면, 이쪽이 하룻밤 내내 번민하게 돼 버릴 테고.
「——네. 그러니까 제안할게요. 선배는 피곤할 테니까, 오늘은 약간만..」
「———」
싱긋 미소 짓는 사쿠라.
늘 즐겁게 웃는사쿠라만 있었으면 좋겠다.고,생각하며 오늘도 소년은 소녀의 옛기억에파뭍힌다.
……깊은 잠에 빠져 간다.
정말 완전히 지친 몸은, 사쿠라가 방에 돌아간 것도, 뇌리에 생겨난 불안도, 이 밤에 일어난 일도 잊고,
1시간 전의, 얕은 잠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것은, 붉은 바다에 있었다.
낯익은 풍경은 바닷물에 잠기고, 거리는 제물 같았다.
공기는 없고, 숨을 쉴 때마다 짙은 것이 목구멍에 달라붙는다.
산소가 부족해서 괴롭다, 라며 숨을 쉬면 쉴수록, 물처럼 무거운 공기가 폐에 흘러 들어온다.
그러니, 여기가 바닷속이라는 건 틀림없는 듯 했다.
괴롭다, 라고 그것은 헐떡였다.
그건 본래 지상에 살아야 하는 것. 이러한 바닷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리가 없다.
해면으로 나가려고 위를 향해서, 거리에서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다.
숨이 막히는 건 변함없다.
그건 펼쳐진 풍경을 내려다보고, 부족한 산소에 목을 태우며, 그 괴로움 때문에, 안온히 잠든 거리를 증오했다.
괴롭다. 괴롭다. 괴롭다. 괴롭다.
여기에는 공기가 없다.
여기에는 아픔이 없다.
괴롭다. 괴롭다. 괴롭다. 괴롭다.
질질 시체를 끌고 있다.
몸은 튄 피로 넋을 잃고 볼 정도로 매끄럽고 불그스름했다.
괴롭다. 괴롭다. 부족하다. 괴롭다.
검은 손에는 몇 사람이나 되는 시체가 담겨 있다.
비틀린 손은 몇 사람이나 되는 시체를 꽉 쥐고 있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부족하다.
퍽 으스러뜨려서 전신을 적셔 간다.
산소가 부족하다.
산소가 괴롭다.
수압이 가볍다.
수압에 견딜 수 없다.
붉은 피를 전신에 처바른다.
아마도, 그것만이 이 심해에서 살기 위한, 내수복이라고 믿는 듯이.
비뚤어진 형태로 펼쳐진 손을 뻗는다.
검은 손은 월광에 비춰져, 거대한 그림자가 되어, 거리의 일부분을 쥐어 으스러뜨리려 내려가——
「아, 아……………… ! 」
잠에서 깬다.
자기 괴로워서 목이 헐떡이고 있다.
몹시 리얼한 꿈에 깜짝 놀라서,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꽉 껴안는다.
그 순간, 미끈하게.
두 손에, 질척질척한 피가 발라져 있었다.
「아, 아——!」
눈을 감고, 두 손을 자신에게서 멀리한다.
……주저하며 눈을 뜨니, 두 손은 여전히 깨끗했다.
그게 착각이라고 깨달아도, 몸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덜덜 떤다.
부서진 기계처럼 떤다.
달그락달그락 귀에서 볼트가 넘칠 정도로 계속 떤다.
그리고, 이대로 꼴사납게 내용물을 흘려 가서, 언젠가 텅 비게 돼서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런 상상을 하자 더욱 무서워서, 떨림은 전혀 가라앉지 않는다.
「——얼굴. 그래, 얼굴을, 씻어야지——」
세면장으로 향한다.
몇 발짝도 걸을 수 없다.
떨리는 손발은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쓰러지려 하는 몸을, 간신히 책상에 기대서 지탱했다.
「……아……아, 윽——」
시야가 흐릿해진다.
문까지 걸을 수 없고, 문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아까까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 어째서 침대에서 나왔는지조차 생각해낼 수 없다.
「……으……아」
부서져 있다.
아무 것도 생각해낼 수 없다.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다.
있는건은 피의굶주림뿐이다.
선배가 더자신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아————으」
책상에 엎드린 채, 도리도리 머리를 흔든다.
공포와 끝없는 자기혐오.
정상이 아니다.
자신은 정상이 아니다.
어째서 부족한 걸까.
겨우 몇 시간 전, 음란한 망상대로 그만큼 사랑 받았는데도 전혀 전연 조금도 만족되지 않았다.
기쁘고 기분 좋고, 정말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전혀 전혀 만족되지 않았다.
틀림없이 자신은 몹시 몹시 텅 비어서, 그 혼자서는 채울 수 없는 거다.
하지만 그 이외의 인간 따위가 채우기를 바라지도 않았던 거다.
그래서 더 오래 훨씬 오래, 언제까지고 그대로 그의 것이 되어 있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시간도 감정도 다른 인간도 전부 다 없어져버리면 된다는 생각마저 했는데도
어째서 그렇게 해 버리지 않았는지 이상하고 이상해서 어쩔 수 없어서,
그래서 극히 자연스럽게, 자신은 그걸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현기증이 난다.
이상한 망상 때문에 나는 것이 아니다.
한 순간, 정말로 순수하게,
그건 재미있을 것 같아, 라고 생각한 것이, 무서웠다.
「아——으……으……!」
책상에 몸을 기댄다.
무너질 것 같은 몸을 견딘다.
무서운 꿈은 날이 갈수록 명료해져 간다.
무서운 꿈을 날이 갈수록 무서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은 부서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몸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음까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으……으, 으」
꽉 깨문 입술에서, 분명치 않은 오열이 새어 나온다.
기억이 애매한 건 괜찮다.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내지 못해도 상관없다.
손발을 쓰지 못하게 돼서, 평생 누워있어도 무섭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이 자신을 잃는 건 싫다.
나쁜 인간이 되어 가는 건 싫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이상해져 가면, 마지막에는 미쳐버린다.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자신은, 그를 가장 괴롭히는 존재가 되고 만다.
「————」
그게 무섭다.
자신이 이상해져 가는 건 무섭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무섭다.
자신이 이상해지면 그는 만져주지 않을 거고, 자신을 사랑해주지도 않는다.
같이 있을 수도 없게 되고, 같이 있는 것조차 알 수 없게 된다.
그것만이 아니다. 자신이 이상해져 버리면, 다른 여자가 그와 함께 있게 된다.
그게 싫다. 굉장히 싫다.
지금까지 계속, 자신 이외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이제 그런 건 허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자신의 것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무섭다.
그렇게 되어 버렸을 때, 자신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으니까 무섭다.
「……으——으, 크——」
하지만, 거기까지 알고 있으면서 구제의 손길은 없었다.
이 고장을 숨김없이 밝힐 수는 없다.
밝히면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추운 곳으로 돌아갈 뿐이다.
하지만 따스함을 알아버린 이상, 이제 추운 곳에는 돌아갈 수 없다.
그녀는, 더.
이 장소에서, 그 사람에게 웃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무엇이 사라지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 소원은 그저 욕망.
그녀가 행복하게 되려면,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소원하는 인간 단 한 명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수 없다면, 이대로 누구에게도 알려지기 전에 부서져서 없어져버리면 된다.
어차피 이상해진다면 지금 사라져서, 아무도 없는 데서 괴물이 돼 버리면 된다.
그게 분명히, 가장 올바른 선택이다.
하지만 매달리게 되고 만다.
따뜻하니까, 행복하니까, 더 원한다고 소원하게 되고 만다.
어째서 자신만이.
그런 당연한 욕구로부터, 단절돼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건가 라고——
「아냐——아냐, 아냐, 아냐, 아냐……!」
자신의 약한 마음을 뿌리친다.
질투 따위 하고 있지 않다.
원망 따위 하고 있지 않다.
그저, 조금 더 용서 받고 싶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아냐——이런 거, 내가, 아냐」
머리를 흔들며 부정한다.
텅 빈 머리로 어두운 마음에 뚜껑을 덮는다.
——이 길에 행복한 출구 따위 없다고.
그, 잘 알고 있는 답에서 눈을 돌린다.
「으——으으, 으——」
……혼탁한 사고는, 이미 악몽에 빠져 있다.
그녀는, 구해줬으면 한다는 소원을 억누르고, 홀로 계속 울었다.
첫댓글 왜이건 제목 글씨색이 다르죠? ㅋㅋㅋ
수정을않했군요
잘보고갑니다 ^^
ㅋㅋ 잘보고가요~~
잘봐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