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낚시 / 신미균
소 한 마리가 끄는 수레 뒤로
해가 느릿느릿 끌려갑니다
나는 저수지 둑에 앉아
낚싯대 끝에 야광 찌를 달았습니다
저녁 안개가 내려와 축축해진 기억 속으로
공기 방울이 떠올라 뜬금 없이 터집니다
한참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어두워졌다고 내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저수지가 없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대가 없어진 것도 아닙니다
어두워질수록 야광 찌는 더욱 또렷해집니다
당신에 대한 내 생각도 더욱 또렷해집니다
어둠에 박힌 야광 찌와 그 야광 찌에 박힌
내 생각에 그대를 밤새도록 걸어둡니다
다리가 저려옵니다
잔챙이들이 휘적거리는지
잠깐씩 찌가 흔들립니다
이제 어둠이 한 꺼풀씩 옷을 벗으면
그대를 챙겨 이 저수지를
떠나렵니다
손에 잡힌 것은 아무 것도 없어도
당신과 함께 보낸 밤이
포근했습니다
막내 삼촌 / 신미균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압핀을 본다
무얼 붙이고 있기는 했는데
그 무엇이 떨어져 나가자
할 일 없이 그저 숨죽이고
납작하게 붙어있다
아무런 무늬도 없고
평범하게 생긴 조그만 쇳조각이라
손톱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떨어질 것 같다
회사가 문 닫았다고
식구들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아침마다 어디론가 출근했다가
들켜버린 막내 삼촌 마냥
겸연쩍게 씩 웃으며
그냥 힘없이
툭 떨어질 것 같다
나는 압핀이 잘 붙어있게
손으로 지그시
눌러주었다
첫댓글 신미균 시인이 왠일로 진지한 시를 썼네요 재밌어요 풍자시로 일가견이 있는 시인인데.
아래에 <폭탄 돌리기>라는 작품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