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게...
12.3 계엄 사태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10일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도대체 왜?
정말 계엄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계엄의 후 폭풍을 고려 하였을까? 계엄으로 나라 전체를 큰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한 것일까?
가능한 이유를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답은 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상태로 윤석열 대통령은 무언가에 빠져서 잘못판단한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을 추종하는 반국가 세력이 여론 조작과 부정 선거를 통해 국회를 장악했고, 이들이 벌이는 특검과 탄핵의 입법 폭주로 국정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믿음으로 변해버린 그 어떤 가설이 아닐까?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없앤 민주당이 대신 그 일을 맡은 경찰의 특수활동비마저 삭감하고, 검사는 물론 감사원장까지 탄핵하자 가설은 확신으로 변했고 그 과정에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확증편향을 강화한것은 아닐까?
대통령이 쓴소리를 하는 기성 언론 대신 보수 우파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본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는 계엄 선포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섬뜩한 문체의 계엄 포고령은 어쩌면 대통령이 알고리즘의 피해자로 전락해서 그런게 아닐까?
극우 유튜버들이 ‘배신자’로 규정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반국가 세력으로 분류돼 체포 대상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의 이유가 아닐까?
윤석열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극소수의 측근들과 이런 믿음을 공유하며 상호 증폭시켰다면 밤에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며 부정 선거론자의 세계관에 더욱 빠져들었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내치는 스타일 때문이 아닐까?
미디어 학자들은 이런 상태를 ‘에코체임버(echo chamber)’ 혹은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라고 부르며 일찌감치 그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에코체임버는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끼리 모여 자신들만의 신념을 강화하는 현상이고, 필터버블은 개인화된 검색과 추천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다른 견해에 노출되지 못한 채 지적으로 고립된 상태를 뜻한다.
필터버블에 대한 우려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도 말했다. 2017년 대통령 퇴임 연설에서 그는 “정치적 양극화와 개인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우리는 점점 스스로의 버블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견해와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있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대통령까지 집어삼킨 알고리즘은 탄핵과 조기 대선 정국에서 양극화를 더욱더 부추기며 진화할 것이다. 혐오심을 먹고 사는 좌우 양극단의 정치 유튜버들에게 큰 장이 선 셈이다. 눈앞의 권력 투쟁에 급급한 정치인들은 이들 유튜버와의 공생을 택했다.
장돌뱅이로 퇴행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 팩트에 기반한 비판적 뉴스 소비를 훈련하는 ‘뉴스 리터러시’ 담론은 내전 상태인 이들에게 한가한 소리일 뿐이지만 희극처럼 막을 내린 계엄령만큼이나 위험한 민주주의의 적이 되었다.
매체의 발달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채널 중에서 원하는 매체를 선택해 원하는 정보만을 습득할 수 있다. 콘텐츠 이용자의 선택권과 자율권이 높아진 하이 초이스 (Hight Choice) 환경에서 사람들의 사고 편향이 가속화 극대화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편향적인 정보 습득과 의견 형성에 영향을 주는 알고리즘 시스템 등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필터버블(Filter Bubbles)
‘필터버블’은 미국 시민단체 무브온(Move on)의 이사장이자 '생각 조종자들'의 저자인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가 처음 소개한 개념으로,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이용자는 필터링 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사용자에게 맞게 필터링 된 정보가 마치 거품처럼 사용자를 가둬버렸다는 일종의 비유이다.
필터버블을 초래하는 기술은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이용자들의 활동 유형을 수집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그래서 사용자의 관심사나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제공 단계에서부터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특징이 있다. 즉 필터버블은 일종의 정보 편향(정보 편식)으로 간주할 수 있다.
우리는 포털 사이트(구글 등), SNS(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쇼핑몰(아마존, 알리바바 등) 등 개인화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기업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과 정치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뉴스 매체만을 구독할 수 있기에, 선택적 노출로 인한 에코체임버와 필터버블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 에코체임버 (Echo Chamber)
‘에코체임버’란 인지 편향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거나 반대되는 관점을 차단하고, 스스로 선호하는 관점만을 반복적으로 수용하고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2001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 교수에 의해 처음 소개된 개념이다.
에코체임버 효과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이 부상하던 시기로, TV가 주요 미디어였던 시절처럼 일방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기만 했던 상황을 벗어났다. 인터넷 환경이 이용자가 다양한 정보 중 원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볼 수 있는 ‘선택적 노출’ 기회를 증가시킨 것이다.
이후 인터넷 미디어의 범위가 점차 확장되면서, 사람들은 ‘닫힌 세계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는 현상)’ 속에서 기존의 신념을 더욱 증폭,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날 확증 편향을 설명하는 학술 용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 필터버블과 에코체임버의 차이
필터버블과 에코체임버는 언뜻 보면 유사한 개념이지만, ‘필터버블’은 알고리즘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기술 중심적 관점에서 플랫폼의 운영 메커니즘에 주목한 것이고 ‘에코체임버’는 이용자 개인의 심리적 동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즉 필터버블과 에코체임버는 발생 과정이 다르다. 둘 다 정보편향에 관련된 개념이지만, 전자는 기술이 후자는 이용자의 심리적 요인이 정보편향을 초래한다고 본다는 게 차이점이다.
○ 필터버블과 에코체임버의 문제점
필터버블과 에코체임버는 유사한 개념인 만큼 문제점 역시 비슷한데 바로 개인의 사고를 편협하게 만들고 집단의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기 쉽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선택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디어는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는 공론장이 아닌 편향된 성향을 지닌 사람들끼리의 협소한 소통 공간으로 전락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특히 필터버블과 에코체임버과 뉴스에서 나타나면 이는 가짜뉴스, 허위 조작 정보 등 사회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 사회 구성원들 간에는 ‘합의’보단 ‘갈등’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스마트폰 및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이 늘면서 이들이 알고리즘이 이끄는 정치적 과편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터버블과 에코체임버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방안, 교육적 방안 등 여러 해결방안이 요구되는데 특히 전문가들은 미디어 이용자가 스스로 필터버블과 에코체임버에 갇히지 않도록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다양한 매체와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분석, 평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를 함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