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형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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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의 뉴스레터 ‘밀당365’가 최근 한 달에 걸쳐 당뇨 명의 5명을 만났다.
뉴스레터 100호 발행을 기념한 특별 인터뷰다. 혈당을 고민하는 1000만 국민을 위해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독자들의 성원에 대한 헬스조선 취재팀의 화답이기도 하다.
취재팀은 각 분야의 당뇨 명의를 인터뷰하면서 마지막에 공통 질문을 던졌다.
“당뇨가 있거나 걱정될 때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하는 게 있을까요?”
5명의 명의가 고심 끝에 내놓은 ‘당뇨 팁’을 아래, 발췌해 정리한다.
혈당과 당뇨를 걱정하는 독자들이라면 ‘이것만은 꼭’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뇨병_ 윤건호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당뇨, 커밍아웃부터 하세요!”
당뇨가 있다는 사실을 커밍아웃해야 합니다. ‘혈당이 높아서 관리해야 한다’
‘이 음식은 혈당을 높이니까 나는 먹으면 안 된다’고 주변인들에게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안 좋은 음식이나 술을 계속 권한다면 그 사람은 안 만나는 편이 낫습니다.
진료했던 환자 중 한 분이 수개월 동안 혈당 관리가 안 된 적이 있습니다.
바이어들과 미팅하면 술을 마실 수밖에 없어서 혈당 관리가 안 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보여주라 했습니다. 혈당을요.
환자분은 미팅 자리에 정말 혈당기를 들고 가, 술을 마시고 혈당을 재서 보여줬고 그 후부터는 바이어들이
되레 술을 못 마시게 말리더랍니다. 이렇게 보여주면 됩니다.
‘회식 때문에’ ‘일 때문에’ ‘점심 미팅이 많아서’라는 건 핑계입니다.
자신이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주변에 인식시키세요. 그게 첫 걸음입니다.
당뇨발_ 한승환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매일 거울 볼 때 발도 꼭 살펴야”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고개를 숙여 발도 한 번씩 확인하세요.
당뇨 환자들은 감각신경이 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발 속에 돌멩이가 들어간 것을 모르기도 합니다.
이를 방치했다가 발에 상처가 생기고 감염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굳은살이 생겼거나 상처가 있는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혈관확장제 등 적절한 약을 복용하면서 발에 궤양이 생기지 않게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이나 시술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결국 절단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지 마세요.
20여 년 전만 해도 당뇨발은 대부분 발목 윗부분을 절단하는 ‘대절단’ 방식으로 치료했습니다.
공포심 때문에 당뇨 환자는 발에 문제가 생겨도 이를 숨기기에 급급하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당뇨발 치료법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절단 외에 시행할 수 있는 여러 치료 옵션이 있습니다.
당뇨망막병증_ 강세웅 한국망막학회 회장
“기억하세요, 당뇨 생기면 안과부터!”
눈은 나빠질 때까지 기다리면 정말 늦습니다.
시간과 돈 낭비라 생각하지 말고 증상이 없더라도 꼭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당장 먹고 살기 바빠서 병원 갈 생각조차 못 하는 분들 많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가 어려워진 환자를 볼 때면 마음이 정말 아픕니다. 하지만 이걸 명심하세요.
눈이 망가지면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도 크게 고생합니다.
당뇨망막병증으로 인해 일상이 무너지는 걸 막는 첫 번째 방법은 혈당 관리입니다.
첫 번째만큼이나 중요한 두 번째 방법은 안과 정기 검진입니다. 꼭 기억하고 실천하길 바랍니다.
사실 이렇게 강조해도 많은 당뇨 환자들이 안과 진료를 안 받습니다.
미국에서 통계를 냈더니 당뇨 환자의 절반이 안과 진료를 안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당뇨가 있으면 안과 검진은 필수’라는 메시지를 주변 사람들에게도 던져주세요.
당뇨병성 신증_ 유태현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신장에 좋은 음식 없어… 균형 중요”
당뇨병성 신증은 ‘이것 하나만 지키자’보다는 ‘종합적, 지속적 관리’가 중요한 질환입니다.
당뇨병이 있으면 신장 기능은 필연적으로 떨어집니다.
많은 환자들이 음식에 대해 궁금해 하는데, 꼭 기억해야 할 건 ‘신장에 좋은 음식은 없다’는 것입니다.
특정 영양소를 많이 섭취하면 신장에 부담이 갑니다.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 안 좋은 음식을 멀리 하고, 평상시 골고루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 번에 좋아지는 약이 없고 늘 신경 써야 하는 질환이 바로 당뇨입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자기 관리를 꾸준히 잘 하면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한 병이기도 합니다.
주치의와 혈당·혈압 목표를 잘 설정해서 매일매일 꾸준히 관리하길 바랍니다.
당뇨병이나 당뇨병성 신증이 난치성이다 보니, 마음까지 약해져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돈과 시간을
허비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표준화된 치료를 잘 숙지하고 따르길 권합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_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당뇨 환자에게 통증은 축복입니다”
이미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생겼어도 이를 빨리 발견하는 게 중요합니다.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지킬 수 있습니다.
손발이 저리고 찌릿하거나, 모래를 밟는 것 같거나, 손발에 무언가 씌운 듯 답답한 느낌이 들면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줄리어스, 아뎀 파타푸티언 교수가 발견한 게 바로 감각(온도·촉각)수용체입니다.
이게 신경병증의 핵심입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업적을 ‘우리의 생존에 결정적이고 중요한 발견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감각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몇 해 전 외국 학회에서 한 교수가 ‘Pain is a blessing(통증은 축복)’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손과 발끝을 통해 촉감이나 온도를 느끼는 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능입니다.
혈당 관리를 부디 잘 해서 신경이 망가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